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통일부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취재합니다. 한반도의 순간순간을 기록하겠습니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파묘' 속 대사입니다. K-오컬트 장르 영화인 파묘는 수상한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풍수사와 무당 등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진 기이한 일을 담고 있습니다. 미신이 기반인데, 북한에서도 이렇게 묫자리와 관련된 미신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혹여 조상 묘를 잘못 쓰면 집안이나 후손에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을 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북한에서 때아닌 '파묘'가 요즘 한창입니다. 위성사진들을 비교해 본 결과 평안남도 성천군과 숙천군, 황해남도 은천군과 재령군 등 각 지역에 멀쩡히 있던 봉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공동묘지 자리는 무언가 들어서기 좋도록 다져놓은 개활지로 변신했고, 상당수 유골들은 화장 처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슨 상황인데? 여기 위성사진을 보면 확연히 감이 잡힐 겁니다. 검은 모양이 얼룩덜룩한 위성사진은 2023년 2월 20일 민간 위성인 에어버스가 평안남도 숙천군 일대를 촬영한 것입니다. 거주 지역과 산 사이에 둥그런 모양들이 밀집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봉분들로, 공동묘지입니다. 그런데 지난 5일 같은 곳을 찍은 또 다른 위성사진을 보면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묘터 자리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입니다. 묘지들을 다 밀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좀 더 설명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북한은 연초부터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로 지방 발전 20X10 정책이란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골자는 매년 20개 군에 10년간 현대적인 공장들을 지어서 지방 생활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겁니다. 평양과 달리 지방에서는 생활 필수품마저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은 김정은 스스로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내건 목표가 아무리 좋더라도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의 최측근인 조용원이 총괄을 맡아 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현재는 군부대가 투입돼 20개 지역에서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공장부지에 방해가 되는 시설은 일제히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황해남도 재령군 등 주민들의 살림집으로 추정되는 건물들이 철거되고 지방 공장으로 추정되는 건축물이 새롭게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장을 돌리려면 원료가 필요합니다. 원료는 어디서 생산해야 할까요. 여기서 '파묘'가 등장합니다. 한 걸음 더 북한 당국의 구상은 공장을 짓고 주변에는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원료기지까지 공급해서 지방이 자체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장과 별개로 기름, 종이, 천과 같은 원료들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지시입니다. 이 때문에 뽕나무나 기름나무를 심을 수 있는 원료용 기지를 확보하는 것에도 불똥이 떨어졌습니다. 김정은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새 땅'을 찾아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많은 부지가 지하에서 솟아날 리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 조상 묘지까지 해체하고 이장시키는 등 강제로 파묘에 나선 이유가 바로 이것으로 추정됩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상납금 대신 땅과 묘지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민생 개선은커녕 묘지에 밭까지 빼앗긴다며 원통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묘를 강요받은 주민들은 묘를 직접 다 파내어 유골을 화장하거나 북한 당국의 일괄적인 화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좌) 2022년 5월 15일, (우) 2024년 6월 5일. 황해남도 은천군 위성사진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주민 조상 묘지까지 강제수용해서 공장과 원료기지를 마련하면 지방 생활이 획기적으로 나아질까요? 주지하듯 전력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공장이 완공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가동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리하게 자원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간부들의 부담이 과중해 많은 문제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판 파묘가 한창인 가운데 공교롭게도 다음 달 8일은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숨진 지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일성 시신은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 방부제 처리된 채 안치되어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국 전문가들의 자문 아래 물자를 반입하는 등 금수산태양궁전의 대대적인 보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롤스로이스와 렉서스, 마이바흐에 최근 추가된 아우루스까지... 최고급 차량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과시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인데요. 김정은의 애마가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반드시 불거지는 의혹이 있습니다. 고급 차량 등 사치품 수입을 금지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북한이 위반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은 북한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국제사회가 지난 십여 년간 켜켜이 쌓아온 대북 제재, 그리고 위기에 몰린 감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크라이나 미사일부터 명품 코트까지…그런데 CCTV가 멈췄다 유엔에는 북한이 실제 대북 제재를 위반했는지 위반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회피했는지 조사하고 감시하는 공인된 기구가 있습니다. 바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란 겁니다. 이 전문가 패널이 지난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떨어진 어떤 미사일 잔해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부품을 꼼꼼히 들여다봤더니 매우 흥미로운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한글 ㅈ 모양의 글자와 112라는 숫자입니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지난해 2023년을 112년이라고 불렀습니다. 김일성이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연도를 따지는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전 세계가 2023년을 지나고 있는 동안 북한만 112년에 머물고 있습니다. 출장을 마친 전문가 패널은 이 미사일이 북한산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지은 보고서를 작성해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근거해 출범했습니다. 15년 간 사실상 탐정 역할을 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온 이 감시기구가 최근 한순간에 갑자기 증발했습니다. 김여정의 디올백과 최선희의 구찌백, 김정은 딸 주애의 디올 코트까지, 유엔 제재가 금지하고 있는 사치품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반입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황준국ㅣ주유엔대사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걸 막으려고 CCTV를 부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일입니다. 전문가 패널이 뭐기에…중·러의 의도적 방해? 전문가 패널은 그동안 제재 위반 의심 사례들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담아 1년에 두 차례 보고서를 공개 발간해 왔습니다. 자칫 안이해질 수 있는 대북 제재 이행에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겁니다. 패널은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8개 나라 전문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로 활동했던 영국 외교관 출신의 펜턴 보크 전 조정관은 제재위 활동이 결코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에릭 펜턴-보크ㅣ전 조정관 (지난해 8월 4일) 유감스럽게도 패널에 참여한 2명의 동료(중·러)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관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패널이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실제로 해야 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합의의 원칙을 오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의 반대로 담아야 할 내용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적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죠. 에릭 펜턴-보크ㅣ전 조정관 (지난해 8월 4일) 저는 여러분이 보고서를 그 관점에서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 심각하고 희석된 문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전문가 패널이라는 시스템이 사라지지 않은 채 매년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려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급브레이크 건 러시아…몸값 잔뜩 높아진 북한 유엔 안보리는 매해 3월쯤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관례에 따라 패널 활동을 연장하려 했는데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러시아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ㅣ유엔 주재 일본대사 (3월 28일) 찬성 13표, 반대 1표, 기권 1표입니다. 상임이사국의 반대표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거부권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죠. 그동안은 불만이 있더라도 임기 연장에 동의해 온 러시아가 돌연 입장을 뒤바꾼 이유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현승수ㅣ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요. 사실은. 러시아가 북한을 이미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거예요. 정말 러시아에게는 북한이 필요해졌어요. 북한이 러시아의 세계 전략을 바꾸려고 하는 그 공세적이고 공격적인 외교 전략에 상당히 부합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되어 버렸어요. 러시아는 심지어 대북 제재 결의 내용에까지 적용되는 일몰 조항을 넣으라고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패널 임무 연장에 동의할 테니 그럼 대북 제재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조항까지 같이 넣자고 제안한 겁니다. 한미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던진 것입니다. 결국 진통 끝에 감시 활동은 종료됐습니다. 