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연락하고, 한 명 더 만나보고, 한 걸음 더 뛰어 한 발짝 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고정현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 포토라인이 그어졌습니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도 하지 못한 ‘재벌 회장 포토라인’을 금감원 특사경(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해냈다고 놀라워했습니다. 그 배경엔 검찰 출신 수장인 이복현 원장 취임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금감원의 ‘혐의 입증 자신감’일 겁니다. 변호인단에서 수차례 출석 시간 변동 등을 요구한 걸로 알려졌는데, 금감원이 이를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룹 총수를 공개 소환해도 뒷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수사 준비가 잘 돼 있다는 뜻인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 순위 15위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이렇게 포토라인에 서며 금감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 탐욕 <혁신의 아이콘에서 탐욕의 상징으로>라는 말도 사실 카카오한테는 공허한 미사여구로 보입니다. 2021년부터 언론에서 카카오를 비판할 때마다 사용한 구절이지만 카카오는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퀵, 꽃배달,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영어교육 등 막무가내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한 카카오는 어느 순간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약탈적 기업의 상징이 됐습니다. 김범수 전 의장은 결국 2021년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채택돼 “저희는 절대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을 거고요”라고 다짐했습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김 의장이 공언했던 2년 전보다 줄긴커녕, 39개 늘어 총 144개가 됐습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일당 5억 원의 '황제노역'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2014년 뒤늦게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가 한동안 들썩였습니다. 어제(19일) "자신의 사위 김 모 판사가 일당 5억 원 판결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허 씨 폭로가 SBS를 통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허 씨는 사위 김 판사가 당시 대주그룹 법정관리를 하던 고위 법관이 좌천되는 데에도 개입했다고 추가 폭로했습니다. 선재성 전 부장판사는 2010년 당시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으로서 대한페이퍼텍과 대한시멘트 등 대주그룹 계열사 2곳을 법정관리하던 중이었습니다.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해 허재호 당시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선 판사에 대한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돼 감찰과 수사를 동시에 받게 됐습니다. 현직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커지면서 사법부는 선 판사를 사법연수원으로 좌천시켰고, 선 판사는 대주그룹 법정관리에서도 손을 떼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 사위인 김 판사가 선 판사에 대한 진정 투서를 직접 관련기관에 넣었다는 게 장인 허 씨의 주장입니다. 다음은 SBS가 입수한 지난 1월 허 씨의 통화 내역 중 일부입니다. 허 씨는 당시 사실혼 관계였던 김 판사의 장모 황 모 씨가 자신에게 해준 이야기라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사위 김 판사는 같은 현직 판사에 대한 진정 서류를 왜 직접 넣었던 걸까. 그 이유에 대해 허 씨는 SBS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뮤제오는 김 판사 부인이 대표이며, 처가가 보유한 회사가 100% 소유한 사실상 처가 회사입니다. 처가 소유 가구 회사에 대해 선 부장판사가 개입해 압류 결정을 내리자, 김 판사가 진정 투서를 제출했다는 게 허재호 씨의 주장입니다. 선재성 전 판사도 당시 압류 결정 직후 김 판사 처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걸 정확히 기억합니다. 