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보자는 사람은 많은데 날씨는 춥고, 내 지갑은 얄팍하기 그지없다.

그럴 땐 집에서 노는 게 최고라며 갑자기 친구들이 들이닥친다. 언제까지 치킨에 맥주만 먹을 텐가!? 우리가 쓸 돈이 없지, 센스를 기본으로 탑재한 민족 아닌가.

간단한 ‘조립’ 실력만 있더라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간단한 파티 음식부터, 하나만 있어도 홈 파티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아이템까지, 급격하게 들이닥친 친구들을 놀라게 할 몇 가지 팁을 소개해보려 한다.

돈을 좀 들이더라도 ‘제대로’인 아이템을 구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씹어먹는 가성비 아이템도 있으니, 살림살이를 하나씩 모아가는 즐거움을 알아가면 좋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내 소중한 사람들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것. 혹여 여기 소개된 아이템들이 언감생심,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고 해서 부디 ‘오늘의 나’에 실망하지 말기를 바란다.

분위기를 살려줄 그럴듯한 ‘조명’
우선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럴듯한 조명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다면 이동식 포터블로.

스웨덴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조명은 생각보다 ‘제대로’인 아이템을 구비하는 게 중요하다. 불이 들어오지 않아도 무심히 ‘툭’ 두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고를 때는 색감의 조합이 고급스럽고, 마감처리가 잘 된 제품을 골라야 한다.

분명 같은 공간인데도, 다른 장소가 되는 마법을 보여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따뜻한 주황색(전구색)의 조명 하나가 형광등의 차가운 백색 빛을 대체하는 순간, 사진 한 장을 찍어도 공간의 깊이감이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될 테니 과감히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아이템이다.

내 집(방) 안의 ‘포토존’을 만들어라
인스타그램 등 소셜서비스에서 인기가 많다는 분위기 좋은 카페, 백화점, 호텔의 로비 공간을 유심히 살펴보자. 여지없이 여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다. 그런 공간을 내 집안에 구현해 보는 건 어떨까?

전체 공간을 다 꾸미지 않더라도, 내 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을 찾아 그 장점을 부각해 보는 것이다. 벽면 하나여도 좋고, 코너 한 공간이어도 좋다. 여유가 된다면 물론 남는 방 하나면 더 좋겠다.

예를 들어 햇볕이 잘 드는 큰 창이 있는 집이라면, 창문 앞 공간에 분위기 있는 탁자를 둔다. 탁 트인 언덕 위나 옥탑방이라 전망이 좋다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이케아 가드닝 테이블이나, 캠핑 의자를 두는 식이다.

장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평범한 원룸이라면, 가구나 가림막 커튼으로 임시 벽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모서리(코너)는 있기 마련이니 이런 코너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전시회의 포스터, 엽서, 사진액자라도 붙여보자. 내 집이 아니라 못을 박을 수 없거나, 가구를 살 돈이 없다면, 책이나, 예쁜 와인(맥주)병, 화병이라도 “바닥에 (무심한 듯) 툭 놓거나, 쌓아 둘 수 있다”는 옵션도 있다.

테이블 분위기를 살려줄 ‘와인바스켓’

와인바스켓이 없어? 다이소에서 파는 삼천 원짜리 유리 화병으로도 충분해.

와인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디켄터니, 칠링백(와인을 차갑게 유지해 주는 도구)을 구비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홈파티 테이블은 분위기가 생명! 이럴 땐 삼천 원만 있으면 충분하다.

유리로 된 화병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이소에서 아래 폭은 좁고 입구로 갈수록 넓어지는 유리 화병을 산다. 그 안에 물과 얼음을 넣고, 와인병을 그 위에 비스듬히 세운다. 화병 테두리에 색이 이쁜 티클로즈(행주) 하나를 무심한 듯 툭 걸쳐주면 여기가 홈스토랑(홈 레스토랑)이다. 게다가 평소엔 화병으로도 쓸 수 있다.

