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소금 사재기 소문이 퍼지자, 해양수산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사재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소금 가격이 오른 것은 사재기 때문이 아니라, 기상 변수가 컸다는 겁니다. 소금 생산량이 가장 많은 5월, 국내 소금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남 목포 지역 일대에 비가 많이 오면서, 소금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내용입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5월 기준, 10년 치 기상 자료와 생산량 자료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목포지역 강우 일수는 12일이었습니다. 10년 평균은 8일입니다. 최근 10년 새 강우 일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달 생산량은 4만 3천 톤입니다. 최근 10년 5월 평균 생산량인 6만 3,186톤의 70% 수준입니다. 생산량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소금값 폭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그렇다고 사재기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재기 현상이 정말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사재기는 유통업자들의 사재기, 소비자들의 사재기,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유통업자 사재기는 유통업자들이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줄여서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다 파는 걸 뜻합니다. 염전이 가장 많은 전남 신안군에 물어보니까, 그런 정황은 없다고 합니다. 소금은 이력제를 하고 있어서 출하할 때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이 쉬운데, 특정 유통업자들이 대거 사들이고 묶어두는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지금은 소금 생산량이 많이 줄어서 사재기를 할 물량도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소금 사재기 관리 기준은 염전 2만㎡(6천 평) 1년 치 생산량인 27톤을 한 번에 사들일 때로 보고 있습니다. 트럭 한 대에 20kg 소금 1,350포를 싣는데, 이 정도면 트럭 열대에 싣는 양이라고 합니다.

이걸 한 번에 사들이려면 최소 2억 원을 현금 지불해야 하고, 가격이 최고점을 찍는 가을 김장철까지 보관비, 대출받아 샀으면 대출 이자까지 이것저것 감안하면 경제적 유인이 없다고 합니다. 유통업자 입장에서도 이익이 많이 발생해야 사재기를 할 텐데 한 번에 2억 원을 지불하고, 가을철까지 버는 돈 없이 버틸 수 있는 유통업자는 많지 않다는 겁니다.

두 번째, 소비자들의 사재기입니다. 최근 개인 직거래가 폭증했는데, 신안군 수협에 물어보니까 기존에는 하루에 많이 나가면 10포 정도였다면 지금은 최대 1,000포까지 주문량이 늘었다고 귀띔했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소비자 사재기로 보기에는 아직은 과장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소금 직거래를 많이 하는 신안군 수협 입장에서는 오염수 불안 심리로 일부 소비자들이 주문을 많이 해서 사람을 더 고용해야 했고, 그래서 인건비가 올라가 자체 가격을 인상했더니 수협이 가격 인상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또 그래서 불안 심리가 더 커져서 직거래 주문이 더 늘어나는 순환 현상이 생겼다는 겁니다.

천일염 전체 생산량이 30~40만 톤인데, 최근 신안군 수협이나 농협에 몰려드는 직거래 주문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소수점 아래입니다. 아직은 소비자 사재기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물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야 일부 소금 매장의 얘기일 수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직거래 주문이 급증하고, 이게 전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면 어떡할 거냐고 해수부에 물어보니까, 너무 걱정 마라, 가격 많이 오르면 정부가 대량 수매해서 소비자에게 30% 할인 판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최근 신안군 현장 방문에서 이런 방침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경제는 심리입니다. 사재기 보도가 나오면 불안 심리는 더 커지기 마련이고, 오히려 사재기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 적어도 이번 일 때문에 우리 어민들, 소규모 자영업자들, 그리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될 겁니다. 언론 역시 사재기 보도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신 콘텐츠

난데없는 소금 사재기 현상…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