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등본을 때면, 두번째 쪽부터는 주소 변동 이록이 나온다. 한 페이지에 몇 번까지가 인쇄될까? 13번 까지다. 스무살 고시원부터 시작해 1인 가구로, 때론 2인 가구로 13번 이사하며 살아왔다. 실로 달팽이 같은 삶이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나다운 공간에서 나답게 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다. 현재 등본표 20번에 위치한 집에서 3년째 살고 있다. (@like_jamie)
어느새 지구가 태양 주위를 거의 한 바퀴 돌아 마지막 코너를 달리고 있다. 며칠 후면 12월, 올해도 딱 한 달이 남았다. '오늘 하루'나 '한 해' 같은 관념은 우주의 관점에서는 기약 없는 시간의 흐름을 인간이 제멋대로 쪼개 의미를 부여한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인간이 태어나 40년쯤 살게 되면 더 이상 '무엇에 홀려 정신을 잃지 않는다(불혹. 不惑)'고 살아갈 용기를 준다거나, '연말'이나 '새해'처럼 의미가 담긴 구분이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처음과 끝이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 해가 나한테 어떤 의미였는지, 연초에 설정한 목표가 말도 안 되는 과욕이었는지, 야심찬 자기 선언이었는지 그 결과를 연말에 점검하고, 실패나 성공 원인을 복기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라는 무서운 목표가 아니라, "올해 체지방 1kg 감소"라는 조금 덜(?) 무서운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아무튼, 지난해에도 밝혔듯이 나는 연말에 '소비생활 연말정산'이라는 것을 한다. 하는 방법은 작년 1월 1일에 쓴 글인 〈2022년 한 해 내가 잘 산 아이템들〉 편을 참조하시라. 작년에는 연말정산의 〈기초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소개했다. 한 해의 소비를 '잘 산 아이템', '후회되는 아이템'으로 나누어 그 목록을 정리하는 일이다. 특히, 친한 친구들끼리 송년회, 신년회 등에서 공유하면 재미있으니까 한 번도 안 해보신 분이라면, 올해 꼭 해보시라고 하고 싶다.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 빠르게 소개하는 만큼, 연말정산 〈종합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을 하는 목적은 같다. 내가 어떻게, 어디에 돈을 쓰는 것이 나를 더 만족시키는지 알게 하는 과정이다. "내가 2023년 한 해 동안 이러이러한 목표를 세웠었구나.", 그 결과 "이러저러한 것을 하려고 노력했구나", "그래, 이렇게 저렇게 쓴 돈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고 생각하는구나", "아! 더 이상 이런 데는 돈을 많이 쓸 필요는 없겠다" 뭐 이런 느낌을 느껴가면서, 스스로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없고, 여러분들은 이 목록을 공개할 필요도 없으니 정말 그냥 솔직하게 느껴지는 감정대로 쓰면 된다. 이런 기록들이 1년, 2년 쌓이다 보면 몇 년 뒤, 그동안 내가 어떻게 변하고 있었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 역시 올해도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독자들을 위해 밝힌다. 2023년 나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1. 근력 운동하기 2. 비타민 잘 챙겨 먹기 3. 링크드인이라는 것을 해보기 (이력서 업데이트) 4. 옷 안 사기! (중고로 좀 팔기), 비우는 삶! 5. 〈사까 마까〉 연재 꾸준히 쓰기 (1년 목표!) 6. 영어/프랑스어 공부하기 7. 블로그에 글을 한 편이라도 쓰기 8. 그동안 사재꼈던 책 읽기 9. 1년 적금 꾸준히 들기 10. 마음을 계속 괴롭히고 있는 일 마무리하기 이 중에 완벽히 완수해 낸 것은 5번 〈사까 마까〉 연재를 꾸준히 1년 동안 한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활자 쓰레기를 더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중간중간 들었지만, 비록 얼마 되지 않는 원고료라도 새로운 적금을 가입해 별도로 따로 모아 두는 바람에 그 재미로 계속할 수 있었다. 덕분에 9번 목표였던 '1년 적금 꾸준히 들기'도 성공한 것 같다. 목표 중 그래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본 것은 1번(근력운동), 2번(비타민), 6번(외국어), 8번(책 읽기)였다. 이들 모두 자본주의 키즈답게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다. 근력운동을 위해 무려 30회의 PT를 끊었는데 현재까지 18회를 했다. 아니, 가기만 하면 누가 옆에서 잔소리하며 시켜주는 운동도 이렇게 하기가 힘들 일인가 싶다. '비타민 잘 먹기' 목표 역시, 비타민이 입에 안 맞아서 먹기가 힘든가 하고 '미국 비타민', '아이용 비타민', '젤리 비타민' 등을 사재끼며 비타민 유목민을 해보았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지키기가 힘들었다. '외국어 공부'는 도저히 혼자 하면 안 할 것 같은 마음에 무조건 어디를 좀 '다녀야'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대사관 부속 어학원까지 다녀보았지만, '왔다 갔다'만 하고 복습을 잘하지 않아 여전히 남의 다리 긁는 수준이다. 없는 실력에 동기부여를 위해 그럼 자격증이라도 따겠다며 '단기 과외'까지 해가며 도전해 보았지만, 대개의 벼락치기의 말로가 그렇듯 수준 차이만 격하게 깨닫고 의기소침해하고 있는 중이다. '밀린 책 읽기'는 그나마 좀 쉬운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내는 속도보다 추가로 책을 사대는 속도가 더 빨라 계속 쌓이기만 한다. 그럼 열심히 책을 읽으면 될 텐데 자꾸 유튜브만 보고 있는 자신을 또 한심해하면서 "그래, 시간이 없어서 그래. 들으면 좀 나을까?" 하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그 마음에 '오디오 북'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구독했는데, 기계음이 읽어주는 책이 유튜브나 팟캐스트만큼 나의 도파민을 빠른 시간에 자극하지 못해 이 목표 역시 난항 중이다. 올해 목표 중에 아예 실패한 목표는 3번(링크드인 가입), 4번(소비 줄이기), 7번(블로그 불씨 살리기)인데 사실 놀랍지도 않다. 왜냐면 '실패한 목표'는 무조건 내년으로 자동 이월하는데, 지금 이 세 개가 지금 수년째 내 연간 목표에 자리하고 있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만든 지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광고를 게시하면 돈을 주겠다는 솔깃한 요청이 가끔 들어오는데 타락(?)하는 마음이 들어 수락한 적은 없다. 왜 이리 글 하나 쓰기가 쉽지가 않은지, 노트북이 너무 낡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해보지만, 〈사까마까〉는 아이패드로도 잘 연재하고 있어 핑계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옷 덜 사기' 목표는, 옷은 덜 사는 대신 온갖 수많은 '친환경' 제품들을 사재껴서, 이게 과연 비우는 삶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링크드인 만들기'는 과외라도 받아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두 권 샀는데 아직 첫 장도 읽지 못했다. 독자님들은 대체 어떻게 링크드인을 만드셨고 어떻게 관리를 하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꼭 어떻게든 내년엔 꼭 나도 링크드인 계정을 갖고 말 테다! 북유럽인가 어디에선가는 "당신은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가르친다던데, 어느새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고, 특별한 삶을 꿈꾸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더 중요한 삶의 가치는 나에게 특별히 더 큰 의미를 갖는 무엇인가(누군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굳이 TMI로 비칠지 모르는 개인의 목표 얘기를 한 것은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에서이다. 누구나 다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바둥대는 것이 산다는 것일지라도 그래도 용기 있게 계속 도전하는 나를 격려하는 한 달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시작도 못 한 목표가 있다면 첫발이라도 떼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목표를 달성했든 아니든 아무튼 올해도 신나게 마음 가는 대로 사서 써보고, 입어보고, 맛보고, 가보았다. 그거면 충분히 괜찮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써재낀 2023년 돈 잘 쓴 리스트를 공개하고 1년간의 긴 연재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 또 어딘가에서 만나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2023년, 잘 쓴 돈 리스트 1. 푸렐조카쥬 발레 '백조의 호수' / R석 90,000원 올해의 공연이었다! 와, 너무나도 파격적인 안무와 무대구성과 화려한 의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만큼 강렬한 무대였다. 그동안 "발레공연"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관념을 뒤엎는 공연이었다. 발레공연에서 맨발까지는 그렇다 쳐도 DJ가 리믹스한 힙합 음악에 맞춘 군무를 볼 줄이야! 아름다우면서도 정교했다. 의상 역시, 도대체 디자이너가 누군가 싶을 정도로 모던하고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 2.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23 / 1일권 187,000원 올해는 '미카 MIKA'와 '그레고리 포터'를 보러 갔는데 하필이면 공연 시간이 약간 겹쳐 선택을 해야 했다. 유유자적 드러누워서 하늘 보며 귀가 호강하는 공연 자체가 선물 같았다. 그레고리 포터의 성량은 "그동안 다른 가수들은 음량을 낮췄었나?" 할 정도로 대단했고, 노을빛 하늘 배경에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아. 이걸로 됐다 싶었다. 바로 옆에서 미카의 공연을 즐겼는데, 와, 이 세상 텐션이 아닌 그의 공연을 보며 '프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야말로 돈을 좀 더 내야 하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다. 미카 만세! 3. LIFT 버티컬 마우스 로지텍 / 79,000원 와 세상 편하다. 버티컬 마우스 저렴이를 사서 쓰다가 한 4년쯤 쓰니 마우스가 자꾸 버벅거려 이번엔 고렴이로 장만했다. 너무나 부드럽고 만족스러워서 하나 더 사서 집에도 놓고 싶을 정도. 4. 라꽁비에트 프랑스 꽃소금 버터 / 35,800원 (15g, 30개) 엄마가 이거 먹어 봤냐고, 누가 하나 줬는데 엄청 맛있었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같은 버터를 최근 애정하게 된 한 인플루언서 분이 요리 영상에서 소개하는 것을 보고 넘어가 구매해 보았다. 버터가 개당 1,000원이 넘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뭐랄까 정말 고급진 맛에 스테이크를 구울 때라든가 손님이 오셨을 때 내놓는다. 다 떨어지면 주머니 사정이 극히 곤궁하지 않는 이상 다시 살 것 같긴 하다. 5. 실버스타 크리너 배수구 커버 세트 / 33,900원 늘 배수구 망은 스텐인데, 그 커버가 플라스틱인 게 맘에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내 맘을 읽은 것 같은 제품을 역시 소개받게 되어 들여 보았다. 배수구 커버와 배수구 망 모두가 스테인리스다. 안의 배수구망 역시 모서리가 둥글게 마감처리 되어서 잔여 쓰레기가 코너에 고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커버도 스테인리스라 뜨거운 물과 베이킹 소다 조합이면 번쩍번쩍 새것처럼 윤이 난다. 혁신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역시 매일 버리지 않으면 때가 끼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너무 제품만 믿지는 말고 매일매일 음식물을 제거하도록 하자. 강추 아이템! 6. 바퀜 VAKUEN 진공 보관 용기, 마하 스타터 세트 / 169,000원 혁신적인 제품이다. 밀폐 용기 안의 공기를 빼주는 바큐머라는 기계로 잔여 공기를 밖으로 배출해 진공상태로 만든다. 우선 야채 보관을 오래 할 수 있다. 마늘이나 양파, 파의 보관기간이 압도적으로 길어진다.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해 말린 다음, (또는 씻지 않고) 키친타월과 함께 진공상태에서 보관하면 3주까지도 멀쩡한 상태의 야채를 만나게 된다. 내가 하도 구입하고 또 구입해서 주변 사람들도 영업 당해 해외에 있는 친구까지 구입했다. 단, 쓰다 보니 주의 사항이 하나 있다. 기름이 많거나 가스가 많이 차는 음식물을 대용량(4리터) 짜리에 넣었었는데, 자꾸 진공이 풀려 확인하니 바닥에 금이 가 있었다. 1년 보증기간 내라 업체에서 아주 신속하게 바꿔 주시긴 했는데, 대용량 제품은 쓸 때 패킹 부분을 항상 유의하면서 써야 한다고 하는 등 주의 사항이 많았다. 그냥 소용량으로 여러 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도 올해의 아이템! 7. 로우로우 R 트렁크, 63L / 면세점 230,000원 이것도 너무 많이 그동안 소개하고 추천해서 약간 지겨우실 것 같긴 한데 협찬 하나 받은 거 없지만 트렁크 중에 미들급 가격을 생각하신다면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우선 바퀴가 상당히 부드럽고, 핸들이 바 형태라 가방을 걸 수 있어서 편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요즘 고가형 트렁크가 100만 원 대도 훌쩍 넘어가는 것에 비해 양심 있는 가격이다. 세일할 때 사시길 추천한다. 8. 케이스티파이 바디 스트랩 / 50,000~75,000원 한 번 써보고 나서 바디 스트랩의 노예가 되었다. 다들 왜 안 쓰지? 할 정도로 편리하다. 특히 여행 다닐 때 핸드폰으로부터 두 손이 자유로워지는 경험, 잃어버리는 공포에서도 벗어나게 된 다음부터는 나와 핸드폰과, 바디스트랩은 한 몸이 되었다. 스트랩이 로프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도 넓적한 것도 사보았는데 넓적한 것은 좀 무거웠다. 대신 더 안정적이어서 어깨끈이 아팠던 사람에게는 스트랩이 넓은 것을 추천한다. 제발 사보라고 등 떠미는 아이템. 9. Gets / Gilberto LP 월컴레코드 / 28,000원 오랫동안 찾았던 앨범인데 오리지널 프레싱은 결국 못 찾았고 작년에 나온 리이슈를 구매했다. 결국 이 앨범 안의 "The Girl From Ipanema"라는 곡을 매우 매우 좋아해서 오리지널로 가지고 싶었는데, 그냥 현실과 타협했다. 리이슈된 것이 음질이 더 좋을 거야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사소한 것이지만 오랫동안 찾았던 것을 발견하게 되어 돈 쓰는 기쁨이 참 크다. "어서 내 돈 가져가시오!"하는 마음이랄까. 이런 작은 기쁨이 인생에 계속 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랫동안 계속 찾고 찾았는데, 딱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 올핸 있었다. 10. AMATERRA VILLAS BALI NUSA DUA, 침실 2개(수영장) / 1박 100만 원대 올해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던 발리 여행을 드디어 다녀왔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수영장을 사이에 두고 독립적인 빌라 2개가 마주 보고 있는 풀빌라를 빌렸다. 내 인생 첫 풀빌라였는데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그동안 어차피 밖에 수영장 있는데 풀빌라 왜 가지?"라고 생각했던 의문이 단숨에 풀렸다. 우리끼리 즐기는 수영장이 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잠시의 틈이라도 있으면 물에 들어가 어린애들처럼 놀았다. 수영장에서 수달처럼 누워 하늘을 보는데, 와 자본주의 맛이 이런 건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는 건가 생각했다. 첫 유럽 여행 때 한인 민박 숙소 주인이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사 오면 그걸로 숙박비를 대신해 준다는 말에 몇 푼 아끼려 담배를 사 갔던 스물몇 살의 내가 생각났다. 그때 나를 만난다면 그렇게 아등바등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너 나중에 풀빌라도 간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비스도, 위치도, 자전거를 빌려주는 것까지도 모두 만족스러워 발리 누사두아 가시는 분께 적극 추천한다. 디자인 : 채지우
늘 다른 사람들 가방 안이랑 장바구니 속이 궁금했다.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질문이다. 1년 연재를 기념하는 자축의 의미로 그간 마음에만 품었던 아이디어를 ‘친구 찬스’로 실행한 기획특집을 연재 중이다. 〈지난 기사 : 가방 안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 지금 당신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지난번 연재의 조회 수를 보고 놀랐다. 무려 11,000회가 넘는다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역시 나만 남의 가방 안이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어! 독자들과 새삼스러운 동지애를 느끼며 지난주 소개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이어서 진행해보려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입학이나 졸업, 연애와 결혼과 출산, 이직 또는 퇴사, 이사와 같이 일상을 뒤흔드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취향이 생기기도 하고, 가치관이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가 인생의 크고 작은 고민의 파도를 넘는 일이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그 고심의 흔적이 일상을 함께 하는 소지품에서 드러난다는 가설을 세웠다. 특히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니까, 그 재미를 통해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타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은 멋질 것 같았다. 그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그런데 막상 친구들의 소지품과 내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엮으며 불현듯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웬 엉뚱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네가 여기에도 저기에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단다”하는 양자역학 같이 어렵고 심오한 얘기가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리들의 고민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조차도, 편집자의 시각에서 보니 고민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연결고리를 이어 나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친구들의 소지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보다 먼저 똑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낸 답지를 훔쳐보는 마음이 되기도 했고, 나만 ‘책은 이사할 때 짐이 너무 되는군’이란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묘한 위안도 얻었다. 우리는 분명 사는 곳도, 성별도, 나이도, 취향도 다른 타인이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내가 경험한 이 이상한 연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1. 꼬맹이 모범생(?) 시절 만났는데, 이제는 ‘의사 선생님’이 된, Y - 그녀의 아이템: 아이패드, 노트, 수첩, 필기구, 캔디, 큐티클 오일, 핸드크림, 향수, 에코백 그녀는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며, 아이패드와 갤럭시 버즈 이어폰, 공책, 필기구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특히 뭐든 손으로 쓰는 걸 좋아해서 귀여운 수첩을 꼭 가지고 다닌다는데 본인만의 비밀 노트란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이나 공상할 때 끄적거린다던지 일기를 쓴다고 한다. 또 단것을 먹고 싶을 때 먹는 캔디, 거울과 머리끈도 꼭 챙긴다고 했다. 이 소지품만 보면 아직도 학생 같은 그녀는 최근 향기에 빠졌다고 한다. ‘탬버린즈’의 카모 핸드크림과 ‘딥디크’의 탐다오 향수를 추천했다. 