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소방관들은 왜 이상민 장관을 지목해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요? 이번 참사의 책임을 소방관들에게 돌리는 듯한 지금의 경찰 수사 방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소방노조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이번 참사에 떳떳한 소방관은 없지만 일선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소방관 7만 명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꼬리 자르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죠. 최 서장을 비롯한 소방 지휘관들을 수사하는 것이 진정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아닌 소방관들에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소방노조는 특히 입건된 최 서장에 대해 "참사가 발생하자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고 떨림을 뒤로 한 채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선 지휘관의 역할을 다했다. 용산소방서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했고 마지막까지 참사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도, 용산구청장도, 용산경찰서장도 없던 참사 현장에서 구조·구급 업무 외에 인파와 교통관리 업무까지 하며 참사 예방과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현장을 지켰던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묻는 지금의 경찰 수사가 과연 옳은 것이냐는 질문을 이들은 던지고 있는 겁니다.

한 걸음 더

소방노조는 오늘 이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동시에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근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조'를 들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야말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이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는 겁니다.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못한 책임을 소방관들에게 묻는 것과 별개로 더 근원적인 큰 책임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다는 겁니다.

소방노조는 또 이번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재난현장 지휘에 대한 고도의 독립성을 고려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 구조 및 구급 활동에 바쁜 소방관들의 지휘 과정을 마치 '먼지털이식'으로 하나하나 문제 삼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소방노조는 그러면서 현 소방 조직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의 소방 조직을 국가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상실해 조직의 대응력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선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소방 조직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2주가 넘었습니다.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안전관리 강화, 다중 운집 행사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안전관리 등 미비했던 많은 부분들이 보완돼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이번 참사의 책임이 진정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고 마땅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사회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더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사고를 마주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발된 이상민 장관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소방관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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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말고 이상민 장관 수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