김 판사는 대리인을 통해 “허재호 전 회장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상대로 근거 없이 형사고소를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계속 괴롭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악의적인 허위 제보에 기반한 내용”이라고 밝히면서도 “선재성 전 판사 진정을 직접 넣었냐”는 질문 등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위를 향한 허 씨의 연이은 폭로, 그 자세한 육성 녹취는 오늘(20일) 밤 <SBS 8뉴스>에서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디자인 : 방명환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병역 내역을 보도했습니다. 편의상, 2실장 5수석 체제를 '1기 대통령실', 지난해 8월에 2실장 6수석 체제로 개편한 이후를 '2기 대통령실'로 구분했습니다. '1기 대통령실' 소속 고위공직자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2기 대통령실' 병역 내역도 분석해드립니다. 1기: 방위병 27% 군면제 21% 병장만기 전역자 19% 그런데 지난 두 차례 보도에서 유병채 문화체육비서관(현 문화체육관광부 복귀)의 병역 내역이 누락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 전 비서관은 공군에서 3년 간 장교로 복무해 중위로 전역했습니다. 그래서 '1기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병역 통계도 조금씩 수정됐습니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54명 중 여성 등을 제외한 48명의 병역이 공개된 건데요. 가장 많은 수의 병역 이행 형태는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방위병' 13명(27.1%)입니다. 다음은 사실상 군 면제를 받은 인사 10명(질병 7명, 수형 3명 / 20.8%)이고, 병장 만기 전역자는 9명(18.8%)이었습니다. 육군과 공군 장교 출신은 유 전 비서관을 포함해 7명(14.6%)입니다. 현재 장성이거나 장성 출신은 3명(6.2%), 의병 제대 3명(6.2%) 순이었습니다. 장교이긴 하지만 임관과 동시에 전역하는 석사장교 출신은 2명(4.2%)을 기록했고, 산업기능요원 출신은 1명(2.1%)이었습니다. '2기 대통령실'의 가장 큰 변화는 2실장 6수석 체제가 되면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수가 58명으로 늘었다는 겁니다. 직책 이름도 조금씩 바뀌었고, 17자리에서 새로운 얼굴로 교체가 있었습니다. 58명 가운데, 여전히 공석인 2자리(사회공감비서관, 뉴미디어비서관)와 여성 4명(김은혜, 전희경, 강인선, 조성경), 국정원 소속이라 병역 내용이 미공개인 1명(윤오준)을 제외한 51명(5월 9일 현직 기준)의 병역 형태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분석도 하기 전에 교체된 설세훈 전 교육비서관(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따로 전체 통계에서 집계하겠습니다. 2기: 군 면제 22%(11명)로 소폭 상승… 전광삼·김용진, 질병 면제 '2기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중 군 면제를 받은 인사는 11명(21.6%)으로 '1기 대통령실' 10명에서 소폭 상승했습니다. 질병으로 인해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인사가 9명(17.7%)입니다. '5급 전시근로역'은 엄밀히 말하면 '6급 병역 면제'와 다르지만, 전쟁 상황에만 동원되는 인원이라 사실상 군 면제로 받아들여집니다. 기존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 7명이 계속 자리를 지킨 가운데, 전광삼 시민소통비서관과 김용진 대외협력비서관이 각각 요추간판탈출증과 근시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아 추가됐습니다. 특히, 전광삼 비서관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1급 판정이 5급 판정으로 바뀌었는데요. 1986년 1급 '현역병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1987년 기타 사유로 입영일자를 미뤘습니다. 그 뒤, 2차례나 '입영 후 귀가' 판정을 받습니다. 1988년 9월과 12월 각각 '재입영대상' '재신체검사대상'이란 명분으로 '입영 후 귀가'했습니다. 결국 1989년 2월 전 비서관은 질병으로 인한 '5급 전시근로역'으로 확정됩니다. 전 비서관은 "3수를 하느라 입영일자를 1차례 미뤘고, 이후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해 입학했지만 훈련 도중 허리를 다쳐 퇴교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충대에서 2차례 귀가 판정을 받아 결국 재신체검사를 통해 5급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징역형(수형)으로 인한 군 면제는 2명(3.9%)으로 기록됐습니다. 한오섭 국정상황실장과 최철규 국민통합비서관이 수형으로 인한 '소집 면제' 대상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을 하다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2기도 '방위병 형태' 최다 39%… 조태용 안보실장 등 20명 '2기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중 가장 많은 병역 이행 유형은 '방위병'입니다.