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BS 박세용 기자입니다.
파리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SBS 취재진은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도, 취재진이 머무는 공간에도 에어컨이 없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선수촌 내부 영상을 보면 선풍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 전문가들은 '불의 고리'라는 이름의 폭염 보고서에서 "극심한 더위가 선수들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안심하라고 합니다. 차가운 지하수를 선수촌 내부로 끌어 올려 실내 기온을 바깥보다 6도 낮게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40도에서 6도를 낮추면 34도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34도 안팎의 실내에서 에어컨 없이 지낸다? 어떤 선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입니다. 일생일대 중대한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운동선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이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달고 시장의 언급에 따르면, 에어컨 미설치는 한마디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에어컨 자체에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만큼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니 탄소 배출량을 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파리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도쿄 올림픽의 탄소 배출은 350만 톤에 달했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158만 톤에 그칠 것이라고 합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통제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에어컨을 틀면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유효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 발전량은 2022년 기준, 전체 전기의 39.7%입니다. 반면 프랑스는 이 수치가 훨씬 낮습니다.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이 73.3%, 수력발전이 14.0%, 풍력발전이 8.6%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똑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 낼 때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프랑스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습니다. 에어컨을 틀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각 나라에는 앞서 설명 드린 발전 방식의 비중에 따른 'CO2 배출량 계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는 1Wh의 전기를 생산할 때 0.425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계산합니다. 1시간에 10Wh의 전기를 쓰는 에어컨이 있다면 4.25g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겁니다. 에어컨 2대를 틀었으면 1시간당 4.25g의 2배인 8.5g이 배출됩니다. 프랑스는 이 계수 자체가 굉장히 작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90%를 훨씬 웃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수는 0.425g/Wh이지만, 프랑스는 0.013g/Wh에 불과합니다. 이 계수를 토대로 선수촌 방 7천 개에 모두 에어컨이 설치됐다고 가정하고, 1일 8시간씩, 올림픽 기간 17일 내내 에어컨을 틀었다면 얼마나 배출될까요. 대략 10톤 정도가 나옵니다. 한 걸음 더 이산화탄소 10톤은 어느 정도일까요.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기로 확인해 봤습니다. 승객 300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도쿄까지 가면 CO2가 5.2톤 정도 나옵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면 그만큼 사용한 연료가 많으므로 CO2 배출량은 71톤에 달합니다. 뉴욕까지 가면 이 수치는 120톤을 웃돕니다. 선수촌 에어컨에서 간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인천에서 뉴욕까지 가는 항공기가 배출하는 양의 12분의 1 정도입니다. 선수촌 방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데 수반되는 CO2 배출량 10톤. 이 정도라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노력을 폄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잃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CO2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우리가 승용차를 타지 않는다면 그만큼 잃는 것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올림픽 선수촌에는 어떤 전기가 공급되고 있을까요. 파리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선수촌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100%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한다고 돼 있습니다. 프랑스 내에서 극히 일부 생산되는 석탄화력발전 전기는 아예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취재진에게 강조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선수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었습니다. 선수촌 에어컨에 공급되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CO2는 배출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파리 올림픽 조직위의 입장이 궁금했습니다. 올림픽 조직위 소속의 기후변화 전문가에게 이메일로 질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경기력에 지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기후단체는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는 없지만,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건 일종의 제스처고 메시지"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잇따른 비판에 IOC는 미국과 영국 등이 이동식 에어컨 2,500대를 설치하는 것을 뒤늦게 허용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의 '제스처'이자 '메시지'는 희석됐습니다. 어차피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미하기 때문에, 2,500대가 가져오는 기후변화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일부 국가에 에어컨 설치가 허용되면서 폭염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국가 간의 빈부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 대표팀은 더위를 1~2시간 식혀주는 아이스 재킷 200개를 갖고 파리로 향할 예정입니다.
파리 중심부에서 센강의 두 강둑을 연결하는 다리. 바로 알렉상드르 3세 다리입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세워진 다리로 금빛 청동상 4개가 다리의 화려함을 더해줍니다. 파리올림픽이 치러지는 여러 경기장과 무척 가깝습니다. 이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중심으로 2024 파리올림픽의 두 종목이 치러집니다. 두 종목은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 수영입니다. 특히 마라톤 수영에서 선수들은 10km에 달하는 센강 코스를 2시간 동안 헤엄쳐야 합니다. 우리 수영 국가대표팀 김우민 선수도 출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장시간 수영하다 보면 선수들이 물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물, 센강의 물이 너무 더럽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프 두비 IOC 수석국장은 6월 14일 브리핑에서 "이번 여름, 센강에서 선수들이 수영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장담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센강은 사실 깨끗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센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금지되어 왔습니다. 이런 센강에서 올림픽 수영 경기를 치르기 위해, 프랑스는 지난 8년간 2조 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센강 수질 개선 프로젝트입니다. 