북한 코앞 달려간 미국…"찢어진 북 울려봐야" 조롱 패널 임기가 끝나기 전 유엔을 담당하는 미국대사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달려갔습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의 판문점 방문은 언론을 대동한 상태로 이뤄졌는데 핵심은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할 대체 수단을 어떻게 해서든 강구하겠다는 겁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ㅣ주유엔 미국대사 (4월 17일) 전문가 패널이 하던 일이 끝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그들(러시아 중국)이 협력하거나 우리의 노력에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길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군사분계선 너머 판문각에선 북한 군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습니다. 남북 간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면서 다시 무장한 상태로 경계를 서던 이들은 카메라와 망원경을 들고 미국 대표단과 취재진을 채증해 갔죠. 북한은 감시기구를 없애준 러시아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성ㅣ주유엔 북한대사 (4월 1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제 정의와 공평성에 대한 권리를 독립적으로 행사한 러시아연방의 거부권을 높이 평가합니다. 국제기구를 담당하는 북한 외무성 차관급 인사는 대북 제재를 다 찢어진 북통에 비유했습니다. 미국이 한 땀 한 땀 꿰매서라도 압박의 북소리를 울리려고 한다면서 자신들 문제 말고 요즘 가장 심각하다는 중동 사태에나 신경 쓰라고 비꼬았습니다. 다른 감시기구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을 거라며 훈계하는 듯 담화를 내기도 했는데요. 뒤집어 보면 새 감시기구 등장 가능성에 레이더를 바짝 세우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입니다. 트럼프에 제재 해제 목맸는데…호기를 잡았다? 가장 최근 대북 제재가 채택된 건 북한이 ICBM인 화성-15형 발사를 단행한 직후인 2017년 12월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 핵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통된 움직임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유엔 회원국의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금지할 수 있었고 한해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유 제품을 연간 50만 배럴로 한정하자는 합의가 가능했죠. 북한 해외 노동자도 돌려보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동안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숨통을 조금씩 열어줬다고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어느 수준이더라도 제재는 목 안의 가시처럼 매우 성가신 존재입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담판에서 북한이 내세운 조건도 다름 아닌 대북제재 해제였습니다. 리용호ㅣ2019년 당시 북한 외무상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감시기구가 사라졌다고 해서 대북 제재 이행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안도 모색되고 있죠. 린다 토마스-그린필드ㅣ주유엔 미국대사 (5월 1일) (새 감시기구를 몇 달 내에 만들 수 있기를 바라고 계십니까?) 확실히 우리가 여기 있는 모든 동료들과 함께 매우 긴급하게 노력하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을 노골적으로 비호하고 중국 역시 적당히 걸음을 맞추는 지금은 제재를 쌓아 올리던 당시와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승수ㅣ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러시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수용할 거라는 말이죠.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 있잖아요. 국제법 위반이지만 전후 복구를 위해서 대거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러시아는 스스로가 인구가 희박하고 노동 인구가 많이 축소됐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커요.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북한의 몸값은 높아졌습니다. 북한으로선 좋은 시절을 만났다고 해야 할까요. 북한은 최근 이란과 벨라루스와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면서 반미 친러 전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5선을 확정한 푸틴 대통령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승자는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아닌 북한이라는 평가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반도 주변 외교 안보 소식 전해드리는 벙커버스터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 기자입니다. 저는 지난해 7월, 42년 만에 한반도에 기항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을 한국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취재했습니다. 벙커버스터를 통해서 내부도 속속들이 소개해드렸는데요. 그간 핵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이 요즘 이런 핵잠수함을 갖겠다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한판 켄터키함 상상이 가시나요? 북한이 핵잠수함을 가지는 일,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김정은의 핵잠수함 야망…과도기는 프랑켄슈타인? 지난 1월 28일로 가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불화살 3-31이라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둘러본 날인데 북한 매체가 슬쩍 이런 언급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하셨습니다. 김정은이 핵잠수함에 관한 과업과 대책을 지시했다고 밝혔는데요, 핵추진잠수함 설계가 마무리 단계라고 북한이 주장한 게 3년 전. 이날 현장도 실물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온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잠수함 함장 출신 전문가들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문근식|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김정은이 과거에 보면 어느 정도 되면 가서 시찰을 하는 거예요. 이번에 핵잠수함을 가서 지도를 했어요. 그러면 불과 한 4년, 5년 이내? 저는 그렇게 봐요. 그 정도면 가능할 것 같으니까 가서 이제 힘을 실어주면서 과시하는 거죠. 최일|잠수함연구소장 북한은 1995년 이후 중형 잠수함을 건조한 실적은 없습니다. 그런 북한이 당장 3천 톤급 이상의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저는 북한이 앞으로 10년 내에는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선 잠수함을 건조하는 기술, 그리고 원자로를 선박용으로 아주 작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술 수준뿐 아니라 부품 조달에도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북한은 대북 제재 속에 자금난을 겪고 있죠. 그래서 당장은 과도기용으로 기존 잠수함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술핵잠수함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이게 이른바 김군옥함입니다. 문근식|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전에 그냥 있지 말고 일단 물속에 집어넣어, 그래서 미국도 위협하고 일본도 위협하고 한국 남한도 위협해. 이렇게 하니까 급하게 만들어 놓은 잠수함, 그러니까 디젤 전기 추진 잠수함에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 그것이 김군옥함이에요. 김군옥함은 진수되자마자 기괴한 형상이다,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다 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잠수함은 보통 길이와 폭이 9대 1 정도입니다. 비율이 너무 안 맞으면 기동성이 떨어지는데, 김군옥함은 가로가 훨씬 깁니다. 길이를 과도하게 늘려서 대형 수직발사관 4개 소형 수직발사관 6개 모두 10개의 발사관을 설치한 걸로 파악됩니다. 전략핵잠 켄터키 파괴력은?…한국 362 프로젝트 북한이 궁극적으로 갖고 싶어 하는건 핵무기를 실은 핵추진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입니다. 미국의 켄터키함은 디젤을 연료로 쓰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가동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무제한 잠항할 수 있습니다. 블루팀과 골드팀으로 불리는 승조원 그룹이 번갈아 가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이 교대 근무를 위해서 물 위로 올라오는 정도입니다. 치미 제이콧|7잠수함전대 사령관(미 해군 대령), 지난해 7월 필요하다면 잠수를 한 상태로 90일에서 100일 이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잠수함에 있는 음식이 유일한 제한입니다. 반면에 재래식 잠수함은 상황이 다릅니다.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수시로 디젤 엔진을 돌려야 하고 이때 산소가 필요합니다. 물 위로 자주 올라와야 한다는 얘기고, 이때 위치가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문근식|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보통 나라의 모든 디젤 잠수함은 하루에 두세 번씩 올라와야 돼요. 현대 디젤 잠수함은 한 5일 이내, 그것도 저속 시속 11km 이하에서 한 5일 이내에 견딜 수 있어요. 그리고 고속으로 그냥 완전 풀 스피드 전속으로 가면 1시간 이내에 깡통이 돼요. 배터리 아웃. 켄터키함에 실린 트라이던트2 미사일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삼지창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최대 사정거리만 1만 2,000미터입니다. 곳곳에 덮개가 덮여 있습니다. 1번부터 24번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데요, 트라이던트2 미사일이 실제 장착되고 발사되는 공간입니다. 치미 제이콧|7잠수함전대 사령관(미 해군 대령), 지난해 7월 미사일 옆에서 잠이 드는 겁니다. 돌아보시면 거대한 관이 보입니다. 그 안에 모두 미사일이 있는 겁니다. 24발 모두 장착하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게 되죠. 실제로는 전략무기 감축 협정으로 20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든 국가 하나를 없애버릴 수 있는 최종병기인 겁니다. 크리스 캐바나|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지난해 7월 켄터키는 우리의 3대 핵 전력의 부분입니다. 자체 내구성에 의해 마지막까지 생존 가능한 축입니다. 동맹과 파트너들을 안심하게 하고 어떠한 적도 억제합니다. 켄터키는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준비된 무기 시스템입니다. NPT가 인정한 핵 보유 국가인 미국과 대북 제재 속에서도 핵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과 달리 우리 나라는 NPT 규범을 준수하는 비핵 국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도 핵잠이란 걸 꿈꾼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핵무기가 있는 전략핵잠이 아닌 핵무기 없이 추진체만 원자력을 활용하는 핵추진잠수함입니다. '362사업'이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의 골자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3척을 2020년 전에 실전 배치한다는 것이었는데, 추진 계획이 너무 빨리 외부로 노출되면서 결국 흐지부지됐습니다. 핵추진잠수함 보유, 이제 판도가 달라진다? 2024년 3월 현재 전 세계에 핵추진잠수함을 갖고 있는 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인도까지 6개 나라입니다. 앞에 다섯 나라는 NPT 체제 안의 핵보유국이고, 인도는 NPT 바깥에 있는 사실상 핵보유국이어서 핵추진잠수함을 가진 나라는 지금까지 모두 핵보유국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보유국이 아니면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나라가 있습니다. 호주죠.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계획은 오커스 출범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커스는 미국이 영국, 호주가 참가하는 3자 안보 협의체인데, 세 정상이 처음 얼굴을 맞대고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나온 결과물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이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호주 총리 (지난해 3월 13일, 오커스 정상회의) 미국이 핵추진 기술을 공유한 것은 65년 만에 처음이자 역사상 두 번째입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 필요할 경우 최대 5척을 호주에 판매하고, 이와 별개로 영국과 호주는 미국 첨단 기술을 도입한 핵추진잠수함을 공동 개발할 예정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호주는 오커스, 쿼드에 동시에 가입된 국가입니다. 