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야당이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등으로 탄핵을 추진하자 '자진 사퇴'를 선택한 겁니다.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장관 직무정지로 안보 공백이 불가피하니까 이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수사 외압 책임자의 몸통을 감추기 위해 꼬리를 자르려는 작전"으로 보고 있는데요, 탄핵 카드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특검 등으로 진상 규명은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사의 표명 이종섭 "순리 아닌가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장관은 SBS 기자에게 "순리 아닌가요?"라면서 사의 표명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내비쳤습니다.

KBS 보도를 보면 이 장관은 "안보 공백만큼은 막기 위해서 깊은 고민을 했다", "먼저 사의를 표명하지 않으면 (정부가) 엄청난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국회법상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관 직무가 정지되는데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관은 사퇴하거나 해임될 수도 없습니다. 이종섭 장관은 손발이 묶이고 후임 교체도 안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이 몇 개월 지속될 수 있는데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까지 167일 동안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국방장관이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이종섭 장관이 선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모양새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이 장관은 교체설이 파다했고 개각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사의 표명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야당이 "탄핵의 빌미 자체를 없애려는 '꼼수'"라거나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이라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반응은 뒤에서 따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장관은 예정에 없던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박정환 육군총장과 이종호 해군총장을 비공개로 만나 격려한 뒤 자신의 심경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자신이 근무했던 7군단과 2사단도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과거 근무 부대 고별 방문으로 국방장관을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이르면 내일 개각할 듯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는 사표 수리 여부나 개각 시점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편적인 정보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곧 2차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개각 시점은 빠르면 내일(13일)이 될 전망입니다.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장관의 직무정지와 함께 대통령의 인사권도 제한된다는 측면에서 여권이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는데요, 대통령 인사권 제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후임 국방부 장관으로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1순위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신 의원은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을 지냈고 지금은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까요?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에 군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홍 시장은 "MB(이명박) 대통령 시절 임기 말까지 지킨 인사원칙 중 하나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는 절대 정당 출신은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두 자리에 정당 출신이 가면 반대 정당으로부터 공격받아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겁니다.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그 두 자리에 정당 출신이 가면 반대 정당으로부터 공격받아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략) 군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좌파들처럼 군과 검찰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군인 출신이라고 해도 정치인으로 변신한 현직 의원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는 데 대한 반감으로 읽힙니다. 이 글이 지금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민주당 "외압 몸통 감추기 위한 은폐"
민주당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사실상 탄핵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종섭 장관 탄핵소추안 문제를 논의하는 시간에 이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탄핵소추안의 당론 발의 추진은 일단 보류됐습니다.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 추진을 공식화한 건 어제(11일)인데요, 이재명 대표가 별도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이종섭 장관이 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위법한 행위를 서슴지 않은 장관을 해임하지 않은 것은 수사 외압이 대통령 지시였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며 탄핵 추진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건 정부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습니다.

수사 보고서 결재를 확신을 갖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장관, 사병 안전은 나 몰라라 구명조끼도 없이 급류에 들어가게 한 사단장, 지금 대한민국 ‘안보 공백’을 누가 초래하고 있습니까? 민주당은 탄핵을 시작으로, 특검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힘을 잃게 된 겁니다. 그래도 탄핵을 추진할지는 모레(14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이 장관 사의 표명에 대해 민주당은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이라는 식의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한 사의 표명이라고 했지만 채 상병 수사 외압 사실이 밝혀지자, 최종적 책임자의 몸통을 감추기 위해 꼬리를 자르려는 작전의 일부로 보인다"고 공격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장관 교체와 무관하게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이 장관 책임 소재, 대통령실 개입 여부 등 진상규명에는 철저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탄핵 카드 대신 당론으로 채택한 채상병 사망사고 진상규명 특검(특별검사)법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전투력 강한 장관 포진할 듯
이번 개각에는 국방부 장관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면서 야권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인물을 포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 장관 후보로 유력한 신원식 의원은 현안이 터질 때마다 동료들에게 배경을 설명하거나, 야당의 공세 전면에 서서 반격하는 역할을 자주 했습니다.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서도 신 의원이 앞장서서 이전의 논리를 제공하고 야당에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각각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들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도 신원식 의원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 벗고 나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전문가나 야당 공세에 맞붙을 수 있는 전문가. 윤 대통령이 원하는 장관상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인데요, 사진은 그제(10일) 촬영됐다고 합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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