수질 검사 항목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대장균'입니다. 대장균은 분변의 지표 항목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강물에 다른 병원성 세균도 많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파리시는 최근 센강에서 날마다 강물을 떠서 대장균 수치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측정 장소는 센강의 4곳입니다. 마라톤 수영 출발 지점인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 지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측정 수치는 지난달 23일입니다. 그날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에서 측정된 대장균 수치는 3,000CFU/100ml가 넘습니다. 대략 종이컵 반 컵 정도의 물에 들어 있는 세균입니다. 대장균 수치를 표현할 때 나오는 'CFU'라는 단위는 군집의 개수를 뜻합니다. 대장균이 3,000개라는 뜻이 아니고, 쉽게 말해 물 100ml에 현미경으로 보이는 대장균 덩어리가 3,000개라는 뜻입니다. 다른 측정 지점에서는 이 수치가 5,000이 넘기도 하고, 2,000 안팎에 머물기도 합니다. 기간에 따라 측정 수치는 달라지지만, 6월 23일 가장 최근의 수치로 설명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000CFU/100ml라고 하면, 대장균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 한강의 대장균 수치와 비교해 봤습니다. 한강에서는 지난달 두 차례의 수영 행사가 있었습니다. 수영 행사에 앞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한강의 대장균을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19일에 걸쳐 측정했는데, 대장균 측정치의 평균은 31CFU/100ml였습니다. 즉, 파리 센강의 대장균 수치 3,000은 서울 한강의 100배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먹는 물에서는 대장균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프랑스가 센강 수질 개선에 2조 원 넘게 썼는데, 대장균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 프랑스 시민들이 뿔난 이유입니다. 대장균은 분변의 지표 항목인 만큼 시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분변을 뒤집어쓴 합성 이미지를 SNS에 공유하면서 조롱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파리시장 또한 지난달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수영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조롱에 시민들의 비아냥거림이 더해졌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파리 센강의 대장균이 한강의 100배라고 해도, 수영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수영연맹의 기준치를 확인해 봤습니다. 세계수영연맹은 세계보건기구 WHO와 미국과 유럽의 환경보호기관 자료를 근거로 100ml당 대장균이 1,000CFU를 초과하면 "허용되지 않는 수질"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건강, 안전이 우려되면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있습니다. 센강 대장균은 세계수영연맹 기준치와 비교해도 3배에 달합니다. 특히 비가 온 다음날은 센강 대장균 수치가 더욱 치솟아, 수영연맹 기준치의 12배를 웃돌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건강을 해칠 정도라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조영근 경성대 동물보건생명과학과 교수는 "강물이 분변 접촉을 많이 했으니까 진짜 병을 일으키는 다른 병원체들이 많이 있을 수 있고, 병원성 세균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장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선수만 2024 파리 올림픽의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걸까요?
삼양식품이 덴마크의 불닭볶음면 리콜 조치에 '반격'을 시작했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엔 덴마크의 리콜 조치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덴마크 식품 당국이 불닭볶음면 3종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린 이유부터 정확히 짚어봐야 합니다. 덴마크는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 총량을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그 총량이 몇 mg인지,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식품에 캡사이신 기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치가 없으니 불닭볶음면을 리콜하면서 숫자를 언급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제품은 캡사이신 기준치가 몇인데, 검사 결과 몇으로 나왔으니 리콜합니다' 이런 발표 자체를 못한 겁니다. 덴마크 식품청은 그래서 '칠리칩'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칠리칩은 이른바 '죽음의 과자'로 불리는 미국의 파퀴칩을 가리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캐롤라이나 리퍼로 만들었다는 과자입니다. 캐롤라이나 리퍼는 매운맛을 수치화한 '스코빌 지수'가 무려 200만 이상으로 매운 음식 재료 가운데 속칭 '넘사벽'입니다. 이번에 리콜 조치된 불닭볶음면 3종 가운데 스코빌 지수가 가장 높은 제품은 13,000입니다. 덴마크 당국은 불닭볶음면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총량이 이 파퀴칩보다 훨씬 더 높다고 홈페이지에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때 SNS에서는 파퀴칩 1개를 먹고 물이나 우유 없이 5분을 버티는 이른바 '원 칩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챌린지에 참가한 아이와 청소년들이 줄줄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엔 미국에서 파퀴칩을 먹은 14살 청소년이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파퀴칩보다 불닭볶음면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총량이 더 많으므로 건강에 유해하다는 것이 덴마크 식품 당국이 제시한 리콜 사유입니다.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덴마크 식품 당국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 양이 파퀴칩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 덴마크 국민뿐 아니라 이 제품이 수출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건강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호기롭게 '원 칩 챌린지'에 참가한 아이들한테 급성 중독 증세가 잇따르자 독일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독일 헤센주는 지난해 파퀴칩을 긴급 수거해 캡사이신 함유량을 분석했습니다. 칩에 묻어 있는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 분말이 일정하지 않았는지, 캡사이신 양은 파퀴칩 1kg당 4,000~19,750mg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헤센주는 파퀴칩 1kg에서 평균 9,900mg의 캡사이신이 측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파퀴칩 판매를 금지시켰습니다. 1kg당 9,900mg의 캡사이신이면 1g당 9.9mg의 캡사이신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파퀴칩 1개 중량은 6g입니다. 이 제품은 워낙 매워서 칩이 딱 1개씩 낱개 포장되어 있습니다. 독일 헤센주 조사에 따르면, 파퀴칩 1개(6g)에 캡사이신은 대략 60mg 정도 들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덴마크 식품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 60mg보다 더 많은 양의 캡사이신이 불닭볶음면에 들어 있다니,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불닭볶음면도 SNS에서 극한의 매운맛을 체험하는 내용의 콘텐츠로 지금도 소비되고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청소년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계산해보니 취재진은 그래서 불닭볶음면 3종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총량을 계산해 보기로 했습니다. 불닭볶음면 액상수프에는 매운 고추분말이 들어가는데, 그 고추분말에 캡사이신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액상수프를 꼭 실험실에서 분석해야 캡사이신 양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업체는 해당 제품 3종의 '스코빌 지수'를 공개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스코빌 지수와 음식 중량을 바탕으로 역산하면 각 제품의 캡사이신 총량을 알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스코빌 지수가 8,706인 '핵불닭볶음면 X2' 제품은 캡사이신 양을 19mg으로 계산했습니다. 