플레이팅 킬러템 ‘나무 도마’
분위기 킬러템, 나무 도마 하나만 구비하자. 샤퀴테리 치즈보드도 뚝딱 만들 수 있다.

나는 호주산 ‘캠퍼 도마’를 쓰고 있는데, 5년도 넘게 썼는데도 쓸수록 만족도가 높은 아이템이다. 좀 묵직하면서 큰 걸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다양한 소재와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제일 잘 쓰는 제품은 캐러멜 색의 가로 45cm 세로 23cm 사이즈의 제품이다.

어떻게 쓰냐면, 이 나무 보드 위에 치즈, 잼, 과일과 샤퀴테리(건조육)를 조합하면 치즈 보드를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초콜릿과 아몬드, 땅콩, 크래커, 잼 등을 올려두면 위스키나 맥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그릇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치킨 가라아게나, 립갈비를 얹어둘 수도 있고 연어나 광어회를 올려두면 일식집 못지않은 비주얼이 나온다.

주의할 점으로는 ‘나무 도마를 칼질하는 메인 도마로 혼용해서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칼자국이 나게 되면 관리가 어려워진다. 딱 하나만 사야 한다면 너무 얇거나, 너무 밝은 색이거나, 너무 작은 제품은 제외하자. 이 녀석의 포지션은 냄비 받침 겸 나무 접시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조금 색다른 ‘파티 음식’

그럼 어떤 배달 음식을 시키면 좋을까? 물론 치킨과 맥주는 맛있다. 하지만 조금 색다른 파티 음식을 소개해 보려 한다.

가락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에 락앤락을 들고 방문해 보자. 사장님께 석화와 연어회를 집에서 들고 간 포장 용기에 내용물만 담아달라고 해보자. 그러면 해산물 밑에 깔린 흰색의 꼬불꼬불한 천사채를 받지 않아도 돼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직접 떠온 회를 위의 도마에 올린 뒤 레몬을 썰어 함께 내놓아보자. 밀키트 어묵탕에 무와 파를 넣어 끊여 내는 것도 좋겠다. 조금 귀찮지만, 사장님도 나도 지구에도 좋다.

만약 친구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때를 대비해 ‘트뤼프(송로버섯) 오일’과 ‘발사믹 오일’의 힘을 빌릴 수밖에. 두 개 모두 꼭 구비해 두라고 하고 싶은 식자재다. 살 때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조금 비싸지만 한 번만 구비해 두면 한동안 쓸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이다.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짜파게티를 만든 뒤 마지막 단계에서 트뤼프 오일 한 번만 휘리릭 둘러 내놓아 보자.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감자튀김에 뿌려도 좋다. 발사믹 오일의 힘은 부라타 샐러드를 할 때 발휘된다. 색깔 방울토마토에 부라타 치즈(구하기 힘들다면 모차렐라, 리코타나 페타 치즈로 대신해도 좋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휘리릭 두르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 샐러드를 내놓자.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테이블 매트와 예쁜 그릇
배달 음식이라도 테이블 매트를 깔고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아 보자.

배달 음식을 예쁜 그릇에만 옮겨만 담아도 훨씬 구색 갖춘 요리처럼 보인다. 배달 음식을 그릇에 덜고 배달된 용기는 씻어서 재활용하면 된다.

테이블 매트는 하나 구비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나무 소재의 테이블을 유리 없이 쓰고 있다면 인조가죽으로 된 테이블 매트 하나 구비하자. 청소도 쉽고, 테이블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 킬러템 ‘인테리어 소품’
테이블 위에 꽃병이나 향초, LED 장식 전구를 올려보자. 위트 있는 냅킨의 도움을 받아도 좋겠다.

테이블을 캔버스라고 생각해 보자. 테이블 위에는 반드시 음식만 올려두지 않아도 된다. 작은 미니어처 장난감, 솔방울, 예쁜 장식품 등을 그릇과 함께 올려두어도 파티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아기자기한 테이블 장식이 조잡해 보인다면 다이소에서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위트 있는 냅킨과 예쁜 테이블 웨어의 도움을 받아도 좋겠다.

디자인 : 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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