"서초을을 갈지 분당을을 갈지 뭐 또 다른 을을 갈지 모르겠지만, 퇴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영 장관의 후임자가 내정돼 있지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데요, 현직의 이 장관이 총선 출마 지역구를 거론하는 글을 올렸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장관이 지역구 쇼핑하냐"는 비판입니다.

게다가 두 지역구 모두 당내 경쟁이 만만치 않은 인기 지역구여서 이 장관이 도전장을 내면 당내 분란도 예상됩니다.

이영 "서초을 갈지, 분당을 갈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9일과 10일 SNS에 글을 올렸는데요, 여론의 뭇매를 맞고 10일 글은 삭제됐습니다.

9일 올린 글은 "전국 유람을 하다가 (공천 예상 지역이) 오늘 '분당을'까지 갔네요. 거의 유체 이탈 수준^^", "중기부 퇴사 이후 진정한 합체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총선 출마 준비를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10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통화 내용을 올렸는데요, <홍준표 시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간단한 안부를 물으시더니, "이 장관, 어디로 출마하나?" "선배님이 저 분당을 출마시키셨잖아요? 온통 뉴스가 난리입니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선배님(홍 시장)이 저 분당을 출마시키셨잖아요"는 홍 시장이 대통령실 출신이나 장관 출신들이 분당을에 몰리는 것을 비판한 SNS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 지역구와 관련해 "서초을을 갈지 분당을을 갈지 뭐 또 다른 을을 갈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께서 국힘 후보들이 떼로 덤빈다고 '준비됐다. 누구든 나와라'고 하셨다 하는데, 나는 아직 분당을 갈지 준비 안 되었으니 긴장 풀고 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서초을을 갈지 분당을을 갈지 뭐 또 다른 을을 갈지 모르겠지만, 퇴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힌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께서 국힘 후보들이 떼로 덤빈다고 "준비됐다. 누구든 나와라."고 하셨다 하는데, 나는 아직 분당을 갈지 준비 안 되었으니 긴장 풀고 계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설마 정무위에서 동고동락한 분에게 출마하면서 소식 안 전할까? (중략) 서초을을 갈지, 분당을을 갈지 뭐 또 다른 을을 갈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것도 퇴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SNS

홍준표 "너도나도 양지만 찾아"
이영 장관이 통화했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 분당을 지역구에 도전자가 몰리는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홍 시장의 글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더니 분당에 몰려드는 사람들 면면을 보니 총선 이기기는 힘들게 생겼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분당을을 노리는 여권 인사가 누군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전셋집을 자기 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부산 지역구 탈환해야 하는데 그걸 외면하고 분당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각종 혜택 다 누리고 뜬금없이 분당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등 대통령실 출신들의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거론되는 인사들을 모두 비판했습니다.

홍 시장은 여권 인사들의 분당을 출마 경쟁이 "너도나도 양지만 찾아 자기라도 살겠다는 모습"이라며 "그래 가지고 총선이 되겠나"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대통령이 어려우면 대통령의 은혜를 입은 그런 사람들이 자진해서 험지로 가야지
너도나도 양지만 찾아 자기라도 살겠다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총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벤처기업가 출신의 이 장관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고,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 이름을 올린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됩니다.

비례대표와 임명직 장관으로 정권에서 수혜를 입고 다시 꽃길을 가려 한다는 걸 홍 시장이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홍 시장이 "각종 혜택 다 누리고 뜬금없이 분당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은 이 장관을 지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관이 지역구 쇼핑하나"
홍 시장이 양지만 찾는 여권 인사들을 비판했다면, 현직 장관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다른 한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후임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긴 했지만 절차가 남아 있어서 이 장관의 임기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직 장관이 한가하게 지역구 쇼핑할 때는 아니다"는 등 비판이 일었습니다.

특정 지역구를 거론하며 출마를 예고하는 글도 도마에 올랐는데요, "지역구 쇼핑 아니냐"는 겁니다.

경기 분당을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까지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데요, 여권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지역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권이 유리한 곳도 아닙니다. 2011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당선됐고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2016년부터 내리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영 장관이 거론한 서초을은 여권이 유리하지만 재선의 박성중 의원이 바닥을 다진 곳입니다. 이 장관이 이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출마 후보지로 거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지역구를 노리는 여권 인사들을 보면, 이 장관이 어디로 출마하더라도 당내 분란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타이태닉호 파티인가?"
이영 장관뿐 아니라 장관 출신이나 대통령실 참모들이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대부분 여당의 지지세가 높은 지역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안상훈 전 사회수석은 지역 연고를 이유로 강남권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현 여당 지역구인 충남 예산 홍성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텃밭인 영남에 도전장을 내려는 인사도 많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만 "살신성인하겠다"면서 험지 출마를 공언했을 뿐이죠.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인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당협위원장은 침몰하는 타이태닉호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은 갑판 아래에서) 구멍 난 배를 이렇게 때우고 저렇게 때우고 있는데 (갑판) 위에서는 드레스코드를 어떻게 맞춰야 더 좋아 보일까…

-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현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양지만 쫓는 행보 때문에 당에서는 교통 정리가 쉽지 않고 공천 후유증도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철에 제주도가 전국에 채소를 공급하는데요,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월동무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곽내원

최신 콘텐츠

“장관이 지역구 쇼핑하나”... 이영, 서초을·분당을 저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