또 스코빌 지수가 13,000에 달하는 '핵불닭볶음면 X3' 제품은 캡사이신이 28.6mg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제조업체가 공식적으로 밝힌 캡사이신의 양은 X2 제품이 15.8mg, X3 제품은 25.7mg이었습니다. 리콜된 라면 3종 가운데 어느 제품의 캡사이신 수치를 사용하든 앞서 파퀴칩 1개의 캡사이신 총량 60mg보다는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걸음 더 덴마크 식품청은 애초에 뭘 근거로 리콜 조치를 한 걸까요? 공식 발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리콜은 사실 덴마크 공과대학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 덴마크 공대는 불닭볶음면에 캡사이신이 최고 113mg 들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정도면 파퀴칩 캡사이신의 2배 가까이 되는 엄청난 양입니다. 덴마크 식품청은 이 수치를 근거로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 양이 칠리칩보다 훨씬 더 많다"며 리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불닭볶음면 캡사이신 113mg이 파퀴칩 캡사이신 60mg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입니다. 덴마크 공대의 분석 결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보고서 원문을 검토해 보니, 덴마크 공대 연구진은 액상수프에서 캡사이신 성분만 검출해 그 정확한 양을 측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이 계산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와 음식 중량으로 역산해 캡사이신 총량을 추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과 덴마크 공대는 동일한 스코빌 지수를 사용했습니다. 제조업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수치이므로 다르지 않습니다. 취재진과 덴마크 공대의 계산 방식에서 다른 점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캡사이신 총량 계산에 반영해야 하는 식품의 중량입니다. 취재진은 액상수프 31g에 캡사이신이 들어 있다고 계산한 반면, 덴마크 공대는 면을 포함한 전체 중량 140g에 캡사이신이 들어 있는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닭볶음면에 113mg이라는 엄청난 양의 캡사이신이 들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랴부랴 리콜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불닭볶음면이 수출되는 83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덴마크만 리콜 조치에 나선 진짜 이유입니다. 삼양식품이 공식 반박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는데 덴마크는 그럼 리콜 조치를 철회할까요?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하 깊은 바닷속에 14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을 수 있다는 정부 발표에 국민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입장도 갈리는 것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이번 발표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바로 일본입니다. 석유 매장 추정지인 동해를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큰 관심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를 전한 일본 언론의 기사에는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일본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일본 네티즌들은 어떤 댓글을 달았을까요. "우리 일본 자원이니까 손대지 마, 왜 너희 나라가 파?", "일본이랑 연결돼 있으니까 마음대로 파지 마!", "한국이 독식하는 거 아냐?", "한국이 대량으로 채굴하면 지진을 유발하지 않을까?"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댓글은 "지하 자원은 한 국가가 독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토와 영해의 선은 명확하지만 먼바다의 지하 자원은 어느 한 국가로 귀속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북서쪽에서 바라본 독도. 사진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독도전문연구센터 제공, 연합뉴스 일본 네티즌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사실 알고 보면, '독도'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독도가 자신들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억지 주장이 동해상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억지로 진화한 것입니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km)까지의 수역을 뜻합니다. 따라서 독도가 자국 땅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일본은 배타적 경제수역 또한 독도를 포함해 선을 그어놨습니다. 이 선은 동해상에서 한일 양국 사이에 합의된 적 없는 일방적인 선입니다. 일본이 홀로 주장하는 EEZ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통과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역인 영일만 앞바다로 이어져 있습니다. 일본은 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표기한 지도를 자국 해상보안청 사이트에 공식적으로 올려놨습니다. 또,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도 해당 지도를 수록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독도는 일본 땅이고,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독도를 포함한 영일만 앞바다 쪽을 포괄하고 있다고 배웠으니 앞서 보신 것처럼 석유는 '일본 자원'이라고 황당한 댓글을 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걸음 더 취재진은 일본 해상보안청 사이트에 올라온 배타적 경제수역 지도를 확인해 봤습니다. 또,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석유 매장이 추정되는 곳인 6-1광구와 8광구의 정확한 지도를 받았습니다. 이제 이 두 지도를 하나로 포개봤습니다. 대한민국의 두 광구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 선에 일절 걸치지 않았습니다. 6-1광구, 8광구는 명백하게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EEZ 안에 있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과거 한일 양국은 1974년, 제주도 남쪽의 7광구를 공동 개발하는 구역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역시 석유 매장이 유력한 곳입니다. 한일 양국의 합의는 1978년에 발효돼 오는 2028년 유효 기간이 끝납니다. 양국은 내년 6월 이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는데, 1970년대 이후 일본에 국제법 환경이 유리하게 바뀌어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7광구는 일본의 일방적인 배타적 경제수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일만 앞바다의 6-1, 8광구는 전혀 다릅니다. 일본 네티즌들이 한국의 석유 관련 발표에 '숟가락'을 얹을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이번 석유 탐사와 관련해 일본과의 분쟁 소지는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거리'만 따질 뿐, 깊은 바다인지 얕은 바다인지 수심을 따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EEZ 안쪽에 석유가 있다면 대한민국 국경 안에 있는 것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우리나라 상공에 날린 풍선 말입니다. 풍선에는 오물이 담긴 비닐봉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봉투 속에는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이 묵직한 쓰레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다가 풍선이 터지면서 추락했습니다. 풍선이 일부만 터졌을 때는 오물 봉투가 서서히 땅으로 떨어져 시민들이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하얀 풍선 사진이 그렇게 보도됐습니다. 반면 풍선 여러 개가 공중에서 한 번에 터지면 오물 봉투는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무슨 상황인데? 떨어지는 오물 봉투는 타격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행히 사람 없는 공터에 떨어진 경우도 많았지만, 외부 주차장의 차량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서울 신정동에서 그랬고,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서도 오물 봉투가 차량을 덮쳤습니다. 