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월 17일)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있는 날입니다. 날이 날이니만큼 마부뉴스에서도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봤습니다. 사실 대학을 놓고서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대학 졸업한 후의 취업률이나 학력인구 문제라던가 지방대학의 소멸 문제도 있고… 할 이야기와 데이터가 산더미만큼 쌓여있죠. 하지만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약간은 넓은 시선으로 대학이라는 녀석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데이터로 대학을 살펴보면 혹시나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우리는 왜 대학에 가려할까요?

우리는 얼마나 대학에 가고 있을까?

먼저 우리나라가 현재 얼마나 대학을 많이 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볼게요. 사실 이 자료는 많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도 많이 들어봤을 테니까요. 위 그래프는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고등학교와 고등교육기관(대학교, 대학원)의 취학률의 변화 모습입니다.

1980년만 해도 고등학교를 간 학생은 전체의 절반이 되질 않았어요. 하지만 그 수치는 꾸준히 올라 1999년엔 10명 중 9명이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2022년 현재 고등학교 취학률은 94.5%에 달하고 있죠. 대학교(및 대학원) 취학률은 고등학교 취학률보다는 낮지만 1990년대의 급격한 상승세에 힘입어 2007년부터는 70%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1980년 11.4%였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2022년 현재 71.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요.

2015년부터는 여학생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이 남학생을 앞서기 시작합니다. 2015년 전에는 남학생이 항상 여학생보다 대학 진학률이 더 높았죠. 가장 격차가 컸던 때는 2001년입니다. 2001년 남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60.4%, 여학생은 50.0%로 10%p 넘게 차이가 났는데, 그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2015년부턴 역전됐습니다. 2022년 지금은 여학생이 73.8%, 남학생이 70.0%로 여학생이 3.8%p 높은 상황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대학교 이상의 교육기관에 진학하는 사람의 비율이 70%를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비에 대한 정부 지출이 부족한 상황에선 더 그렇죠. 정부 지출이 적은 만큼 나머지 교육비는 민간 영역이 떠안을 수밖에 없잖아요? 민간 영역에서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 분석해보기 위해 OECD의 2022년 교육 보고서 <Education at a Glance> 자료를 가져와봤습니다.

주요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등교육기관의 교육비 중에 정부와 민간 지출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 그 비율을 그래프로 나타내 봤습니다. 고등교육 단계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교육비 지출 비율은 38.3%. OECD 평균 정부 지출이 69.2%인데 우리나라는 거기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죠. 거기에 우리나라는 교육비의 가계부담도 상당합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 교육비의 가계 부담은 42.3%. 이 수치는 EU 국가들의 평균 가계 부담보다 3배가 넘고 OECD 평균의 2배 수준입니다.

대학 입학 전까지 초중고 과정에서 들어가는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1년 한 해에 초중고 사교육비를 모두 합치면 무려 23.4조 원! 2020년보다 21.5%나 더 오른 수치죠. 학생 1인당으로 계산해보면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 7,000원 정도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돈을 많이 벌수록 사교육에도 더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월 소득 800만 원이 넘는 가구는 86.0%가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200만 원 미만의 가구에선 46.6%만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더라고요.

대학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임금 격차는?

우리는 왜 대학에 가려하는 걸까요? 꼭 대학에 가야만 하는 걸까요? 선뜻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겠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면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통계청에서 제공해주는 학력별 임금 격차 자료를 살펴볼게요. 그래프에 표시된 수치는 고등학교 졸업자 평균 임금을 100으로 두고 나머지 집단의 임금 수준을 상대적으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2019년 기준 고등학교 졸업생의 임금 대비 대학 졸업자의 임금지수는 136%. 고등학교 졸업자 평균 임금이 만약 250만 원이라면 대학 졸업자들은 평균적으로 340만 원 받는다는 의미죠.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많이 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과거에 비해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주욱 살펴보면 가장 격차가 심했던 건 2007년입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자 대비 대학 졸업자의 임금은 177%. 하지만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죠. 긍정적인 건 단순히 대학 졸업자와의 격차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전문대학 졸업자와 중학교 이하 졸업자와의 임금 격차도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육은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는 걸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육 수준에 따라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엄연히 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교육만 잘 받으면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독자 여러분은 혹시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본 적 있나요?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문 소설 2위에 꼽힐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 중 하나인데… <위대한 개츠비> 이야기를 꺼낸 건 다름이 아니라 지금 소개할 그래프 때문입니다. 2012년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앨런 크루거 교수는 산점도와 추세선이 그려진 아래 그래프에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프의 X축은 지니계수를 뜻합니다. 지니계수를 보면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숫자가 크면 클수록 불평등한 사회를 의미하죠. Y축은 세대 간 소득탄력성 지표입니다. 이 수치를 통해선 부모와 자녀 간 소득 대물림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습도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소설 속 개츠비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본인의 힘으로 엄청난 부자가 됐습니다. 앨런 크루거 교수는 부모로부터 부를 대물림받지 않고도 성공했던 개츠비의 모습을 이 그래프에 담고 싶었던 겁니다.

오른쪽 위에 위치한 미국, 영국, 포르투갈 등의 나라는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심하면서 부의 세습도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왼쪽 아래에 위치한 북유럽 국가들은 불평등 정도가 작고 세습도 약한 나라죠. 앨런 크루거 교수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갈 수 있는 가장 핵심 정책은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OECD에서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성을 확인하기 위해 개츠비 곡선을 활용하고 실제 교육 정책 설계에도 반영하고 있죠.

우리나라는 세대 간 소득탄력성 수치 0.4, 지니계수 0.29로 OECD 평균 수치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북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보다 불평등 정도가 작고 세습도 약한 나라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다만 실제 우리들이 체감하는 거랑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높아질 거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25.2%밖에 되질 않았거든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예전 <수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레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대학에게 닥칠 앞으로의 큰 문제는 학령인구 자체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졌고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이 집계되는 인구 데드 크로스 상황까지 이미 우리는 직면했죠.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대학들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은 더 많이 몰리고, 지방에 위치한 대학은 선택받지 않게 되면서 대학 양극화는 더 심각해질 수 있어요. 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도합 12년의 달리기로 이루어내는 대학 입시.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 관문을 뚫고 "내가 해냈다"라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또다시 취업이라는 더 큰 산을 마주쳐야 하는 대학생들의 불안함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오죽하면 대2병이라는 말이 있겠어요. 회의감과 불안함으로 대학생이 압도당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왜 대학에 가려하는 걸까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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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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