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요한데?
지도자는 '말'을 통해 통치합니다. 언론 인터뷰 역시 지도자의 통치 행위 가운데 하나로, 언론 인터뷰 메시지를 통해 지도자 자신의 비전과 통치 철학을 보여주며 국민과 소통합니다. 특히, 외교 현안과 관련된 인터뷰는 다른 나라들에 메시지를 보내는, 유서 깊은 국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합니다.

만일 언론이 지도자의 메시지를 왜곡해 보도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기사인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습니다. 발언 원문이 의도와는 달리 실렸거나, 혹은, 국내 언론이 이를 오역했다면 국제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가 시급한 사안이라고 봤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미셸 예희 리 기자는 국민의힘 논평이 나온 바로 다음날인 25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오역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 녹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대통령 발언한 녹취록 원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올린 겁니다.

위 발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기사화 됐습니다.

저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어떤 일[을 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들[일본인들]이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결단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 설득의 측면에서, 저는 제 최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

- 워싱턴포스트, Ukraine, China main focus as South Korean president visits White House, 4월 24일 자.

한 걸음 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리 기자의 트위터를 보고, 리 기자에게 다시 한번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최근 논란에 대해 무엇이 맞는지 판단해 주길 바랐습니다. 미셸 리 기자는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이 공식 코멘트를 보낼 테니 참고해 달라고 했습니다.

30분 뒤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에서 다음과 같은 짧은 답변이 왔습니다.

당신(SBS 사실은팀)의 질문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보도를 (계속) 고수한다고 말씀드립니다.
In response to your question, we stand by our reporting.
-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 메일, SBS 사실은팀의 질문에 대한 답변, 4월 25일.

그러면서 리 기자의 SNS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글자 그대로 적은 것이라며, 리 기자의 SNS 내용도 함께 보라고 다시 한번 부연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은 유상범 의원의 주장이 잘못됐다, 혹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명확히 판단해 답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리 기자가 공개한 인터뷰 원문을 보면 주어가 '저는'이라고 돼 있다, 그리고 기사에는 "I can't accept"이라는 표현을 썼다, 결국, 이렇게 표현한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보도를 계속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논평을 쓴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사실관계 확인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릎 발언' 오역 논란은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결국 '무릎 발언' 논란을 엄호하기 위한 당 차원의 지원 사격은, 되레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대통령실은 표현을 놓고 옳다 그르다 다투기보다 대통령 발언의 배경과 진의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중요하단 취지로 강조한 것",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는 마당에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과 국익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는 해명이 나왔습니다.

여권에서는 미국 순방 성과 대신 '일본 논란'만 남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의 국빈 방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최대 외교 이벤트나 다름없는데, 방미길에 오르는 날까지 무릎 발언 얘기가 계속 나오는 까닭입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기사가 나왔던 24일부터 26일 오전 11시까지 '윤석열 대통령'으로 검색된 기사는 2,477건이었는데, 연관성이 가장 높은 키워드는 '국빈 방문'(가중치 42.2)이었고, 김건희 여사(가중치 17.43), 그다음이 워싱턴포스트(16.85)였습니다. 그 뒤로 정상회담, 확장억제, 한미동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방미의 주요 어젠다보다 워싱턴포스트의 비중이 더 많다는 얘깁니다.

'윤석열 대통령' 검색한 기사 2,477건(24일~26일 오전 11시 기준)의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결국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일 겁니다.

12년 만에 미국 국빈 방문의 성과, 과연 그 성적표는 어떨까요.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지켜보고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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