두 곳에서 모두 차량 앞유리가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차량 앞유리는 파편이 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추가 피해는 없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박살난 차량 바로 앞으로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오물 봉투가 사람에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그런데 비닐봉투가 떨어져서 차량 유리가 깨진다? 사실 이상해 보입니다. 차량 유리가 웬만해서는 잘 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면 유리 대신 손이 골절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벽돌을 던져도 쉽사리 박살나지 않는 게 바로 차량 유리입니다. 쉽게 깨지고, 파편이 튀면 탑승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유리들입니다. 그런 단단한 유리가 북한이 날린 비닐 봉투에 깨진다니,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집니다. 봉투가 떨어질 때의 충격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요? 부경대 환경대기과학전공 신지훈 교수가 분석했습니다. 오물 봉투의 표면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1제곱미터로 가정했습니다. 표면적을 알아야 공기 저항을 고려할 수 있고, 봉투가 바닥에 충격할 때의 최종 속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충격 에너지를 계산하려면 오물 봉투가 몇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풍선이 대략 3천 미터 안팎의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온다고 했습니다. 남은 것은 오물 봉투의 무게입니다. 북한은 김강일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쓰레기 15톤을 각종 기구 3,500여 개로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1개에 대략 4.3kg 정도인데, 사실 무게도 저마다 다르고, 실제로 수거된 오물 풍선은 대략 5kg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봉투 무게는 5kg으로 가정했습니다. 신지훈 교수는 3천 미터 고도에서 떨어지는 오물 봉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 공기 저항을 받으면서 초속 13미터의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한 걸음 더 그렇게 구한 충격 에너지는 423줄에 달합니다. 투수가 야구공을 140km/h로 던질 때 에너지가 106줄 정도라고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북한의 오물 봉투는 140km/h 강속구 4배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2kg짜리 벽돌을 아파트 8층에서 떨어뜨렸을 때, 그리고 1kg짜리 화분을 15층에서 떨어뜨릴 때의 위험천만한 운동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오물 봉투 속 쓰레기가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겠지만 423줄은 차량 앞유리를 한 번에 박살낼 정도로 큰 에너지인 셈입니다. 물론 오물 봉투의 부피와 고도 등 가정이 많기에 에너지는 그보다 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차량 앞유리가 파손된 피해 차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쓰레기 투척인 줄 알았는데, 차량이 파손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요. 저 또한 그 에너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북한이 풍선을 날리면서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주민들에게 재난문자가 발송됐습니다.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라는 문구가 포함돼 적절성을 놓고 논란도 일었지만, 재난문자가 발송된 것 자체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사람이 맞을 경우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안상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추, 즉 목에 있는 척추가 꺾이면서 그 안으로 지나가는 척수가 손상을 받으면서 사지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봉투에 담긴 단단한 물건이 머리에 강한 충격을 준다면 두개골이 골절되거나 뇌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안 교수는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인명 피해는 단순한 오물 문제를 넘어서 남북 관계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일입니다. 북한이 날린 풍선 가운데 우리나라 상공에서 식별된 것은 지난 두 차례에 걸쳐 1천여 개에 달합니다.
교차로 정지선 직전에 들어온 황색등. 여러분은 어떻게 운전하시나요? 그냥 지나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신호위반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신호위반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경찰도 황색등에 지나갔다고 일률적으로 단속하지는 않습니다. 황색등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이니까요. 그렇다고 멈추자니 걱정입니다. 뒤따라오는 차량이 들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갈지 말지 결정하기 힘든 딜레마존. 여기서 급제동했다가 추돌 사고가 나는 영상이 유튜브에 수두룩합니다. 신호위반 교통사고의 77%가 황색등 진입으로 인한 사고로 추정됩니다. 무슨 상황인데?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입니다. 경기도 북쪽에 넓은 연구 부지가 있습니다. 드넓은 땅에는 실제 도로와 신호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녹색등은 20초간 들어옵니다. 그다음 황색등, 적색등이 순서대로 켜집니다. 여기서 대체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있을까요. 실험용 차량이 50km/h로 달렸습니다. 차량이 정지선에 거의 다다랐을 때, 분명 녹색등 20초가 다 됐는데 황색등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운전자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상한 일입니다. 차량은 교차로를 안전하게 통과했습니다. 녹색등은 23초간 켜졌습니다. 원래 20초인 녹색등이 3초 연장된 것입니다. 비밀은 신호등 위에 달린 '레이더 검지기'에 있습니다. 검지기는 교차로 쪽으로 달려오는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계산합니다. 차량이 정지선에 너무 가까울 때 갑자기 황색등이 들어올 것 같으면 신호등이 녹색등을 1~3초가량 살짝 연장해 주는 것입니다. 교차로 딜레마존은 이렇게 기술적으로 삭제됐습니다. 운전자는 녹색등이 길어진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황색등에서 갈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은 아닙니다. 미국의 일부 교차로에 이미 적용된 신호등입니다. 미국에서는 황색등에서 멈추는 게 기본이지만, 급제동이 위험하면 교차로를 그냥 통과하도록 허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딜레마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신호등을 개발해 도로에 적용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나타난 효과는 유의미합니다. 신호위반은 이전과 비교해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제동거리가 긴 대형 차량은 신호위반이 무려 80% 줄었다고 건설기술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이 신호등을 언제 볼 수 있을까요? 우선 시범운영이 필요합니다. 연구원은 평택경찰서와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말 평택 포승읍의 한 교차로에 설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평택당진항을 오가는 대형 차량이 무척 많이 다니는 곳입니다. 시범운영은 최소 1년 이상 필요합니다. 시범운영 결과 효과와 비용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한다면 이르면 2026년부터 이 똑똑한 신호등을 다른 도로에서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레이더 검지기는 특히 흥미로워서 좀 더 설명드립니다. 레이더를 쏜 뒤, 차량에 부딪혀 돌아오는 레이더로 위치와 속도를 측정한다는 점이 꼭 박쥐 같습니다. 