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취재진은 이런 광고 내용을 도대체 어떤 약사가 자신의 얼굴을 내놓고 홍보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흰색 가운을 입고, 약국 배경으로 촬영한 광고라서 누구나 쉽게 약사로 받아들일 만한 광고입니다. 광고 속 약사는 ‘서울 S약국 약사’라고만 표기되어 있어서 누구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광고 화면에서 약사의 얼굴을 캡처한 뒤, 얼굴 이미지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황당하게도 한 배우의 홈페이지에서 약사와 같은 얼굴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해당 배우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배우는 “한 섭외 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왔고, 제품에 대한 설명 없이 그냥 약사 역할이라고 해서 촬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약사 역할인 것만 알고 대본을 받은 뒤, 촬영장에 가서 대본대로 읽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광고 영상을 보니 너무 약사처럼 나와서 별로였고, 출연료는 30만 원이었다고 이 배우는 기억했습니다. CF모델과 드라마 출연을 주로 해온 배우가 마치 약사처럼 등장해 다이어트 약을 홍보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한 걸음 더

이제 광고 내용뿐만 아니라 등장인물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른 광고에서는 ‘최창수(가정의학과 교수)’라는 자막과 함께 같은 다이어트 약을 홍보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최창수 교수는 흰색 가운을 입고 목에는 청진기를 걸치고 있습니다. “2시간 내내 달리면 900kcal 가까이 되는데요. 그게 이 한 알에 들어가 있어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감을 믿지 마시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능을 믿으세요.”라고 구매를 유도합니다. 다이어트에 절박한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가정의학과 교수’라고 자막이 나와 있고, 흰색 가운을 입었고, 목에 청진기까지 두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의사로 오인할 만한 상황입니다. 광고 제작업체에서 설마 의사까지 가짜로 등장시켰을까 싶었는데,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얼굴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검색한 결과, 한 배우 섭외 사이트에서 ‘최창수 교수’의 얼굴이 발견 됐습니다. 사이트에는 이 배우의 본명과 과거 촬영 이력이 나와 있었습니다.

배우와 직접 통화해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의사 역할로 등장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 배우는 촬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가운을 입고 하라고 해서 했을 뿐이고, 의사 역할 비슷하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질문들에는 제품 판매업체에 문의하라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습니다. 유튜브 다이어트약 광고에 등장한 약사와 의사 모두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실상 의사를 사칭한 광고라면서 11월 30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판매업체 해명은?
가짜 의사와 약사를 등장시킨 유튜브 광고. 건강기능식품 제품 판매업체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가짜 의사와 약사를 등장시킨 광고 자체를 제작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불법적으로 도용한 가짜 제품 판매업체들이 만든 광고로 확인됐다는 게 판매업체의 해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9월 식약처는 이 제품의 광고 게시를 유튜브에서 차단 조치했지만, 이 판매업체가 실제로 광고를 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어서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 의사 광고를 클릭했을 때도 늘 정품 판매 사이트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업체의 해명이 사실인지는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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