또 가을이 되면서 손이 자꾸 터서 큐티클 오일도 빼놓지 않고 들고 다닌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넉넉히 들어가는 수납력을 가진 다람쥐 에코백을 필수템으로 꼽았다. 최근 그녀는 소득이 늘면서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보여주기 식’ 소비를 하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며 남들의 좋다는 이야기만으로 분위기에 휩쓸린 소비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놀랍게도 내 친구가 맞나 싶게,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라는 그녀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그녀는 물건을 구입할 때 이 물건이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인 지 며칠 동안 고민한다고 한다. 특히 가격이 비싸거나 오래 쓰는 물건일수록 고민을 길게 한다고 했다. 특히, 소비할 때 중점을 두는 가치로 ‘지속성’과 ‘효율성’을 꼽았다. 그녀에겐 지출의 우선순위가 있었는데 우선 계속 몸에 닿거나 지니는 물건, 만져야 하는 물건은 최대한 좋은 걸로 사려고 한단다. 일회성인 건 가격이 저렴해도 괜찮은데 몸에 닿는 건 꼭 성분을 확인하고 산다고 했다. 성분이 좋은 것을 확인하기 위해 평소 검색도 많이 하는 편이란다. 전반적으로 윤리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는 플라스틱 랩보다는 유리 뚜껑이 있는 보관용기를 사용한다던지, 컵라면과 같이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지 않은 등 소소하지만 막상 하려면 어려운 일들에 도전하고 있었다. 2. 공공기관 이직 11년 차인 마음만 신입직원, S. - 그녀의 아이템: YETI 텀블러, 머니클립, 몰스킨 다이어리, 라미 만년필, 파우치 그녀는 우선 가방 안의 아이템 중 ‘YETI 텀블러(18oz, 532ml)’를 추천했다. 미국에 사는 언니가 공홈에서 사서 보내준 것인데 써본 결과 우선 보온/보냉 지속력이 너무 좋단다. 거의 체감상 12시간 정도 온도가 유지되는 것 같단다. 특히 텀블러를 고를 때 중요한 점으로 휴대성과 세척 용이성을 보는데 이 텀블러로 말할 것 같으면 손잡이가 있어서 가지고 다니기가 너무 좋고, 텀블러 내부에 손이 들어가서 세척하기에도 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8oz 사이즈를 추천했는데, 이 사이즈는 차량 내부 컵홀더에도 들어가고,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도 담긴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녀는 보테가베네타의 ‘머니클립’을 사용한다. 언젠가 나도 그녀의 지갑이 좀 특이해서 불편하지 않냐고 유심히 물어본 적이 있다. 머니클립은 보통 브랜드들이 남자 소비자를 겨냥해 제작하는 상품이다. 말 그대로, 현금(머니)을 ‘클립’으로 꽂아서 사용하는 형태다. 그녀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머니클립 형식의 지갑이 더욱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보통의 여성용 지갑보다 얇아서 작은 가방에 가지고 다니기 더 용이하단다. 다만, 동전을 수납하는 공간이 따로 없어서 해외여행 갈 때는 다른 지갑을 가지고 다니거나, 따로 동전지갑을 가지고 다녀야 하지만 평소에는 굉장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는 지갑이라고 한다. 또 S는 ‘몰스킨 다이어리’를 추천했다. 본인이 한번 써보니 속지가 얇더라도 질감이 부드러워 고급진 필기감이 느껴져 쓰는 맛이 있다고 했다. 특히 다이어리 명가답게 다이어리 내부의 공간 구성도 마음에 든단다. 함께 쓰는 제품으로는 ‘라미 만년필’이 있는데 선물을 받았단다. 주기적으로 쓰지 않으면 잉크가 굳고,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만년필 쓰기를 주저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핸드폰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손으로 직접 필기하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손으로 직접 필기하는 내용과 시간이 나에게 더욱 소중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필기를 ‘좋은’ 필기구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만년필을 쓰게 되었단다. 위 몰스킨 다이어리에 만년필로 쓰면, 속지가 얇아서 뒤에 필기 내용이 조금은 비치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 맛 또한 만년필로 썼을 때의 느낌적인 느낌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잉크도 네이버에서 대량 구매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고, 잉크 색깔도 다양해서 더욱 ‘쓰는’ 맛이 있단다. 그녀에게 언젠가 내가 애정하는 브랜드인 KBP의 파우치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내부가 방수가 되어서 편하고 내구성이 좋다며 줬다는데 그 말이 맞았다며 간증의 추천사를 남겼다. 그녀에 따르면 보통 파우치는 오래 세탁해서 쓰면 천 부분이 낡거나, 지퍼가 고장 나거나, 지퍼 옆에 실밥이나 천들이 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오랫동안 세탁해서 써도 변형이 없다며 가방 안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란다. Y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묘하게 S와 겹치는 점이 많아 그가 생각났다. 그녀는 파우치 안의 내용물도 살짝 공개했는데 대표적으로 톰 포드의 향수(블랙 오키드, 미국 공홈), 핸드크림(오사카에서 구입, ‘요지야’), 립밤(토리덴, 올리브영 구입), 립글로스(바비브라운, 헤라), 투스쿨포스쿨 콤팩트(레오제이 유튜버 컬래버레이션한 버전)가 있었다. 그 외에도 S는 멀리 떨어져 사는 친언니와 본인의 애칭을 커스터마이징한 에어팟 프로 케이스와, 신분당선 지하상가에서 샀다는 귀여운 곰돌이 디자인의 키링을 가지고 다녔는데 귀여운 데다가 가방 안에서 차키를 찾기도 쉬워 만족한단다. 그녀는 내가 아는 가장 열성적인 당근 마니아인데 뭘 사기 전에 무조건 당근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하는 알뜰한 친구다. 그런 그녀에게 돈이 안 아까운 영역을 물었다. 그녀는 ‘건강’에 돈을 쓰는 것과, ‘시간을 꽉 채워주는 경험’에 진심이라고 한다. 특히 운동, 건강한 식재료, 건강기능식품,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 건강에 이로운 속옷 등 ‘건강템’ 위주로 소비를 하는 편이고, 건강에 좋다는 데에는 되도록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그녀는 ‘당근마켓’에서 필라테스 이용권을 구입했다. 또 동시에 그녀는 ‘캠핑’, ‘차박’, ‘여행’, ‘전시회’와 같이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최근 그녀에게 소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전에는 소비는 말 그대로, ‘써서 없어지는 것’이란 생각에 외적으로 꾸미는 것에 비싼 돈을 쓰는 행동 자체를 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질이 좋은 것,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찾게 되고 그것들은 대개 비싸 돈을 쓰게 된단다. 특히, 소비에 대한 관념이 바뀌어 가고 있는 단계라며 ‘소비의 혼란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물건을 오래 쓰고 싶다는 소망은 비단 S만이 아니라, 대학원생 J도 있었다. 3. 가방끈을 늘리다 못해 끌리게 하고 있는 박사과정생, J - 그녀의 추천 아이템: 장바구니, 도서관 사물함 키링, 선크림+립밤+핸드크림 그녀는 최근 무급 휴직을 한지 거진 2년이 다 되어 가서 모아둔 돈이 점점 바닥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J의 소비 철학은 단출했다. 그녀는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살다 보니, 꼭 ‘비싼 것’이 ‘좋은 것’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지혜를 얻었다고 했다. 그녀 가방 안의 아이템 몇 개를 소개했는데, 놀랍도록 단출했다. 우선 장바구니와 도서관 키링, 선글라스(프라다), 보조배터리, 에어팟 프로, 선크림(구달), 선물 받은 림밤과 핸드크림(논픽션)이 있었다. 항상 그녀가 모임 때마다 에코백을 메고 나타나 올해 그녀 생일에는 장바구니를 선물했었다. 그녀는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면 엄마 심부름을 할 때나, 뭘 사들고 집에 들어갈 때 참 좋다면서, “결코 내가 선물해 줘서 잇템으로 꼽는 것이 아니”라며 강력 추천했는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디자인이라 자주 가지고 다니게 된다고 했다. 또 이어서 그녀는 구달 ‘맑은 어성초 진정 수분 선크림’을 순하고, 바를 때 손에 끈적이면서 남지 않아 좋아 들고 다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향으로 유명한 ‘논픽션’ 브랜드의 립밤과 핸드크림은 명불허전이라며, 촉촉하고 향이 좋다며 추천했다. Y와 S, J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굳이 트렌드 리포트를 읽지 않아도 요새 화두를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소비’, ‘건강한 삶’,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에 관심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게 결국 이런 질문이 남았다. “나는 어떤 물건을 오래 쓰고 있는 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J의 말대로 꼭 비싼 것이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은 아닐 것이다. 한편 S의 말대로 품질이 좋은 것들은 비싼 편이거나, 혹은 결코 싸지 않았다. Y의 언급처럼, 오래 쓰는 물건에 투자를 하고 싶은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사실, 남은 문제는 내가 오랫동안 소중하게, 즐겁게 쓰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내 옷장과 우리 집에 답이 있을 터! 심리상담에서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 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보다. 나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생활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구체적으로는 내 삶을 오랫동안 관찰해야 할 것 같다. 마침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바다를 넘는 이사를 가며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는 친구 한 명이 생각났다. 4. 없는 것이 없는 메리 포핀스의 가방! 국제학교 화학선생님, Susan - 그녀의 아이템: 커피 머그, 케이스티파이 핸드폰 케이스, 스트랩, 애플 에어택, 이솝 핸드크림, 버켄스탁 슬리퍼 인스타그램 @kimsu1102 그녀는 아이들에게 화학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일을 한다. 그녀는 누가 선생님 아니랄까 봐 소지품과 소비 철학을 알려달라는 내 요청에 정성껏 쓴 장문의 글을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해 주었다. 기한 내였음은 물론이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요즘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을 실천하는 것에 진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제자가 선물해 주었다는 〈Corkcicle 커피머그〉를 꼽았다. 학교 카페를 갈 때도 반드시 개인컵이 필요한데, 출근 전에 아이스라테를 텀블러에 담아 놓으면 점심까지 시원하다고 좋아했다. 또 다른 추천템은 Caserify Ultra Impact Case와 로프 스트랩이다. 이 케이스는 특히나 튼튼하고 몸에 맬 수 있는 로프 스트랩과 함께라면 이동이 간편해 유용하다고 추천했다. 사실 나도 이 스트랩을 쓰고 있는데,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여행 갈 때 반드시 챙겨가는 아이템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현재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제는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집 열쇠’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소싯적 집 열쇠를 잃어버릴까 봐 목에 걸고 다닌 때가 있었다. 같은 걱정이지만 지금은 테크의 시대니까 그녀는 애플의 Airtag로 분실 걱정을 덜었단다. 에어태그를 이용하면 잊어도 어디 있는지 금방 찾을 수 있으므로 안심이 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을 갈 때나, 해외여행을 할 때 부치는 수하물 안에 넣어 사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실험실에서 근무할 때가 많은 그녀는 끊임없이 손을 씻는데 끈적임이 없으면서도 촉촉해서 Aesop의 핸드크림을 몇 개째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향이 그윽해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어서 사용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단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덥고, 비가 자주 오는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답게 가방 안에 버켄스탁(Arizona Essentials EVA popcorn) 슬리퍼를 넣어 다닌다고 했다. 파리에선 플랫슈즈를, 싱가포르에선 슬리퍼가 아마도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최근 소비에 관한 고민을 물었다. 그녀는 물건과 너무 금방 사랑에 빠져서 번개같이 산 뒤 또 바로 질려버리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특히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또다시 싱가포르로 몇 차례의 국제이사를 경험하다 보니 본인이 얼마나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지 그리고 결국 버리게 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비록 ‘빅백‘을 들고 다니는 처지이지만, 마음만은 늘 미니멀리스트를 동경한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그녀의 가방은 정말 늘 크고 무거웠다. 다정하고 세심한 그녀답게, 그녀는 “비가 올 때를 대비해서”, “모기 물렸을 때를 대비해서” 등과 같은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된 빅백을 들고 다녔다. 서쪽의 캐릭터로는 ’메리포핀스’의 계보를 잇고, 동쪽으로는 단연코 ‘도라에몽’의 주머니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여러 가지 걱정들을 하다 보니 늘 가방이 크고 무거워지고 만다며 언젠가는 작은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출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내 짐을 좀 줄일 수 있을까?”라고 귀여운 고민을 내비쳤다. 나는 사실 짐을 늘리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줄이는 일에는 전혀 소질이 없어 그녀에게 적절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비슷하게 고양이와 이사를 계기로 ‘노 쇼핑 챌린지’를 시작했다는 내 오래된 친구, 민재의 이야기가 그녀에게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5. 고양이를 키우며 삶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뀐 10년 차 가맹거래사이자 프로 집사, 민재 - 그녀의 아이템: 갤럭시탭, 손수건 인스타그램 @lovethelife_ulive 그녀는 몇 년째 구형 핸드폰을 아무 답답함도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다. 가사를 돕는 전자제품 이외에는 전자제품류에 관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의 추천 아이템으로 〈갤럭시 탭〉을 꼽아 매우 의아했다. 알고 보니, 역시 전자책 이야기다. 그녀에 따르면 책을 사서 읽고 나면 쌓여가는 책들이 이사를 다닐 때마다 짐처럼 느껴져 매번 비정기적으로 처리를 하곤 했단다.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본가에 보내기도 하고 중고로 값이 나가는 것들은 판매도 해 보았는데 일단 집으로 들어온 책을 처분하는 것은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책값이 부담되기도 했단다. 여러 책을 그날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읽는 편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에도 마땅치 않았단다. 이런 와중에 전자책은 각종 도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월정액만으로도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책을 살 때엔 마치 책을 읽고 난 후의 뿌듯함을 미리 결제하는 것 같은 마음이 되기도 해서 충동구매로 취향과 다른 책을 덜컥 구입할 때가 더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자책은 조금 읽다가 내 취향이 아닌 책은 과감하게 그만 볼 수도 있기 때문에, 100% 취향이 아닌 책도 가벼운 마음으로 클릭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단다. 그녀는 말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다독가처럼 들려 걱정된다며 아무튼 전자책을 읽어보겠다는 결심으로 ‘갤럭시 탭’을 샀고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단다. 특히 그녀는 직업상 다른 사람들과 미팅이나 회의를 할 때가 많은데 상대방의 말을 빠르게 받아 적기에는 ‘갤럭시 탭’의 전자 펜만한 것이 없다며 강력 추천했다. 특히 종이에 쓸 때보다 훨씬 적은 힘을 들여 쓸 수 있고 지우기도 편하단다. 일하며 브랜드 로고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전에는 종이에 색이나 형태를 펜을 바꿔가면서 그리기 쉽지 않아 늘 허접한 낙서 수준의 그림을 디자이너에게 보여주며 고문을 시켰단다. 지금은 그보다는 조금 낫다며, 역시 기술의 힘이 좋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민재가 꼽은 건 손수건이었다. 요즘 세상에 손수건이라니.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다. 그녀는 믿을진 모르겠지만 아직 이런 사람이 여기에 있다며 백화점 1층 손수건 등 잡화를 파는 매장에서 손수건을 산단다. 추천 이유로 가지고 다니면 한 번은 쓰게 마련이란다. 원래도 비염으로 한여름을 빼고는 늘 불편하게 살던 사람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면서부터는 더 심해지기 시작해 고양이가 3마리째에 이르러서는 정점을 찍고 있단다. 먹는 약은 당연히 매일 먹어야 하고 그 외에 비염용 스프레이와 눈에 넣는 3종의 안약까지 늘 챙겨야 한다. 이런 약을 밖에서도 사용하다 보면 사소하게 휴지를 쓸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휴지를 쓰려니 먼지가 너무 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해서 손수건을 더 잘 챙기기 시작했단다. 또 여름에는 땀이 흐르는 느낌을 싫어하기도 해서 손수건으로 자주 닦기도 하고, 외부에서 손을 씻고 손수건으로 닦을 수도 있단다. ‘환경 지킴이’까지는 아니지만 가급적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자 하는 점에서 손수건의 쓰임이 많단다. 그녀는 “손수건을 보기 좋게 다림질해서 가지고 다니면 좋겠지만”이라고 말하며 현실은 그저 건조기에서 꺼내 단정하게 접어둔 정도로 가지고 다닌단다. 손수건의 디자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고 100% 면이고 거슬릴 정도의 디자인이 아니면 구입한단다. 백화점에서 2~3개를 한 박스에 넣어 선물용으로 파는 것처럼 나온 것을 한번 사두면 1, 2년은 거뜬히 쓴단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이런 포장의 손수건을 아빠 생신 선물로 사드렸는데 이제는 내가 내 것을 사서 쓰는 그때의 아빠 나이가 되었단다. 사 줄 ‘딸내미’가 없어 ‘내돈내산’인 데다가 엄마가 곱게 다림질해 챙겨주는 손수건도 아니지만, 어느새 손수건을 챙기는 어른이 되어 있단다. 민재의 손수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왠지 나도 모르게 손수건만 보면 앞으로 민재가 생각날 것만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쓰임이 많다는 생각에, 나도 이참에 하나 장만 해야 하나 하는 영업을 당하고 만 것 같다. 