돌아오는 신호의 개수를 파악해 일반 차량인지 아니면 트럭이나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인지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형 차량은 제동거리가 길어서 딜레마존을 그만큼 길게 적용해 준다고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신호등 위에 달린 시커먼 감지기가 꽤 스마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시속 50km의 차량이 정지선으로부터 50m 안에 있을 경우에는 녹색등을 1~2초만 연장하면 교차로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설치비용도 궁금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장진환 연구위원은 검지기가 이미 설치돼 있는 이른바 '스마트 교차로'에는 추가 비용 없이 소프트웨어 신호제어 알고리즘만 바꾸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지기가 없는 신호등에는 100~500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한 걸음 더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녹색등 시간 연장 기술. 당장 나오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교차로에서 '꼬리물기'를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장진환 연구위원은 차량들이 교차로에서 느린 속도로 꼬리물기를 할 때는 녹색등이 당연히 연장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꼬리물기가 아니더라도 차량이 시속 30km 정도로 서행할 때도 녹색등 시간이 길어지지 않습니다. 정지선이나 교차로 앞에서 충분히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녹색등 시간이 1번 연장되고, 뒤따르는 차량에 또 1번 연장되고, 계속 이렇게 반복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는 의문도 있습니다. 연구원은 신호등에 설정된 '최장 녹색등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결국 황색등으로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녹색등이 30초, 최장 녹색등을 35초로 설정했다면, 35초에 정지선 직전을 통과하는 차량에는 시간을 더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 신호등도 딜레마존 문제를 100% 해결해주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또 다른 대안과 한계 딜레마존 문제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대안이 있습니다. 황색등 딜레마존을 다룬 최근 SBS 보도에 가장 많이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호등 위에 녹색등 잔여 시간을 표시하는 장치, 이른바 카운트다운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카운트다운 신호등을 시행하는 국가들이 있는데, 우리도 녹색등이 몇 초 남았는지 운전자에게 알려주면 황색등 교차로 진입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라는 의견이 무척 많았습니다. 카운트다운 신호등은 사실 전국 4곳에서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범운영 중입니다. 의정부역 서부교차로, 대구 달성군 주단교차로, 천안 현대자동차 북부지점 사거리, 그리고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사거리 신호등에 카운트다운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효과는 있을까요? 취재진이 의정부역 서부교차로에서 1시간 동안 살펴봤습니다. 몇 초 뒤에 황색등이 들어오는지 정확하게 나타났지만, 황색등 진입 차량이 총 16대에 달했습니다. 2~3초 남았을 때 미리 속도를 줄여 정지선에 멈춘 차량은 흔치 않았습니다.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단은 카운트다운 설치 뒤 2주와 4주가 지난 시점에서 교차로 통과 차량을 분석했습니다. 황색등에서 교차로를 통과한 신호위반 차량은 카운트다운 설치 직후엔 '반짝' 줄었지만, 이후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카운트다운 설치 뒤 황색등에서 통과하는 속도 또한 증가했습니다. 카운트다운 숫자와 무관하게 황색등이 켜졌을 때 붕~ 하면서 좀 더 빠른 속도로 교차로를 지나는 차량이 여전히 많다는 뜻입니다. 취재진이 교차로를 지켜본 결과가 딱 그랬습니다. 경찰은 신중한 입장입니다. 카운트다운 신호등에 대한 중간 평가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경찰청은 "도로교통공단에서 해외 입법례와 교통사고 예방 실효성 등을 토대로 시범운영에 대한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카운트다운 설치 뒤 4주에 대한 연구만 이뤄진 상황이므로 좀 더 장기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딜레마존을 없애주는 새로운 신호등과 카운트다운 기술 모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이 이미 밝힌 대로 도로교통법상 황색등 규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 운전자가 정지선 직전 들어온 황색등에서 교차로에 그대로 진입했습니다. 하필 교차로 좌측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 2대는 도로 구조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량은 오토바이와 그대로 충돌했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대법원은 1, 2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앞선 1, 2심에서는 운전자가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무죄가 선고된 바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대법원의 판결은, 설령 정지선 직전에 황색등이 들어왔다고 해도, 또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거리 때문에 정지선 전에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해도, 운전자가 교차로 직전에라도 어쨌든 멈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입니다. 정지선을 지나, 횡단보도를 지나, 그다음 교차로가 나오는데, 그 교차로 전에는 멈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결 내용이 보도되자 많은 운전자들이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많은 운전자들의 얘기처럼, 황색등에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녹색등에서 황색등으로 대체 언제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교차로 횡단보도에 설치된 카운트다운 숫자를 보면 '곧 황색등으로 바뀌겠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차로도 많습니다.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은 교차로 진입 전부터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좀 더 조심스럽게 운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전운전을 해도 이른바 '딜레마존'(속도를 줄여 정지선 전에 멈춰야 할지, 그냥 지나가야 할지 운전자가 판단하기 힘든 구간)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교차로에 다가가도, 규정 속도를 준수하면서 교차로에 다가가도, 정지선 코앞에서 들어오는 황색등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차량이 수두룩합니다. 대법원 판결대로 교차로 전에서 어떻게든 멈추겠다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이 교차로 중간에 서거나, 뒤따라오던 차량과 추돌 사고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을 많은 운전자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멈추자니 위험하고, 가자니 신호 위반이 되는 딜레마 구간입니다. 특히 버스기사들의 경우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습니다. 차량이 무거울수록 대개 제동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버스가, 교차로 직전 황색등에서 급제동을 하는 것은 무척 위험합니다. 기사들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승객들 다 넘어져서 위험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버스뿐만 아니라 제동 거리가 긴 대형 차량의 경우에도 교차로 중간에 설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승용차도 교차로 직전 황색등에 급제동했다가 뒤에서 오던 차량이 들이받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을 지키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셈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는 황색등의 정의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 직전에 정지해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해야 한다." 45년 전인 1979년에 규정된 황색등의 뜻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황색등이 들어온 그 순간! 차량 위치가 교차로에 진입한 상태가 아니라면, 정지선이나 횡단보도를 지났더라도 반드시 교차로 직전에는 멈춰야 합니다. 대법원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 위반"이라고 판단한 법적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황색등에서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의 운전자에게 신호 위반이 인정됐습니다. 