또,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눈치 볼 필요 없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동맹국인 일본은 헌법 9조 때문에 해양에서의 즉각 개입이 어려운데, 호주는 군사활동에 큰 제약이 없고, 남중국해와 타이완 일대까지 정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호주와 손잡으면 인도태평양을 장악하는것이 더 수월해집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지난해 3월 13일, 오커스 정상회의) 전례 없는 3국 간 협력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오랜 유대관계와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공동의 약속의 증거라고 믿습니다. 호주는 그간 중국에 강경 노선을 천명해왔습니다. 조재욱|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로썸 게임의 구도를 보여준 적도 있고, 또 국내 일부 정치인들은 전쟁 불사라는 단어를 꺼내고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중국을 현상 변경을 시키려는 그런 국가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나라가 바로 호주다. 모리슨 전 총리 시절엔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감수하면서 화웨이 5G 이동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시켰고, 중국과 맺은 모든 협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총리에게 주는 대외관계법을 제정했습니다. 지난해 집권당이 교체되면서 중국과 나름대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호주 외교부는 여전히 핵잠이 중국 억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미원자력협정 문턱일까…미국의 진짜 속내는? 핵추진잠수함을 들여오기 위해선 한미원자력협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협정이 가동된 게 1957년, 42년 만인 2015년 개정된 게 가장 최근인데, 여기에 따르면 우리는 미국과의 협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을 저농축, 그러니까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습니다. 통상 원자력발전소에 쓰이는 우라늄은 3~5%정도고, 20% 이상은 고농축 우라늄으로 불리는데, 핵탄두 같은 무기를 만들려면 95% 이상 농축해야 합니다.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는 내용 때문에 이걸 고쳐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 입장은 결론부터 얘기하면 완전히 별개라는 겁니다. 한미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이고, 군사적 이용과 관련된 사안은 아예 협정 범위 바깥에 있다라는 거죠. 다만, 그렇다고 미국 문턱이 전혀 없다 이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문근식|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미국은 세계의 핵 비확산을 총 책임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그걸로 약속을 통제한단 말이죠. 그래서 누가 우라늄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느냐 핵무기를 만드느냐 이걸 감시해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 세계 NSG(핵공급그룹)를 통제하고 있잖아요. 사가는 데랑 파는 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기분 나쁘면 야 사우스 코리아는 팔지 마 그러면 뭐 또 제재에 걸릴 수 있죠. 미국이 대중 포위를 위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문제 삼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 관료는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앤서니 와이어|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 (지난해 3월 15일) (미국이 (호주처럼)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우리가 우리 해군의 핵추진 기술을 더 이상 공유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미국의 관점에서 처음부터 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차관을 지냈던 도브 자카임 CSIS 선임고문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사안을 미국의 확장억제와 연관 지어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워싱턴선언에 따라 전략핵잠 켄터키함을 입항시킨 점을 언급한 그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두 정상 간 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고 이는 동맹의 심각한 분열로 이어질 거라고 주장했죠. 브라질도 핵잠 프로젝트…프랑스 우회? 독자 개발? 한국이 미국 원료와 기술이 아닌 다른 나라 것을 사용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프랑스는 저농축 우라늄으로 운영하는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프랑스로부터 원자로 설계 기술을 전수받고 자체적으로 건조하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남미의 브라질인데요. 최일|잠수함연구소장 브라질 영토는 우리와 동서남해 합친 것보다 훨씬 넓어요. 브라질은 부족한 해군력으로 핵추진잠수함이 그 넓은 해역을 지키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죠. 국가 목표인 '블루 아마존' 보호를 위해서 국방의 최우선 과제로 핵잠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브라질은 핵추진잠수함을 갖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습니다. 브라질 사례를 요약하면 프랑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독자 개발입니다. 이런 방식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한국과 브라질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최일|잠수함연구소장 브라질은 오래 전부터 IAEA와 협조해왔으며 주변국에 양해를 구해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런 선행 조치가 없습니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라질은 핵연료를 자체 조달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부로부터 핵연료 도입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도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핵추진잠수함이 지금 우리에게 1순위로 필요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일|잠수함연구소장 외국 자료에 의하면 버지니아급 1척 비용이면 독일 212급 6척 가격 돼요. 또, 209급 10척의 가격 정도 되는 것이죠. 디젤은 1척당 획득 비용이 저렴하고 획득 소요 시간이 짧습니다. 두 번째는 이제 정숙도인데, 핵잠은 일반적으로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정숙도가 떨어집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핵추진잠수함은 멀리, 빨리 가는 데 필요한 무기체계이고 현재의 재래식 잠수함으로도 북한 연근해에 하루면 도착해 작전할 수 있다며 왜 굳이 보유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죠.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선 공약이었고, 지금 현 정부도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김명수 합참의장의 인사청문회 답변은 이랬습니다. 성일종|국회 국방위 의원 (지난해 11월) 우리도 핵잠을 가져야 될 땐데 그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명수|합참의장 (지난해 11월) 원자력추진잠수함에 대해서는 국가적 정책의 판단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적 효용성은 충분히 있지만 그런 부분들 신중히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통일연구원 조사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관심은 이미 무르익었습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할 거냐는 문제는 북핵 대응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군사적 실효성 나아가 우리의 외교 전략까지 고려하는 판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디자인 : 고결
'어머니의 본분'이란 무엇일까요? 본분의 사전적인 의미는 '의무적으로 마땅히 지켜 행해야 할 직분'입니다.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들리는 이런 단어의 조합이 신문 1면에 나는 곳이 있습니다. 북한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5일 1면 첫 기사로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3일과 4일 평양에서 '제5차 어머니 대회'라는 행사가 열렸는데, 최고지도자가 여기 이틀 연속 직접 참석하고 또 연설도 한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야기한 어머니의 본분은 어떤 것들일까요. 김정은은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이 곧 다름 아닌 애국임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전날(3일) 대회 개회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면서 출생률 감소를 막아야 한다고 하더니, 연이틀 비슷한 주문을 한 것입니다. 과거 자료를 확인해 보니 어머니 대회가 개최된 것은 11년 만, 김정은 시기만 따지면 집권 초기인 2012년 이후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최고지도자가 대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김일성 주석의 1차 대회 연설 이후 62년 만입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자식들 많이 낳자고 호소해야 할 만큼 북한도 저출생 문제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중요한데 통일부는 김정은 입에서 '출생률 감소'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의 저출생 문제가 하루아침에 나온 이슈는 아닙니다. 이번에 김정은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뉴욕타임스 칼럼('한국은 소멸하는가')이 촉매제 역할을 한 측면이 있습니다. 역대 최저로 감소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을 두고 칼럼니스트는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 창궐했던 시기를 떠올렸고 이런 내용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북한의 어머니 대회 개최 시기와 맞물리면서 북쪽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새삼 인식하게 된 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합계 출산율, 우리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올해 3분기 기준 0.7명이지만 북한은 1.79명(통계청 추산, 2022년 기준)입니다. 두 배가 넘으니 안심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북한 사정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존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1명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여기에 못 미칩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북한도 2039년부터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18살부터 49살까지 미국 청장년층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이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총기도, 교통사고도, 우리처럼 자살도 아닙니다. 1959년 벨기에 과학자 폴 얀센이 개발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죠.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대마약시대' 저자) 제대로 쓰면 좋은 진통제다. (파스 형태로) 엄밀히 말하면 패치제인데요. 어느 순간 알약 형태로 만들어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그게 유통이 된 거죠. 기분 좋은 효과에 꽂혀서 어느 순간…. 그런데 지난 15일 미국과 중국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 이 펜타닐 문제가 올랐습니다. 