그녀에게 최근의 소비철학을 물었다. 그녀는 “NO SHOPPING CHALLENGE(노쇼핑 챌린지)를 하고 있어”라고 답했다. 세상에, 그녀가 노쇼핑을 외칠 줄이야. 그런데 그날이 왔다. 그녀에 따르면 챌린지 이전의 그녀는 이랬다고 한다. “안 사서 후회하느니 사고 후회하자.” 물건을 안 사고 돌아온 날에는 물건이 눈앞을 아른거려 나중에는 안 산 그때의 나를 원망하고 후회했단다. 또 한 번 구입하면 마음에 드는 것은 10년 넘게 쓰기도 해서 물건의 양은 늘 수밖에 없었단다. 더군다나 물건이라 함은 일단 사두면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사두고 보면 언젠가는 기가 막히게 쓸 날이 온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믿고 살았단다. 이런 그녀의 믿음을 영영 잃어버리게 한 것까지는 아니자만, 쇼핑에 관한 마음가짐을 180도로 바꾸게 만든 일이 있었다고 한다. 때는 이번 여름, 다가오는 내년의 이사 일정이 떠올라 대략적으로 요즘 시세 정도나 파악하자는 마음으로 집 매물을 보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전보다 시세가 꽤나 올랐단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집 구하기는 서울을 샅샅이 뒤지다 경기도까지 넓혀가기 시작했고 하마터면 강원도까지 볼 뻔한 지경에 이르렀단다. 불안한 마음에 당장 이사 할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이 시세가 맞는지, 혹시 저렴하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이른 이사도 감행할 생각으로 실제 매물을 보러 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눈으로 본 현실은 더욱 암담했다고 한다. 이전보다 유사한 조건이지만 더욱 비싸진 가격과 그사이 더욱 늘어난 짐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집이 예산 내에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었단다. 그녀는 지금 예산으로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의 비슷한 정도도 구하기가 힘들며, 열 가지 조건 중 반은 포기하고 나머지 반도 타협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고 현타가 왔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혈혈단신이 아니지 않은가! 고양이 셋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그날 저녁, 집으로 와서 보니 그날 본 집들에 본인의 짐이 다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짐이 많았단다. 또 고양이들의 생활환경을 확보하려면 집에 빈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많이 고양이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고양이는 수직 공간만 확보되면 작은 공간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데,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그녀는 그날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고양이) 짐을 줄일 수는 없으니 내 짐이라도 줄이거나 최소한 더는 늘려서는 안 되겠다”고. 그리고 그날부로 그녀의 쇼핑 철학은 “노 쇼핑 챌린지”가 되었단다. 그녀에 따르면 처음에는 쇼핑하지 않는 것이 정말 ‘챌린지’였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한다. 지금도 “나에게는 충분히 많은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계절이 바뀔 때 전 같으면 “올해도 입을 옷이 없다”며 추가로 옷을 사고도 남았겠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는 ‘오늘의 나’도 잘 살고 있단다. 입을 옷이 없어 벗고 다니고 있지도 않단다. 더욱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더 소중해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고작 3개월 만에 얻은 변화였다. 그녀는 ‘노 쇼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무엇인가를 사게 될 때에 이 물건이 차지하는 부피만큼 나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 번, 세 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란다. 그녀는 나의 영원한 쇼핑 메이트였다. “흰색? 아님 검은색?”이라고 메신저로 대뜸 사진 몇 장을 보내며 물건을 골라달라고 하면, “너무 달라. 둘 다 사.”라고 대답하던 친구였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임감이 있는 삶이란(민재는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 정말 개인의 소비패턴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생명체를 키우는 친구는 민재만이 아니었다. 6. 9년 차 프리랜서 동시통역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Sarah - 그녀의 아이템: 소니 헤드셋 4세대, 로지텍 마우스, 결혼 5주년 기념 ‘다이아 반지’ 인스타그램 @91skwon 새라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씩씩하고 용감한 워킹맘이다. 아이를 낳기 바로 직전까지도 동시통역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두 달도 채 안되어 현업에 복귀했다. 그런 그녀의 가방을 털어 보았다. 그녀는 쿠팡에서 찾을 수 있었던 가장 슬림한 책가방을 찾아 ‘노트북 가방’으로 쓴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들어가는 루이뷔통 쇼퍼백을 들고 다닌단다. 그녀는 통역사라는 직업 특성상 노이즈 캔슬링이 잘 되는 헤드셋을 구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니의 헤드셋 4세대를 쓰고 있는데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소니가 단연 일등이라고 귀띔했다. 네이버 포털을 통해 가격 비교 후 해외 직구입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그녀는 평소 내게도 “아이 낳고 바로 일하려면 체력을 길러야 해, 언니, 운동해!”라고 수도 없이 조언했는데, 헬스장에서 달릴 때 더우면 헤드셋에 땀이 찬다며 헬스장 필수품으로 에어팟 프로 2세대를 꼽았다. 또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삶은 계란’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다며 귀여운 도시락통을 보여주었다. 화장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비싼’ 화장품은 과분하게도 선물을 받았다며, 그중 ‘샤넬’의 르 베쥬 틴트를 보여주었다. 가끔 지름신이 강림하면 올리브영에서 삐아, 바닐라코의 립 제품을 사며 스트레스를 푼다고도 했다. 명함 지갑도 필수로 챙기는 데 ‘명함 돌리기’는 프리랜서의 기본기라며 아버지가 선물 받으신 몽블랑 명함지갑을 뺏어 왔다고 했다. 소비 철학을 물으니 항상 명확한 답을 내놓는 그녀 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소비는 결국 마케팅의 농락이라고 생각한단다. 없는 수요를 만드는 것이 ‘트렌드’가 아니겠냐며 본인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소비는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너질 때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경험’이나, ‘먹는 것’, ‘짐으로 형태가 남지 않는 것’으로 소비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녀는 특기가 “잘 버리는 것”이라면서 일본의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추천했다. 나는 경쟁이 치열한 야생의 프리랜서 통역사의 세계에서 6년 이상 승승 장구 하고 있는 그녀에게 ‘명함 정리의 기술’을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버리기의 달인이지 않냐며, 명함은 무조건 ‘리멤버’ 어플로 스캔 한 뒤 다 버린다고 했다. 나는 심지어 예쁜 명함들은 버리기가 아까워서 다 모아둔 사람으로서, 버리는 기술이야 말로 타고나지 않으면 정말 어디서 돈을 주고 배워와야 하는 것인가 깊게 생각했다. 소비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그녀에게 올해 가장 잘 산 물건을 물었다. 그녀는 결혼 5주년을 기념하여 산 ‘랩 다이아 이터니티링’을 꼽았다. 손이 반짝 거리는 것을 볼 때마다 ‘본인의 재정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며 스스로 위안이 되는 상징이라고 했다. 후회되는 아이템 역시 물었다. 그녀는 세일한다는 이유로 신어보지도 않고 산 하얀 샌들을 꼽았다. 편한 브랜드인 줄 알고 샀으나 발등이 상처 났다며, 버리기의 달인인 본인조차도 죄책감으로 버리기를 미루고 있단다. 워킹맘 이야기가 나왔으니, 신생아 엄마의 가방 역시 궁금하다. 7.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고인물, C - 그녀의 아이템: 기저귀 가방, 펜(지브라 클립온 멀티), 바셀린, 지퍼백, 사막 돌 그녀는 출산한 지 몇 개월 채 되지 않은 신생아의 엄마다. 어떤 고민을 상담해도 늘 똑 부러지게 솔루션을 제시하는 그녀의 바뀐 삶은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궁금해 갓난아이를 키우는 아기 엄마를 재촉해 기어코 글을 받았다. 그녀는 기저귀 가방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명품 백을 쓰기에는 부담스럽고, 어두운 천 가방은 우울해서 생기 발랄하면서 귀엽고 수납이 스마트한 가방을 선택했단다. 생각보다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진 크면서 견고한 가방이 드물다고 했다. 본인이 사용해 보니 아주 마음에 든다며 브랜드 사이트도 소개해 주었다. 아기 기저귀와, 손수건, 젖병, 공갈 젖꼭지 등의 아이템은 사진에서 생략한다며 가방 속 아이템을 소개해 주었다. 우선 지갑은 작고 핑크색으로 본인의 취향을 그나마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파우치가 웬 말이라며 모든 물건은 지퍼백에 수납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크린랩 지퍼백이 싸고 적당히 도톰해서 좋단다. 이어서 극강의 가성비 템으로 ‘바셀린’을 꼽았다. 극강의 멀티유즈를 자랑한다며, 아무 데나 다 발라도 되고 립밤 이런 거 필요 없다고 한다. C 덕분에 팩트체크 겸 유튜브에서 피부과 선생님이 추천하는 ‘바셀린’ 관련 영상을 몇 개 보았다. 만지기 전에 손 잘 씻고, 면봉으로 덜어 쓰는 습관만 기르면 정말 그녀의 말대로 겨울철 저만한 멀티유즈 화장품이 없을 것 같았다. 가격도 너무나 저렴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면봉과 똑딱 핀도 소개했는데, 애기 엄마가 되니까 머리카락 마저 거추장스럽다고 똑딱 핀을 사용한다고 했다. 면봉은 눈썹 문신 한 뒤 케어용으로 가지고 다니는데 아침이 한결 편해졌단다. 예상치 못한 아이템인 펜과 책도 들고 다녔는데, 책 볼 시간이 없으니 이동 중, 대기 중에 독서를 한다고 한다. 최근 읽는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좋은 엄마 학교〉라고. 펜 쓸 일이 은근히 너무 많다며 펜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공부로는 끝판왕을 찍어버린 그녀라 어떤 펜을 쓰는지 궁금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녀는 거의 20년째 동일 모델(지브라 클립 온 멀티)을 사용하고 있다며 그립감, 필기감이 압도적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엄마가 사막에서 주워온 운석을 ‘나의 부적’으로 들고 다닌다고 했다. 아이를 낳는 일은 인생에 너무 큰 변화라 시크한 그녀를 많이 변하게도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그녀였다. 지퍼백이니 바셀린이니 가성비를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삼고, 시간을 쪼개서라도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고, 우울해진다며 꽃무늬 기저귀 가방을 기어코 찾아내는 그녀. 엄마로서의 삶도, 그녀의 삶도 모두 응원한다. 의외로 행운의 토템 아이템을 가지고 다니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8.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터, J - 그녀의 아이템: 가죽파우치, 이탈리아산 부적, 면역력 키워주는 각종 영양제 그녀는 우선 그녀와의 사연이 깊은 Furla 가죽 파우치를 소개했다. 그녀는 이 브랜드 덕분에 미국에서 이탈리아로 건너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 수 있었고, 그 경험이 본인의 인생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었단다. 그래서 이 파우치를 버릴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며, 그녀의 아이템 중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서 파우치 안에 있는 물건도 소개했는데 Gucci의 쿠션, 컨실러, 뷰티 밤을 보여주었다. 팩트 쿠션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사용해 보니 너무나 촉촉하고 지속력이 좋아 반해 버렸다고 한다. 컨실러는 신상품인데, 13시간 근무를 한 뒤에도 바르면 다크서클이 어딨냐고 할 정도로 다크서클 커버에 탁월하단다. 뷰티 밤은 얼굴, 손톱, 몸, 상처, 눈가 등 아무 데나 전천후로 바를 수 있다고 했다. 귀여운 쿠키 몬스터 거울은 ‘다이소’에서 샀다고 했다. 자랄 때 ‘새서미 스트릿’을 보고 자라 살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부적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녀는 몇 개의 행운의 부적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 천사와 하트 모양의 은으로 된 부적은 30대 초반, 그녀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줬다고 했다. 이어서 코르니첼로 부적은 2015년 새해를 그녀의 이탈리아 친구의 고향인 시칠리에서 보냈을 때 친구로부터 받은 거란다. 그녀는 이 부적이 작은 산호로 만들어져서 너무 예쁘다며 분명히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파워 E의 그녀지만 그녀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다. 그래서 항상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지금 가지고 다니는 아래 세 가지를 추천했다. 에스더 포뮬러 글루타치온 필름(Esther Formula Glutathione film), 닥터 필 프로폴리스 필름(Dr. Fill Propolis film), 마누카 헬스 캔디(Manuka Health candies with Propolis).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친구들의 가방 안을 훔쳐보았다. 우리들은 “텀블러랑 손수건, 장바구니 생각보다 쓸만한데”라고 생각했다. “지금 못 산건 다시 못 구해”. “지금 사두면 언젠가는 다 쓸데가 있겠지”하며 마구 사 재끼다가도, “이사 갈 때 짐이 너무 많아”, “소비는 마케팅의 농락이야”, “돈을 최대한 모을 거야”하며 과감히 물건을 버리기도, 물건 사는 것을 참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건강’, ‘오래 쓸 물건’, ‘내 몸에 남는 물건’, ‘인생의 경험’ 등에 있어서는 어떻게 소비를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고민했다. 모두가 비슷한 결의 고민을 하기도 했고, 그 결론이 때론 같은 방향일 때에도, 전혀 다른 방향일 때도 있었다. 각자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리들 모두 뭐가 됐든 참 열심히들 살고 있다고. 고양이를 키우고, 아이를 키우고, 공부를 또 더 해야 하고,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전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직업에 적응하려고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다가도 우주의 기운이니 부적이니 행운에라도 살짝 기대 보는 귀여운 우리들. 모두 이렇게들 기특하게 씩씩하게 살고 있다. 꼭 안아주면서 말해줘야지, “수고했어, 오늘도!” 디자인 : 채지우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 보았던 아이디어가 있다. 오늘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한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으면 요즘은 “너 MBTI 가 뭐야?”라고 묻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늘 다른 사람들 가방 안, 장바구니 속이 궁금하다. 그게 내 맘을 언제나 사로잡았던 질문이다. 당장 오늘 당신이 집을 나서며 가방 속에 넣었던 혹은 챙길 수밖에 없었던 그 물건들을 내게 말해 준다면. 나에게는 4글자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되는 당신의 성격보다 소지품을 통해 당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어느덧 연재를 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자축의 의미로 그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겨보는 <기획 특집>을 3회에 거쳐 연재하려고 한다. 기획 특집을 연재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몇 주 전 내 가방 안을 소개하는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살포했다. 프로페셔널한 내 친구는 가방 안에 뭐 들고 다니는지, 어떤 것들을 왜 샀는지 <what‘s in your bag> 프로젝트를 할 테니 가방 안에 들고 다니는 물건들을 본인의 소비 철학과 함께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간단한 익명의 자기소개와 함께 가급적 사실적인 사진도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바쁜 친구들을 현혹하기 위해 잘 되면 독립 출판을 기획할 것이며, 우선 내가 연재하는 <사까? 마까?> 칼럼에 소개한 경우 즉각적인 리워드로 이번 회차 원고료를 1/N 분배하겠다는 공약도 걸었다. 용량은 제한이 없었고,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과 외국에서 대학원생, 법조인, 의료인, 언론인, 통역사, 교직, IT업계, 다국적기업, 정부 기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 몇몇이 답을 주었다. 인생이, 연애가, 사업이 우리 맘처럼 되질 않는다며 울고, 주식이 올랐다고, 원하던 이직에 성공했다고, 드디어 회사를 나왔다며 웃으며 정답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세상을 그래도 좌충우돌 살아가는 이 세대의 젊은이들! 그들의 오늘 가방 안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들은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고,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템도 있었으며, 때로는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걸 들고 다니나 하는 유물템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지품은 그들의 취향의 산물이자, 직업의 노하우이기도 했고, 개인의 신념이 담긴 하나의 이야기가 가방 안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가방 속에 대충 던져 넣고 다닌다고 표현한 것들은, 또는 아무것도 안 가지고 다닌다며 소지하기를 거부한 물건들은 개인의 MBTI만큼이나 분명한 개인의 취향이나 성격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지 내 친구들의 가방에서 시작했지만, 거창하게는 오늘날의 소비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담론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소박하게는 그저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친구들이 답한 이야기 중 몇몇은 오늘, 나머지는 차회에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으로 소개할 친구는 본인이 시골 ‘흙수저’ 출신이라며 이제는 월급쟁이 중에서는 꽤 버는 축에 속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학습된 가난을 가지고 있다는 직장인 Y씨에 대한 이야기다. 1. 자수성가 IT업계 직장인 Y 그의 아이템: <이북리더기> 제품명: 오닉스 리프 2 “누나가 쓴 글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프리미엄이더라 ㅠ” 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보내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여기에 기여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평소에도 가방을 비우려고, 가능하면 손에 아무것도 안 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그렇단다. 