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지방정부도 나섰습니다. 공장을 관할하는 산둥성 핑두시 관리국이 즉각 공장에 조사팀을 급파했습니다. 중국 경찰 공안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커져만 갔습니다. 중국 SNS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시장가치 100억 위안(우리 돈 1조 8천 억 원)의 소변’, ‘역사상 가장 비싼 소변’이라는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칭다오 맥주의 한 종류 ‘춘셩(纯生, 순생)’을 ‘춘냐오(纯尿, 순수 소변)’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게 지난주 후반으로, 주말 내내 칭다오 맥주를 둘러싼 파문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지난 23일 월요일, 현지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财经)’이 칭다오 맥주 공장 내부 관계자를 인용한 단독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칭다오 맥주 공장 내부 관계자는 “영상 속 남성은 하역 업체 외주 직원이고, 영상 속 장소도 공장 내 원료 보관소가 아닌 하역 운송 차량”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사건 현장 근처에는 화장실도 많고, 식품 회사이다 보니 CCTV도 많다”면서 “당시 현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영상을 찍어 올린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처음 영상 공개 때처럼 ‘조작 가능성’을 거듭 제기한 겁니다.

칭다오 맥주 측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게 아니었지만, 이 보도 이후 다른 중국 매체들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때마침 경찰도 영상 공개 당일 영상 속 남성과 촬영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소변을 봤는지, 영상은 왜 찍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면서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걸음 더
칭다오 맥주 측의 선긋기, 공안의 즉각적인 발표와 함께 비난 일색이던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이 유리창 건너편을 찍은 걸로 보이는데, 마치 기다렸다 찍은 걸로 보인다”, “소변을 보는 10초 안팎의 짧은 순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포착하는 게 가능한가” 등 영상 촬영 의도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불거졌습니다. 중국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면 자주 보이는 이른바 ‘여론 물타기’ 같은 장면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겁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칭다오 맥주 사태 자체보다 전반적인 중국 식품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실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거리에 나가봤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다 저런 거 아니냐”고 되레 되물었습니다.

한 중년 남성은 “이번 사건은 그나마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겠냐. 그냥 사 먹지 말고 스스로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고 말했고, 한 중년 여성은 “칭다오 맥주는 큰 회사인데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다른 맥주 회사들은 오죽하겠냐”고 했습니다. ‘멜라민 분유’, ‘알몸 배추’, ‘맨발 양념’ 등 끊이지 않고 터지는 식품 위생·안전 논란에 이미 익숙해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소변 맥주’ 파동은 서해를 건너 한국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오는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양꼬치엔 칭다오’란 광고 문구가 대변하듯 칭다오 맥주가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21~22일) 동안 편의점의 칭다오 맥주 판매량은 전주 대비 최대 26% 떨어졌습니다. 국내 수입사와 식약처가 “영상 속 공장은 중국 내수용만 생산한다. 국내 제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불신이 크게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공안이 예고한 것처럼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아직 발표가 난 건 아니지만, 조심스레 예측해 보면 “영상 속 남성은 외주 직원이고, 영상 속 장소도 공장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칭다오 맥주의 안전·위생 관리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반응도 어느 정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칭다오 맥주 하면, 마치 단어 자동 입력 기능처럼 ‘소변 맥주’라는 오명이 떠오를 거 같습니다. 한 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칭다오 맥주의 120년 역사의 명성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최신 콘텐츠

‘1조 8천억 원 짜리 소변’... 논란의 칭다오 맥주 마셔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