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우리나라 식품의 방사능 유통 기준은 100Bq/kg입니다. 생선 1kg이 있을 때,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이 1초당 100개를 넘어가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1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이 1개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1초에 방사선이 100개 튀어나오는 100Bq 짜리 시료를 만들었습니다. 딱 1kg짜리 시료입니다. 이걸 생선으로 생각하면 되겠지요.

이제 100Bq 시료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대보면 어떻게 될까요?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수치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기 중에서 쟀을 때 0.2μSv/h 정도가 나왔는데, 100Bq 시료에 대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0.2 정도에서 수치가 아주 조금씩 변했습니다. 사실 측정기에 뜨는 수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입니다. 우주에서도, 땅속에서도 방사선이 오니까요. 측정기가 고장 난 걸까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준비해 주신 측정기인데, 그럴 리가 없지요. 다른 측정기로 해봐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자, 이번에는 식품 기준치의 100배인 10,000Bq 시료에 측정기를 대봤습니다. 사실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이런 방사능 수준의 생선을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10,000Bq/kg은 국내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높은 수치입니다. 2012년 후쿠시마 산천어에서 11,000 베크렐이 한 번 나온 적 있습니다.

측정기 수치가 어떻게 됐을까요. 0.2 안팎에서 0.3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수치는 0.3μSv/h 안팎을 계속 오갔습니다. 올라가는 게 겨우 0.1이라고? 생각이 들 겁니다. 이 정도면 수산물 시장에서 측정기를 들고 다니는 상인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걸음 더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위가 왜 갑자기 바뀌지, 라고요. 맞습니다. 식품 기준치의 단위는 Bq/kg이지요. 그런데 휴대용 측정기의 단위는 대개 μSv/h(마이크로시버트/1시간)으로 나옵니다. 이건 인체가 방사선을 통해 시간당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받았느냐를 수치화해 주는 겁니다. 휴대용 측정기 가운데 Bq/kg 단위로 측정값을 보여주는 제품은 없습니다. 이유는 너무 단순하지요. 무게를 알아야 Bq/kg 단위로 측정값을 보여줄 텐데, 사람이 손에 들고 다니는 것으로 생선 무게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100Bq의 시료에 휴대용 측정기를 댔을 때 숫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은, 1초당 100개의 방사선으로는 우리 몸에 영향을 줄 정도의 수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70kg 성인의 몸에서도 초당 385개의 방사선(감마선)이 나오니까요. 그런 휴대용 측정기가 100Bq 생선에 반응한다면, 다른 사람 몸에 가져다 댔을 때는 385Bq이므로 삑! 삑! 경보음이 울려야 합니다. 그럼 10,000Bq의 시료에 휴대용 측정기를 댔을 때 0.2에서 0.3μSv/h가 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변화일까요.

제가 3년 전 도쿄에 가면서 휴대용 측정기를 들고 비행기에 탄 적 있는데, 당시 기내에서 잰 최고 측정값은 3μSv/h 안팎이었습니다. 0.3이면 대략 비행기를 탈 때 받는 방사선량률의 10분의 1 수준 정도 됩니다. 비행기를 타면 고도가 높아질수록 방사선량률(μSv/h)이 쭉 올라가다가, 하강하면서는 선량률이 또 내려갑니다. 지구 대기가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효과 때문입니다. 측정기는 센서에 방사선이 스치면 그걸 측정할 뿐, 생선에서 오는 것인지, 우주에서 오는 것인지, 방사선의 출처는 알지 못합니다.

또 한 가지. 휴대용 측정기를 써 본 분들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내 측정기는 cps 단위로 나오는데요?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측정기는 측정값을 'cps' 단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측정기가 1초당 몇 개의 방사선을 측정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100Bq짜리 생선이 있다면, 방사선은 생선을 중심으로 1초에 100개씩 모든 방향을 향해 나오게 됩니다. 마치 지구 중심에서 방사선이 시작해 전 세계 모든 지역에 방사선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측정기를 한 지점에만 갖다 대면 정확한 값이 나올까요? 아니지요. 그래서 cps 단위로 측정값을 보더라도, 100Bq 시료에서 100cps가 뜨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식약처나 전문 기관에서는 식품 방사능 측정에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게르마늄 반도체를 이용한 장비로 정확하게 Bq/kg 값을 산출하게 됩니다. 생선을 갈아 통에 넣어 시료를 만든 뒤에 커다란 장비 안에 집어넣어서 1kg당 베크렐 값을 측정합니다. 하지만, 휴대용 측정기라면 그 가격을 막론하고 저가이든 고가이든 상관없이, 식품 방사능을 측정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방사능 사고가 난 지역에 들고 가서 표면 오염을 측정하기에 적합한 성격의 제품입니다. 과거 후쿠시마에 간 여러 취재진들도 이런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 자신의 몸이 받은 누적 방사선량을 간편하게 측정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사용한 방사능 측정기의 경우 10초 동안 측정한 수치의 '평균값'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측정기에 뜨는 값은 '실시간'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즉, 생선에서 나오는 방사선량률이 궁금하면 측정기를 최소한 10초 동안 가만히 대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경우에 측정기를 잠깐 대봤다가 이동하고, 또 여러 곳을 계속 움직이면서 측정하기도 합니다. 이런 측정 방식으로는 정확한 측정값을 얻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측정기를 생선 표면에서 조금만 떨어트려도 값이 들쭉날쭉, 뭐가 정확한 값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측정기는 또 해당 방사선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만일 측정기 주변에 갑상선암 치료를 위해 요오드를 복용한 환자가 있다면 수치가 갑자기 확 치솟게 됩니다. 갑상선암 환자에게 치료용으로 투입되는 방사성 요오드는 무려 10억에서 70억 베크렐(Bq)에 달합니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휴대용 측정기로는 이 정도의 높은 방사선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100Bq 안팎의 방사선은 구별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오염수 방류 이후 누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밥에 방사능 측정기를 댈 수는 있지만, 굳이 고가의 측정기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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