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고향사랑기부금 10만 원이 세액공제 되지 않은 이유, 국세청 연말정산 오류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납세자의 결정세액이 0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결정세액’은 자신이 내야 할 세금에서 세액감면에 해당하는 금액, 그리고 세액공제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두 뺀 금액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지난해 냈어야 하는 정확한 세금 총액입니다. 이 결정세액에서 납세자가 지난 1년간 낸 세금을 빼면, 연말정산의 최종 결과가 나옵니다. 가령 결정세액이 1,000만 원인데, 지난 1년간 1,100만 원을 냈다면, 100만 원을 돌려받게 되는 겁니다. 이 금액이 연말정산 환급금입니다.

‘결정세액이 0원’이라는 것은 내가 2023년에 낼 세금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낸 세금 전액을 연말정산 결과 돌려받습니다. 만약 지난해 세금을 500만 원 냈다면, 결정세액이 0인 사람은 그 돈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여기서 고향사랑기부금 10만 원은 어떻게 될까요? 결정세액이 0인 납세자는 국가에 낼 세금이 없다는 뜻이니까, 공제해 줄 세액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세액공제가 되지 않습니다. 국가가 10만 원을 더 얹어서 510만 원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세무사가 봤을 때는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그럼 지자체는 세액공제를 어떻게 홍보했을까요. “10만 원 내면 13만 원 돌려받는다”, “10만 원 내면 13만 원 혜택이다”라고만 홍보한 지자체가 많습니다. 10만 원 전액 세액공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은 없습니다. 사실 지자체 입장도 이해합니다. 10만 원 기부를 권유하면서, 세액공제 안 될 수 있다고 하면 주머니에서 나오던 돈도 다시 쏙 들어가겠지요. 납세자한테 ‘3만 원 이득’이라고 홍보해야 기부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고, 열악한 지방 재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세액공제를 100% 보장받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는 만큼, 작은 글씨로나마 안내해 줬으면 더 친절하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한 걸음 더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 행위’이지만, 사실 3만 원 답례품에 목적을 두고 기부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결정세액이 0으로 나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면 괜히 억울할 것 같습니다. 결정세액이 0인 사람,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요? ‘2023년 국세통계 해설서’에 따르면 22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33.6% 정도였습니다. 총 690만 명입니다. 낼 세금이 없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이런 근로자의 상당수는 고향사랑기부금 10만 원을 냈어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거나, 전액이 아닌 일부 금액만 공제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는 이월되지 않습니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공제 못 받았으면, 내년으로 넘기지 못하고 그냥 끝입니다. 공제 효과가 그냥 사라진다고 하니까 좀 아깝죠. 그럼 세액공제를 내가 받을 수 있을지, 미리 알 수는 없을까요?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연말정산이 계산된 표를 보시면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감면, 그리고 세액공제 항목들이 있는데, 매년 바뀌기 때문에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12월에 취업해 해당 연도의 소득이 매우 적은 사람이나,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많이 받는 분들의 경우에는 결정세액이 0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의 과거 연말정산 계산 내역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답례품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기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선한 기부 뒤에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것이 답례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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