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 거짓말과 먹튀
거짓말이 되어 버린 김 전 의장 발언은 사실 약해 보입니다. 어디 도망가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전 의장은 2022년에도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책임을 지고 또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툭하면 해외 출장을 핑계로 국감장에 불참하는 ‘회장님’들에 비하면 낫다고 봐야 할까요.

정작 상당수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건 카카오 임원진의 거짓말과 ‘먹튀’ 논란입니다. 2021년 12월,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해 임원진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 주를 팔아 900억 원을 현금화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29% 폭락했습니다. ‘먹튀’ 논란에 카카오 전체가 위기에 빠지자 2022년 2월 남궁훈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카카오 신임 대표로 취임하며 “카카오 주가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겠다”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시장은 남궁 전 대표가 주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궁 전 대표가 카카오 주가가 5만 원 대이던 올 상반기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여 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상근 고문인 남궁 전 대표는 이달 말 카카오를 떠납니다.

언론은 어느 순간 ‘먹고 튄다’는 멸칭에 가까운 ‘먹튀’라는 말은 카카오에 참 쉽게 사용하곤 합니다.

한 걸음 더 - 오만

여론이 비판하면 교언영색 사과로 순간을 모면하다, 얼마 후 다시 비슷한 행태를 반복하는 게 지금까지 카카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어떤 수위 높은 비판도 무뎌졌는지 카카오는 한 걸음 나아가 오만하게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에서 펼쳐지던 올해 2월과 3월. 금융감독원은 지속적으로 “공개 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위가 있었다면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월 16일, 하이브는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기타 법인(이제 와서 보니 카카오와 관련된 회사들)이 SM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는데, 2월 말과 3월 초에는 아예 카카오가 공개적으로 대량 매집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금감원이 사실상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는데, 카카오가 ‘공개적으로’ 무시를 했던 겁니다.

좀 더 내다보면 - 탐욕과 거짓말, 그리고 오만의 대가
여론과 대중, 투자자 심지어 사정기관까지 기만하며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온 카카오는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먼저, 신사업 추진이 한동안 막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금융위원회가 시세조종 의혹을 이유로 지난 5월부터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사업 등에 대한 심사를 미루고 있습니다. 카카오 그룹 전체 미래 먹을거리를 담당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돼 올스톱 상태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계열사 상장 불투명입니다. 당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공개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됐습니다.

김범수 전 의장은 재판까지 각오를 해야 될 걸로 보입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범수 전 의장은 구속을 피하는 게 당면 과제지 기소를 피하는 건 선택지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금감원이 사실상 공개 소환을 한 마당이라 김 전 의장이 기소의 칼날을 피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카카오의 더 큰 대가는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김 전 의장 소환 조사 다음날 ‘카카오 법인 처벌’을 선전포고처럼 공언했습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을 뺏겠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은행 대주주가 경제 범죄로 처벌받으면 지분 10% 초과분을 팔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만 받아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 초과분을 팔아야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원장은 “단순 과징금이라든가 벌금이 아니라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기업적, 경제적 구조를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회 정의”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시세조정’이 사실로 드러나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자체도 인정받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카카오와 SM엔터 사이 기업결합을 심사 중입니다. 물론 공정위의 심사는 시장 ‘독과점 여부’를 살펴보는 거라 ‘시세조종’과는 거리가 있지만, 불법적 M&A라는 것이 증명되면 정부 기관이 어떡해서든 인수 자체를 막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정부가 아니더라도 여론이 그런 불법적 M&A를 두고 보지 않을 터라, SM엔터 보유 자체가 두고두고 카카오의 리스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제 살을 뜯어먹는 에리시크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에리시크톤(Erysichthon)’이라는 왕이 나옵니다. 탐욕과 오만스러운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다 신으로부터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이란 저주를 받은 왕입니다. 에리시크톤은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뱃속을 달래려 전 재산을 날렸고, 딸을 팔아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그래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자, 에리시크톤은 자신의 몸을 찢어 먹기 시작한 인물입니다. 이런 에리시크톤은 요즘 탐욕스러운 자본주주의 상징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법위를 걷기 시작한 카카오. 임원진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신사업 전체를 떼어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탐욕과 오만스러운 행동을 하다 제살을 뜯어먹는 카카오가 에리시크톤과 겹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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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거짓말, 먹튀, 오만... 어쩌다 카카오는 이런 기업이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