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남과 북은 경제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첨단 산업이 발달한 우리와 달리 북한은 대부분 산업이 '노동력을 갈아 넣는' 시스템입니다. 농사를 지으려 해도, 가축을 키우려 해도, 열병식을 하려 해도 모두 사람을 동원합니다. 저개발 국가의 경우 통상 출산율이 높고, 노동력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북한은 그럴 여건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UN의 '2022년 세계인구전망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북한 인구는 2034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산 가능인구만 따지고 보면 2022년부터 감소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외부의 분석은 물론 한계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제기구의 발표를 통해 북한의 인구 구조 변화를 가늠해 보는 것이 최대한의 결과입니다.

북한 경제가 어렵고, 중국과 러시아가 적당히 필요한 만큼 음지에서 돕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북 제재가 완전히 형해화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경제가 나아질 구조적인 여건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북한 인구 구조 역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흥미로운 것은 북한은 저개발 국가에 속하면서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소득 수준은 1천 달러 내외인데, 소득에 비해 출생률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여타 저소득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이 4.47명으로 북한의 1.79명과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어쩌다 저개발 상태에서 저출생 문제를 겪게 되었을까요? 북한의 인구 변천사를 보면 90년대까지는 우리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 전쟁 직후 출생률이 급등하면서 남북은 60년대 후반과 70년대 모두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변곡점은 1990년대 북한이 경험한 고난의 행군 시기입니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여성들은 비공식적인 분야에서 경제 활동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독히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부담하면서 양육까지 맡아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부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선전하듯 아이를 낳기만 하면 나라에서 키워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모성 보호 정책을 펼친다고 하지만 한정된 재화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 NK는 지난 3월 북한도 저출생과 비혼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여자는 노동 단련대 생활이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고질적인 경제난 역시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소입니다. 자식들을 낳아서 고생시킬 바에는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데일리NK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북한이 어머니들에게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가정에서의 사상 교육입니다. 김정은은 "어머니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정신도덕생활에 늘 깊은 관심을 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식이 아닌 언행을 뻔히 보면서도 내버려 두고 있는 것", "별난 옷을 입히면서 남보다 특별하게 내세워야 어머니 구실을 잘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체제에 최적화된 인물을 집에서부터 잘 키워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어머니 대회에서 출산 장려책을 강조하기는 했다면서, 이번에는 비사회주의적 현상 근절을 강조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념적으로 이탈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런 역할을 어머니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어머니와 여성의 역할만 강조한다고 해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상식처럼 간주되는 이 명제가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번 줄어든 출생률이 다시 늘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여성만이 아닌 전 사회적인 고민이 동반되어도 반전이 있을까 말까 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대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주애의 등장과 연결 짓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발언 면면을 놓고 보면 김주애와 어머니 대회 사이 연결 고리가 그리 탄탄해 보이지 않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유의해서 보고 있다"면서 "현재 나온 메시지만으로 평가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신 콘텐츠

“자식 많이 낳는 게 애국”이라며 출생률 걱정한 북한 김정은, 왜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