재밌을 만한 게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하나 억지로 쓰자면 꼭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은 <이북리더기>란다. 본인은 선물을 받았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추천 이유는 평소 종이책의 손맛이 근본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와 나는 놀랍게도 “북클럽”에서 만났다.) 지금도 그 생각이 별로 변치 않았지만, 써보니 이북리더기만의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어디 놀러 간다고 생각했을 때, 종이책은 일단 무겁기 때문에 여행지에 가져갈 책을 혼신의 힘을 다해 딱 한 권 골라 막상 여행길 기차 안, 차 안, 지하철, 비행기에서 읽었더니 재미가 없다면!? 이북리더기는 이러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밤에 동행자가 자더라도 스탠드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단, 이북리더기를 뽑는 기준이 까다롭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물론 그는 조건으로 알파벳 소문자 a부터 c까지를 나열했다), 요 몇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족을 달았다. (a)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기일 것 (b) 넘기기를 위한 물리 버튼이 있을 것 (c) 겨울철 겉옷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일 것 나도 이삿짐을 싸며 몇 번이나 이북리더기로의 전환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으로서 “손맛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또 도서 구입 플랫폼마다 고유의 이북리더기를 출시하고 있어 가끔 호환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내가 책을 여러 서점에서 가격이나 사은품을 좇아 사다 보니 맞지 않다고만 생각하다가 ‘범용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튼, 가방 안에 아무것도 안 들고 다닌다는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는데 디자이너 H씨는 그의 가방은 양극단을 달린다며, 생각해서 챙기는 것이 귀찮아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거나, 아니면 지금 이렇게 이체를 위한 OTP와 쓰레기 밖에 없이 텅 비어 있다며 소지품의 양극화를 주장했다. 2. 재테크에 재능 없음을 깨닫고 몸값을 올린 N 그의 아이템: 귀걸이 한편, 자칭 미니멀리스트라고 주장하는 N씨는 가방 안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이템으로 <귀걸이>를 꼽았다. 주로 구입하는 곳은 인터넷 쇼핑몰이며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정신없이 나가느라 귀걸이를 빼먹기가 일쑤이므로 파우치에 작은 귀걸이를 꼭 챙겨 다닌다고 한다. 그녀의 파우치만 봐서는 도대체 뭐가 미니멀리스트인지 모르겠어서 (앞의 두 사람과 비교해) 그녀의 미니멀리스트 소비 철학을 물으니, “안 사면 100% 할인”이라는 개그맨 김생민스러운 대답을 했다. 어쩌면 앞의 세 사람의 공통점은 <사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여러 가지 신기한 물건을 사서 직접 써보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운 사람이라, 비우는 것의 즐거움을 그들만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배운 점은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내 욕망이나 가치를 만족시키는 최적화된 아이템을 찾았다면 그 이외에는 어떤 혹하는 할인율이나 그럴듯한 광고에 현혹당하지 않는 것이다. 내 선택으로, 내가 필요한 것들만을 사겠다는 의지! 그것이 어쩌면 미니멀리스트의 삶의 철학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직도 애플 페이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올드걸이라며, 그래서 장지갑도 당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라는 말을 했다. 3.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쁜 문화부 기자, 혜연 그의 아이템: 소형 우산, 초소형 스피커, 젤리 인스타그램 @hy_moments 그녀는 신문 기자의 특성상 장시간 서서 취재하거나 현장에서 걸음을 재촉하며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했다. 이런 직업적 특성 때문에 무엇이든지 아이템에 “포터블(휴대성)” 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눈길부터 한 번 주는 편이라고 본인의 취향을 밝혔다. 그녀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 필수 아이템은 <소형 우산>인데, 한 15개 즈음 잃어버리고 부러뜨리다 안착한 우산이 바로 "파라체이스"라고 했다. 대만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매우 휴대성이 좋으며 의외로 단단하고, 특히 핸들 부분 그립감이 좋고, 디자인 또한 예뻐 늘 백팩 옆구리에 꽂아놓고 다닌단다. 그녀가 지방에 취재 차 방문할 때에는 <Britz 초소형 포터블 스피커>를 지참한다고 한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스피커인데 작은 체구와는 다르게 출력이 꽤 좋단다. 볼륨을 5 정도만 해놓고 고단한 일정 끝에 숙소에서 좋아하는 경음악을 튼 채 눈 붙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절대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히치스 젤리>를 꼽았다.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 항상 한 봉지씩 가방에 넣고 다닌단다. 백팩을 멘 바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 친구를 빼먹고 넘어갈 수는 없다. 4. 스타트업 대표이면서 개발자인 친구 E 그의 아이템: 백팩 제품명: 인케이스 15인치 라이트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현재 제일 만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그녀는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글로벌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후 본인이 개발한 서비스를 오픈하려고 고군분투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그녀의 가방 안이 너무 궁금해 인터뷰를 했다. 그녀는 본인이 별로 소지품이 없다면서 고민하다가, 한 아이템을 뽑자면 <백팩>이라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백팩을 들어봤지만 <인케이스 15인치 라이트>가 제일이란다. 지금 많이 낡았는데 다시 똑같은 것을 사고 싶을 정도라고 한다. 난 사실 여행 갈 때 외에는 백팩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왜 백팩을 선호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옆으로 메는 건 자세에 별로 좋지 않고, 개발자들의 세계에서는 백팩이 뭔가 더 프로페셔널한 느낌이라고 했다. 수트케이스를 들고 다닐 것이 아니라면 백팩이 좋은데 본인은 여성스러워 보이는 걸 정말 배제하고 싶어 백팩을 고수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메고 다니는 투미 백팩에 대해서 물으니 그건 무겁고, 15인치 노트북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물으니 남이 보는 건 중요하지 않고 항상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확실히 30대가 되니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생겼단다. 원래부터 남을 별로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냐고 물었더니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란다. 20대에는 남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에 대한 집착은 이전 직장에서 일하며 연봉이 많아지면서 정작 많은 것을 살 수 있어지니까 집착이 줄었다고 했다. 특히 물건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정말 싫다는 그녀는 적당히 내 스타일이면서 나에게 너무 부담되지 않는 가격의 브랜드가 좋다며 대표적으로 J crew, 산드로, 클럽 모나코, 유니클로, 무지 등의 브랜드를 꼽았다. 최근엔 어떤 소비를 할 때 행복하냐고 물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내향성 성향이 강해져서, 집에서 가볍게 혼술하며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좋은 향기에도 관심이 생겼단다. <바이레도 바디로션>을 선물 받았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향이었단다. 하지만 도저히 같은 것을 다시 못 사겠어서 유사 저렴이 브랜드를 샀는데 같은 향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했더니 아무 생각 없이 타던 택시비도 아까워졌다고 한 그녀에게 하나도 아깝지 않은 소비를 물었다. 그녀는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대화를 하며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했다. 먹고 마시는데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니, 또 다른 친구 회사원 C가 생각났다. 5. 이제는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은 ‘프로이직러’ 회사원 C 그의 아이템: 치실 (오랄비 글라이드여야만 함) 그는 자타공인 이직의 왕이다. 9년간 정규직만 6개를 다녔다. 하지만 나는 사실 그의 화려한 이직 노하우보다, 그의 가방 속이 무척 궁금했다. 왜냐면 그는 센스 있고 취향이 고급져, 이를테면 내가 데이트하는 사람이랑, 종로에서 맛있는 거 먹고 뭐 좀 보러 가고 싶은데 어디 가야 해? 하면 웬만한 구르메 가이드북보다 좋은 선택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는 본인이 정말 소비를 안 하는 사람이라서 뭔가 딱히 아이템이 없다며 가방 안에 노트북이랑 사원증 밖에 없다고 없단다. 그러면서 “책이라도 좀 넣을까?” 하며 감히 ‘주작’을 시도해 그냥 솔직하게 지금 있는 것들이나 찍어서 보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생각해 보니 빼먹지 않는 가방 속 아이템이 하나가 있다고 했다. 바로 <오랄비 글레이드 치실>이다. 그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 6개 들이로 구매가 가능하단다. 본인이 어릴 때부터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출퇴근 가방에도 치실이 있고 자동차에도 치실을 항상 구비해 둔다고 한다. 그동안 살면서 사용한 수많은 치실 중에서도 <오랄비 글라이드>를 추천하는 이유는 소재가 부드러워서 잇몸에 부담이 없고 향도 강하지 않아서 거부감이 없단다. 나는 그의 소비 철학을 물었다. 그는 미식 활동 외에는 최소한으로 쓴다고 했다. 맛있게 먹고 마시는 것이 본인에게는 행복이라고 했다. 특히 각종 음료를 좋아하는데 이게 아무래도 치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스타트업 대표 A와 직장인 C는 유사한 소비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물품을 소유하는 즐거움보다는 경험 소비, 특히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더 컸다. 다만, 그들이 표현한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단순히 시각이나 미각의 자극만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재료들의 독창적 사용법을 본다거나, 예상치 못했던 음식 조합의 궁합 도는 술과의 궁합(페어링)을 경험하는 일, 틀림없이 그 경험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의 즐거움도 그 행복을 더하는 요소일 것이다. 최근 소비하는 가치가 조금 변경되었다는 친구 혜원도 빼놓을 수 없다. 6. 방송기자 4년, 컨설팅회사 7년째인 재주 많은 직장인, 혜원 그의 아이템: 쿠션, 립밤, 영양제 인스타그램 @hyewonsc 그녀가 가진 매력은 너무 많아서 그녀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그녀는 직장인이라면 파우치 안에 빠질 수 없는 필수품, 쿠션과 립스틱 등 헬스케어 아이템들을 추천했다. 우선, <쿠션: CNP 프로폴리스 앰플 인 쿠션>이다.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는 그녀는 어느 메이크업 아티스트 선생님이 이 쿠션을 추천해 주신 뒤로는 계속 이것만 쓴다고 했다. 오후에 수정 화장을 하며 자주 쓰는 편이고, 자외선 차단에 진심이어서 하루에 한 번은 꼭 쓴다고 한다. 그녀 말에 따르면 “사용감이 엄청 촉촉하고, 사용하면 다들 피부가 좋아 보인다”고 해서 매우 강추하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립스틱보다는 립밤을 더 자주 쓰는 것 같다는 그녀는 <샤넬 립 앤 치크 오렌지>, <라카 립밤>을 추천했다. <샤넬 립 앤 치크>는 립밤으로 쓰기도 하고 볼터치용으로도 애용한다고 한다. 오렌지 계열이 잘 어울린다는 그녀는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컬러라 손이 자주 간다고 한다. <라카 립밤>의 경우 자연스러운 입술 색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강추라고 한다. 약간 묽은 피(?)와 같은 연출이 가능하나고 하며 웃었다. 스스로를 잘 돌보는 법을 아는 그녀가 또 빠뜨리지 않고 가방에 챙겨 넣는 것은 무려 <영양제 : 뉴트리라이트 Women's Vital Pack>였다. 매일 영양제를 잘 챙겨 먹는 편인데 간단하게 때려(?)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영양제로 말할 것 같으면, 여성에게 필요한 종합 비타민 같은 것인데 친구한테 추천을 받아서 구입한 뒤로는 쭉 이것만 먹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소비 철학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하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주로 건강이나 경험에 대한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아요. 헬스, PT, 영양제, 스킨케어 제품 등에 주로 큰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최근 그녀는 요리에 취미를 들이기 시작했다며, 평소 여행을 가면 현지 음식을 배우는 ‘쿠킹 클래스’를 빼놓지 않고 수강하는 편인데 한국에 와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셰프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가 있으면 꼭 수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소비생활을 할 때는 <가성비: 가격 대비 가치>를 많이 따지는 편이라고 했다. 부동산 컨설팅을 많이 하는 그녀라서 그런가 그녀는 “감가(감가상각)을 많이 생각한다”고 했다. 감가상각이 되는 것에 비해 가치가 있는 소비인지, 아닌지를 먼저 고민을 해보고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돈을 쓴다고 했다. 예를 들어 가구 등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주로 ‘당근마켓’ 등 중고로 구입을 많이 한다고 했다. 얼마 전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독립을 했는데 냉장고, 건조기, 소파 등 가전제품들과 가구들은 대부분 중고로 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류를 살 때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기본이 되는 제품은 SPA브랜드보다는 브랜드 제품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특히 <Theory>, <Club Monaco>의 제품을 좋아하는데 소재가 좋은 옷들 같은 경우는 10년 이상도 충분히 입을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생일 때 큰맘 먹고 투자한 자켓 같은 것들을 오래 입을 수 있었단다, 그녀는 오래 입으니 옷에도 추억이 묻어 있는 것 같아 좋다며 가치 있는 투자라 말했다. 친구들의 가방을 몰래 훔쳐보니 처음 기대했던 즐거움은 물론이고 깨달음의 순간들이 있었다. 자아 성찰이나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끼니를 거르는 때가 많아 혈당 보충을 위한 사탕을 챙겨야만 할 정도로 바쁜 생활인이었다. 백팩을 메고 도시를 누비면서도 미팅에서 깔끔하고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기 위해 치실이나 귀걸이를 챙기는 그들의 소지품을 살펴보며 나는 정말이지 K-직장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녹록지 않은 현실인지를 다시금 생각했다. 오늘도 씩씩하게 현장을 누리고 있을 그들을 생각해 본다. 다음번에 만날 때는 꼬옥 안아줄 테다! 우리 모두 너무 수고하며 참 기특하게 살고 있다고. 지금도 길지만, 지면 관계로 오늘 미처 모두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 친구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은 다음 연재에서 계속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친구 중 아직 원고를 보내지 않은 친구들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막차를 타길 바란다.) 디자인 : 채지우