1, 2심에서는 불가피성을 인정한 무죄 판결이 종종 나오지만, 대법원은 현행 황색등 규정에 따라 일관된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황색등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합니다. 취재진의 질의에 경찰청은 "국제적인 기준인 비엔나 협약에 따라 황색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경찰이 언급한 '비엔나 협약'은 도로 신호에 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입니다. 많은 국가가 비엔나 협약에 가입했거나 그 협약을 준용해 도로 신호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비엔나 협약에 가입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 협약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황색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경찰청 입장입니다. 비엔나 협약에는 황색등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을까요? 한 걸음 더 비엔나 협약에는 황색등에서 "신호등 혹은 정지선 앞에서 멈추지 못할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차량도 신호등이나 정지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즉, 황색등에서 멈추는 것이 기본이지만, '예외 규정'을 둔 것입니다. 차량이 정지선 바로 앞의 '딜레마존'에 있을 때입니다. 그럴 때는 교차로를 그대로 통과하는 것이 옳다는 게 경찰이 언급한 비엔나 협약의 내용입니다. 협약에 따라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 유럽연합 회원국 상당수도 그렇고, 미국과 영국, 일본, 호주까지 황색등에서 교차로를 합법적으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경찰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의 황색등은 비엔나 협약의 그것과 다릅니다. 도로교통법에는 "차량이 정지선에 매우 가까운 경우" 운전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지선 코앞에서 황색등이 들어왔을 때라도 교차로에 진입하면 법적으로 신호 위반입니다. 도로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만연한 불법 행위인 셈입니다. 그럼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찰청은 전국 도로에 설치된 신호 위반 단속카메라를 그렇게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경찰은 황색등 진입은 그냥 두고, 적색등 진입부터만 단속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경찰이 누구보다 운전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황색등 진입을 단속하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찰은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판결대로 신호 위반은 맞지만, 경찰은 차마 단속조차 못하는 현실. 우리 황색등 규정은 그만큼 현실과 괴리되어 있고, 사실상 사문화된 수준입니다. 결국 경찰청은 전문가와 함께 황색등 규정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취재진에게 알려왔습니다.
지난 5월 7일, 한 아파트 주차장의 방문자 입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차량에서 운전자가 내렸습니다. 운전자는 동승자와 함께 자리를 그냥 떠났습니다. 차량은 그렇게 그날 새벽부터 주차장 입구를 막았습니다. 운전자는 입주민으로 등록된 사람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차량은 등록 차량이 아니었습니다. 주차 차량 등록 문제로 관리사무소와 갈등을 벌여오다, 방문자 입구의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홧김에 차량을 그냥 주차하고 떠나버린 것입니다. 속칭 '주차 빌런'이 또 나타난 것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주차 빌런'의 등장, 관리사무소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인천서부경찰서 형사팀이 출동했습니다. 차량으로 주차장 입구를 막고 떠난 사건. 경찰은 현장을 둘러보더니, 사유지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일단 입주민과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강제 조치 이전에, 어떻게든 차량을 스스로 빼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의 요청에 따라 경찰은 해당 입주민의 집 앞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입주민은 집에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시간은 계속 흘러갔습니다. 경찰은 결국 운전자 휴대전화로 차량을 즉시 빼지 않을 경우 '견인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운전자는 계속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주차장 입구를 막은 지 벌써 13시간째. 지금부터는 과거의 '주차 빌런' 사건들과 전혀 다릅니다. 장시간에 걸쳐 운전자와 접촉되지 않자 경찰은 논의 끝에 차량을 견인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사설 견인차를 불렀고, 주차장 입구를 막은 차량을 전격 견인해 경찰서 주차장으로 옮겼습니다. 일반적인 '견인'이지만 경찰이 차량을 '압수'하는 형태였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견인되는 차량을 시민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환호했습니다. 견인 사실을 전한 보도에는 호평 일색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인천서부경찰서는 정말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시네요", "진작 할 수 있었는데. 나라가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지원 좀 많이 좀 해줘라", "해당 경찰관분들 정말 엄지척! GOOD!!!!!!!!! 저런 경찰분들은 존경합니다", "최고의 경찰임. 진작 해야 할 조치 사항임". 최근 들어 경찰을 이렇게 많이 칭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시민들의 호평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구청은 매번 사유지라서 견인을 못한다고 하고, 경찰은 괜히 차량에 손댔다가 사유재산을 건드려 재물손괴죄로 고소당하는 걸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차량으로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아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 거기에 공권력이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이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8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이 차량으로 주차장 출입구를 7시간 동안 가로막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처럼 역시 사유지였습니다. 구청도 경찰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은 위법 행위에 눈을 뜨고 피해만 봐야 했습니다. 결국 경찰 대신 주민이 직접 나섰습니다. 성난 아파트 주민들이 주차된 차를 강제로 밀어 출입구를 힘겹게 확보해야 했습니다. 분명 불법 행위였는데, 공권력은 행사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인천 논현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차량이 주차장 출입구를 막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빌런'의 불법 행위는 무려 1주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유는 늘 같았습니다. '사유지'라서 손을 못 댄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가 반복적으로 알려지면서 사유지에 '주차 테러'를 해도 구청과 경찰은 어쩌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번에 견인된 차량의 운전자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한 걸음 더 이번에는 대체 뭐가 달랐을까요? 범죄 행위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차를 대고, 기어를 P에 놓은 뒤 홀연히 떠나는 것은 동일합니다. 달라진 것은 경찰의 법 해석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 216조 3항에 따르면 "범행 중 긴급을 요해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는 경찰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인천서부경찰서 김종태 형사1과장은 바로 이 조항에 근거해 차량을 견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의 이런 법 해석에는 인천 송도 아파트 사건, 논현동 상가건물 주차장 사건의 판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자들은 주차장 출입구를 막았다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를 막아 벌금형이 선고된 판례가 있습니다. 