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콜(David Cole)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법무팀장이다.

예술가에게 그의 신념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사에 쓰일 웹사이트를 만들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미국 대법원이 303 크리에이티브(303 Creative) 대 엘레니스(Elenis) 사건의 구두 변론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저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데 있다. 질문을 좀 더 자세히, 맥락을 부연해 정확히 바꿔보면 이렇다. 대중을 상대로 장사하는 서비스 업체에 서비스나 제품이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적인 것”이라는 이유로 동성애자 고객의 주문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나? 흑인 가족은 멋진 집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믿는 건축가는 흑인 고객이 일을 의뢰했을 때 건축가의 “표현이 들어간 작품”인 집을 짓지 않겠다고 거부해도 괜찮은가? 꽃집 주인이 기독교에 반대한다면, 주인은 꽃을 사러 온 손님 가운데 기독교 신자만 가려서 꽃을 팔지 않아도 될까? 방금 예로 든 질문들에 대한 정답도 마찬가지로 “아니요”다.

그렇다면 대법원이 던진 질문은 왜,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 사건의 원고 303 크리에이티브는 고객의 웹사이트를 제작해주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다. 303 크리에이티브는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을 위한 결혼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를 시작할 건데, 동성 커플의 주문은 거절하고 싶다. 그런데 콜로라도의 공공시설법 가운데 차별금지 조항이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서비스업을 하는 업체는 인종, 성별, 종교, 성적 지향이나 주 헌법의 보호를 받는 특징을 근거로 고객을 차별해선 안 된다. 303 크리에이티브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가 무언가를 표현하는 작품이고, 사업주가 동성결혼에 반대하므로, 콜로라도주 법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콜로라도주의 공공시설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내야 할 벌금 등 처벌을 감당할 수 없어 억지로 신념을 거스르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이는 곧 주 법 때문에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면, 5년 전 세간의 주목을 받은 비슷한 사건 때문일 거다. 2018년 대법원은 마스터피스 케이크숍(Masterpiece Cakeshop) 대 콜로라도 민권위원회(Colorado Civil Rights Commission) 사건에 관해 판결했다. (구두변론은 2017년에 있었다.) 당시 케이크 가게의 제빵사는 결혼식 케이크를 만들어달라는 동성 커플의 주문을 묵살했다. 그는 주문을 거절하는 건 자신에게 부여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법원은 다른 쟁점과 근거를 바탕으로 판결했고,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5년 전 마스터피스 케이크숍을 변호했던 변호사는 새로운 의뢰인을 대표하며 법정에 돌아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303 크리에이티브는 아직 결혼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 원고 측은 자신들이 동성 커플을 고객으로 받지 않아도 좋다는 법원의 판단이 없으면 결혼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를 아예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100년 넘게 미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 온 단체다. 우리는 국가가 예술가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념에 거스르는 표현을 억지로 강요해선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번 사건에서 콜로라도주를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냈다. 5년 전에도 우리는 마스터피스 케이크 가게에 결혼식 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가 거절당한 동성 커플 편에 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콜로라도주 법은 303 크리에이티브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정헌법 1조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주 공공시설법이 처음 제정된 건 19세기의 일이다. 법은 모든 사람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동등하게 인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특정 시민을 낮은 등급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된 어떤 특징도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써 있다.

이 법은 모든 사업체에 동등하게 적용되므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이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파는 식당이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라면 차별금지 조항이 똑같이 적용된다. 공공시설법의 차별금지 조항은 시민의 표현을 제약하고 어떤 말을 못 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시민도 차별적인 이유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콜로라도주 공공시설법을 자세히 보면, 예술가가 동의하지 않는 바를 억지로 표현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어떤 예술가도 모든 시민에게 자신의 작품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작가, 화가를 비롯해 대부분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모두에게 팔려고 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자신이 끌리는 주제를 택해 작품 활동을 하고는 보통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다. 예를 들어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는 자신에게 보수를 지불하겠다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주지 않고, 피사체는 자신이 직접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필름에 담는 대상을 오로지 백인으로 제한하든, 불교 신자만 찍든 그건 예술가 레보비츠 마음이다.

그런데 만약 레보비츠가 세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물사진을 찍어주는 사업을 시작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사진관이 그렇듯 레보비츠도 더는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을 자기 입맛대로 고를 수 없다. 돈을 내고 사진을 찍겠다고 온 사람에게는 약속한 가격의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흑인이든 기독교 신자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진을 안 찍어준다면, 처음부터 인물사진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레보비츠가 찍는 인물사진들은 물론 특유의 표현력이 담긴 ‘작품’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기로 한 이상 잠재적인 고객을 모두 똑같이 대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시장에서 고유한 표현이 담긴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에 다른 모든 사업체가 따르는 법을 마찬가지로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 위반이 아니다.

둘째, 대중을 상대로 한 사업체라도 여전히 어떤 표현이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팔지 얼마든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게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제품만 파는 건 당연히 공공시설법 위반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게에서 유대인 명절 하누카에 쓰는 촛대나 아프리카계 흑인 미국인들의 명절인 콴자를 맞아 주고받는 카드를 팔지 않는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가게가 대문에 “유대인 고객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습니다.” 혹은 “흑인 사절” 따위의 글귀를 써 붙여 놓고 장사를 한다면, 당연히 차별금지법 위반이고, 심각한 문제가 될 거다.

303 크리에이티브는 자신들이 동성 커플의 주문을 받지 않겠다는 이유가 이들이 동성애자라서가 아니므로, 이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신 동성 커플의 주문이 결혼식 웹사이트를 제작하면서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어긋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303 크리에이티브는 앞서 법원에 동성 커플의 결혼을 위한 웹사이트 제작에 관한 의뢰라면 뭐든지 거절할 수 있다고 판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성 커플의 결혼식 웹사이트와 똑같은 내용이라도 결혼식의 주인공이 동성 커플이면 안 된다는 거다. 이 논리대로라면, 단지 결혼식 시간, 장소, 근처 숙박업소 옵션 등 기본적인 정보만 담은 시안이라도 303 크리에이티브는 동성 커플의 결혼식이라는 이유로 그 주문을 묵살할 수 있다.

콜로라도주 공공시설법은 사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내용을 규제하지 않는다. 303 크리에이티브가 제작하는 모든 웹사이트에 “성경은 동성 결혼을 규탄한다”는 문구를 넣어도 상관없다. 또한, “성경은 동성 결혼을 축복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웹사이트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것도 303 크리에이티브의 권리가 될 수 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303 크리에이티브가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고객으로 하는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를 하지 않을 때만 그렇다. 그때는 이 결정이 고객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이 아니라, 이 가게가 원래 특정인을 대상으로 그런 물건만 파는 가게가 되는 거다.

303 크리에이티브는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자유와 하기 싫은 말을 표현하지 않을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 게 아니라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하지 않아도 되고, 곧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는 결혼식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수정헌법 1조를 들먹이며, 단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적인 것”이라는 이유로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대하도록 규정한 법에서 예외를 인정받겠다는 주장은 억지다.

만약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인테리어 업체, 조경 업체, 타투 아티스트, 간판 제작자, 미용실을 비롯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적인 요소가 든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체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집단을 거르고 장사하려고 할 것이다. 무슬림, 여성, 장애인, 흑인 등 특정 집단의 출입은 사절한다는 팻말을 내걸릴 수도 있다. 수정헌법 1조는 아주 편협한 생각과 관점마저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그 표현의 자유가 사업체에 누구든 차별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원문 : The Supreme Court Is About to Ask the Wrong Question About the First Amendment

(c) 2022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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