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이 퍼포먼스를 잉글랜드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하게 된 건 개최국 카타르를 둘러싸고 이어진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슬람 율법에 엄격한 카타르는 동성애를 형사 처벌하는 등 다른 나라로부터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유럽 등 서방과 대치를 벌였고, 그중에서도 잉글랜드가 문제 제기에 앞장서서 왔었다는 평입니다.

사실 잉글랜드팀은 '무릎 꿇기'뿐만 아니라 '무지개 완장'까지 차고 나오겠다고 예고했었습니다. 각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나오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FIFA가 경기 중 이 완장을 착용하면 옐로카드를 주는 등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걸 통보했습니다. 결국 잉글랜드를 비롯해 유럽 7개 팀은 FIFA의 조치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고 반발하면서도 완장 착용은 포기했습니다.

한 걸음 더
사실 '무릎 꿇기'의 시작은 축구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6년 미식축구리그(NFL)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요, 콜린 캐퍼닉이 한 흑인이 경찰 진압과정에서 살해당한 것을 비판하며 국가 연주에도 기립을 거부하면서 무릎을 꿇었던 겁니다. 이것에 대해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공개 비판하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죠.

이후 2020년 또다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이른바 BLM 운동이 촉발됐고, 이 운동의 일환으로 '무릎 꿇기'가 다시 등장하게 된 겁니다. 이번엔 NFL뿐만 아니라 농구(NBA), 야구(MLB)까지 번졌고요, 이때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시작된 겁니다.

이렇게 이번 월드컵에서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전 세계인들이 보게 됐지만, 사실 이걸 계속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무릎 꿇기 퍼포먼스가 차별 근절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도중에도 차별은 곳곳에서 일어났고, 선수들 역시 표적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도 SNS에서 인종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황희찬 선수도 지난 8월 SC 파렌세와 프리시즌 경기 도중에 상대 팬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의미 없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차별 해소를 위해 우리가 뭔가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것이 아니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이미 동참을 거부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윌프리드 자하는 이미 지난해부터 동참을 거부했고요, 더비 카운티와 브렌트퍼드, 본머스, 퀸스파크 레인저스 등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속해 있던 일부 구단들도 더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EPL 사무국도 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가, 올해부터는 일부 경기에서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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