예상치 않던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추석 연휴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미리미리 먼 곳으로 떠날 계획을 잡았던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 충만한 시간을 보내려는 다정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쪽이냐 하면, 어영부영하다 이제 와서 뭘 하기엔 늦었다고 깨달은 쪽이다. 이럴 땐 사두기만 하고 첫 페이지만 겨우 읽은 책이나 추천받았던 영상들을 보면서 교양을 쌓는 것도 좋지만, 한 번 해두면 편리함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는 습관 하나를 추천해 볼까 한다. 그건 바로, ‘영수증 정리’다. 몇 해 전 영수증 잉크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뉴스 때문인지, 아무렇게 버린 영수증의 개인 정보들이 여기저기 팔려나간다는 도시 괴담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문자나 메신저로 사용 내역을 재깍재깍 보내주는 신기술 혁명 때문인지 아무튼 요새는 대부분 영수증을 챙겨 받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쿨한 척 “영수증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영수증은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대단한 환경 운동 실천가나 된 것처럼 행세한다. 영수증 정리, 왜 중요할까? 하지만 사실 영수증은 구매자가 꼭 받아야 하는 중요한 서류다. 영수증에는 구매 일자, 구매 내역, 구매 물품의 품번, 수량, 구입 가격, 구입한 장소, 사업자등록번호처럼 판매자의 상세한 정보, 결제 정보 등 말 그대로 해당 거래에 수반된 (거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 있다. 이게 없다면 사실 훗날 거래와 관련된 문제가 생겨서 (물품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교환이나 수리를 받아야 할 때라든가, 물품을 중고로 팔았는데 중간에 택배가 분실된 경우, 여행자 보험을 들고 여행을 갔는데 해당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 등 수십 가지의 황당한 경우가 살면서 발생한다) 내가 내 거래내역을 증빙해야 하는데, 영수증이 없으면 “어디서 샀더라”, “얼마에 샀지?” 또는 더 심하면 “언제 샀더라”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야 하고 거의 해결이 불가능하다. 어쩌다 보니 먹고사는 문제로 이런 사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나 같은 사람도 영수증을 매번 모든 거래에서 받지는 않는다. 우리는 ‘낄끼빠빠(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지는)’를 겸비한 눈치의 민족이지 않나. 즉, 해당 거래가 반복적으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점심/커피 사 먹기’ 영역이라면 영수증은 카드 내역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이 구매 행위가 날이면 날마다 일어나지 않고, 마음먹고 사는 경우 즉 비일상적인 고가품이라고 한다면 나는 반드시 영수증, 인보이스(어려운 말로 ‘구입내역서’) 전자상거래로 구입한 경우엔 화면 캡처까지 반드시 챙겨 놓는다. 하지만 나같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영수증을 종이철에 스크랩해서 두진 않는다. 간편하게 영수증 정리하는 법 없을까? 요새는 핸드폰에 영수증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바로 사진으로 찍어서! 사진으로 찍는 경우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대부분의 자료들을 제출할 때 핸드폰에서 바로바로 찾아서 제출이 쉽다. 두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장점은 검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제는 핸드폰 기술이 좋아져서 대부분의 핸드폰(아이폰, 갤럭시 등)에서는 그림에서 텍스트 검색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영수증 내의 텍스트를 인식해서 찾아준다. 좀 풀어서 설명하면 내가 나이키에서 신발을 하고 영수증을 찍어둔 경우, 이 영수증을 한참 뒤에 찾으려면 아무리 폴더 안에 잘 넣어놨다고 해도 일일이 영수증을 다 확인하면서 찾아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사진첩 검색(돋보기 모양)을 클릭하고, ‘나이키’라고 입력하면 사진 중에 ‘나이키’라고 글씨가 써진 것들만 모아서 보여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이키 신발’이라고 찾으면 엄청 빠른 시간에 해당 영수증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엄청 편리하지 않은가? 사진으로 영수증 모으는 방법 1. 카메라 사진첩에 ‘영수증’이라고 폴더를 하나 만든다. ‘영수증’ 폴더 만들기 2. 앞으로 물품을 사자마자, 본 제품과 함께 영수증을 찍고(그래야 이 영수증이 무슨 물품인지 기억하기 좋다) 다음 영수증만 하나 단색 배경으로 하나 더 찍어준다. 전자상거래로 산 경우라면 캡처해 둔다. 전자상거래로 산 경우 내역을 캡처 3. 그리고 주기적으로 영수증이나 구입 물품 사진을 ‘영수증’ 폴더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4.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사진첩의 ‘검색’ 기능을 이용해 물품을 찾는다. 예) 나이키에서 산 물품을 찾는 경우 ‘나이키’ 검색 시 온갖 사진에서 ‘나이키’라는 물품명을 다 검색해 준다. ‘검색 기능’을 사용해 물품 찾기 아무튼 이렇게 영수증 정리를 해두면, 연도별로 내가 어떤 물건을 샀는지도 잘 정리가 되고 연말에 소비 목록을 살펴보면서 반성의 시간 또는 자찬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영수증 정리를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우선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집에 보이는 아끼는 고가의 물건들부터 한번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지금 핸드폰 사진첩에 사진이 42,270장 있는데 나도 이번 연휴엔 몇 해 연속 〈꼭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지우질 못하고 있었던 사진첩 정리도 꼭 하고 말 테다. 다들 해보시고, 더 유용한 팁이 있으면 공유해 주시고, 다음 글은 이렇게 정리한 영수증들을 근거로 올해 참 잘 산 아이템, 잘 못 산 아이템으로 돌아오겠다. 디자인 : 고결
최근 면세점을 통해 산 것들 중 만족했던 제품과 내 장바구니 고인물 아이템들을 소개해본다. 면세점별로 적용되는 적립금이 천차만별이고 환율에 따라 최종가격이 달라지므로, 되도록 가격은 정상가를 기재했다. 여기서 적립금이나 회원 등급에 따른 할인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현재 판매되고 있지 않은 제품은 되도록 제외했지만 같은 기능이라면 브랜드가 별로 상관없는 제품이거나, 해당 브랜드에서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식품류 제품이라면 포함했다. 1. 비타민 - 도펠헤르츠 A-Z 다이렉트 이뮨 20포 ($16), 오쏘몰 이뮨 액상+캡슐형 ($80) - 세노비스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18) - 세노비스 멀티비타민 미네랄 구미 ($25) 피로를 쉬이 느끼는 나이가 되니, 여행을 갈 때마다 적당히 먹기 쉬운 비타민을 구입해 여행 동반자들과 나누어 먹는다. 딱 여행지에서 먹고 치울 수 있을 만큼만 사는 게 핵심이고, 그동안 비싸서 못 샀던 비타민들도 면세점 찬스를 사용해 사서 먹어본다. 2. 차(TEA) - TWG 초콜릿 얼그레이 티 ($42) - 오설록 러블리 티박스 ($14) 여행 갈 때 제발 텀블러를 챙겨 다니라고 지겹게 말하고 있는 중이다. 텀블러에 티백을 하나 우려내면 비행기 안에서도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요즈음은 어딜 가나 웬만하면 티포트나 정수기가 구비되어 있으므로 좋은 브랜드의 티를 하나 사 가면 여행 중에도 호사스러운 나만의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TWG는 원산지인 싱가포르에서보다도 국내 면세점이 훨씬 싸서 하나씩 꼭 구비하는 편이고, 오설록은 우리나라 브랜드라 자랑스럽게 선물할 때 종종 산다. 두 브랜드 모두 가향(향이 가미된) 차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카페인이 없는 제품을 원하는 경우 루이보스 계열의 차 또는 허브차를 찾아보면 된다. 3. 저울 - 액토 트립 여행용 캐리어 저울 ($8) 요즘은 항공사마다 수하물 무게에 민감하다. 특히, 저가 항공은 무게에 더욱 민감해 1kg 오버차지도 잘 봐주지 않으므로 짐을 쌀 때 내 캐리어 무게를 대강이라도 짐작할 수 있는 저울이 있으면 편리하다. 내가 산 제품은 ‘Spigen’이라는 브랜드의 ‘Luggage scale E500’이라는 제품인데 2019년에 구매해서인지 현재는 면세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 같아서, 현재 판매하는 저울의 정보로 대신한다. 사실 브랜드 상관없이 기능에만 참신하면 되는 제품이고, 가격도 내가 산 제품보다는 저렴해서 소개해 본다. 4. 고속 충전기 - 액티몬 맥세이프 15W 10,000mAh ($28) 이 제품은 아이폰을 쓴다면 맥 세이프로 휴대폰 뒷면에 붙여서 충전선 없이도 충전할 수 있는 신박한 제품인데 모든 wireless 제품들이 그렇듯이 너무 편리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현재 이 제품은 C type 소켓만 제공하고 USB 소켓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나는 이 제품을 쓰면서 C type - 8 pin(아이폰용) 케이블을 하나 더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5. 월드 트래블 아답터 - 트래블 블루 2 USB Sliding Adaptor-WW blue ($44) 해당 제품을 2022년 2월에 샀는데 현재 글을 쓰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찾아보니 면세점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댑터 역시 기능이 중요할 뿐 브랜드에 큰 가치를 둘 필요는 없는 제품이고, 가격도 훨씬 저렴한 엘라고 제품(트립쉘 여행용 어댑터($18))을 대신 추천해 본다. 엄마를 사드리기 위해 주문해 봤는데 별도의 주머니도 따로 오는 등 내구성도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2개 이상의 USB 포트가 있는 제품을 추천하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USB C type도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6. 물놀이 제품 - 써니라이프 정글 방수 필름 카메라 ($22) - 써니라이프 3D 물놀이 발리볼 세트 ($45) 풀빌라에서 호젓한 물놀이나 스노클링 등의 활동을 즐길 계획을 가지고 여름 나라로 떠나는 여행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써니라이프〉이다. 캘리포니아 느낌이 물씬 풍기는 키치 느낌의 아이템을 많이 소개하는데, 편집숍이나 해외 직구로만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는 면세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구경만 해도 눈이 즐거운 제품이 많은데 치명적인 단점으로는 부피나 무게가 상당한 경우가 많아 수하물로 들고 돌아올 생각을 한다면 캐리어 규모를 생각해 질러야 한다. - 루디프로젝트 플로팅 리테이너 ($23) 〈루비프로젝트〉의 플로팅 리테이너는 도대체 뭐에 쓰는 물건인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이름처럼 신박한 아이템이다. 물 위에 연결한 물체를 떠있게 해주는 아이템인데 주로 선글라스나 안경을 연결하면 된다. 물놀이하다가 선글라스 잃어버리신 사람(=나)들에게 강추하는 아이템이다. 선글라스에 연결하면 물놀이하다가 파도에 휩쓸려도 바다에 둥둥 떠 있기 때문에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하나쯤 장만해 두면 스노클링 할 때 상당히 편리하니 여름철 핫템으로 추천해 본다. 7. 화장품 - 핸드크림 : 바이레도 스웨이드 핸드크림 100ml ($67) 조말론, 록시땅 등 좋다는 핸드크림을 다 써보았지만, 가격만 빼면 제일 만족했던 핸드크림이다. 면세점이 아니라면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가격이지만 은근히 100ml라서 용량도 넉넉하고, 꾸덕함이나 발림성의 발란스가 좋아서 매우 좋아한다. 비슷한 향수 브랜드에서 나오는 핸드크림들과 비교해 봐도 핸드크림 자체로의 성능이 제일 좋았다. 다만, 적립금을 적용해도 가격이 녹록지 않아서, 자주는 사지 못하지만 강추한다. 미니백엔 안 들어가는 사이즈라 작은 가방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 빼고는 다 추천한다. - 헤어제품 : 케라스타즈 엘릭서 얼팀 오일 클래식 100ml ($47), 듀오 ($87) 몇 년을 다들 아시는 모로칸 헤어 오일만 썼었는데, 친구 추천으로 처음 쓰고 빠져들었다. 일단 향이 매우 좋아서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모로칸 오일 쓰시던 분들 지겨우시면 한 번쯤 갈아타시길 추천해 본다. 단, 가격이 사악하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사길 추천하고, 가급적 듀오 제품을 사시길 추천한다. - 토너패드 : 니들리 데일리 토너패드 60매 ($14) 토너패드는 여행 갈 때마다 꼭 사가서 쓰다가, 남으면 집에서도 쓰고 하는데 니들리 패드는 웬만한 피부는 자극을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로 순하다. 크기가 엄청 커서 한 장만 써도 목까지 충분히 닦을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도톰한 면 재질의 토너패드를 좋아해서 세 번이나 연속해서 구매할 정도로 만족했다. 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토너패드 뚜껑이 헐거운지 안의 액체가 샌다. 지퍼백에 넣어도 보고, 테이프로 입구도 붙여보고, 온갖 각도를 계산해서 안 흔들리게도 넣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 번 이상 구입했는데 모든 경우에 다 샜다. 에센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가져오시고 싶으시다면 따로 내용물만 지퍼백에 넣어서 오던지 해야 할 것 같다(브랜드 관계자를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제발 면세점 판매용만이라도 뚜껑을 돌려 여는 것으로 만들어 주셔도 될 듯한데 전달 좀 부탁드립니다.) - 브러시 : 베네피트 멀티태스킹 치크 브러시 ($35) 눈 화장은 안 해도 블러셔와 립만은 바르는데, 미니 브러시를 가지고 다니다가 파우치 안에서 항상 난장판이 되는 것 같아서 늘 신경이 쓰였다. 이 브러시는 돌려서 뚜껑을 닫을 수가 있어서 가지고 다니기가 너무 편하다. 블러셔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 블러셔 : 클리니크 치크팝 누드팝, 멜론팝 ($12) 블러셔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브랜드를 써보았지만 미용 만화를 쓰시는 ‘된다(@_doenda)’ 님 추천대로 치크팝에 입문 한 뒤로 매우 즐겨 쓰고 있다. 무난하게 누드팝이나 멜론팝 정도 사시면 평균적인 한국인 특유의 웜톤 얼굴과 무난하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도 적당하고 가루가 날리거나, 너무 쉽게 깨지지 않아서 들고 다니는 파우치 템으로 무난하다. 한번 써보고 아니면 웜톤 친구 주시길! - 마스크팩 : 프리메라 씨드 앤 스프라우트 에너지 마스크 로터스 5매 ($10) 페이셜 마스크팩의 종주국(?) 답게 수많은 마스크가 있지만, 프리메라 마스크팩을 좋아한다. 가격이 적당해 남들 나눠주기도 좋고, 순하다. 여행지에서는 가급적 순한 마스크팩을 찾는데 다른 나라의 기후에 적응 중인 피부에 너무 자극을 주면 트러블이 올라올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프리메라 마스크는 일단 적당하고 무난해서 여행지에서도 마음껏 사용하기가 좋아서 최근 출국 때마다 챙겨서 구입하고 있다. 8. 선글라스 - 레이벤 ORB3447001 (50) ($151) 선글라스는 이제 면세점이 아니면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제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레이벤 제품을 매우 좋아한다. 우선 유리 재질이라 눈이 시원하고, 유행을 타지 않아 무난하게 사용하기가 좋다. 다만, 면세점에서는 피팅(자기 얼굴에 맞게 맞추어 주는 것)을 해주지 않으므로, 직접 면세점에 방문해 편한지 착용해 보고 구입하기를 권장한다. 정 얼굴에 맞지 않아 불편하면, 동네 안경점에 부탁해 보자. 물론 빈손으로 가지 않거나, 다른 필요한 걸 사면서 부탁하는 센스는 기본! 9. 모자 - 헬렌카민스키 비앙카 누가/스트라이프 ($175) 아, 여기에 이거 밝히면 이제 더 사기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나는 샀으니까 밝힌다. 사실 헬렌카민스키 모자는 백화점에서 정가를 주고 누가 사는 건지 늘 궁금했던 브랜드였는데, 면세점에서 한번 사본 뒤 생각이 좀 달라졌다. 우선, 생각보다 견고하고 아무 코디에나 잘 어울려서 하나쯤 가지고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추후 수선 등을 위해서는 꼭 개런티 카드가 발급되고, 정품 등록이 되는 공식 출처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은데, 면세점도 정품 등록이 되므로 걱정 말자. 단, 모자의 수명(내용연수)은 1년으로 굉장히 짧으므로, 그냥 한 철 정말 열심히 쓰고 다니고, 그다음 해부터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쓰고 다니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10. 잠옷 - 빅토리아 시크릿 VS CS SATIN Pink Stripe ($76) 그동안 잠옷을 입고 자면 수면의 질이 달라지고, 특히 여행 중에도 좋은 잠옷을 가지고 다니라고 지겹게 썼었다. (지난 칼럼들 참조). 그중에서도 실크 잠옷은 형편상 관리가 너무 어려운 그대들에게 이 제품을 추천한다. 울샴푸로 물빨래해도 괜찮으니, 편하게들 관리하시라! 11. 향수 향수는 개인의 취향이 너무 많이 묻어 나오는 분야라, 사실 추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입문자 - 애호가 - 롤온으로 분류를 나누어 조심스레 내가 좋아하는 향수들을 추천해 보고자 한다. ▶ 입문자용 - 피오니 앤 블러쉬 스웨이드 코롱 -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 - 잉글리쉬 페어 앤 프레지아 코롱 입문자들에게는 단연코 조말론이 제격이다. 웬만하면 모든 향이 튀지 않고 서로 어울려서 섞어 뿌려도 되고(어려운 말로 페어링) 면세점에서는 가격도 너무 착해서 강추한다. 향수 입문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향으로는 위에 3가지 향을 추천한다. ▶ 애호가 -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 아쿠아(Tomford Neroli Portofino Aqua) 50ml ($273) 이탈리아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상징했다는 이 향수는 우선 케이스가 이쁘다. 게다가 향이 너무 시원해서 여름철 향수로 추천하고, 남녀 공용 무난하게 뿌릴 수 있다. 애호가들이라면 톰포드 향수를 모를 리가 없겠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대들이 지갑이 좀 두툼해져 올리브영에서 파는 향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니치 향수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면 톰포드가 제격이다. ▶ 롤온형 - 바이레도 Mojave Ghost Roll on Oil 7.5ml ($77) 사실 향수는 뿌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르는 것들도 있다. 이렇게 손목이나 귓불, 목 등 바르고 싶은 곳에 굴려서 바르는 것을 (데오드란트를 생각해 보자) 롤온형이라고 한다. 롤온형은 가지고 다니기가 간편해서 파우치템으로 추천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롤온 향수는 바이레도의 ‘라 튤립(La Tulip)’인데 품절이 너무 심해서 사기가 녹록잖게 힘들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향이 ‘모하비 고스트’인데 우디 계열에 약간이지만 머스크향이 들어가 사람에 따라서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향이이다. 여기서 소개한 모든 제품들은 백화점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니까, 한 번쯤 방문해서 좋아하는 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면세점에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자료 출처 : 개인 소장품(@like_jamie), 롯데면세점 디자인 : 채지우 Copyright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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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을 상상하든 한국의 면세점에서는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물건을 다 판다. K뷰티의 중심인 마스크팩은 당연하고, 아차, 깜박한 손톱깎이? 물론, 있다. ‘네일트리머’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추운 나라로 간다면? 붙이는 핫팩부터 방한용 부츠를 사면 되고, 더운 나라로 떠난다고? ‘손풍기’라고 불리는 미니 핸디 선풍기부터 가벼운 3단 우산, 귀여운 공룡 아동용 우산, 비키니, 래시가드, 심지어 스노쿨링 마스크도 있다. 국경을 가리지도 않아서 싱가포르 여행 가면 다들 손에 들고 오는 TWG 티부터 최신 유행의 바샤커피도 줄 설 필요도 없이 구할 수 있고 적립금 신공을 펼치면 심지어 가격도 현지보다 더 저렴하다. 르쿠르제 국그릇부터 무쇠 밥솥, 다이슨 헤어드라이기까지 정말 면세점에서 이런 걸 다 판다고? 또 그걸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내가 자주 사는 것도 누군가에겐 저런 것을 산다고? 할 수 있으니까 프로여행러인 내가 사본 것 중에서 가성비가 좋거나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을 주의사항과 함께 알려주겠다. 면세점은 세금의 면제(즉, 면세)를 하는 곳이다. 면세는 관광을 장려하고 국제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주어지는 일종의 혜택이고 나라마다 면세를 받는 항목과 한도도 다르다. 우리나라도 2022년 9월 6일부터 입국 시 면세점 구입 물품을 포함하여 해외에서 구입하여 가져오는 물품 총액이 1인당 $600(주류 1병)에서 $800(주류 2병)으로 상향되었다. 면세범위를 넘으면 구입을 못하냐고? 아니다. $800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세관에 신고 후 세금을 납부한 뒤 반입할 수 있다. 면세번위를 초과하는 물품의 국내 반입 시 자세한 예상 세액은 관세청 홈페이지 내 “예상세액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적립금도 면세점에서 이벤트성으로 제공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유상으로 구매한 적립금은 세금을 내야 할 금액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이때에는 꼭 상세 적립금 내역이 표시된 영수증을 지참해야 한다. 파는 물건도 가지각색이고, 면세 한도도 늘었겠다, 면세점 쇼핑몰마다 펑펑 쏟아내는 신규 가입혜택, 매일 뿌리는 각종 적립금, 카드사 혜택 등을 요리조리 적용하는 재미를 누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면세 쇼핑을 하게 된다. 여기다가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같은 물건이 거의 반값인데 왜 때문에 안 사요?’라는 정신 승리까지 약간 더하면 어느새 해외여행을 가서 설레는 건지 면세점 쇼핑에 설레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내가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요일마다 지급되는 쿠폰 등을 요리조리 적용하며 할인의 할인을 더해 열심히 ‘최저가 시뮬레이션’을 엑셀까지 동원해서 돌렸던 시절이. 