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올여름 장마를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올해 장마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6월 25일, 중부지방엔 6월 26일에 시작한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습니다. 종료 시점은 제주도는 7월 25일, 중부와 남부지방은 26일로 보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30일 남짓한 기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피해가 집중됐는데, 실제 강수량이 많았습니다. 올 장마철 전국에 648mm의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는데, 장마철 역대 3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문제는 강수일수입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2006년과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린 2020년은 비가 온 날짜가 27~28일 정도로 긴 편입니다. 오랫동안 장마가 지속됐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비가 누적됐단 소리죠.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비가 내린 일수는 21일 정도입니다. 강수일수를 강수량으로 나눠 강수 강도를 산정해 보면 올해가 30.6mm로 2등인 2006년 26.1mm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짧은 시간에 그만큼 많은 비가 쏟아졌다는 거죠. 참고로 30.6mm이란 수치는 장마철 평균과 비교해 보면 1.5배 높은 수치입니다.

실제 장마철 중반쯤인 7월 14~15일에 충청과 호남을 중심으로 무려 400mm 넘는 비가 쏟아졌는데, 대부분 사고도 이 시점에 집중됐습니다. 큰 충격을 안겨줬던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예천의 산사태 등도 전부 이때 벌어진 일입니다.

한 걸음 더
올해 유난히 많은 비가 집중됐던 이유는 비구름을 만드는 원료와 조건이 예년보다 좋았기 때문입니다. 고온 다습한 공기를 밀어 넣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소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양의 수증기를 몰아넣었습니다.

여기에 북쪽의 찬 공기가 저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내려오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습니다. 비구름 입장에선 비를 뿌릴 원료도 조건도 최적이었던 거죠. 남쪽에서는 따뜻한 공기, 북쪽에서는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좁은 지역에 긴 시간 비를 뿌린 것도 강수 집중의 원인이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장마는 끝이 나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폭염, 태풍 등도 문제지만 여전히 폭우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오늘(27일)도 전국에 소낙성 강수가 예보돼 있습니다. 많은 곳에 80mm 이상, 전국에 5~60mm입니다. 우리나라 상층에 아직 찬 공기가 머물고 있는데 따뜻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겁니다.

당분간은 계속 소나기가 예보돼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선 시간당 30~60mm의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될 수 있어서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장마철 내린 비로 인해 이미 지반이 약해진 곳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주 내리는 소나기뿐만 아니라 8월과 9월에도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강한 비를 뿌릴 수 있고, 태풍에 의한 강수도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9월 포항에서 벌어진 지하주차장 참사도 역시 폭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최근 보면 장마철이 지난 뒤에도 8월과 9월에도 강한 강수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마가 끝났음에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장마철 폭우로 인해 47명이 사망하고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실종자도 3명입니다. 2,000채 넘는 주택이 물에 잠겼고 전국 곳곳에서 800건 넘는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분명 많은 비로 인해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인명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도 분명합니다. 올 장마가 남긴 상처는 아직 전국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구조적 차원이든 개인적 차원이든 앞으로 또 다가올 폭우에 더 철저한 대비를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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