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알로스키(Jill Bialosky)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책 “자살의 역사: 내 동생의 끝나지 않은 삶(History of a Suicide: My Sister’s Unfinished Life)”의 저자다. 지난 9월에는 새 소설 “기만(The Deceptions)”을 펴냈다.

1990년 4월 16일, 내 동생은 21살의 짧은 생을 자살로 마감했다.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동생을 떠올리지 않은 날이 없다. 내 마음속 동생은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날의 모습 그대로 활기차다. 꿈에도 자주 나온다. 동생은 지금껏, 앞으로도 늘 그렇게 21살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동생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한 걸 영영 후회하며 살 것이다. 동생은 간절히 도움을 원했을 테고,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면 분명 지금도 살아있을 것이다.

나는 사라지지 않은 깊은 슬픔, 애도를 일종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이제 의학적인 분류 체계에도 정식으로 포함됐다. 지난 3월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는 정신 질환을 분류하는 진단 체계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개정판 DSM-5에 지속적 애도 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를 포함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만큼 강렬한 고통을 느끼는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지속적 애도 장애에 해당한다.

이 깊은 슬픔에 “지속적 애도 장애”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선 쓸모가 있다. 특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슬픔을 질병으로 분류함으로써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도 생겼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아파하는 것이 마치 비정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게 애도란 영원한 것이다.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파도의 세기는 매번 다르다. 그러나 이 슬픔은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처음 몇 년 동안 나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 동생의 자살과 그에 따른 충격과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자살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경로가 어떠한지 점점 더 알아가면서, 또 자살에 대한 낙인과 내가 무언가 개입해서 비극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을 극복하고 나자 극심한 고통은 완화됐고, 슬픔은 내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다고 격렬한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됐다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갑자기 깊은 좌절에 빠지곤 한다. 특히 동생이 강렬한 자살 생각에 휩싸여 괴로워하는데도 주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못했을 때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생각하면 화가 난다. 나를 포함해 동생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전부 동생의 삶에 여러 번 힘든 적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중에 누구도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듣거나 읽게 되면 강렬한 슬픔이 거센 파도처럼 몰려온다. 최근에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도 내 결혼식에서 고마운 들러리가 되어준 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이내 동생은 남들처럼 삶의 많은 장면을 겪어보지 못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고, 다시 슬픔이 밀려온다. 혹은 동생이 연상되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거나, 최근 새 식구로 맞은 강아지를 동생도 만나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어김없이 슬프다. 명절이나 온 가족이 모일 때는 특히 힘들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몇 날 며칠, 아니 어쩌면 몇 달 동안 동생이 겪었을 아픔과 절망을 내가 다시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지금도 동생이 너무 보고 싶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유족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과 흔적을 억지로 떨쳐내려 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그로 인한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그 사람의 몫이다. 이에 관해 심리학자 매리 라미아(Mary Lamia)는 정신건강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글에 이렇게 썼다.

“슬픔에 병명을 붙이고 진단할 수 있게 되면, 애도는 우리가 극복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오해가 잘못된 통념으로 굳어질 수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로 사망했을 경우, 유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경험하는 애도는 특히 복잡하다. 자살 유족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자살 유족들은 죄책감, 혼란, 현실 부정, 자책, 분노에 주변의 낙인과 정신적 외상까지 겹쳐(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상실감, 슬픔, 외로움을 겪는다." 이런 상실감이 남아있는 한 사람들은 좀처럼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자살 유족들도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친구나 주변 동료들은 혹시나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말실수할까 봐, 또는 괜히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할지 몰라 배려하는 마음에 자살에 관한 이야기 자체를 잘 꺼내지 않고 쉬쉬한다. 지난 11월 19일은 사랑하는 이를 자살로 잃은 생존자들을 위한 국제 자살 유족의 날(International Survivors of Suicide Loss Day)이었다. 나는 이날을 맞아 계속되는 고통에 아파하고 슬퍼함으로써 오히려 위안으로 삼았다.

우리는 종종 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까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어떻게든 그 죽음을 내가 이해해야만 할 것 같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남은 우리는 깊은 슬픔에 빠지는 동시에 당혹스럽다. 그래서 “도대체 왜 죽었는지” 이유라도 알고 나면 좀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나 자살의 이유로 내가 꼽은 것이 하루는 그럴듯해 보이고 이해가 될 것 같다가도 다음 날 생각해보면 또다시 미덥지 못한 때가 많다.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몇 년간 몸부림치던 때 나는 에드윈 슈나이드만 박사(Dr. Edwin Shneidman)와 함께 연구하고 있었다. “자살을 생각하는 마음(The Suicidal Mind)”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슈나이드만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죽음의 원인이 모호할 때 죽은 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심리적 부검 방법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의 도움을 받아 나는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헤아려보고자 동생의 마음속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위안을 얻었고, 죄책감도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우리가 동생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남아있다.

나는 이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실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믿는다. 다만 절망과 끝없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고통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짓누르고 꺾을 만큼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아마도 그 사람은 주변에 그 누구도 내가 느끼는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압도당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무조건 외면하지 말고, 충분히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너무 일찍 죽음을 맞는 사람이 있다. 남겨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삶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이다. 또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 경로를 미리 차단해 자살을 예방하고,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이 필요한 정신건강 관련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도 중요하다. 자살로 떠나보낸 이들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리가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실천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또 자살에 관한 낙인에 맞서 싸워야 한다. 자살 유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더해 사회적 편견과 낙인까지 한 몸에 받아 가며 외롭게 싸우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또한,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그로 인한 깊은 슬픔을 받아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길어지더라도 그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이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원문 : Grief Is a Forever Thing

(c) 2022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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