조금이라도 최저가에 사고 싶다는 욕망에 잔머리를 굴리는 모든 사람의 말로가 ‘자가당착’이라는 옛말 하나 틀린 것 없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다 겪었다. 시중 면세점의 ‘자주 묻는 질문(Q&A)’에 있는 내용과 겹치겠지만 이 칼럼은 떠먹여 주는 칼럼이니까 이 자리에서 중요한 것만 쏙쏙 뽑아 설명하겠다. 면세점 쇼핑 시 자주 묻는 질문! 자, 지금까지 면세점은 당연히 부가되어야 하는 세금을 면제받는 특혜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물품 <교환>, <취소>, <반품>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관행과는 다르다. 관세법상의 엄격한 절차와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쇼핑몰에서는 클릭 한 번이면 간단히 처리되는 ‘결제카드 교체’, ‘제품 색상이나 옵션 변경’, ‘제품 교환’, ‘결제 취소 후 재결제’, ‘제품 반품’ 등이 녹록지 않다. 설명하려면 어려운 내용이 많으므로 자주 하는 실수 위주로 문답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1. 면세점 등급이 높은 가족이나 친구랑 같이 면세점에 방문해 할인받아 구입한 뒤에 나중에 내가 면세품을 수령하는 것은 가능할까? - (X) 안 된다. 엄마 아이디가 등급이 높다고 해서 엄마 아이디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내가 찾을 생각은 버리자. 면세품 구입은 세금을 면제받는 세법상의 중요한 행위다. 본인만 가능하다. 2. 드디어 ‘신(新) 여권’ 발급! 면세품은 자동등록 해 놓았던 구형 여권으로 구입했는데 신형여권으로 면세품을 수령할 수 있을까? - (X) 정답부터 얘기하면 할 수 없다. 비록 본인이라고 할지라도 구매 시 등록된 여권 정보와 소지하고 있는 여권의 정보가 다를 경우 상품 수령이 불가능하다. 면세점 고객센터에 연락하거나 인터넷상으로 <여권정보 변경>을 한 뒤, 취소 후 재구입해야 한다. 변경 시점도 면세품 보세 구역으로 이동하기 전 <주문 상태>에서만 여권정보 변경이 가능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고객센터에 연락하지 않고 본인이 홈페이지에서 직접 수정하는 것은 1년에 1번 정도만 가능하고, 1년에 1회 이상 수정 할 경우 직접 신청 한 뒤 고객센터의 확인을 거쳐야 수정처리를 해준다(여권은 수정이 쉽지 않은 중요 정보임을 잊지 말자). 이번에 새로 여권이 변경되며 구형 여권에서 신형 여권으로 변경한 사람이 많을 텐데 주의하자. 3. 상품 수령 전 마음이 바뀌었다! 취소가 가능할까? - (O) 가능하다. 상품 수령 전 취소는 비교적 쉽다. 쇼핑몰에서 취소하듯이 하면 된다. 하지만 물품을 수령한 뒤에는 복잡해진다. 내가 산 물품의 가액이 면세한도(미화 $800)가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만 가능하다. 면세 범위 내라면 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내 가능하다. 불량인 경우엔 3개월 간 가능하다. 면세 범위를 초과하는 제품이라면 해외 국제우편(해상화물)으로 부쳐야만 가능하거나, 구매자가 직접 물품을 반입하여 입국하는 경우라면 세관에 자진신고 한 뒤, 세금을 납부한 경우에 가능하다(물론 낸 세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 4. 마스크팩이랑, 향수랑, 초콜릿을 샀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향수만(부분 취소) 취소가 가능할까? - (△) 가능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교환, 취소, 반품은 <교환권> 단위로 취소되기 때문이다. <교환권>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구입한 물품이 브랜드 별로 또는 통합 물류 센터에서 포장되어서 ‘면세품 인도장’으로 보내질 때 함께 첨부되는 영수증이다. 따라서 취소하려는 제품이 교환권에 포함된 유일한 제품이면 간단하지만, 해당 교환권에 포함된 제품이 여러 개라면 함께 묶여있는 전체 상품이 다 취소된다. 또한 취소 시,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할인쿠폰과 포인트는 복구가 되지만 유효기간이 경과한 건 가차 없이 소멸함을 주의하자. 5. 면세품 구입 후 수령하여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된다. 카드 변경이나 할부 개월 수를 늘릴 수 있을까? - (X) 없다. 인도 후에는 결제수단의 변경이나 할부 개월 변경은 불가하며 반품 후 원하는 결제수단으로 재구매하여야 한다. 주문 완료 후 상품 속성(색상, 사이즈)을 변경하는 것도 해당 주문 건 취소 후 재구입해야 하며, 그 사이 제품이 품절될 수도 있다(즉, 상품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단만 변경은 불가하다). 6. 비행기 탑승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면세품을 찾을 시간이 없거나 아차! 깜박 잊었다면? 환급받을 수 있을까? - (O) 걱정말자. 못 받은 것은 취소가 가능하며, 싸게 잘 산 거라 취소하고 싶지 않다면 고객센터에 연락해 재 출국/재입국 시 인도받겠다고 하자(입국은 부산국제부두 입국장만 가능) 미 수령 후 별도의 요청사항이 없으면 30일이 경과하면 자동 구매 취소 처리 된다. 7. 출/입국일자나 항공편명이 변경된다면? 이런 경우 면세점에 알려야 할까? - (O) 알려야 한다. 인천(또는 김포) 공항 기준으로 출국일 1일 전까지, 그 외 공항이나 배편은 2일 전까지 연락하여야 한다. 8. 새벽 비행기로 출국하는데 면세품을 받을 수 있을까? - (O) 받을 수 있다. 주요 면세점은 항공기 출발 시간 동안은 운영하고 있으므로 상품 수령이 가능하다. 9. 한국에서 출발해서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발리로 떠나려고 한다. 화장품 구입 가능할까? - (△) 기본적으로 항공기 탑승 시에는 모든 액체류(겔류 포함)의 항공기 객실 내 휴대반입은 일반적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어디나 예외가 있는 법. (1) 투명 지퍼백 1개에 들어가는 정도의 화장품과 (2) 직항인 경우 면세품에서 구입한 제품은 허용된다. 다만, 경유인 경우엔 면세품 기내 반입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규정이 달라 이해가 어려우니까 집중하자. 나는 그냥 경우 편엔 웬만한 액체(크림)류를 사지 않고 비 액체류 화장품(고체 립스틱, 브로우, 루주 파우더) 같은 것만 산다. (1) 다른 방법으로는 액체(크림)류여도 기내 반입이 가능한 ‘투명 지퍼백’ 안에 들어가는 작은 화장품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큰 투명 지퍼백을 가져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허용되는 투명 지퍼백(개폐가 가능한 플라스틱 봉투)의 규격이 있다. 20.5cm * 20.5cm, 25cm * 15cm와 동등한 크기로 제한된다. 봉투는 모든 내용물을 닫고 지퍼를 닫을 수 있어야 하며, 각각의 용기가 100ml(=100g, 3.4온스)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300ml 통이지만 100ml만 담아도 안 된다. 그런 잔머리 써봤자 안 통한다. 빈 용기는 반입 가능하고 단, 안에 넣은 용량의 합이 최대 1리터(1,000ml)를 넘을 수 없다. 또 다른 잔머리로 규격에 맞는 지퍼백 여러 개를 가져가면 되지 않냐고? 아쉽게도 승객 1명당 플라스틱 봉투 1개가 정량이다. (2) 다음으로 경유편의 경우에도 액체류 면세품이 허용되는 나라가 있다. 단, 이때에도 면세점에서 <도착지까지 절대로 개봉하면 안 됨.>이라고 영어로 크게 적어 놓은 투명한 빨간색 봉투(STEB, Security Tamper Evident Bag*)에서 꺼내지 않아야 하고, 이 봉투가 최종 목적지까지 이륙하기 전까지 개봉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 STEB 봉투는 한 번 밀봉된 이후 개봉하면 흔적이 남는 봉투로, 도중에 열어봤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즉, 개봉되지 않는 상태라면 위험상태가 없는 것을 의미해서 이 봉투 안에 넣은 것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단, 국가마다 이 밀봉 봉투를 허용하는 절차와 방법에 차이를 보이므로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내 화장품은 내가 지키자) * STEB: 면세점에서 제공하는 국제표준방식으로 제조된 훼손탐지가능봉투를 말한다. 영수증이 이 훼손탐지가능봉투 안에 동봉 또는 부착되어 있어야 인증된다. (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 미국/캐나다(북미 지역)는 환승 시 기내 휴대가 불가하다. 단, 경유지 공항 도착 후 짐을 다시 찾아 넣은 뒤 Check-In Luggage(수하물)로 부칠 수 있으면 된다. 예를 들면 환승시간에 여유가 있어 짐을 다시 찾은 뒤, 붙여 달라고 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되거나 경유지에서 1-2일 정도 숙박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겠다. 하지만, 최종 경유지까지 바로 짐이 자동으로 연결되는 경우 불가능하므로 도박하지 말자. 안 걸렸다고 가끔 자랑하는 글들도 보이는데 그건 그냥 본인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10. 입국 시 상품을 받을 수 있을까? - (△) 원칙은 불가하다. 단, 2023년 4월부터 정부 시범운영 지침에 따라 부산 항만부두로 입국하는 경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외 항공으로는 불가능하다. 물론, 당연하게 택배로 나중에 집으로 받을 수도 없다. 11. 면세품은 여행이 결정되고 비행기 티켓을 사기 전에도 가능할까? - 기본적으로는 출발편명이 확정되고, 출/입국일 60일 전부터 면세품 구매가 가능하다. 아까 말했듯 출발편명이 달라지면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변경해야 하므로 웬만하면 항공권을 구입하고 확정되면 구입하자. 12. 면세품은 왜 제품의 가격이 매일 달라질까? - 면세품은 서울외국환중개 전일자 환율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그 말은 실제의 오늘 날짜의 환율이 내일의 면세점 ‘적용 환율’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포털에 “면세품 환율 조회”라고 치면 내일의 환율을 알려주는 사이트 등을 쉬이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쉽게 정리하고 싶었는데 내용도 생각보다 길어지고, 지루할까 봐 매우 걱정된다. 그래도 궁금했던 모든 것들이 이참에 속 시원히 해결되길 바란다. 프로 여행러가 면세점에서 사는 것들 마무리는 내가 그동안 면세점에서 주로 구입했던 장바구니 대공개! 원래 남의 쇼핑 구경이 재미있는 법이니까. 그동안 면세점 할인율에 혹해 화장품은 당연하고, 쉬이 사지 못했던 고급 세탁 세제부터, 선글라스, 속옷, 잠옷, 스피커, 노트까지 참 다양한 것들을 많이도 사 재꼈다. 지금 생각하면 무겁지도 않았나 싶다. 다음 편에 자세한 리스트를 공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당장 출국하는 급하신 분(?)들을 위한 기본 편이다. <과거 면세점 장바구니 공개(일부 제품은 현지 구입 및 현지 선물용으로 구입> 우선, 화장품과 주류는 한국 면세점을 인터넷으로 이용해 적립금, 쿠폰등을 할인하면 기내 면세점 또는 해외 면세점보다 싸다. 단, 주류의 경우 무거워서 개인적으로 국내 면세점에서 사서 현지 선물용이나 현지 소비용으로 사들고 나간 외에는 없다. 한국에 반입할 목적의 소비는 돌아오는 기내 비행기 항공사의 면세점을 통해 미리 사전 예약해 둔 뒤 돌아오는 기내에서 받거나, 현지 면세점에서 구입 후 반입하거나, 들어와서 입국장 면세점에서 샀다. 시트 마스크팩의 경우 기본 20장 정도를 구입해 현지에서 선물로도 나누어주고, 일행들과 함께 나누어 쓴 뒤 남은 제품만 다시 들고 온다. 화장품은 처음엔 가성비 때문에 1+1이나, 대용량으로 구입했으나 점차 가방 무게가 피로에 미치는 중요성이나 기내용 캐리어만 들고 다니는 것이 여행을 얼마나 간편하게 만들어주는지 알게 된 다음부터는 사는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 3주 이상의 장거리 여행이라 현지에서 완전히 다 소비할 자신이 있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들만 대용량으로 구입한다. 액세서리류들은 인터넷 면세점에서는 착용도 안 되고, 한번 구입 후 교환이나 반품, AS 역시 어렵기 때문에 내가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의 제품이거나 AS 할 일이 없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만 구입한다. <과거 면세점 장바구니 공개(일부 제품은 현지 구입 및 현지 선물용으로 구입)> 전자기기 제품은 면세점과 일반 오프라인 매장의 AS가 다른 경우가 있어 웬만하면 고장이 나지 않을 것 같은 품목(이를테면 포터블 스피커), 고장 나도 서운하지 않을 가격대의 물품을 구입한다. 식품류는 주로 간식이나 마시는 차 종류를 주로 구입했으며, <오설록>, <TWG> 등의 다양한 차류가 면세점에서 판매되므로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여름 나라나, 겨울에 여행 갈 때 구입해 여행 내내 텀블러나 물병에 넣어 즐겨보시길 권한다. 다음 편에는 2023년 상반기 추천템과, 고인물 추천템으로 돌아올 테니, 늦은 여름휴가나 하반기 해외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들 기대해 주시길! 디자인 : 채지우
해가 길어진 만큼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 쉬운 계절이다. 사실 나도 오늘부터 휴가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공항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가 우연히 귀여운 대화를 나도 모르게 엿듣고 말았다. 못해도 30인치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큰 짐들을 가진 20대 두 사람의 대화였다. 대화의 내용은 이랬다. “야, 누가 보면 우리 이민 가는 줄 알겠다. 나랑 너랑 짐이 대체 왜 이렇게 많냐. 유럽여행은 처음이라, 뭘 얼마나 가져가면 좋을지 몰라 다 넣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네. 고생 제대로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니 남들은 대체 뭐 넣었는데 저 작은 캐리어에도 들어가냐. 우리도 해외로 많이 다니다 보면, 나중엔 저렇게 가볍게 다니게 될까?”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할 뻔했다. 한 해에도 몇 번씩 해외고 국내고 쉴 새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짐 싸는 일에 대해서라면 나름 노하우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어딘가 호기롭게 첫 모험을 시작한 그들에게 보내는 나의 오지랖 넓은 답장이다. “너네 대체 뭐 가져가는데?” 간단하게 결론을 말하면, (김이 좀 샐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해서 짐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짐 싸는 데 정답은 없다. 사실 짐의 크기는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험보다는 내용물도 여행지에 따라서, 얼마나 돌아다닐 건지에 따라서, 아이들이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사 가면 좋은 것과 안 챙겨 가도 되는 건 있는 것 같다. 이 글은 짐 싸기 기초 편이다. 고급 편은 나중에 MBTI 별 짐 싸기나 배낭여행 짐 싸기, 신혼여행 짐 싸기로 정리해 보겠다. 짐 가방을 쌀 때 기본이 되는 앱 소개는 지난번 글에서 간단히 소개했다. (어디로든 떠나고픈 당신에게, 여행에서 사용하면 좋은 어플(앱) 대 공개!) 그 글에서 소개한 <Pack point>라는 앱을 사용하면 대충 챙겨야 할 것들을 여행지별로, 일정별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여행 가방에 나만의 표시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도 알렸다.(공항에서 내 가방이 사라졌다? 미리 예방하려면) 그래서 나도 여행 가방에 여행지에서 모아둔 스티커들을 몇 개 붙였다. 그다음 내 루틴은 아래와 같다. 여행 가방을 열고, 가져가고 싶은 모든 물건을 쌓아둔다. 거기서 뺄 건 빼고, 가져갈 건 가져간다. 제일 중요한 원칙은 반드시 적어도 1/3 이상은 비워둔다는 점이다. 여행지에서의 쇼핑 계획이 많으면 1/2, 절반까지도 비워 간다. 여하튼 웬만하면 출발할 때부터 가방을 다 채우지 않는다. 여행이란 사 오고 싶은 기념품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특히 무겁거나 액체인 기념품(화장품, 와인 등)은 모두 체크인할 가방에 넣어야 하니까 미리부터 공간을 비워두자. 자, 백문이 불여일견 그동안의 짐들을 한번 보자. 가져가면 좋을 것들이다. 여행용 멀티 어댑터 국내에서 사 가는 것이 싸다. 220V를 쓰지 않는 국가에서 필요하다. 특히 유럽(220V)도 옛날 건물은 누전 방지 전극이 다르게 생겨서 하나 품질이 좋은 것으로 산 뒤 어디든 가져가 보길 권한다. 나는 한 $50 정도 하는 것을 비싸게 샀지만, 추가로 USB가 2개 달려서 자주 그나마 잘 샀다고 위안을 가지고 있다. 최근 면세점에서 33,000원 정도에 파는 것을 보았다. 텀블러 텀블러는 덥고 추운 여행지를 여행할 때 제격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지 않는 유럽 여행에서 얼음을 잔뜩 넣은 나만의 “아아”를 호텔방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또 추운 여행지는 어떻고, 금방 식어버리는 핫 초코도 여기에 넣으면 안심이다. 환경친화적인 것은 물론이오, 절대 후회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적극 추천한다! 안대와 슬리퍼, 그리고 귀마개 편안한 잠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본인의 잠옷이 숙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여러 번 말했다. 여기에다가 눈에 닿는 면에 부들부들한 면으로 되어 있는 안대가 있다면 비행에서의 잠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안대가 없다면 올리브영 같은 데에서 아이 워머라고 해서 1회용 안대를 판다. 이런 것을 사 가자. 눈이 뜨끈하면 잠도 솔솔 온다. 마지막으로는 귀마개다. 이건 3M에서 만드는 귀마개를 추천한다. 귀마개를 써보면 비행기에서 소음이 얼마나 심했던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귀로 오는 소음만 차단해도 피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속는 셈 치고 한번 써 보시라! 이동에서 귀마개를 착용하는 순간, 훨씬 덜 피곤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슬리퍼! 이건 4성급 이상의 호텔을 가지 않고 호스텔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추천이다. 외국 집이나 호텔의 바닥은 우리의 바닥처럼 매일 쓸고 닦는 것이 아니라 사실 청결하지 않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대리석이나 마룻바닥이라 여름에도 춥다. 그래서 들고 다니는데, 나는 5성급 호텔에서 마음에 드는 슬리퍼를 만나면 한 개는 안 쓰고 가져왔다가 다음의 저렴한 숙박장소를 갈 때 가져간다. 나만의 스몰 럭셔리다. 여행약 필수 세트 (영양제 + 소화제 + 지사제 + 위장약 + 연고 + 감기약) 평소 먹던 비타민과 효소, 유산균이 있다면 챙겨 간다. 여행지에서는 먹는 음식과 마시는 물이 달라져서 물갈이하는 배탈이 나기 쉽다. 그래서 딱 한 개 정도씩은 챙겨 간다. 왜 한 개씩이냐면 사실 가서 약국에서 증상에 따른 올바른 약을 얼마든지 살 수 있기도 하고 약을 다 바리바리 챙겨가면 무겁기 때문이다. 그럼 왜 가져가냐고 하면, 호텔방에서 저녁에 아프기가 쉽기 때문에 하룻밤을 버틸 약으로 챙겨 간다. 꼭 긴장이 풀린 저녁 즈음부터 아프기가 쉽기 때문이다. 약국에 가서 말이 안 통하면 어떻게 하냐고?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약 이름이 비슷해서 그냥 잘 듣는 한국 약을 가져가서 그걸 먹은 뒤 약봉지를 가져가거나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준다. 성분명은 화학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거의 알아듣는다. 아니면 증상을 파파고 등의 번역 앱을 통해 말해 본다. 보조배터리 보조배터리는 있다면 꼭 챙긴다. 혼자 가는 여행일수록 반드시 필요하다. 말도 안 통하고, 길도 잘 모르는 해외에서 핸드폰이 꺼지면 참으로 난감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용으로 하나 챙겨 간다. 이런 것들도 한국에서 훨씬 싸기 때문에 반드시 한국에서 챙겨 간다. 마사지 볼, 스트레칭 밴드 이건 30대 넘어가면서 필수적으로 가져가는 도구다. 사실 가볍기 때문에 비행기 안까지 가져가서 공항 이동 중간중간에 발바닥의 피로를 풀어준다. 발만 피로가 좀 줄어들어도 훨씬 피로가 준다. 이 글을 읽는 20대들은 도대체 왜 저러나 싶겠지만(나도 그랬다), 30살 넘어가면 10시간 넘어가는 비행이 두렵기 시작할 것이다. 미리미리 발바닥을 롤러로 굴려가며 풀어주면 여행지에서 한결 가벼운 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것도 한국에서 사가길 추천한다. 핸드폰 케이스와 스트랩 한국인들은 핸드폰을 아무 데나 잠시 놔두는 습관이 있다. 그래도 잃어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 습관처럼 테이블 위나, 바지 뒷주머니에 꼽아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케이스로 파손 방지하고, 스트랩을 가급적 해서 몸에 착용하고 있기를 권한다. 