군사적 소통을 잘해보자고 양국이 손잡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더 시급한 현안은 펜타닐이었습니다. 인권 탄압이라더니…제재 빗장 푼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곳,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샌프란시스코입니다. 펜타닐 합의가 나온 곳이 샌프란시스코였다는 점도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올 초 이 항구도시에 내걸린 광고판을 볼까요. '인재가 넘쳐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명했던 도시가 이제 더럽고 싼 펜타닐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바이든은 펜타닐로 몰락해 가는 도시에서 펜타닐 최대 공급처로 지목된 중국 시진핑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원료 유출 막겠단 중국에 미국은 제재 해제로 응답했습니다. 중국 공안 법의학연구소를 무역 규제 리스트에서 3년 만에 제외하기로 한 겁니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에 대해 대대적 감시를 하고 있고 연구소가 여기 연루됐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었는데 인권 문제를 중시한다던 바이든 정부도 펜타닐 막는 게 더 절실했단 얘기죠. 매튜 밀러 / 미 국무부 대변인 (지난 16일) 우리 행정부로서도 어려운 결정입니다. 미국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는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하루에 200명씩 죽고 있거든요. 한 달에 9·11 사태가 두 번 정도 나는 정도의 충격이에요. 계속 이어져오고 있거든요. 이건 국가 안보랑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잖아요. 단속 경찰도 기절…최대 공급처는 중국 마약 단속을 하려던 경찰이 바람에 날린 펜타닐에 기절하고, 1살 배기 아기가 펜타닐 과복용으로 결국 숨지기까지 했습니다.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펜타닐 치사량이 2mg이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어린아이 눈곱만한 양이에요. 청산가리 치사량이 보통 한 200mg 정도로 얘기하거든요. 그러니까 100배 더 센 거예요 펜타닐이. 충격적인 사건 사고들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펜타닐이 미 대륙을 잠식한 수준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2013년 3천100명 수준이던 펜타닐 사망자는 무려 23배나 늘어 2022년 7만 3천600여 명을 기록했고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이들 중 펜타닐로 인한 사망이 2013년 7% 수준이었는데 이제 70%를 앞두고 있습니다.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기존에 헤로인 했던 사람들이 헤로인 해봐야 모르핀의 2~3배 정도 효과가 나거든요. 그런데 펜타닐은 100배 정도 효과가 나요. 그러니까 갈아타는 거죠. 헤로인은 합법적 용도로 파는 용도가 하나도 없거든요. 펜타닐은 처방이 가능했어요.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남용을 한 거죠. 한 번 펜타닐을 맛보니까 헤로인으로 안 돌아가는 거예요. 미국 마약단속국 DEA는 중국에서 생산된 펜타닐 재료가 멕시코 등을 거치거나 직접 미국까지 흘러와 제조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차이나 화이트'는 펜타닐을 부르는 은어이기도 하죠. "이게 왜 중국 잘못?"…태도 바뀐 시진핑 펜타닐 주사기를 등에 업은 미국인 캐릭터가 이야기합니다. "중국 잘못이야." 미중 펜타닐 갈등에 중국 관영매체들이 내놨던 삽화들만 봐도 중국의 기조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7월 8일) 미국 펜타닐 위기의 근본 원인은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 국내 수요와 공급을 줄이는 것입니다. 중국을 희생양 삼지 말고 미국 집안 단속이나 제대로 하란 겁니다. 미국은 지난 7월 펜타닐 공동 대응에 나설 다국적 협의체까지 만들자고 했는데 이때도 중국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84개 국가가 참여했지만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죠. 중국 입장에선 할 말이 없지 않습니다. 주재우 /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원산지가 중국이다 보니까 지금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죠. 그런데 멕시코라든가 다른 세계로 가잖아요. 이 과정에서 이게 (불법 약으로 만들어져) 유출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던 중국이 달라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펜타닐 때문에 죽는 또 다른 미국인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타이완처럼 아주 민감한 이슈 빼고 그리 어렵지 않은 사안은 협력하겠다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갈등 전선을 더 확대하지는 않겠단 중국이 미국 국내 정치용으로도 쓰일 일종의 선물을 한 셈입니다. 주재우 /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미국이 계속해서 반도체 수급 가지고 중국을 옥죄지 않았습니까? (중국은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 용을 썼고요. APEC에 참석하는 용단을 내린 것부터 시작해서 스파이 풍선을 부분적으로 인정한 부분도. 신 아편전쟁인가…펠로시 때 모르쇠에서 돌변 상대는 좀 달라졌지만 중국으로선 180년 만에 서방 패권 국가와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신 아편전쟁 아니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대영 제국은 청나라와의 지속된 무역 적자에 불만을 품다 아편을 수출했고 청나라가 아편을 단속한 걸 빌미로 1840년 전쟁을 일으켰죠. 아편에 취했던 청나라는 홍콩을 넘겨야 했고 100년 국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펜타닐에 무너지고 있고, 중국이 그 키를 쥐고 있습니다. 중국이 단속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따라 단속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기류는 포착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미중 양국이 펜타닐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협력을 시작했고 중국이 자국 내 화학기업들의 펜타닐 성분 생산과 판매를 제한해 미국 내 유통도 줄었지만 미중 충돌 때마다 중국의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는 펜타닐 대화를 사실상 모두 거부했습니다. 펜타닐 이슈가 지렛대가 된 겁니다. 리처드 닉슨 / 미국 전 대통령 미국 공공의 적 1위는 마약 남용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은 선포한 때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이었습니다. 이후 마약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는 의제였습니다. 콜롬비아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 2000년엔 콜롬비아 플랜을, 멕시코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 2007년엔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던 미국. 2023년엔 이제 중국발 펜타닐과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펜타닐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터널 랫츠(tunnel rats), 땅굴 쥐란 뜻이죠.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군이 땅굴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전장의 골칫거리로 부상하자 미군이 별도로 만든 부대였습니다. 몸집이 작은 병사들을 선발해 땅굴 침입을 시도했지만 속속 당하고 말았는데요. 야아코프 아미드로르|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 하마스는 준비를 해왔죠. 가자지구에는 수백 킬로미터가 넘을지 모르는 땅굴 네트워크가 있죠. 오늘은 수십 년이 흘러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 땅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하에 군수공장 밀집… 땅굴의 고수 북한 땅굴의 고수라면 북한도 빠지지 않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북한이 정말 잘하는 7가지를 선정한 적이 있는데 심지어 여기에도 포함됐을 정도죠. 김진무|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제일 큰 탄약 공장이 26호 공장이라고 하는데 자강도에 있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공장이에요. 그게 땅굴에 있어요. 군수공장의 80% 땅굴에 있어요. 땅을 파는 기술은 뭐 대단한 거죠. 땅굴을 견고하게 파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상대에게 위치를 들키지 않을 것, 즉 은닉성을 확보하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이 가진 땅굴 기술이란 게 어떤 걸까요. 김진무|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휴전선 부근의 땅굴을 파는 탈북자의 이야기는 (탐지를 막기 위해) 흙이 아닌 것처럼 이렇게 위장을 한다거나 또 메인 굴이 있으면 옆으로 가지 굴을 판다고 해요. 앞으로 계속 나가면서 판 흙으로 가지 굴을 메우는 거예요. 그럼 (바깥으로) 흙이 안 나오잖아요. 북한은 1971년 김일성의 이른바 9.25 교시 이후 남침용 땅굴을 본격적으로 파기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땅굴이 북한에게서 전수됐다는 건 사실 해묵은 논란거리 중 하나입니다. 빅터 차|미국 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2014년 9월) 북한은 땅굴 기술을 전 세계에 수출해 온 역사 갖고 있어... 하마스 땅굴 적극 지원 의혹 이스라엘의 한 안보단체는 북한이 레바논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에 땅굴 기술을 전수해 줬고, 이 기술이 다시 하마스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미 국방정보국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북한 무기 거래 움직임을 추적해 온 브루스 벡톨 엔젤로 주립대 교수 역시 북한 전수설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일찌감치 평가했습니다. 낙하산 침투도 베끼기?…"DMZ가 필요하다" 하마스의 전술 가운데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것을 빼닮았다며 이번에 특히 주목한 것이 있습니다. 낙하산을 활용한 후방 침투 방식입니다. 유대교 명절을 맞아 열린 음악 축제 현장의 상공. 난데없이 검은 낙하산을 탄 무장 대원들이 떨어지면서 춤추던 젊은이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북한이 비슷한 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중앙 TV (2016년 12월) 적의 대상물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고지들에서 활공낙하산을 타고 날새마냥 눈 깜빡할 사이에 침투하여 다만 남북한 사이엔 4km에 달하는 비무장지대가 있는 만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하듯 작전할 수는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에는 비무장지대도 완충 구역도 없이 높이 6미터의 콘크리트 장벽만 있을 뿐인데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던 게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육군 소장 출신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야아코프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 한국처럼 DMZ를 도입할 거란 주장을 펼치기도 했죠. 야아코프 아미드로르|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 우리는 당신들이 갖고 있는 것, DMZ를 만들 겁니다. 어떤 사람도 들어갈 수 없고 누구라도 거기에 들어간다면 총격을 받게 될 겁니다. 북한은 낙하산을 활용한 침투 능력을 요즘도 공공연히 과시하는 중입니다. 2년 전 무기 박람회 현장에선 파란색 타이즈를 입고 김정은과 사진을 찍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인물이 있었는데요. 역시 공수작전을 수행하는 낙하산병으로 추정됐습니다. 하마스 손에 들린 RPG-7... 가성비 갑 북한 수출 상품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생산한 무기가 하마스로까지 흘러 들어간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마스 대원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이스라엘 군이 대거 압수했더니 대전차 무기인 RPG-7이 나왔고, 북한에서 생산한 F-7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죠. RPG-7은 구소련이 처음 개발해 북한도 생산하고 있는 무기 체계입니다. 