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과 과학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많은 상처를 냈던 장마가 26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종료될 전망입니다. '사실상'이란 표현을 쓴 건 공식적인 종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중요한데? 장마의 시작과 종료는 기상청이 발표하는데, 장마 기간 동안이 아닌 장마 종료 후 사후 분석을 통해 면밀한 시점을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장맛비를 뿌리던 정체전선이 북한 쪽으로 올라가 있어 이제 더 이상 장맛비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농도 황사의 영향으로 연일 답답한 대기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사의 영향으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도 평소의 3~4배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어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 제곱미터당 200~300 마이크로그램으로 높았고, 오늘도 200 마이크로그램 이상으로 높습니다. 환경부 24시간 대기환경기준인 세 제곱미터당 100 마이크로그램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겁니다. 대구는 어제 한때 600 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고, 제주도 애월은 828 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아 평상시의 23배 수준을 밑돌았습니다. 오늘도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겠는데, 서해상에 잔류하던 황사까지 추가 유입되면서 종일 먼지의 영향권에 들겠습니다. 왜 중요한데? 어제 황사 예보를 보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오히려 날이 맑다 보니 황사의 영향을 못 느끼고 날씨가 좋다고 착각한 경우가 있었는데요. 황사 먼지가 상층에서부터 가라앉다 보니 특정 시간대엔 그렇게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지가 점점 가라앉으면서 더욱 영향을 주고 있고 지상관측소에서의 미세먼지 농도가 200 마이크로그램 넘는 수준으로 관측됐고 있습니다. 오늘은 날이 좋다고 착각해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내일부턴 대기가 확산되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면서 오후부턴 고농도 황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봄나들이 계획하고 계신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도심 속이든 근처 공원이든 벚꽃이 예쁘게 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 취재를 다녀왔는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벚꽃길을 걸으려는 직장인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마냥 즐거워하기엔 찝찝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이 벚꽃을 보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왜 중요한데?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는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꽃나무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나무를 기준으로 올해는 지난 25일 벚꽃 개화가 관측됐습니다. 기상청에서 벚꽃 개화시기를 1922년부터 관측했으니까 올해로 100년이 넘었는데요. 올해 핀 벚꽃은 역대 두 번째로 빨랐습니다. 평년 4월 8일에 비교하면 무려 2주나 빨리 개화했죠. 문제는 점차 당겨지고 있는 개화시기가 온난화와 맞닿아 있다는 겁니다. 역대 두 번째로 빨리 핀 벚꽃은 올해 3월이 그만큼 더웠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서북서쪽 37km 지점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진앙지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국경 지대인데 강력한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만 가옥 6천여 채가 주저앉았고, 지금까지 사망자만 양국 7800명이 넘었습니다. 당장의 사망자도 문제지만 해당 지역의 영하권 추위와 기상 상황이 생존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구조 활동 역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진 피해 주민 “간신히 집을 탈출했습니다. 아이가 네 명 있는데 마지막 순간에 겨우 함께 집을 나왔습니다. 아직 안에 여러 명이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지진은 큰 재난이고, 지금 물이나 음식 없이 버티는 비참한 상태입니다.” 왜 일어났나? 지진은 지구를 덮고 있는 수많은 지각판의 움직임 때문에 생깁니다. 이 지각판들이 특정 힘을 받다가 끊어지면서 생기면 단층이 되는 거고, 그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지진입니다. 마치 플라스틱 자를 구부리면 점점 휘어지다가 언젠간 끊어지는데, 그때 끊어지면서 손에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지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곳은 지각판들이 맞닿아 있는 ‘판의 경계’입니다. 튀르키예를 포함하고 있는 유라시아 판의 작은 판(micro plate)인 아나톨리아 판, 아프리카 판, 아라비아 판 등이 맞닿아 있는 곳이죠. 원래도 단층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지진이 잦은 지역인 거죠.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 판의 경계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진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20세기 이후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을 살펴보면 수십 차례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규모 7.0 이상도 4~5차례 있었습니다. 이 중 아나톨리아 판과 아라비아 판이 맞닿아 있는 튀르키예 동남부 쪽, 동아나톨리아 판에서 이번 지진이 일어난 겁니다. 규모 7.8이면 상당히 큰 규모인데, 규모가 5.8이었던 경주 지진에 비해 에너지로는 1000배 이상 강한 겁니다.