나도 이번 여행을 가면서 엄마에게 하나 줬다. 특히 자주 깜박깜박하시는 분들에게 권한다. 우리 엄마나 이모나 언니가 머리에 선글라스(안경)를 쓰고 그걸 찾는 모습을 봤다면, 바로 하나 한국에서 장만해 드리자. 스피커 해외 캠핑장, 스키장, 샬레, 에어비앤비 등으로 가신다면 적극 추천하지만 호텔만 다닐 거라면 전혀 필요 없는 아이템이다. 나는 작은 스피커를 여행지에 따라 챙겨 간다. 단체로 여행을 다닐 때 스피커를 가져가면 흥이 나기 때문이다. 단, 유럽이나 외국의 시골은 우리 생각보다 더 조용해서 9시 이후의 높은 출력은 자제를 해야 한다. 손소독제, 면봉, 향수 나는 별로 청결한 편은 아니지만, 여행지에는 손 소독제를 꼭 가져간다. 아무래도 익명의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는 손을 씻고 뭐든 만지고, 먹는다. 씻을 상황이 아니라면 소독제라도 사용한다. 왜냐면 여행지에서 아프기 싫기 때문인데, 마음의 위로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손을 자주 씻자. 돈 들여 간 여행에서 아프면 나만 고생이다. 자주 사용하는 향수 하나 정도는 꼭 챙겨가길 바란다. 베개 위에도 살짝 뿌리고, 울적한 기분이 들 때 향을 바꿔 주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울적할 일이 뭐가 있어?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온갖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향 하나 정도는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장바구니 + 세탁 주머니 + 세제 + 섬유탈취제 이것도 내가 30대가 되면서 꼭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장바구니는 하나 작은 것을 들고 다니던 가방 안에 넣어두면 플라스틱 비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슈퍼마켓에서 구경할 때 현지인 느낌을 낼 수 있다. 쇼핑할 때 생기는 각종 쇼핑백들도 필요 없어지는 등 생각보다 가지고 다니다 보면 사용빈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세탁 주머니는 고리가 있거나 손잡이가 있어서 문고리에 걸 수 있는 것을 추천한다. 샤워실 수건걸이 같은 곳에 걸어 두고, 세탁물은 모두 넣어서 가져오면 돌아와서 세탁 주머니만 세탁을 해주면 되니까 편리하다. 세제도 10일 이상 장기로 여행 가는 여행자는 지퍼백이나 안 쓰는 빈 통에 세제를 좀 챙겨 다니면 코인 세탁기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뽀송뽀송한 옷을 입을 수 있다. 치약이나 바디샴푸, 비누 같은 것은 현지에서도 저용량이 나와서 거기서 사면 되지만, 세제는 현지에서 사기에도 애매하므로 국내에서 쓰던 것을 소분해서 가져가길 권한다. 단기간의 3-4일 여행에서 나는 섬유탈취제를 통에 담아 가져간다. 팍팍 뿌려서 탈탈 털어 걸어두면 작은 주름은 쉽게 펴지므로 다림질 역할도 한다. 와이셔츠나 원피스처럼 고급 레스토랑에 입고 갈 옷들은 샤워 후 스팀이 되어 있는 샤워실에 잠시 걸어두었다가 밖에 걸어두면 주름이 펴지니, 팁으로 알아두자. 볼마사져, 얼굴 마사져, 여행용 샤워기 유럽이나 동남아 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여행용 샤워기를 챙겨간다. 일본이나 홍콩 등 동북아시아에서는 챙기지 않았다. 주로 물이 석회질이거나, 의심스러운 수질일 것 같은 데에서는 챙겨 간다. 요즘은 여행용으로 따로 나와서 편리하다. 마스크팩은 항상 국내에서 잔뜩 사서 해외 나갈 때 많이 챙겨간다. 선물용으로도 제격이고 가끔 호텔을 청소하는 분들께도 팁과 함께 남겨둔다. 내가 어떤 나라에 가진 이미지가 개인적인 작은 에피소드로 생긴 호불호이듯이 내가 남긴 마스크팩이 작은 기쁨이 되어 다른 한국인들이 도움을 바랄 때 선뜻 도와줄 수 있는 우연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얼굴마사져는 기내에 한번 가져가기 시작한 뒤로 끊을 수가 없는 제품이다. 정말 가벼운 초음파 기반의 마사져인데, 휴대가 간편해서 건조한 기내에 딱이다. 책과 노트 이런 걸 왜 가지고 다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또 여행지에서 끄적끄적 거리는 것들이 나중에 그 여행을 훨씬 풍족하게 만들어 준다. 핸드폰 메모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각종 입장권들도 붙여 놓을 수 있는 노트를 아직까지도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닌다. 책은 짐이지만, 그래로 한 권 정도는 챙겨 간다. 외국에서 한국어가 그리울 때면 안 읽던 책이라도 읽히기 마련이고, 호텔 수영장에 누워 얼굴을 가릴 용도라도 쓸모가 있으니 하나 정도는 가벼운 책으로 챙겨가길 권해 본다. 주얼리 통 – 무인양품 약통 활용 주얼리 통과 압축가방 여행 갈 때마다 대체 액세서리들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주얼리 박스에도 담아보았고, 지퍼백에도 담아보았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지만 가장 그럴듯하고 분실을 가장 쉽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인양품(MUJI)의 약통을 활용하는 것이다. 가운데에 있는 가림막을 필요에 따라 덜어내 버릴 수 있어서 귀걸이나 목걸이를 담기 딱이다. 특히, 빈칸 없게 세팅해 두면 분실 시 바로 시각적으로 알아차리기가 쉬운 장점이 있다. 추천템이다. 압축 가방 나도 인스타그램 유명 인플루언서님의 추천템이라 한 번 사보았다. 써본 결과,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압축이 잘 되는 패딩 점퍼 같은 것에는 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압축을 했다고 해서 뚱뚱하고 빵빵해진 부피가 줄어든 건 아니라서 20인치 캐리어에는 압축팩을 쓴 결과 뚜껑이 안 닫힐 수도 있다. 오히려 다이소나 홈쇼핑에서 파는 이불 압축팩(손으로 공기를 빼는 버전)을 사는 것이 패딩 점퍼를 압축하는 용도에는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이런 류의 제품이 생기기 전에는 그렇게 썼다) 또 사실 여행용 가방의 틈새 여백을 활용하지 못해서 캐리어 공간을 100% 전부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장점은 <디바이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여행 가방을 깔끔하게 챙기지 못하고 뒤죽박죽이어서 뭘 찾을 때마다 시간이 걸렸던 사람들에게는 강추한다. 옷은 제일 큰 가방 앞쪽 면에, 화장품은 뒷면에, 속옷은 작은 칸에 넣는 방식으로 정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디바이더 1개 정도에 화장품 파우치, 빈 공간을 남겨 가는 방식으로 정착했다. 이번 여행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편 <면세점에서 사면 좋을 것들> 편에서 만나요! 디자인 : 채지우
여행 얘기는 언제나 해도 신나지만, 여름휴가 시즌도 다가오니 여행 얘기를 꺼낸 김에 당분간은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시리즈 주제는 <어디로든 떠나고픈 당신에게>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내가 실제로 다운로드하여 매 여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시작으로, 여행지별로 챙겨 가면 좋은 아이템이나 짐을 잘 싸는 노하우도 소개해 볼까 한다. 여행의 묘미는 쇼핑이니만큼, 면세점에서 사면 좋은 아이템이나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 소개 등도 이어질 예정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똑똑한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서 앱(플레이) 스토어에 올려 두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여행이 좀 더 편하게 되었다. 나는 국내여행을 포함해 1년에도 열댓 번씩 다니는 프로 여행러니까, 여행 폴더를 따로 관리 중이다. 내 핸드폰 바탕화면을 공개하면, 제일 중요한 <여행> 폴더가 있다. 여기에 많이, 자주 쓰는 기본 여행 어플들을 다운로드해 둔다. 여행 외에 상시로 운영하고 있는 폴더는 <항공사>, 그리고 <스포츠 여행> 폴더이다. 이 외의 폴더는 <홍콩>, <일본>, <미국>, <방콕>처럼 계획하고 있거나 자주 다니는 여행지 폴더를 별도로 만들고, 없애거나 합친다. 이 외에 유럽, 아시아 표준시간을 바탕화면에 위젯으로 설정해 두었다. 그리고 정말 지금 여행지 현지가 아니더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매일 사용하다시피 하는 사용빈도가 높은 앱들은 따로 바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바탕화면에 깔아 두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위의 세 사진이 내 휴대폰 배경 화면이다. 막상 공개하려니 옷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부끄러워진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가장 기본이 되는 <여행> 폴더에는 분류가 어려운 것들이나, 가장 즐겨 찾는 어플을 모아두었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자 보험, 비행기 자리 확인, 팁 계산기, 관세 및 세관 관련 어플, 레스토랑 찾는 어플, 친구들끼리 여행 갔을 때 정산을 쉽게 도와주는 어플, 여행 계획 관련 어플이 있다. 내게는 더 편리하게 여행을 계획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척 편리한 애플리케이션들이라 생각해 조심스레 추천하니, 자유롭게 다운로드하여 사용해 보고 그대들의 여행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Bon Voyage! ✈️ 트립어드바이저 (TripAdvisor) / 에어비앤비 (Airbnb) / 카우치설핑 (Coachsurfing) 트립어드바이저 (TripAdvisor) : 호텔, 레스토랑, 관광지 등에 대한 리뷰와 추천을 제공한다. 명불허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구경하며, 브레인 스토밍하기 좋다. 에어비앤비 (Airbnb) : 혼자이거나, 3인 이상의 가족이 5일 이상 여행 시 찾아보기 좋은 여행 예약 플랫폼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로컬의 삶을 훔쳐보기 좋다. 조리를 해야 하거나, 혼자라서, 사람이 많아서 호텔을 예약하기 힘든 상황일 때 좋다. 구글 지도 (Google Maps) : 길 찾기, 대중교통 정보, 식당 추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구글지도가, 지도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전 글 <호텔 예약할 때 ‘구글맵 신공’ 아직도 안 하니?>를 참고할 것. 카우치설핑 (Coachsurfing) : 에어비앤비가 모든 세대를 위해 <빈 집, 내 집>을 빌려주는 콘셉트라면, 이 플랫폼은 젊은 세대를 위해 <빈 소파, 빈 거실, 빈 방>을 공유하고자 하는 콘셉트에서 태어났다. 다만, 본인의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하므로, 조금이라도 우려스러운 꺼림칙한 호스트가 있다면 과감히 재낄 것. 트레일즈 (Trails) / 호스텔월드 (Hostelworld) 호스텔월드 (Hostelworld) :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어 보이는 나도 20대에는 무척이나 가난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겐 호스텔 월드가 최고! 호텔보다는 좀 더 북적북적하지만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호스텔이야 말로, 젊음의 특권 아닐까? 호스텔을 검색할 수 있다. 트레일즈 (Trails) :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야외 활동을 위한 경로와 지도를 제공한다. 해외 여행 갔을 때, 남들 다 가는 관광지만 가지 말고 로컬들이 가는 하이킹, 자전거 트레일에도 도전해 보자! 마이뱅크(MyBank) : 여행에 관한 금융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앱이다. 송금, 환전, 보험 등 그중에서도 나는 여행자 보험을 마이뱅크를 통해 들고 있다, 이유는 한번 이용하면 다음에 할인을 해주는 10% 쿠폰을 5매 주는데, 친구들끼리 선물도 가능하다. 쿠폰의 노예가 되어 계속 이 앱을 사용 중이다. 시트그루(SeatGuru) : 비행기에서 좋은 좌석은 다리를 쭉 펴고 가거나, 옆자리가 비어있는 ‘눕코노미’ 좌석이지만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다. 이 앱은 항공 여행에서 좌석 선택을 도와주는 앱이다. 각 항공편의 좌석 배치도와 좌석 리뷰를 제공하여 편안한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로 “걸러야 하는 좌석”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확인한다. 가끔 정말 운 나쁘게 좌석이 뒤로 완전히 젖혀지지 않거나, 다양한 이유로 장거리여행에서 피하고 싶은 좌석이 있는데, 이 좌석은 빨간색으로 표시되니, 장거리 여행의 경우 혹시 내가 미리 지정한 좌석이 해당 좌석이 아닌지만 확인한다. 티핑(Tipping) : 요새 여러 유튜버들도 다루고 있는 주제로 해외의 <팁> 문화가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의 팁 관행과 예상 팁 금액을 안내하는 앱인데, 나는 팁 계산할 때 쓴다. 18%, 23%, 28%처럼 어려운 숫자도 척척 계산해서 미주여행 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스플릿와이즈(Splitwise) 스플릿와이즈(Splitwise) : 여러 명이 여행을 갈 때, 총무 한 명만 계산을 하는 시대는 이 앱을 알게 되는 순간 지났다. 여러 명이 결제한 금액도, 여행자들이 서로 지출내역을 올리면 정산을 도와준다. 최고 놀라운 기술은 <simplify>기능인데, A가 B한테 00를 빚지고, B는 C에게 00를 줄 돈이 있고, C는 A에게 갚을 돈이 있다면(= 즉, 여러명이 돌아가며 돈을 낸 경우) 모든 지출을 간단히 정리해서, A가 C에게 얼마 받으면 끝남. 이런 식으로 정산을 엄청 쉽게 도와준다. 이건 한번 써봐야 감이 잡히니, 2명 이상이 가는 국내 여행에서 사용해 볼 것. 이런 비슷한 정산 프로그램으로, KittySplit 이라고 있는데, 귀여운 맛이 있어서 키티 스플릿을 더 자주 이용했었다. 하지만 이건 어플로 없어서, 아쉬운 대로 어플로는 스플릿 와이즈를 추천한다. 팩포인트(Pack Point) / 트레블주(Travelzoo) 팩포인트(Pack Point): 짐 싸는 것을 도와주는 앱이다. 여행 목적지, 일정, 계절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물품과 옷의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대략적으로 혹시 내가 빠트린 것이라던지, 가져가면 좋은 목록을 한번 쓱 훑어보는 것이 좋다. 트레블주(Travelzoo) :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앱이다. 가끔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동남아 호텔 바우처가 풀릴 때가 있다. 미리 계획이 가능한 여행의 경우 핫딜을 잡을 확률이 많으므로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 살펴볼만하다. 옐프(Yelp) : 해외 식당의 경우 네이버 리뷰를 별로 믿지 않는 편이다. 유일하게 믿는 리뷰는 북미의 경우 옐프인데 아직까지는 실패율이 적었다. 리뷰를 보고 레스토랑을 정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지 도착 첫날이나 마지막날의 레스토랑을 정해두면 마음이 편한 경우가 많았다. 식당, 카페, 관광지 등 다양한 장소의 맛집 리뷰와 평점을 제공하는 앱이다. 웨이즈(Waze) : 미국의 티맵 같은 느낌의 앱이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여 최적의 경로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지 친구가 알려준 뒤 북미에서 렌터카를 빌려 운전할 때 자주 사용했다. 구글맵도 이용을 하지만 과속 카메라 단속까지도 알려주기 때문에 유용하다. K-ETA : 대한민국의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앱으로, 출입국 심사 예상시간과 수속 정보, 공항 시설 안내 등을 제공한다. 공항 혼잡도를 알 수 있어서 출입국 시간에 쫓길 때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인천공항 앱 :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공식 앱으로, 항공편 정보를 제공한다. 제일 좋은 기능으로는 전광판으로만 확인이 가능한 정보들(게이트 번호, 탑승 수속 중이라는 정보) 등을 알람을 받을 수 있어서 라운지에 앉아있거나 쇼핑을 할 때, 게이트로 언제 가야 하는지 등을 알려줘서 좋다. 플라이트래이더24(Flightradar24) 플라이트래이더24(Flightradar24) : 실시간 항공기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으로, 전 세계의 항공기 위치와 항공편 정보, 비행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일행 모두가 같은 항공기를 타고 이동하지 않을 때, 일행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비행기 안에서 보이는 <비행경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라이어리티패스(Priority Pass) : Priority Pass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앱으로, 공항 라운지 정보와 액세스 가능 여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한다. 혹시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랑 연계되어 PP카드가 있으신 경우 미리 앱을 다운 받아 여행지 공항에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프라이스라인(Priceline) : 항공권, 호텔, 렌터카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는 앱이다, 이 앱이 다른 아고다, 부킹닷컴 등과 차별화가 되는 점으로는 <역 경매> 기능이다. 역경매란 호텔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 위치와 등급만 선택하면 해당 지역의 호텔들이 최저가를 제시한다. 신청인이 최저가를 선택하고 결제를 마치면 그제야 어떤 호텔인지 알게 된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처럼 5성급 호텔들이 좁은 장소에 몰려 있는 경우 이용하면 좋다. SLH (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SLH (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 세계 각지의 고급 여행자를 위한 부띠끄 호텔만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개성적인 럭셔리 숙박 시설을 찾을 수 있어서 특별한 여행을 계획할 때 사용하길 권장하고, 전 세계의 멋진 호텔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해 예약하면 모든 예약에 조식이 공짜로 포함되는 특전이 있다.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 : 전 세계 여행지에서 다양한 관광 액티비티와 투어를 예약할 수 있는 앱이다. 앱을 통해 관광 명소, 문화 체험, 어드벤처 스포츠, 식도락 투어 등 다양한 옵션을 찾고 예약할 수 있다.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 이벤트들을 찾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엑스이(XE) : 내가 제일 자주 사용하는 앱이다. 다양한 국제 환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앱이다. 유로, 달러, 엔화 등 자주 사용하는 모든 통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너무 편하다. 여행지에서 한화로 얼마인지 궁금할 때, 여행을 계획하면서 원화로 계산이 급하게 필요할 때 너무 편리해서 정말 자주 이용해서 바탕화면에 깔아 두었다. 강력 추천한다. 트립잇(TripIt) : TripIt은 여행 일정 관리를 위한 앱으로, 항공편 예약, 호텔 예약, 렌터카 예약 등 여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아준다. 일정의 확인, 예약 상태, 장소 정보 등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는 이메일로 받은 호텔예약, 항공권 Invoice 등을 트릿입 계정으로 포워딩만 하면, 자동으로 일정에 넣어준다. 아쉽게도 영어로밖에 현재 기능을 하지 않는데 정말 너무너무 편리하다. 사용해 보길 강력 추천한다. 디자인 : 채지우