1993년 모가디슈 전투 당시 소말리아 민병대가 RPG-7으로 미군의 블랙호크 2대를 격추시켰을 만큼 가성비가 높은 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진무|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무서운 무기죠. 어깨에 밀고 땅 쏘면 그냥 날아가서 파괴력이 엄청나게 크고. 그 대신 엄청 싼 무기 체계입니다. 북한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의 무장 세력들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진무|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국제 시세의) 3분의 1도 안 될 겁니다. (북한은) 무기를 하나 만드는 원가 자체가 엄청나게 싼 거죠. 인건비가 안 들어가죠. 원료는 국가 소유니까 캐 가지고 오면 되는 거잖아요. 전 세계 분쟁 지역에 북한 무기가 다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합참은 하마스 예하 무장단체에서 사용한 무기로 보이는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국경 지역에서 발견됐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들어갔나… "모략선전, 낭설" 발끈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이기도 한 아미드로르 전 보좌관은 헤즈볼라가 북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걸 이미 확인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아코프 아미드로르|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 2006년에 북한산 로켓이 (헤즈볼라에) 들어간 것을 발견했고 이란을 통해서 갔다는 것도 알게 됐죠. 하마스가 가지고 있단 사실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야아코프 아미드로르|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 이란과 북한, 시리아,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헤즈볼라는 모두 결합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지원자가 북한이죠. 하마스 연계설에 북한 입장은 간명합니다.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거죠. 기시감이 들기도 하는데 과거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0년 이스라엘 정부가 북한이 122mm 로켓 등을 태국을 거쳐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판매하려 했다고 주장했었거든요. 당시 북한 반응입니다. 조선중앙 TV (2010년 5월) 파렴치한 발언이다. 이스라엘이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감히 비방 중상한 데 대하여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 달 뒤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는 "북한은 버마(미얀마 과거 명칭), 이란, 헤즈볼라, 하마스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사일과 무기류 밀수출을 계속해왔다"라고 발언했죠. 이번 연결 고리는 언제 어떻게 생긴 걸까요. 야아코프 아미드로르|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 우리가 언제 전쟁을 끝낼지 모르지만 하마스가 북한산 다른 무기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야겠죠. 우리가 장차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북한에서 사람도 물자도 쉽게 건너갈 수 없었던 걸 감안하면 전술 교리든 무기든 최근에 넘어갔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직간접적으로 오래전에 넘어가 있던 것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을 계기로 수면 위에 드러났을 거란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하마스와 북한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살펴봤는데요. 계기마다 조금씩 형태를 바꿔 논란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동안 빠져있던 적이 있긴 하지만 북한은 지금도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입니다. 북한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세력인 파타와는 어느 정도의 사이일까요? 북한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걸까요? 2017년 12월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서명을 마치고 전 세계를 향해 들어 보인 문서가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다른 중동 국가들까지 술렁이게 했던 이 문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단 취지였죠. 김정은에 '땡큐'… 가자지구에 할인행사? AP 통신이 일주일 뒤 촬영한 한 장의 사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보이고요. 옆으로 가자지구에 있는 한국인, 여기선 북한 사람이겠죠. 80%의 할인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트럼프 발표에 북한이 국제사회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서자 가자지구 식당 주인이 자신들 편에 서줘 고맙다며 이벤트를 한 겁니다. (단, 가자 지구에 북한 주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3개 종교의 성지로 유엔은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예루살렘을 아랍식 표현인 꾸드스로 부르며 당시 이런 목소리를 냈죠. 조선중앙 TV (2017년 12월) 꾸드스(예루살렘)의 지휘 문제는 응당 팔레스티나 인민의 민족적 권리의 회복과 중동문제의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을 통하여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지도 살펴보니… 알고 보면 '브로맨스'? 북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조선중앙 TV에 나온 지도를 보면 북한의 인식이 엿보입니다. 서안과 가자지구는 구분하지 않고 아랍인 지역이라고 표기하고 있고 미수교국인 이스라엘은 국가 대신 지역으로 표기했죠. 북한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19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국가 상태가 아니었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북한은 일찌감치 국가 간 관계를 맺었고 벌써 50주년을 넘기고 있죠. 1990년대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이 김일성을 직접 만나러 평양을 왔을 만큼 양국 관계 정말 돈독했습니다. 조선중앙 TV (아라파트 의장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민족적 독립과 자주권을 위한 팔레스티나 인민의 투쟁을 적극 지지해 주시는데 대해 뜨거운 감사를 물론 북한이 지금 외교 상대로 생각하는 건 엄밀히 말해 하마스는 아닙니다.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서안지구의 자치정부가 대상인데 그렇다고 해도 하마스에 대한 지지 목소리는 꾸준히 내왔습니다. 조선중앙 TV (2018년 9월) 이스라엘군이 반강점 시위에 떨쳐나선 팔레스티나인들에게 총탄을 마구 쏘아대며 탄압에 광분했습니다. 국제뉴스를 제한적으로 선별해서 전달하는 조선중앙 TV에 가자지구 소식이 종종 전해지는 걸 보면 북한의 기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북한은 악의 축" vs 북한 "미국의 하수인" 북한과 이스라엘은 북한과 미국 못지않은 앙숙 사입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연합군 사이 '욤키푸르' 전쟁,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때 북한은 이스라엘 반대편에 섰습니다. 북한은 당시 이집트를 통해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숨지기까지 했죠. 이스라엘은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처럼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대놓고 부를 정도로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에후드 올메르트|전 이스라엘 총리 (2008년 2월) 북한,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는 악의 축 북한도 질리 없습니다. '중동평화의 파괴자', '미국의 하수인' 북한 매체가 이스라엘을 부를 때 쓴 용어들 역시 이렇게 거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영국과 미국의 연대에서부터 출발하거든요. 그리고 미국의 유대인들이 미국 정치를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이스라엘은 미국 이상으로 북한이 적대시하는 체제라고 볼 수 있거든요. 하마스도 러시아도 '내 편'… 결국은 미국 탓? 북한은 지금의 중동 사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이스라엘을 제국주의 세력인 미국이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역사의 불공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화살도 미국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반미 반제국주의를 내세운 북한으로선 두 개의 전쟁을 계기로 자신들의 우군을 확보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어 보이는데요. 북한이 내부에 선전할 카드로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인태|국가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러우는 (반미 반제 소재로) 한계가 있어요. 우크라이나를 젤렌스키 도당이라고 해도 내부에서는 인식이 잘 안 돼요. 예전부터 들었던 내용이 아니고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이잖아요. 그래서 주민들에게 어필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태는 역이용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요즘엔 통일부조차 북한의 행태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충돌의 촉발한 직접적 요인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반미 선동에 집착하는 북한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쿠바, 시리아와 함께 팔레스타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는 뭘까요? 이미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우리와는 수교하지 않았고 북한과는 수교를 한 곳들이라는 겁니다. 적의 동지는 나의 적, 적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말은 성립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북한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할 땐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이 될 비밀 병기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베일 속 현무5도 공개?…한국형 사드 L-SAM 뜬다 여기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진 군의 비닉 무기가 있습니다. 2022년 국군의날 공개 영상 "세계 최대의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금껏 십 초 정도의 영상으로 공개된 게 전부인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 흔히 현무-5라고 불리는데 탄두 중량만 최대 9톤, 현존하는 재래식 무기 폭발력의 최대치는 10톤 정도니까 세계 최대 수준이죠. 유사시 북한 지도부가 모여들 벙커까지도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대공 유도 무기 L-SAM 한국판 사드도 있습니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군이 독자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L-SAM입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으로 북한 탄도 미사일이 고도 40에서 60킬로미터를 비행할 때 요격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그 아래 방어는 현재는 국산 지대공 유도 무기 천궁이 맡고 있죠. 영상으로만 공개됐거나 흔히 볼 수 없던 이 무기 체계들이 실물로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오는 26일 도심 한복판에서 75번째 국군의 날을 기념하는 시가행진이 열리는데 여기에 우리 군의 최신 무기들이 동원되기 때문이죠. '평양 vs 서울' 퍼레이드…미 전투병 처음 참가 칼 각을 잰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병들과 전투 장비가 망라된 열병식. 