모두 '업무방해죄'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즉, '주차 빌런'들이 줄줄이 기소돼 업무방해죄로 유죄가 나오는 판례가 쌓이면서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차량으로 주차장 출입구를 막은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업무를 방해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고, 그러한 범죄가 13시간째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형소법에 따라 해당 차량을 '압수'한 것입니다. 경찰은 차량을 먼저 압수한 뒤 법원으로부터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경찰이 주차 테러 행위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의미도 매우 큽니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량은 압수되었기 때문에 이제 차주가 나타나도 검찰 지휘 없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경찰은 사설 견인업체에 지불한 견인 비용을 운전자에게 구상권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또 '주차 빌런'이 나타났고, 애꿎은 시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이제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한 게임회사에서 담배 피우는 시간, 커피 마시는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서 뺀다고 해서 논란입니다. 직장인들이 흔히 '담타'라고 줄여서 부르는 그 시간입니다. 담배 한 대 피웠다고 근로시간에서 무조건 빼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은 사무실을 출입할 때 사원증을 태그하는데, 그 사원증 찍는 시간을 기준으로 15분을 초과하면 근로시간에서 자동으로 제외한다는 겁니다. 무슨 상황인데?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제한 시간 '15분'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담배 피우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흡연실이 사무실 코앞도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왔다 갔다 걷는 시간도 필요한데, 15분 넘으면 근로시간에서 뺀다고 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조급해지겠죠. 웬만하면 15분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늦으면 사무실로 뛰어서 들어간다고 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런 게임회사의 사연이 알려지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담배 한 대 갖고 너무 야박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비흡연자와 비교해 자리 비우는 시간이 길고 '한번 나가면 함흥차사'인데 근로시간에서 빼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런 의견 차이는 본인의 흡연 여부에 따라 갈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좀 더 설명하면 사실 회사 입장에서 담배 타임, 커피 타임을 관리하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담배 피우는 시간이 무작정 길어지는데, 그 시간이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면 나중에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담배 타임 15분 룰'은 이렇게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흡연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할 것이냐'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함께 직장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가 카드뉴스를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당시 카드뉴스를 보면 "근무 중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커피를 사기 위해 자리를 비울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대해 노동부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한 걸음 더 "담배 피우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카드뉴스는 지금도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그럼 15분 이상의 담배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빼는 게임회사, 이건 근로기준법 위반 아닐까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부는 취재진 질의에 꼭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흡연 시간과 장소, 취업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근로시간에 대한 입장이 지난 정부 때와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노동부는 2018년 카드뉴스에는 "근무 중 잠깐" 피우는 담배라고 해놨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명시한 건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제 직장인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 중 '잠깐'이라니요? '잠깐'이 대체 몇 분인지 직장인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몇 분의 흡연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게 맞는지, 그 기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근로기준법과 법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없고, 흡연 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를 놓고 소송이 벌어진 적이 없어 판례도 없다고 노동부는 설명했습니다. 게임회사가 '15분'으로 정해놓은 것은 회사 재량일 뿐입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근로시간에서 빼는 기준을 15분보다 더 짧게 정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슈의 핵심 -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만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경비원의 근로시간을 두고 벌어진 법적 다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경비원이 야간 당직을 서면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의식이 반쯤 깨어 있는 상태의 옅은 잠, 이른바 '가수면'을 취했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비원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과 수면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완벽하게 해방됐는지가 근로시간 인정 여부의 핵심입니다. 직장인이 야근할 때도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고, 잠깐 잘 때도 있지만, 일 생기면 바로 투입돼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취재진은 노무사 8명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8명 가운데 6명이 흡연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게 옳다고 응답했습니다. 이훈 노무사는 "흡연 시간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부가적인 시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으며, 권남표 노무사는 "사무실에 더 오래 앉아 있으면, 더 일을 잘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요한 노무사는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다른 노무사는 케이스마다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했으며, 또 다른 노무사는 "일반적인 사무직 근로자는 흡연 시간을 대기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휴게시간으로 보는 게 옳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 게임회사 측은 직원이 15분 이상 자리를 비웠더라도,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소명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원이 사내 전산망을 통해 15분 이상 자리를 비웠지만 일을 했다는 취지로 결재를 올리면 근로시간에 넣어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5분 이상의 흡연 시간을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회사와 직원이 업무 관련성을 소명해야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회사는 전혀 다릅니다. 