2023년 1월 9일 새벽, 갑작스런 재난 알림 문자와 지진동으로 놀란 분들 많으실 겁니다. 새벽 1시 28분쯤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초 재난 알림 문자에선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달이 됐는데, 이후 분석을 통해 규모 3.7의 지진으로 최종 발표됐습니다. 발표 규모에 차이가 있었던 건 위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리기 위해서, 기상청이 일단 지진파 중 속도가 더 빠른 P파만 먼저 분석해 통보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 이번 지진으로 수도권과 강원 등에서 100건 넘는 유감 신고가 접수됐고, 땅의 흔들림 크기를 나타내는 진도는 가장 가까운 인천에서 4, 경기 3, 서울 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진도 4 정도면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고 밤에는 잠이 깰 수 있을 정도의 흔들림입니다. 지진이 다행히 해역에서 발생했고, 쓰나미나 인근 지역에 피해를 입힐 만큼의 큰 에너지가 방출되진 않아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큰 피해 없이 한숨 돌리긴 했지만, 여진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인근 지역에 계신 분들은 좀 더 경계해주셔야겠습니다.
2022년 12월 17일 드디어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8월에 미국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 뒤 4.5개월 만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에서 수신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누리가 17일 새벽 2시 45분쯤 달 중력에 안정적으로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총알보다 빠르게 항행하던 다누리가 달 중력에 포착되기 위해선 속도를 줄이는 진입기동을 해야하는데 1차 관문을 잘 통과한 겁니다. 앞으로 다누리는 달 탐사를 위해 고도를 달 상공 100km 지점까지 낮춰야 합니다. 총 5차례 진입기동이 예정돼 있고, 현재까지 3차례 이뤄졌습니다. 1,2차 기동은 기존 예상과 달리 하루에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만큼 다누리가 순항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열심히 달을 향해 고도를 낮추고 있는 다누리가 28일 마지막 진입기동을 마치면, 항우연이 29일 최종 성공 여부를 발표합니다. 왜 중요한데 과학에 관심이 없다면 혹은 관심 있다고 해도 다누리 이슈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리호 같은 발사체도 아닌데 이렇게 언론에서 떠들고 성공 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냐는 거죠. 누리호와 다누리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순 없겠지만, 확실한 건 다누리의 성공은 누리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우리가 우주로 갈 수 있는 발사체가 없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시킨 건 일종의 기술적 도약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지구 저궤도(500~700km)의 위성 밖에 못 만들던 우리가 약 38만km 떨어진 달까지 비행체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도약입니다. BLT 궤도 또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는 점도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다누리를 달에 보내는 방식, 이른바 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도의 난도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BLT 궤도는 달에 직접 가는 방식과 달리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0’되는 지점인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갔다가 다시 달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가는 데만 135일이 걸렸고, 우주에서 약 592만 km를 항행했습니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행체의 추진력을 최소화하고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택한 비행 방법입니다. 당연히 이 비행 과정에서 계산의 오차 등을 보정하기 위해 비행체 자체의 추진력을 이용해 궤도를 수정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 궤도수정기동(TCM, Trajectory Correction Maneuver)에서 모두 9번의 수정을 준비했었는데, 절반도 안 되는 4번만 궤도를 수정하고 달에 도착했습니다. 연료를 아낀 만큼 달에서 다누리의 탐사 수행일이 길어질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인 겁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국장도 한국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존 구이디 / NASA 우주탐사시스템 부국장 "BLT 방식은 고도의 정교함이 필요한 임무입니다. 지구, 달, 그리고 태양이라는 3개의 서로 다른 물체의 중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고, 또한 발사하고 귀환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밀한 궤도를 유지해야 합니다.(The BLT trajectory is very delicate mission. It has to balance the gravity of earth, the moon and the sun. 3 different objects.)" "다누리는 당초 계획보다 절반 밖에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다누리 발사와 자세 제어를 수행한 한국 기술진의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Only less than half of the plan correction is an indicator of fantastic of work by Korean trajectory team and as well as the spacecraft management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