북한 소식은 익숙한데 2023년 서울에서의 풍경이라면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10년 만입니다. 70주년이던 2018년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과의 협상이 한창 돌아가던 시기라 국군의 날 행사는 성대하게 열렸지만 시가행진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땐 북한도 열병식을 축소해 진행하던 때였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남북이 서로를 향해 창 끝을 겨누고 있는 지금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가행진은 대북 억제를 위한 무력시위가 될 전망입니다.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최신 장비들을 미리 꺼내서 공개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중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억제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한테 힘과 믿게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대응할 의지가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소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를 담은 대북 메시지도 발표될 걸로 보입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통합 역량을 선보이고 미 8군 전투 부대원 등 300여 명도 처음으로 시가행진에 합류합니다. 과거엔 미 군악대 정도가 참가하던 수준이었는데 한미동맹 70주년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남북이 각각 미국 러시아와 '초밀착'하는 상황인데 주한미군의 시가행진은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붉은 침략자" 외친 70년대…테헤란로에 탱크? 10년 만의 부활이지만 시가행진이 연례행사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70-80년대만 해도 서울 성남공항 같은 막혀있는 공간이 아니라 여의도 한복판에서 기념행사를 시끌벅적하게 개최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도 미소 데탕트가 있기 전 냉전의 시대였습니다. 76년 법정 공휴일로도 지정됐던 국군의 날은 91년엔 한글날과 함께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됐습니다. 이후 문민정부가 출범했고 육해공 본부가 계룡대로 이전한 것과 맞물려서 행사는 차츰 간소화됐죠. 93년부터는 5년에 한 번 광화문 일대에서 시가행진을 하는 걸로 거의 정착이 됐는데요. 서울 테헤란로가 선택된 적도 있었습니다. 통상 시가행진의 출발지이던 숭례문에 큰 불이 나면서 2008년엔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택한 겁니다. 당시엔 규모도 좀 축소해서 진행됐죠. 올해 시가행진은 다시 숭례문에서 출발해 광화문까지 이어집니다. 우리가 곧 보게 될 장면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군 시가행진, 익숙한 이벤트는 분명 아닙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처럼 동원 정치가 보다 일상화된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우리보다 먼저 떠들썩하게 국군의 날 행사를 열었던 한 나라가 있습니다. 이게 어떤 이야기인지는 다음 벙커버스터 편에서 이어갑니다. 디자인 : 고결
외교 안보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저는 SBS 통일외교팀 김아영입니다. 미사일을 쏘고, 쏘고, 또 쏘는 북한. 대북제재에 코로나19 봉쇄를 겪고도 북한의 신무기 개발 행보 거침이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배후를 믿는다고 해도 그건 정치적인 얘기죠. '도대체 그 많은 자금은 어디서 계속 나는 걸까' 의문은 여전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대북 제재의 루프홀, 구멍을 메우는 데 주력했던 한미가 요즘 눈에 잘 안 보이고, 손에 잘 안 잡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백악관 "자금 50% 사이버"…현대판 해적 국가? 서해에 갑자기 만리경과 천리마란 물체가 떨어졌죠. 북한이 5월 31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쏘아 올린 이른바 군사정찰위성과 우주발사체 얘기입니다. 오늘 들여다볼 건 이 발사체 얘기는 아니고요. 이후 나온 정부의 후속 조치입니다. 이준일 / 외교부 북핵기획단장 (6월 2일) 김수키를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무기개발과 인공위성 우주 관련 첨단기술을 탈취하는 등 소위 위성개발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습니다. 북한 발사 이틀 만에 해커그룹을 제재했고, 가상자산 지갑 주소도 식별 정보로 명단에 올렸습니다. 우주발사체든 탄도미사일이든 북한의 잇단 발사가 가능하도록 한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사이버 해킹이라는 게 한미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앤 뉴버거 미 백악관 NSC 사이버 담당 부보좌관 (지난해 7월) 사이버에서 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의 3분의 1까지 충당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사이버가 수익의 핵심 동인이라고 볼 때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백악관은 최근엔 이 수치가 50%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경감 지침이란 것을 발표했는데 "2022년은 암호화폐에 있어 어려운 해"였다면서 "업계 전반의 취약한 사이버 보안으로 북한이 10억 달러 이상을 탈취해 공격적인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닉 칼슨 / 전 FBI 분석관 (암호화폐 전문가) 북한은 매우 독특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사이버 절도에 국가 시스템이 관여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18세기에 있던 해적 국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알렉스 줄리엔 잡아라?…"사이버는 만능 보검" 알렉스 장과 줄리엔 김, 박광진. 지금까지 신상이 공개된 북한 해커, 손에 꼽힐 만큼 소순데 이 이름들은 북한 해커가 실제로 사용했던 이름입니다. 가명이었고요. 전창혁, 김일, 그리고 박진혁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2년 전 북한 정찰총국 소속인 이들을 기소하면서 수배 전단에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습니다.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조 4천 억 원 이상의 현금과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또 요구한 혐의입니다. 존 데머스 / 당시 미국 법무부 차관보 (2021년 2월)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다발 대신 가상화폐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가 됐습니다. 해커들 신원 특정하고 추적하는 일 여간해선 쉽지 않죠. 범죄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그래서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특성 이미 간파했던 걸까요. 국정원은 김정은이 10년 전 사이버전을 만능의 보검에 비유했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조원진 / 국회 정보위여당 간사 (2013년 11월) 김정은은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다' 나이지리아 셀럽이 왜?…북한 기상천외 돈세탁법 한 때 팔로워만 250만 명 이상,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나이지리아 국적의 이 남자, 벤틀리 페라리 롤스로이스 등 최고급 차들까지 과시합니다. CNN 방송 무슨 상황인지 보죠. 훔친 돈으로 시계를 사고 그걸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흡족해하다가 체포됐다는 얘기죠? 북한 해킹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 지방법원은 유명 인플루언서였던 라몬 압바스에게 지난해 11월 징역 11년 23억 원 상당의 손해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압바스는 북한 해커들이 몰타 은행에서 훔친 1,470만 달러 200억 상당을 루마니아 불가리아 은행으로 옮겨 세탁하는 걸 도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이한 인물이 연루돼 거래 흔적이 적발되는 사례가 더 예외적인 일이죠. 북한이 가상화폐를 탈취했을 때 탈취한 걸 바로 회수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공간에서 즉시 회수는 기술적으로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가상화폐를 탈취했으면 환전을 하겠죠. 달러로 하든 어느 다른 나라 돈으로 하든 그걸 환전하기 전에 거래소 차원에서 차단시켜 버리는 거죠. 그런데 미국의 외교권이 미치지 않는 나라들이 있거든요. 그런 나라들 가서 환전을 하면 되죠. 미국 재무부는 북한 가상화폐 세탁에 활용되는 이른바 믹서 프로그램도 제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텀플러라고도 불리는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기술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가상화폐 거래 추적은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북 해커는 꿈의 직장…김책공대 성적은? 북한이 해킹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프로그래밍 대회장으로 가보죠. 각국의 컴퓨터 영재들이 출전하는 대회인데 2019년 북한의 김책공업대학도 등판했습니다. 성적 어땠을까요.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 대회 (2019년 5월, 포르투갈) 김책공업대학은 8위 은메달로 동아시아 최우수팀이 됐습니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이 여는 국제 대회 코드 셰프도 단골로 출전하는 대회인데 역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인재 풀에서 사이버 전사들을 선발합니다. 의대 쏠림 현상이 있는 우리와 달리 인재들을 당국이 필요한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게 북한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겁니다. 북한 내부 인터넷은 열악한 만큼 대체로 해외에 나가 지내는 걸로 추정되는데 이건 북한에선 엄청난 혜택이죠.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중국이나 유럽 지역에 가서 4-5명 단위로 팀을 꾸려서 숙식하면서 (지내는데) 굉장히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거예요.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군대 안 가도 되는 것과 똑같은 정도의 동기 부여를 하니까 이게 굉장히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또 북한 해커는 다른 나라에 비해 거의 바로 실전에 투입되다 보니까 공격력을 키우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평가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 해킹 인력은 약 7천 명(2022년 국방백서 : 6,800여 명). 다만 이 인원이 전부 해킹 전담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설명입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북한의 해킹을 전담하는 인력이 있어요. 실제 해킹 부대 이건 2천 명이 좀 안 되고요. 해킹부대를 지원하는 인력이 있어요 이게 한 5천 명 돼요. IT 알바까지 손 뻗친 이유…위장 취업을 막아라 해킹만 하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는 IT 업계 구직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한미 당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 업워크 프리랜서닷컴 같은 사이트에서 실제로 구직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방식이고, 명의를 도용하면 신분 세탁이 가능하단 걸 노리는 겁니다. 닉 칼슨 / 전 FBI 분석관 (암호화폐 전문가) 북한 인력을 고용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서유럽이나 러시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데 절대 카메라를 켜지 않는 것이죠. 말씨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 상납하는 목적일 수 있겠죠. 일각에선 북한 대사관이 당국 지원 거의 없이 알아서 살림을 꾸리듯 북한 해커들도 어쩔 수 없이 이른바 알바를 하고 있을 가능성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위장 취업을 통해 얻은 작은 정보를 다른 정보들을 획득하는 데 또다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민간까지 광범위하게 엮인 IT 위장 취업 한미 양국 모두 해킹 못지않은 상당한 골칫거리로 꼽고 있습니다. 닉 칼슨 / 전 FBI 분석관 (암호화폐 전문가) 피해 기업이나 개인이 얼마나 그런 활동을 파악하는데 준비되어 있는지가 관건이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선 북한 해커의 공격을 막을 수비수를 키우는데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학생들에게) '김민재가 될래? 