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KBO리그가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의 투혼과 어우러져 오랫동안 명승부로 회자될 이번 한국시리즈의 가장 결정적인 한 장면을 꼽자면 당연히 5차전 9회말에 터진 김강민의 '대타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내내 단 8타석 밖에 들어서지 않은 김강민이, '역대 최소 타석 MVP'에 선정된 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 홈런의 임팩트는 얼마나 컸을까?
'감동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측정할 수 없다. 하지만 승부에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 측정이 가능하다. 어떤 플레이 때문에 팀의 승리 확률이 바뀐 크기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 전문 사이트 Fangraphs.com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의 역사에서 9회말 두 점 뒤진 채 노아웃 1-3루 기회를 잡은 홈팀의 승률은 36.3%다. 여기서 등장한 타자가 홈런을 치면? 그 순간 홈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다. 즉 홈팀의 승률은 100%가 된다. 그 홈런 때문에 홈팀의 승률이 36.3%에서 100%로 폭증한 것이다. 즉 63.7%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어떤 플레이가 높인 승리 확률의 크기를 'WPA : Win Probability Added : 승리 확률 기여도'라고 부른다.

한국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 관계자에 따르면, KBO리그의 경기 상황별 승리 확률도 메이저리그와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그래서 '스탯티즈'의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 페이지를 보면, '홈팀이 두 점 뒤진 9회말 노아웃 1-3루'에서 터진 김강민의 홈런은 WPA가 63.7%라고 적혀 있다.

63.7%의 WPA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적어도 역대 한국시리즈의 홈런 중에는 전례가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드라마틱했던 한국시리즈의 홈런들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역사상 WPA가 가장 높았던 홈런은 2002년 이승엽의 한 방이다. 6차전 9회말. LG에 9대 6으로 뒤진 원아웃 1-2루 기회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대구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홈런 전까지 삼성의 승리 확률은 10.1%. 이승엽의 홈런이 터진 뒤 승리 확률은 58%로 치솟았다.

'WPA 47.9%' 짜리 이승엽의 동점 홈런과, 곧이어 터진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고 진정한 명문 구단의 역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승엽 본인과 삼성 팬들은, '국민 타자'가 푸른 색 유니폼을 입고 친 가장 중요한 홈런이 이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 가을 김강민의 홈런은, 20년 전 이승엽의 동점포보다 WPA가 한참 높다.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역전 끝내기 홈런'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승부의 비중과 시리즈 전체 흐름에 끼친 영향,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한국 야구사와 야구팬들의 추억에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하면, 우리는 올 가을,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홈런을 감상했을 가능성이 높다.

P.S) 그런데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한국시리즈 역사에는 김강민의 홈런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플레이도 존재한다.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은 넥센에 9회초까지 1대 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9회말 투아웃 1-3루 마지막 기회. 여전히 승리 확률은 21.2%에 불과했다. 타석에 등장한 최형우는 1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역전 끝내기 2루타를 때려 승리 확률을 100%로 만들고 포효했다. 그래서 'WPA 78.8% 짜리' 최형우의 한 방은, 한국시리즈 역사상 '가장 극적인 플레이'로 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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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시리즈의 그 홈런, '임팩트의 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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