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그 동안 선수 교체는 경기당 3명까지 허용됐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경기당 5명으로 교체 인원이 확대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리그 경기 일정이 촘촘해지면서 선수 보호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적용된 겁니다. 게다가 본선 엔트리도 23명에서 26명으로 3명 늘어났습니다. 선수 교체는 승부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감독의 핵심적인 전술 중의 하나였습니다. '교체 카드가 적중했다' '절묘한 교체 카드' 이런 표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과거 월드컵에서는 선수 교체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월드컵에서 선수 교체 제도가 도입된 건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까지는 선수 교체라는 게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11명의 선발 출전 선수가 90분 풀타임을 뛰어야 했습니다. 연장전까지 갈 경우에는 120분을 다 뛰어야 했고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운 이야기죠.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경기 도중 부상 선수가 발생한 경우는?
경기 도중 도저히 뛸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상을 당할 경우에는 그 선수를 빼고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한 명이 적은 수적 열세에 놓이는 거죠. 쉽게 말해 ‘부상 아웃 = 레드카드’였던 것. 불합리하지만 규정이 그랬습니다. 실제로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겼을 당시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전반 35분 이탈리아의 주장 불가렐리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간 겁니다. 수적 우위를 확보한 북한은 7분 뒤 간판스타 ‘동양의 진주’ 박두익 선수의 결승골로 1대 0 승리했습니다. 북한이 선수 교체 불가 규정으로 이득을 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소련전에서 공격수 강용운이 부상으로 나가 10명으로 싸워야 했고, 결국 3대 0으로 완패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선수 교체 불가 규정으로 울고 웃었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축구황제' 브라질의 펠레도 부상 아웃을 당했습니다. 펠레와 브라질에게는 악몽의 월드컵이었습니다. 브라질은 3차전에서 에우제비오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3대 1로 패하며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당했습니다.

펠레의 '부상 아웃'으로 불거진 선수 보호 논란...결국 선수 교체 제도 도입
펠레의 부상 아웃으로 선수 보호에 대한 이슈가 크게 불거졌습니다. 특히, 펠레의 경우처럼 각 팀의 에이스 선수들을 표적으로 삼아 집중 공략하는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커다란 불합리가 존재했습니다. 결국 FIFA는 4년 뒤인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선수 교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때는 경기당 2명까지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나온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선수 교체
이 대회에서는 역대 최악의 선수 교체로 꼽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독과 잉글랜드 8강전으로 직전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팀끼리 재대결이어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잉글랜드가 먼저 2골 넣고 2대 0으로 리드를 잡았는데, 서독이 후반 23분 베켄바우어의 만회골로 2대 1로 추격했습니다. 그러자 알프 램지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2분 뒤 간판 공격수 보비 찰튼을 빼고 콜린 벨(현재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아니고 동명이인)을 투입했습니다.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기 작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패착이 됐음. 그 전까지 찰튼을 전담 마크하던 서독 베켄바우어가 수비 부담을 덜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해 리베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독의 공격에 활기를 띄게 됐고, 후반 37분 우베 젤러의 그림 같은 헤더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 후반 3분 간판 골잡이 게르트 뮐러의 역전골로 서독이 3대 2 대역전승을 거뒀습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도 처음 등장?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은 역사적으로 최초인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선수 교체 제도뿐만 아니라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도 처음 도입됐습니다. 최초로 월드컵 공인구도 도입됐고요. 당시 아디다스에서 제작한 '텔스타'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축구공의 이미지와 일치합니다. 검은 오각형과 흰 육각형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죠. 또 컬러 TV 생중계가 최초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열기가 전 세계적으로 더 뜨거웠죠.

그러면 그 전에는 경고나 퇴장이 아예 없었나?
그건 아닙니다. 심판이 구두로 경고를 주고, 퇴장을 줬습니다. 1962년 칠레 월드컵 홈팀 칠레와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경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산티아고의 전투’로 불린 이 경기에서 이탈리아 선수 2명이 퇴장당했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도 아르헨티나 주장 안토니오 라틴이 독일인 주심 루돌프 크라이틀라인에게 ‘언어 폭력’를 가했다는 이유로 퇴장 당했습니다. 당시 서로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아르헨티나 선수 3명이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 레드카드와 옐로카드가 도입돼, 심판들이 소지하게 된 겁니다. 영국 심판 케네스 애스턴의 아이디어로, 신호등을 모티브로 삼은 것입니다. 심판이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간결하게 카드를 꺼내 보이며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도입됐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최근 월드컵서도 의미 있는 제도 변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골라인 판독기가 도입됐습니다. 이것은 월드컵 역사상 두 번의 결정적인 오심이 계기가 됐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 잉글랜드와 서독의 연장전에서 터뜨린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의 골은 희대의 오심 논란이 됐습니다. 2대 2로 맞선 연장 전반 11분 허스트의 강력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하게 튕긴 뒤 떨어졌습니다. 육안으로는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안 넘었지 판별하기가 어려웠는데, 주심은 골라인을 넘었다고 판정하고 골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중계 기술로는 판별하기가 더욱 어려웠는데, 공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이게 결승골이 되면서 잉글랜드는 웃었고, 서독은 울었습니다.

그로부터 44년이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이것도 잉글랜드와 독일 경기였습니다. 16강전이었는데 잉글랜드가 2대 1로 뒤진 전반 38분 램파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졌습니다. 중계 느린 화면으로 보면 명백하게 안쪽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주심은 노골을 선언했습니다. 억울하게 동점골을 날려버린 잉글랜드는 두 골을 더 내주고 4대 1로 완패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잉글랜드가 울고, 독일이 웃었습니다. 이 명백한 오심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는 VAR,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됐습니다. 우리도 독일과 3차전에서 김영권의 선제골이 VAR 덕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번복됐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그 유명한 마라도나의 '신의 손' 같은 명백한 오심은 더 이상 나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축구 판정 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했습니다. 심판의 눈이 아닌 카메라가 먼저 오프사이드를 가려내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이 도입됩니다. 오프사이드는 축구에서 가장 잡아내기 어렵고 오심 논란도 많은 반칙인데, 이에 대한 논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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