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을 포함해 20명(39.3%)을 기록했습니다. 기존 '1기 대통령실' 13명에서 7명이 추가된 겁니다. 조태용 안보실장은 '독자'라는 이유로 육군에서 6개월 근무 후 이등병으로 전역했습니다.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과 정용욱 국민제안비서관 역시 집안의 유일한 아들 '독자'를 이유로 육군에서 6개월 근무했습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과 김승희 의전비서관, 연원정 인사제도비서관, 그리고 황성운 문화체육비서관과 이충면 외교비서관은 병장 '만기제대'가 아닌 13~17개월 정도 근무한 뒤 각각 일병이나 상병으로 '복무만료 소집해제'됐습니다. 2실 6수석 체제인 대통령실에서 가장 고위직인 김대기 비서실장과 조태용 안보실장이 모두 방위병 출신인 것이 눈에 띕니다. 6명 수석 가운데 여성인 김은혜 홍보수석과 병장 만기 전역자인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뺀 4명 수석(이관섭, 이진복, 최상목, 안상훈) 또한 방위병 출신입니다. 병장 만기전역 9명 그대로… 장교 전역 절반 넘게 줄어 대통령실 1급 이상 자리가 늘었지만, 병장 만기 전역자 수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2기도 9명입니다. 분모는 늘었는데, 분자가 그대로이니까, 백분율은 더 줄어 17.6%를 기록했습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 기존 5명에 장경상 정무2비서관과 이도운 대변인, 고득영 보건복지비서관, 오석환 교육비서관 등 4명이 새로 추가됐습니다. '1기 대통령실'에서 7명이었던 장교 출신 전역자들은 '2기 대통령실'에서 3명(5.9%)으로 줄었습니다. 기존 임상범 안보전략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어 박범수 농해수비서관이 공군 중위로 전역한 사실이 더해졌습니다. 현역 장성이거나 장성 출신은 3명(5.9%)으로 숫자는 그대로입니다. 신인호 안보실 전 2차장 대신 임종득 현 2차장이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2차장과 2차장 산하 국방비서관,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 세 자리는 계속 직업 군인 출신이 맡고 있습니다. 기타 특수한 사례로 김윤일 미래정책비서관이 '석사장교' 제도를 활용해 육군 소위로 전역했습니다. '특수전문요원'으로 불렸던 '석사장교' 제도는 석사 학위 소지자 중 선별해 6개월 군사 훈련 후 소위 계급으로 임관과 동시에 전역시켰습니다. 그래서 서류상 복무 기간이 '단 하루'입니다. 다쳐서 전역한 '의병 전역자'는 2명(3.9%)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이었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 5년 간 복무한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공익법무관으로 3년 간 복무한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 등이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 방위... 누적 면제자 12명 그러면 1기와 2기를 합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에 임명돼 병역 내역이 공개된 66명의 고위공직자 병역 내역을 종합해 살펴보겠습니다(설세훈 전 교육비서관 포함). 참고로 설 전 비서관은 육군에서 17개월 10일 근무 후 상병으로 복무만료 소집해제됐습니다. 방위병 형태로 전역한 것으로 보입니다. 66명 가운데 사실상 군 면제는 12명(18.2%)입니다. 질병 면제가 9명, 수형 면제가 3명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방위병 형태는 22명(33.3%)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3명 중 1명 꼴로 방위병이었네요. 병장 만기 전역자는 13명(19.7%), 장교 출신은 8명(12.1%), 장성 출신이거나 현직 장성은 4명(6.1%)입니다. 석사장교 2명(3%), 의병 전역 3명(4.6%), 산업기능요원 1명(1.5%), 공익법무관 1명(1.5%)이 있었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습니다. 개각과 함께 대통령실 개편도 함께 단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10일,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이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빈자리를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이 채웠습니다. 현재 정책조정비서관 자리가 비어 있는 거죠. 끝까지판다팀은 이후에도 계속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의 병역 기록을 추적해 보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 : 채지우 ▶ 관련 기사 - 대통령실 병역 대해부 ① - 대통령실 병역 대해부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