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미국에서 미국 복권을 사는 거나, 한국에서 미국 복권을 사는 거나 뭐가 다르냐. 수백만 원짜리 명품도 해외 직구하는 마당에 몇천 원짜리 복권 하나 못 사냐, 왜 우리만 수천억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기회조차 못 갖는 거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권리 같은 걸 왜 불법이라고 하느냐. 정부 입장은 이렇습니다.

복권은 사행 산업입니다. 도박 하고 같습니다. 그냥 놔두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자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탕진하고, 탈탈 털려도 포기 못 하는.. 그런 중독성 강한 사행 산업으로 봅니다. 때문에 카지노 사업장을 함부로 허가 내주지 않고, 경마장을 아무나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완전히 막았더니 하도 음성화, 지하화해서 차라리 공식적으로 정부가 조금 문을 열어주고 대신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게 지금의 사행 산업들입니다. 대신 그 사업 수익금은 최대한 공익적으로 쓰게 하잔 겁니다. 당국은 허가를 받지 않고, 수익금이 공익적으로 사용되지도 않는 미국 복권 구매 대행 서비스가 합법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겁니다.

비닐하우스에 몰래 도박장 만들어서 사람들 모아서 도박하다 단속 뜨면 혼비백산 달아나는 영화 장면들 기억 나시죠? 한국 정부 입장에선 미국 복권도 개념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불법 도박장을 만든 게 구매 대행 서비스 업체이고, 도박장에 간 사람은 미국 복권 구매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형법 248조에 따르면, 복권을 중개한 사람뿐만 아니라 산 사람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허가받지 않은 복권을 취득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 걸음 더
이렇게 대법원까지 최종 판단을 내린 게 한 달이 다 됐습니다. 대법원까지 결정을 내렸으니 ‘불법 판매’는 사라졌을까요? 전혀, 전혀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이든, 당국의 수사 의뢰든 상관없이 미국 복권을 ‘여전히’ 한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단 전과 후가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벌금 5백만 원이 구매대행 서비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입니다. 당국은 신고를 더 받겠다고 하는데 기재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게 가진 권한의 전부입니다.

이번에 판결 난 건 외에도 10여 건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에선 ‘판매 중’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국 복권, 팔아도 불법이지만, 사도 불법입니다. 하지만 ‘돈벼락’ 맞는 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미국 복권, 막아야 한다면 좀 더 제대로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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