손흥민이 될래?' 그러면 손흥민이 되겠다고 하거든요. 우리는 김민재가 더 많이 필요한 거예요. 우리나라가 똑같은 해킹 실력을 갖고 있더라도 인터넷 의존도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김정은이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당장 과시하고 싶은 건 핵 능력이겠죠. 핵을 포기할지와는 별개로 어느 시점에선 협상을 해야 하는데 과시할수록 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도 있을 겁니다. 선전선동에 능한 북한이 사이버 능력과 관련해선 대다수 정보를 비밀로 부치고 있다는 것 함의하는 바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북한이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강력한 무기가 사이버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거세지는 공격, 앞으로 어떻게 수비할지는 더욱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디자인 : 고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이슈를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열흘 만에 한일 정상이 서울에서 만났고, 며칠 뒤면 일본에서 또 한미일 정상이 만납니다.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 개선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한미일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더 끌어안고 있죠. 건너편에 선 북한과 중국, 러시아 관계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은 중국과 일찌감치 전통의 순망치한 관계를 복원했고 러시아와도 하루가 다르게 끈끈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진짜 전쟁’ 선언한 푸틴... “성전 이겨라” 응원한 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간이죠. 지난 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에 있는 붉은 광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날은 옛 소련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지 78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두 번째 맞는 '전승절'이었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기 동원 규모도 인원도 축소됐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31대 동원된 전차는 올해 51대, 지난해 1,100명이 동원된 병력은 올해 8,000명에 그쳤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제 러시아를 향한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독기가 서린 선언을 했습니다. 그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처음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오늘날 문명은 다시 한번 결정적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 조국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최첨단 무기도 이번엔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세 과시는 의식한 듯 보였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옛 소련권인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탄 대통령도 참가시켰기 때문이죠. 그리고 모스크바까지 직접 가진 못했어도 이들보다 더 열렬히 응원을 보낸 인물은 한 명 더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입니다. 단 한 번 강렬한 만남... 김정은-푸틴 ‘브로맨스’? 국제사회가 맹렬히 비난하는 전쟁을 성전에 비유할 만큼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사이지만, 정작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건 한 차례뿐입니다. 2019년 4월, 여전히 바람이 찼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크에서입니다. 이때만 해도 북한의 속은 사실 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트럼프와 '빅딜'을 꿈꾸며 베트남 하노이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온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쓰린 속을 달래기라도 하듯 김정은은 새로운 북-러 관계를 만들자며 푸틴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지금은 집권 20년이 넘은 푸틴과 10년 차를 넘긴 김정은. 장기 집권하는 지도자끼리는 한 번 만나는 것만으로 남달리 통하는 게 있는 걸까요? 북-러 관계, 이후 쾌속 질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 나라 관계를 한 꺼풀만 벗겨보면 겉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학교 교수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를 향해) 웃음을 짓고 하지만 여전히 내면이 아주 약합니다. (러시아에서는) 반 미국 민족주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아주 비판적인 의식은 여전히 주류입니다. (두 나라 관계는) 임시적인 동맹 사실상 그게 동상이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뿌리가 단단한 흔들림 없는 관계보다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밀착하거나 멀어지는 걸 반복했던 임시적인 관계 성격이 더 컸다는 겁니다. 편들 때는 확실하게... 우크라 전 ‘기회’ 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우리가 확실하게 당신들 편에 섰다'는 메시지를 러시아를 향해 줄곧 보내고 있습니다. 전쟁 한 달 만인 지난해 3월, 유엔에선 25년 만에 긴급 특별 총회란 게 열렸는데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를 하는 결의안에 찬반을 묻기 위해서였죠.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쏟아졌고, 중국과 이란은 차마 반대는 하지 못한 채 기권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러시아와 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나라 러시아, 북한 포함 5곳에 불과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 역시 북한은 러시아, 시리아 다음으로 재빨리 승인했습니다. 김성 | 주 유엔 북한 대사 (주민 투표를 통한 주민들의) 자기 결정권은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주권과 국제 정치적 지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입니다. 국제무대에서 지지하는 목소리 하나가 아쉬운 러시아, 러시아에 대해선 마땅히 지렛대가 없던 북한으로선 생색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북한이 받을 건 명확합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손에 끼워진 절대반지, 거부권이죠.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학교 교수 북한 입장에서 보면 값싼 거예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은 (별도로) 투자가 (필요) 없어요. 그 대신에 러시아는 의미가 훨씬 더 많은,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를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아주 좋은 거래입니다. 싼 것을 주고 비싼 것을 받아요. 지금 유엔 안보리 시스템에선 중국 한 곳만 거부해도 불가능한 게 추가 제재인데, 러시아까지 확실하게 이중 보험을 들어둔 모양새입니다. 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전선이 러시아까지 확대되고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강조되는 상황,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이호령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북한한테 가장 유리한 국면이라고 본인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신 냉전 체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북중러 - 한미일, 3 대 3 구도를 자극적으로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러시아보다는 북한이 더 유리한 국면이다(라고 북한이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고체 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 18형을 쏘고도 추가 제재 하나 받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산 빼닮은 미사일... 군사 협력 노골화 땐? 여기서 또 흥미로운 건 화성 18형의 생김새입니다. 러시아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개발한 고체 연료 ICBM 토폴 M과 닮아있기 때문이죠. 북한이 10여 년 전부터 준비했다면서 야심 차게 공개한 최신병기 해일은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대륙 간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을 따라한 걸로 보입니다. 변칙 궤도로 요격이 어렵다는 단거리 미사일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해 아예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도 불리죠.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학교 교수 북한은 벌써 1970년대 군수공업 군수기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첩보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실업자가 된 기술자들은 돈 때문에도 반 미국 사상 때문에도 북한으로 중요한 전달한 기술을 전달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호령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인민군이 태생하게 되고 발전하게 되고 기반을 닦아준 것이 구소련 때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북한의 상당 부분의 재래식 무기는 다 러시아제 무기에 기반해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최근 우리에게 꽤 섬뜩한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겨냥해 최신식 러시아 무기가 북한에 넘어간다면 한국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한 거죠.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학교 교수 (러시아가 반발해) 탱크나 경화무기를 (북한에) 수출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기술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무기를 제공한다면) 거의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냥, 이것은 보복 조치이니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북한 도발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보다 더 노골적으로 군사 협력에 나선다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미사일이 전부 아니다... 북핵에도 러시아 지분? 러시아의 그늘, 미사일에만 드리워져 있는 건 아닙니다. 북한은 1956년엔 소련과 핵 연구 협정을, 1959년엔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1960년대 영변 단지에 도입한 원자로 역시 소련의 지원을 받은 것이었죠. 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확실히 하게 된 변곡점마다 소련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1962년 소련이 미국 턱 끝에 있는 쿠바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시도하다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도 그 예입니다. 냉전 시대 최고 위기였던 당시 상황은 소련이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을 철수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는데 북한에는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진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학교 교수 그들의 입장에서 쿠바 미사일 결과는 소련의 배신 행위인 겁니다. 신호가 됐습니다. 