해당 게임회사에는 최근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알코올이 없는데 취하는 술이 있다?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술, 그래서 숙취가 없는 술이 있다고 합니다. 진짜일까요? 주변에 그런 술이 있다고 얘기하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올해 들었던 얘기 중에 가장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 제품은 비록 알코올은 없지만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술과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바로 영국에서 만들어진 '센티아(SENTIA)'라는 제품입니다. 알코올이 아닌 대체 물질로 우리 뇌를 자극해 마치 취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센티아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술의 빛깔에 따라 '블랙'과 '레드' 제품이 있습니다. 성분도 약간 다릅니다. 블랙 제품을 마신 사람은 진짜 술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다소 흥분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검은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반면 레드 제품은 탁한 자주색입니다. 블랙과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의 자리에 좀 더 어울리는 술이라고 제조업체는 설명합니다. 영국의 한 주류 판매 사이트에서 찾아봤더니 블랙은 품절, 레드는 주문 가능했습니다. 3병을 주문했고, 나흘 만에 배송을 받았습니다. 취하긴 취했는데…음주운전일까 아닐까 취재진이 센티아를 주문하기 전, 벌써 정보 빠른 일부 유튜버들은 이 술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음주 단속에 걸리지 않는 술'이 나왔다는 내용의 쇼츠 영상도 있고, 술을 직구해 직접 마셔보는 영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이미 여러 소비자들이 센티아를 마시고 그 느낌을 얘기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다수 공개한 상태입니다. 취하긴 취한다고 하는데 정작 알코올은 없다는 술, 당장 음주운전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마시고 운전대를 잡으면 음주운전일까요, 아닐까요? 처벌은 받게 될까요? 경찰 단속은 가능할까요? 만약 센티아를 마신 뒤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 처벌은 받게 될까요? 술을 직구하는 것은 가능한 상태인데, 확실한 것이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센티아를 직접 구입해 팩트체크에 나선 이유입니다. 우선 향기와 맛을 확인해봤습니다. 뚜껑을 열고 잔에 따른 뒤 향을 맡아보니 허브 향기가 난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향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얼음에 섞어 맛을 봤습니다. 사람에 따라 달랐지만 먹을 만하다는 반응도 있었고, 한 모금과 동시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약을 먹는 것 같다', '약을 먹는 것처럼 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센티아를 반 컵 정도만 마셔도 10분에서 15분 만에 정신이 다소 몽롱해진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음주측정기를 불면 어떻게 될까요? 직접 테스트 해봤습니다. 음주 상태에서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를 개발한 '㈜디에이텍'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소주 약간을 물에 희석해 마신 뒤 차량에 부착된 측정기를 후! 하고 불었습니다. 곧 경보음과 함께 음주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안내 문구가 떴습니다. 차량 시동은 당연히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주를 딱 한 뚜껑만 마신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장치는 정교하게 작동했습니다. 알코올 없는 술로 비교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얼음컵에 센티아를 부어 마신 뒤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차량 측정기에 후! 하고 불었습니다. "Test result approved", 음주 테스트에 통과했다는 안내 문구가 떴습니다. 차량 시동 버튼을 누르자 부릉! 하고 정상적인 시동이 가능했습니다. 차량에 부착된 측정기는 음주 검사에 대한 '합격/불합격'만 나올 뿐, 정확한 측정값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장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하면 시동이 걸리기 때문에, 미량의 알코올 성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센티아를 마신 상태에서 정밀한 휴대용 측정기로 2차 측정에 들어갔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BAC) 측정값은 0.000%로 나타났습니다. 알코올이 0%인 제품이므로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내심 수치가 좀 나오지 않을까 불안했던지, 0% 측정값을 보고 안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센티아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지만, 경찰이 음주측정기로 이를 단속할 수 없고, 처벌도 할 수 없는 셈입니다. 사고를 내면 음주운전처럼 가중 처벌도 못합니다. 영국 경찰에도 센티아를 마신 운전자를 단속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즉답을 피했습니다. 아마 우리 경찰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논란의 그 술…무슨 성분이 들어간 걸까 센티아는 알코올이 없으므로 현행법상 엄밀히 말하면 술은 아니지만,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술이기도 합니다. 알코올을 대체하는 성분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걸 마셔본 사람들은 '한약' 냄새가 난다면서 맛이 쓰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데이비드 넛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교수는 센티아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문헌들을 뒤져 식물 성분을 조합한 결과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한의사와 함께 이 제품의 성분 표기를 자세히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김정국 한의사는 센티아의 성분 표기를 확인한 결과 네 가지의 한약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박(magnolia officinalis L), 감초(Glycyrrhiza glabra), 산사(Crataegus spp.), 그리고 진교(Gentiana lutea) 등 네 가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우리나라 한의사들이 실제로 처방하는 약재들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피나무'와 '돌꽃'처럼 한약재로 쓰지 않는 식물 재료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에는 해당 재료명만 표기되어 있을 뿐, 그 함유량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김정국 한의사는 이 가운데 '후박' 성분이 술을 마셨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음주 단속 안 걸리는 술', 앞으로도 구입할 수 있나 후박은 원래 소화 계통에 좋은 약재라고 합니다. 한의사들이 체한 사람한테 처방할 때 사용하는 유익한 약재입니다. 하지만 이 성분이 포함된 식품이나 약을 수입하면 오남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식약처는 후박을 함유한 21개 제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해왔습니다. 그런데 센티아는 21개 목록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관세청이 수많은 직구 식품들을 성분표까지 일일이 봐가며 통관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요. 결국 아무런 제약 없이 센티아가 수입되고 국내에서 '음주 단속 안 걸리는 술'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식약처는 SBS 취재와 동시에 센티아를 국내 반입 차단 제품 목록에 올렸습니다. 후박을 함유해 국내 반입이 차단된 제품은 이제 총 22개가 되었습니다. 관세청은 식약처로부터 센티아(제품명: Sentia Gaba Spirit)의 국내 반입을 차단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이 제품을 직구로 들여올 경우 통관 단계에서 제품명으로 자동 검색돼 걸러지게 됩니다. 외국 여행자가 소량을 직접 가져올 때는 여행 통관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철저히 검사해 차단하겠다고 관세청은 설명했습니다. 센티아가 확인되면 곧바로 반송 혹은 폐기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