얼마 전 직접 겪은 일이다. 야금야금 모아놨던 항공사 마일리지로 화끈하게 방콕행 비즈니스 항공권을 발권했다. 출발 전 그동안 눈여겨보았던 캐리어도 하나 주문했다. 손잡이에 가방도 걸 수 있고, 저울이 내장되어 캐리어 무게도 달수 있어 좋아 보였다. 구입한 제품은 로우로우 브랜드의 R 트렁크, 26인치(63L). 곧 더러워지기는 하겠지만 수하물의 산속에서 조금이라도 찾기 쉬우라고 조금 튄다 싶은 개나리꽃 노란색으로 구입했다. 출발 당일 면세점에서 수령해, 탑승 게이트에서 위탁수하물로 부쳤다(대한항공은 현재 탑승 게이트에서 위탁이 가능하다. 단, 무료 위탁수하물 개수에 포함된다). 면세점에서 가방 인도할 때만 해도 이럴 줄 몰랐지 문제는 태국 공항에 도착한 다음에 일어났다. 수하물을 찾는 곳에 도착해 내 짐을 찾고 있는데 저기 내가 산 노란색 가방이 하나 보였다. 속으로 “음, 역시 비즈니스 클래스는 너무 좋구먼. 나보다 짐이 먼저 도착해 있는 거야?” 하며 가방을 드는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내가 산 제품이 맞았다. 사자마자 부쳐서 아무 표시가 없었다. 설마 다른 사람이 아무 표시 없이 부쳤다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공사에서 붙여준 러기지 태그를 살펴보았다. 앗차차, 승객명이 다른 사람 이름이었다. 그래서 순진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하마터면 다른 사람 짐을 가져갈 뻔했네, 역시. 이번 여행은 될 여행이야. 심지어 가방도 잘 산 것 같아. 내 눈은 역시, 이렇게 유명한 가방인 줄 또 몰랐네”하며 안심했다. 흡족한 마음으로 내 가방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내 가방은 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수하물 벨트엔 내 것으로 착각했던 그 처음의 노란색 가방만이 주인도 없이 계속 빙빙 돌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일반석 탑승객들도 짐들을 찾기 시작한 때가 되자, 뭔가 이건 뭐가 잘못돼도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혹시 저 노란색 같은 가방의 주인이 내 가방을 본인의 것으로 착각해서 가져간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에 생각이 미쳤다. 서둘러 항공사의 카운터에 도움을 처했다. 자초지종과 내 의심을 설명했다. 하지만 더운 나라라 그런가, 여기서 마음 급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급한 마음에 우선 항공사의 한국인 스태프를 찾았다. 천만다행으로 한국인 항공사 현지 직원분이 있었다. 자초지종을 다시 설명하고, 해당 짐가방의 주인에 연락을 취해 가져가신 가방이 혹시나 내 것이 아닌지, 러기지택에 내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항공사 직원과 가방 바뀐 것 같다고 말하는 중 다행히 연락이 닿았고, 내 추측이 맞았다. 그분이 내 가방을 본인의 가방으로 착각해 가져갔던 모양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아직 공항을 벗어나지는 않았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다. 짐을 찾자마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탓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짐을 착각하여 가져간 분이 “미안하다”고 했지만 짜증이 쉽게 사라자지 않았다.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겨우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나니 이제야 얼마나 운이 좋았었는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 두 사람의 짐이 바뀐 것을 두 명 모두 인지하지 못한 채 바뀐 짐을 가지고 각자의 여행지로 출발해 그날 밤 호텔에서 알게 되었다면? 한 사람이 공항에서 알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호텔로 이미 출발한 채라면? 아니, 그 도시를 떠났다면? 하필이면 경유 중이라 아예 다른 나라로 떠났다면? 그제야 그때 공항에서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비록 짐은 잘못 가져가셨지만 서두르지 않고 공항에 남아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웠다(그때 제가 사과를 받는 둥 마는 둥 해서 미안해요!). 그동안 여행을 숱하게 다니면서 위탁 수하물 바퀴가 파손된 경우는 겪어 봤어도 완전히 분실한 경우는 없었다. 항공사의 책임으로 지연되거나 분실된 경우엔 제한적이기는 해도 몬트리올이나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소정의 금액을 보상받거나, 개인이 든 여행자 보험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남이 가져간 경우의 처리는 항공사에서 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몰랐다. 그래서 대한항공에 물었다. 내심 비즈니스 탑승객은 좀 처리가 다를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비즈니스고 뭐고, 항공사의 공식입장은 “타 고객의 실수에 기인하여 발생된 일로 당사에서 배상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즉, 누가 가져가면 그 가져간 사람이 나한테 인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일까? 그 여행에서 짐 가방이 없어서 겪는 불편함은 옴팡 내가 지게 된다는 말이었다. 법적으로 ‘점유이탈물횡령’을 고의 없는 과실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와 같은 생각을 했다. 물론 법리를 검토해 볼 수야 있겠지만, 여행이나 출장에서 남과 언쟁을 벌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 싶다. 그래서 오늘은 수하물에 대한 팁을 좀 주려고 한다. 1. 출발 전, 내 짐 가방을 앞·뒤로 사진 찍어 둔다 혹시나 잃어버렸을 때, “제 가방은 노란색이고 26리터고 이렇게 요렇게 생겼어요” 하는 말보다 백번 빠르고 간단하다. 팁 1. 영수증이랑 같이 가방 사진을 찍어둘 것 2. 지난 여행의 러기지택(하얀색 바코드택, 감아주는 것 모두)은 모두 제거한다 “나, 여행 좀 다녀” 하는 느낌으로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수하물은 바코드로 행선지를 관리한다. 택배 송장을 여러 개 동시에 붙이고 다니면 어떤 걸 찍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것과 동일한 원리다. 혹시 모르는 분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두 제거하자. 정 기록을 남기고 싶다면 수첩에 차곡차곡 붙이자. 팁 2. 일련번호가 있는 가방이면 꼭 찍어둘 것 3. 나만의 표식을 달아두자 혹시라도 남이 착오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가방에 ‘연락처가 적힌 이름표’ 또는 ‘스티커’, ‘손수건’ 등 나만의 표식을 꼭 달아 두자. 팁 3. 외관 표시를 해둘 것 - ‘러기지 택’ & ‘스티커’ 4. 여행 가방 지연, 파손, 분실에 대비하자 여행 가방 지연(주로 4시간 이상), 파손, 분실에 대한 대비는 ‘내 짐 사진 찍어두기’ + ‘항공사 종가보상’ + ‘여행자 보험 들기’ + ‘귀중품, 애착품은 가지고 타기’로 해결하자. 잠깐의 법률 상식! 법적으로는 인과관계가 중요하다. 무엇인가를 분실했을 때는 내가 그 물건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그 물건을 내가 언제, 얼마에 샀다는 것까지 입증이 필요하다. 게다가, 설사 내가 해당 물건을 몇 년째 이상 없이 잘 쓰고 있다고 할지라도, 모든 물품엔 수명(어려운 말로 ‘내용연수’라 한다)이 있어서 나에겐 여전히 가치가 있어도 분실 시 남에겐 배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고가의 여행 가방을 샀다면 ‘영수증, 구입처 정보, 여행가방 사진’을 3종 세트로 만들어 사진 찍거나 캡처해 저장해 두자. 모든 여행가방 관련 사건의 시작점이다. 특히 가방마다 일련번호가 있는 경우엔 사진을 찍어서 보관해 두자. ‘항공사 종가보상’이란, 내 수하물 안에 귀중품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탑승수속 시 항공사에 신고하는 것이다. 물론 추가 가격을 낸다. 그래서 그냥 이 정도 되는 거면, 가지고 타길 바란다. 물론 내 옷, 내 신발, 모든 소지품이 고가품이라면 종가보상 신고를 하자. 배상에 유리하다. 그리고 나는 어지간하면 ‘여행자 보험’을 든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짧은 여행엔 커피 한 잔 값, 비교적 긴 여행이라도 보름 이내라면 5만 원이 넘지 않을 것이다. 들길 권장한다. 글로벌로는 수하물 보험만 따로 존재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보험은 주로 보장내역에 들어가 있다. 비교해서 들면 된다. 단, 해외에서 기념품을 샀다면, 영수증을 꼭 받아두자. 해외에서 샀다면 귀국하는 편에서는 그나마 배상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팁 4. 중요한 짐은 가지고 타기 (왼) / 팁 5. 짐 싼 걸 찍어봤자 배상이 어려움 (오) 아무튼 그 사건 이후에도 국제선 비행기를 두어 번 더 탔다. 이제 보인다. 수하물을 찾는 곳에 이렇게 인쇄된 안내판이 돌고 있는 것이. “최근 비슷한 가방으로 인해 타인의 수하물을 가져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탑승객께서는 가방에 부착된 이름표를 잘 확인하시고 짐을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디자인 : 채지우
그동안 가고 싶어도 못 떠나서일까, ‘사람 많은데 왜 나가, 집이 최고지’라고 했던 극 I형의 지인조차도 ‘나 홀로 떠나는 시즈오카 료칸 여행’ 같은 것들을 찾아보고 있더라. 20대는 올여름이 아니면 배낭여행은 꿈도 못 꾸게 될까 봐, 30대는 이러다가 또 제주도로 신혼여행 갈까 봐, 40-60대는 조금이라도 체력이 받쳐주고, 돌아다닐 수 있을 때 나가자며 국제공항이 복작복작거린다. 자, 그렇다면 비행기 티켓 예약하고, 호텔 예약해야지. 비행기 티켓은 제일 싼 경유 티켓이나, 빨리 가는 직행 티켓을 사더라도, 호텔은 ‘인스타그램’이나 유명 여행 유튜버가 추천한 특별한 호텔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체 해외 호텔 예약은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소문날까? 간단하다. 구글맵을 활용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구글맵 신공’이라고 부르겠다. 호텔 예약에 구글맵이라고? 구글맵은 길 찾는 앱 아닌가요? 하는 사람 있으면 이 글을 잘 따라오도록! 장담하건대 10%는 아낄 수 있다. ‘같은 것’을 ‘비싸게 사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내가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통한 시행착오 끝에 최적화시킨 방법이다. 물론 글로벌 체인 호텔 티어가 높은 사람은 호텔 멤버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낫긴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호텔이 글로벌 호텔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그 경우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다. 이번 5월에 직접 방문한 에코 트래블 호텔인 ‘교토, 이매진 호텔’을 ‘6월 17-18일, 1박’ 예약한다고 가정하고 직접 보여주겠다. 1. 호텔 자유 검색 후 후보지를 결정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여행잡지, 여행 블로거, 호텔 예약 플랫폼 등으로 검색 후 후보지를 결정한다. 2. 구글 맵에 후보지 호텔명, 투숙 예정일, 투숙객 수를 입력한다. 이때 투숙객 수는 정확히 입력해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특히 일본 료칸, 스파 호텔과 같이 인당 투숙비가 달라지는 곳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3. 검색을 하면 <그림 1>처럼 호텔예약 플랫폼 별 가격 비교 화면이 나타난다. 이때 습관적으로 확인할 것은 내가 지정한 ‘날짜‘, ‘투숙객 수’로 검색 설정이 되었느냐이다. 때에 따라서 카카오톡을 확인하러 창(앱)을 잠시 화면 전환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오늘 날짜’로 투숙예정일이 자동 재설정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취소 불가’ 예약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림 1> 구글 맵 검색 결과 4. 여기서 ‘잘 들어본 적 없던 생소한’ 외국 플랫폼은 제외한다. 한국 영업소(지사)를 가졌거나 한국어 상담원이 있는 곳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다만, ‘부킹닷컴’과 ‘아고다’는 모두 한국 법인(지사)이 없다. 쉽게 말하면 한국어로 영업만 하는 외국 회사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에게 유리한 국내 규정 등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호텔을 예약할 때는 일정이 조금이라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거나, 아직 마음이 확고하지 않아 다른 호텔들에 눈이 돌아가는 단계라면 반드시 ‘취소 가능’ 예약으로 한다. 몇 만 원 더 비싸더라도 가급적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렇게 하기를 권한다. 그 결과, 여기서 <수퍼트래플>과, <리저브닷컴>은 제외했다. 5. 자, 그럼 최저가를 제시하는 <부킹닷컴>을 클릭하면 될 것 같지만 여기 함정이 있다. 호텔 가격은 서로 경쟁하는 플랫폼 간의 실시간 가격변동, 최저가 방어, 광고 커미션(수수료), 프로모션 쿠폰 등으로 인해 수산시장 ‘시가’보다 빠르게 변동한다는 점을 기존 글에서 알렸다. 위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여기서 보는 최저가 플랫폼이 가끔은 다른 플랫폼보다 최저가가 아니므로 나는 내가 가장 보기 편하다고 생각하고 자주 이용하는 예약 플랫폼과 가장 저렴한 플랫폼 두 개 정도는 비교해 본다. 말보다 증거다. 여기서 가장 저렴한 플랫폼은 ‘부킹닷컴’이고, 제일 비싼 플랫폼은 ‘아고다’이다. 두 플랫폼의 가격 차이는 약 5만 원이다. 실제로 살펴보자. 6. 부킹닷컴으로 연결된 결과, <이용예정일>, <호텔명>, <금액>, <룸 타입>, <무료 취소 : 기한 주의>, <세금, 및 기타 요금 포함된 최종 금액>을 지겹게 다시 확인한다. 특히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당연히 전일까지라고 내 맘대로 생각하면 큰일이다. 무료 취소는 가능한데 그 취소 가능한 날짜가 오늘까지인 경우도 있으므로 잘 봐야 한다. 보통은 7일 전까지 설정되고, 사이트 이용 등급에 따라서 전날 혹은 당일까지도 취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최종적으로 이용예정일 전까지 무료취소 조건으로 디럭스 트윈룸이 498,929원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보이는 현재 원화(KRW) 표시된 금액이 약간 변동될 수 있음을 주의하자! 여기 표시된 금액은 현지 호텔에서 청구하는 금액을 사이트에서 이용한 환율로 표시해 주는 것일 뿐이므로 대충의 금액만 추정해야 한다. 그 예로 몇 분 전 구글 검색 시 나타난 금액이 497,787원이었는데 현재 498,929원으로 표시되는 것을 살펴보자. 따라서 앞으로 여행지 현지 환율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면 ‘즉시 결제’하고, 환율이 낮아질 것으로 생각된다면 ‘현지 결제’ 또는 ‘나중에 결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 이 금액이 실제로 전표가 매입되는 날의 전신환매도율+국제가맹 수수료(마스터/비자/유니온/아멕스 등)+카드회사 수수료가 포함된 최종 금액이 표시될 것이다. 7. 더 비싼 플랫폼이었던 <아고다>는 구글맵을 통했더니 ‘기간 한정 10% 쿠폰’을 주더라. 아고다의 경우 <구글 맵>을 통해 해당 페이지로 들어가니 ‘기간 한정 10% 쿠폰’이라면서 쿠폰이라면서 갑자기 하단에 녹색 배너가 따라붙었다. 눌렀더니 60분간 특별할인은 해준단다. 할인된 가격은 놀랍게도, 465,627원이다. 해당 금액은 <부킹닷컴>보다도 약 3만 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이 녹색 배너는 회원 로그인을 하기도 전이라서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만 주는 것은 아니다.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서 검색하는 경우에도 해당 10% 쿠폰이 뜨긴 하는데 최근엔 잘 주어지지 않더라. 똑같이 <이용 예정일>, <이용 호텔>, <룸 타입>, <무료 취소 가능일>, <투숙객 수>를 다시 정확히 확인하고 결제직 전 창으로 넘어가니, 내가 ‘쿠폰’도 가지고 있으니 적용하라는 칸이 있어서 8% 쿠폰을 선택했다. 최종가는 465,627원에 무료 취소 기간도 이용 예정일 7일 전으로 <부킹닷컴>과 동일하다. 정리하면, 구글맵에서 호텔을 검색해 링크를 통해 접근할 때 해당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 프로모션 코드, 카드 할인 행사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몇 가지 호텔 플랫폼들을 비교해 보자. 8. 단, 같은 호텔을 너무 반복적으로 검색하면 마법의 알고리즘이 나를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해 더 이상 최저가를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로그인하지 않고 <시크릿 모드 설정> 후 검색하고 검색 후 <검색 기록>을 지우는 습관을 기르자. 최저가를 잡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만, 동일 호텔을 반복적으로 검색하면 마법의 알고리즘이 내 검색 기록을 기억하고, 최저가는 보여주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든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탐색은 마음껏 하되, 검색 후엔 반드시 검색 기록을 지우고, 이 ‘구글맵 신공’은 예약하기 직전에 사용해 최종 비교 한 뒤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호텔에 직접 예약하는 경우가 아니라 플랫폼을 끼고 계약하는 경우 무조건 ‘무료 취소’로 예약하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여행일자가 다가와 ‘급매’ 물건이 나와 싸지면 다시 재예약을 할 자유도 누린다. 9. 나중엔 내 ‘단골 플랫폼’과 ‘구글맵 신공’만 사용해도 충분하게 될지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결국 몇 번 예약을 하다 보면 본인의 눈에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 예약 플랫폼을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다. 호텔 예약 플랫폼들도 나를 ‘단골’(어려운 말로 락인, Lock-in)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원 등급에 따라 더 싼 가격을 보여준다거나, <할인 쿠폰>을 준다거나, <예약 무료 취소 가능일>을 이용예정일 전일 혹은 당일 체크인 직전까지도 늘려 주거나, <10회 숙박 시 1박 무료> 등을 제공하니까 결국은 내 ‘단골 플랫폼’과 ‘구글맵 신공’의 최저가 정도만 비교하면 충분하게 될 것이다. 아까 예시를 들어 보면 <아고다>와 <부킹닷컴>의 VIP 등급을 가진 사람이 앱으로 바로 접속하여 검색한다면, 아래와 같은 조건에서 428,979원(부킹닷컴)과 437,917원(아고다)라는 가격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어디든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여행 예약 플랫폼 역시 하나의 단골 플랫폼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된다. 10. 단, 메리어트, 하얏트, 힐튼 등의 글로벌 체인 호텔은 호텔로 직접 예약이 혜택 더 많다 물론 가격은 호텔에서 직접 예약하는 방법이 가장 저렴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호텔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최저가 보장제(BRG, Best Rate Guarantee) 같은 것도 청구해서 인정받기가 녹록지 않지만 그래도 글로벌 체인 호텔을 예약하는 경우라면 글로벌 체인 호텔에서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 앱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로벌 체인 호텔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나 동반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 출장객인 경우, 관광지나 역으로부터 위치가 중요한 사람인 경우 등 글로벌 체인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라면 호텔 투숙 포인트를 쌓아 내 등급(티어)을 올리는 것이 최저가 예약보다 더 유리하다. 티어가 올라가면 ‘무료 조식’, ‘얼리/레이트 체크아웃’, ‘룸 업그레이드’와 같은 훌륭한 부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한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더 중요한 이유로는 글로벌 호텔은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트립닷컴> 등과 같은 플랫폼 예약 고객들을 미묘하게 구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북해도의 한 힐튼계열 호텔은 호텔로 직접 예약한 고객과 이런 플랫폼을 통해 예약한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조식 식당이 달랐다. 물론 모두 ‘조식 포함’이라는 객관적인 조건은 같았으나, 멤버들의 경우 좀 더 훌륭한 구성의 뷔페식당에서 제공하고, 아닌 경우엔 보다 저렴한 구성의 뷔페식당에서 제공했던 적이 있다. 오늘 글이 당신의 호텔 선택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더 좋은 팁은 인스타그램이나 댓글로 나눠 주길! 디자인 : 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