소련과 미국은 우리 국가 이익에 맞지 않는 타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북한)도 자기 힘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시기는 세계정세를 달리 읽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북러 관계,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나비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러시아 견제할 G7... 북러 밀착 지속 러시아를 견제하는 정상들의 행사가 또 막이 오릅니다. 오는 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입니다. 미국은 의약품 농산물을 제외하곤 모든 품목에 대한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G7 회원국들과 사전 협의하기도 했죠. 러시아, 그리고 푸틴을 고립시키기 위한 외교의 장이 펼쳐질 것인데, 친구가 사라진 러시아를 향해 북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구도가 선명해지는 구도를 더는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조용히 뒤에서 웃고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북한일지 모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편집 : 정용희 콘텐츠디자인 : 고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린 냉전 시기에 미국 정보 당국은 소련이 이른바 전승절에 개최한 이걸 분석하는 걸로 그들의 군사력과 속내까지 분석했다고 합니다. 바로 열병식 이야기입니다. 냉전은 종식됐지만 미국과 중러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동북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선 신냉전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죠. 그리고 우리 가장 가까이에는 당시의 소련처럼 열병식을 통해 많은 걸 이야기하고자 하는 곳이 있습니다. 북한입니다. 오늘은 지난 연말부터 북한이 꽤나 대대적으로 준비해 온 이 열병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하는데요. 디데이를 향한 카운트 다운은 이미 시작된 상태입니다. 위성으로 딱 걸렸다..D-day 임박했나 4월 25일, 10월 10일 그리고 90과 75.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의 공통점, 북한이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열었을 때 만들어 보인 숫자라는 겁니다. 각각 이른바 항일 빨치산, 즉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또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연 대규모 정치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민간위성에서 북한이 이런 걸 만든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2월 8일 그리고 75란 숫잡니다. 이달 8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이때쯤 열병식을 하려고 한창 준비하고 있다는 걸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80발 넘게 미사일을 쏘아 올리더니 올해 들어선 다소 잠잠한 분위긴데 어쩌면 이날에 집중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공격을 받으면 백배 천배로 때릴 보복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혹은 북한에 여전히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바이든 미국 정부를 향해 북한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요? 북한판 미사일 쇼케이스..히든 카드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선글라스에 가죽 재킷까지 차려입고 미사일 발사장에 나타났던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북한이 이 영상에서 보여준 게 이른바 괴물 ICBM으로 불린 화성 17형이었는데요. 당시엔 다른 걸 쏴 놓고 영상을 짜깁기했다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었는데 어쨌거나 이 ICBM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가 바로 2020년 열병식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2020년 10월) 위대한 영장의 품에서 태어난 뜨거운 생명체 화성! 2021년 열병식에선 ‘북극성 5-ㅅ’이라고 적힌 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선보이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열병식은 북한이 자랑하고 싶은 신형 무기를 선보이는 쇼케이스 현장 같은 곳입니다. 김동엽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소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무기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기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심지어 2020년 와서 80%가 신무기라고 주장하는 거거든요. (실제)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전술 전략 무기들이 대거 등장하는 건 열병식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서입니다. 북한도 하이라이트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당연한 순서 아니냐 싶지만,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배치됐던 건 아닙니다. 김동엽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천년대 후반에 딱 무기들을 보여주는 것을 뒤쪽으로 몰아버려요. 그건 정말 무슨 뜻이냐. 콤팩트한 그 부분을 뭔가 보여주겠다는 거거든요. 보병 대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배낭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양복 차림으로 총을 든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평소 쉽게 드러나지 않던 북한 체제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겁니다. 어쩌면 서울 상공까지 무인기를 날려 보낸 누군가도 이번 열병식에 참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짜가 있다? MOCKUP 논란 살펴보니 그런데 북한이 열병식을 하고 나면 논란들이 종종 생깁니다. 이른바 가짜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거죠. 가끔 이런 류의 악평도 쏟아집니다. 2012년 4월 열병식 관련 외신 보도 이건 일종의 재진입체 탄두인데요. (진짜라면) 대기권으로 돌아와서도 살아남아야 하죠. 매우 단단하고 매우 매끄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죠. 어설퍼요. 사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화성 17형도 처음엔 가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물 크기의 모형, 이른바 mockup이라는 건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열병식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실물이 아니라고 해서 웃고 넘어갈 사안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죠. 김동엽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어느 정도 이미 완성이 됐거나 개발을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가지고 나왔는데 안이 사실 비어 있는 경우가 있고요. 두 번째는 정말 모형이에요. 이건 뭐냐 하면 정말 북한이 개발에 착수하거나 앞으로 보여줄 것을 예측하고 만든 무기들이에요. 이런 것들은 정말 깡철통인 거죠. 근데 이런 것들이 예를 들면 전부 의미 없는 게 아니라 어떤 샘플들인 거예요. 샘플들을 통해 북한이 개발할 방향을 먼저 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동엽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발사까지) 짧게는 6개월. 6개월도 안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열병식 이후에) 실제 시험 발사를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던 거죠. 열병식 ‘과시’의 역설..나 홀로 프로파간다 이런 열병식 물론 북한만 하는 건 아닙니다. 중국도 하고 러시아도 합니다. 주로 성대하게 하는 건 사회주의 국가들이지만 분단 상태인 우리 역시 여전히 열병식을 하는 곳이죠. 지난해 국군의 날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열병 차량에 올라서 사열을 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10월 국군의날 행사 복합 다층 방어체계 핵심 패트리어트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열병식을 했다 하면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는 편입니다. 무기를 어느 수준에서 공개했는지, 또 어느 수준의 메시지를 냈는지를 통해서 북한의 대외 전략 기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시기만 해도 북한의 열병식은 지금보다 내부적인 성격이 더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시기를 거치면서 이게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는 분석입니다. 소련이 붕되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자신들을 대신해 미국을 겨냥해 왔던 큰 형님이 사라진 것이죠. 결국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고 마치 섬처럼 남은 북한으로선 이제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급기야 핵 개발로 대북 제재까지 강화되면서 열병식은 대외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분석입니다. 김동엽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반적으로 선진국 이런 데는 이런 행사가 많이 없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는 건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조금 부족하고 인민들을 좀 설득해야 되고 또 경제적으로 좀 부족한 측면이 강한 나라일수록 이런 군사적인 행동이나 이런 것들을 할 가능성이 많은 거죠. 김정은의 최애 행사?..엄지척 이유는 북한은 김정은이 열병식 총감독까지 했다면서 그 과정을 기록영화로 일일이 다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최고지도자가 애착을 가진 행사란 얘기겠죠. 열병식에서는 인민들을 향한 중요한 메시지도 발표됩니다. 이런 야심찬 선언을 했지만 김정은 총비서 연설 (2012년 4월 열병식) 우리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자신의 통치력이 부족하다며 눈물을 보이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 연설 (2020년 10월 열병식)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동엽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단상의 최고 지도자가 있고 주석단이 있잖아요. 그리고 밑에 저 뒤쪽으로 북한의 주민들 인민들이 쫙 서 있죠. 사실 어떻게 놓고 보면 비대칭적인 어떤 지배적 관계와 피지배 관계에 딱 놓여 있는 거예요. 사실요. 거기에서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그렇게) 거대한 정치적 장으로서 활용하고. 김정은은 집권 이후 11번의 열병식을 모두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열병식은 1호 행사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은둔의 지도자인 김정일이 유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한 행사 역시 열병식이었을 정돕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1992년 4월 열병식)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 북한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성과 내는데 박차를 가하라는 의미도 있을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어떤 메시지로, 어떤 비밀 무기로 등장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북한의 2월 행보는 1월과는 어쩌면 좀 달라질 수 있단 겁니다. 북한이 5, 10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기념하길 좋아하는데 김일성이 군의 현대화 요새화를 지시하며 '일당백' 구호를 제시한 지 오는 6일이면 딱 60주년입니다. 8일은 인민군 창건 75주년이죠. 김정일 생일도 곧 다가옵니다. 중요한 날들을 분기점 삼아 도발을 일삼아왔던 북한이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지 우리 군의 시선은 지금 평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핵 무력과 국방 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채택했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