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그럼 향후에 양양군이 조건으로 받은 숙제를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케이블카 허가가 취소되는 걸까요? 일반 민간사업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민간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라는 숙제를 해서 환경부에 제출하고요, 환경부가 허락해 주면 해당 지자체에 가서 사업 승인을 받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의 경우 사업 주체가 양양군인 동시에 사업 승인자도 양양군입니다. 스스로 자기 사업을 승인하는 방식이죠. 40년 묵은 지역 숙원 사업을 추진하는 양양군 입장에서 조건 미비를 이유로 스스로 사업 승인을 취소할 거라고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한 걸음 더
환경운동가들에겐 또 다른 두려움이 있습니다. 설악산이 뚫리면 전국 모든 국립공원도 뚫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설악산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림생태계 핵심축으로 다양한 규제를 통해 굳게 보호되는 지역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국립공원 등 모두 5가지 형태로 중복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상징인 곳인데요.

이곳이 뚫릴 경우, 다른 곳들의 케이블카 추진 사업은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지금도 지리산, 속리산 등 국립공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십 곳 산간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국립공원 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국립공원 삭도 운영구간의 탐방객 이용 특성 및 훼손 영향> 연구에 따르면 설악산(권금성), 내장산, 덕유산 등에서 얼마나 자연이 훼손됐는지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지난해 '꿀벌 대량 실종 사태' 기억하실 겁니다. 도심에 거주하는 도시인들 입장에선 꿀벌이 사라지는 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꿀벌은 전 세계 야생 식물의 90%, 사람이 식용하는 작물 75%의 '수분'을 담당합니다. 수분이란 꿀벌이 야생화에서 꿀을 채취하면서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퍼뜨리는 역할이죠. 꿀벌이 줄면 농식물 번식 수단이 줄고 작물 생장에 직격탄이 돼 밥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생물다양성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인간과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반도에 산악지대가 60%가 넘는다지만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는 곳이 설악산과 같은 국립공원 지역이죠. 국립공원은 국토 면적의 4%에 불과한 반면 국내 생물종의 42%,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66%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최후의 보루인 설악산과 같은 국립공원의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문제는 그만큼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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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불허'였던 설악산 케이블카 이번엔 '허가', 뭐가 달라졌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