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니 자말 교수는 프린스턴대학교 공공정책 대학원 원장이다. 케렌 야르히밀로 교수는 컬럼비아대학교 국제정책 대학원 원장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은 미국 사회와 대학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 글을 쓰는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교의 공공정책 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한 명은 전쟁으로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자랐고, 다른 한 명은 학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기 전,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에서 일했다. 전혀 다른 삶의 경로를 밟던 우리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10년간 함께 교수로 지내며 교류하게 됐고, 동료이자 친구가 됐다. 전혀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해가던 캠퍼스의 분위기,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악마화하는 양극화에 경각심을 느꼈다.

대학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중요한 문제를 밝혀내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공공정책 대학원의 교육은 창의적으로, 담대하게 사고하는 미래의 리더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다른 이를 해치려는 발언에 맞서고, 교양을 갖춘 시민으로서 대화와 토론을 장려하며,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 수 있는 품을 갖춰야 한다.

담론이 거칠고 해롭다는 이유로 대학이 상아탑 안으로 숨어들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럴 때 견제받지 않는 담론은 더욱더 해로워진다.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활동가 단체는 물론이고, 일부 학생 단체들도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대신 상대방을 지워버리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 대학 사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논의들은 정교하지도 못하고, 주장의 맥락과 배경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란 구호는 보통 이스라엘이란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과격한 구호를 외치는 진영에 속한 사람들은 정작 팔레스타인 사람 대다수가 이 구호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제안한 두 국가 해법을 대체로 지지해 왔다. 한편,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을 들여다보면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벌인 학살은 극악무도한 범죄다.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이를 비난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자행한 공격을 테러라 부르지 못하는 건 도덕적으로 근본적인 실패다. 당연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권과 자치권을 지지하는 것과 테러리스트를 규탄하는 건 별개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테러리즘은 곧 모든 인류를 향한 공격이라는 상식적인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정책의 어려움을 가르칠 때 보통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해야만 현실적인 답을 도출할 수 있는 어려운 질문부터 가르친다. 가자지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난관을 딛고 평화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안전은 어떤 식으로 보장될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과연 서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에 양측이 동의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이 질문이야말로 정해진 교본이나 모범 답안이 있을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대학교 내의 많은 학생 단체와 모든 미국인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있는 교육자들에겐 혐오 발언, 사건의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쏙 뺀 거짓말 등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해로운 표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의무가 있다. 표현의 자유는 적극적인 반론이 허용될 때만 온전히 보장되는 법이다.

공공정책 대학원장으로서 우리는 또한, 지금처럼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에서 대학은 어느 편에 속한 이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보복당할 우려 없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토론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원장을 맡은 두 학교는 이번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웨비나를 열어 학자, 정책 결정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었다. 국적(이스라엘이냐 팔레스타인이냐)과 당적(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을 초월한 사람들이 의견을 폈다. 이는 물론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도 얼마든지 건설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민적 참여가 전제됐기에 가능했다.

대학 캠퍼스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이자,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와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며, 특히 요즘처럼 정치적, 사회적으로 갈라진 시대에서 더욱더 절실히 요구되는 대학의 책무이기도 하다.

국가가 공격받았을 때 정당방어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주제다. 또한, 이번 전쟁은 무엇보다도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도심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전투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치러진다는 점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이스라엘의 대응은 반드시 하마스가 가한 위협을 제거하는 데 집중돼야 하며, 공격 목표를 가자지구에 있는 무고한 민간인까지 확대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이 주제로 실질적인 토론을 벌여야 한다.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 지지자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민간인 폭격을 비판하지 못하면 안 된다.

이 복잡하고 중요한 토론이 벌어지기에 대학 캠퍼스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토론을 열고 관장하는 데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교육자로서 우리는 종종 학생들에게 선입견을 접어두고, 세상을 향한 관점을 데이터와 근거, 논리를 토대로 세워 보라고 요구한다. 학생들에게 이는 꽤 불편한 과정일 수 있다.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순전히 데이터와 실증적인 근거만 취해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그렇지만 내 주변과 세상을 분석할 때 주관적인 감정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감정이 결과를 왜곡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과연 이 중요한 사실을 어디서 배우고 고민해 볼 수 있을까?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원래 토론하기 매우 불편한 주제였다. 안타깝게도 몇몇 학교들은 커리큘럼에서 이 주제를 지워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학술지 편집자들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 주제를 다뤘다가 커다란 논쟁에 휘말릴까 우려한다. 이런 우려와 소극적인 자세가 일종의 지적 진공 상태를 만들었고, 그 자리는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 등 폭력적인 고정관념과 혐오 발언이 채웠다. 안타깝게도 엄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경험적 분석과 합리적인 토론은 설 자리를 잃고 밀려났다. 여기에 양극화된 언론 환경, 정치 구조, 소셜미디어가 겹쳐 현재 대학 캠퍼스를 주름잡는 담론은 상당 부분 공허한 말장난과 의미 없는 미사여구를 동원한 언어 전쟁으로 변질됐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이 주제를 둘러싸고 더 많은 정보와 근거를 모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학생 단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담론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대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은 여전히 다른 기관보다 높은 신뢰를 받는 기관이다. 물론 그 신뢰가 줄어들고 있어서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지성들이 모인 곳이자, 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은 이 세상에 대학밖에 없다.

만약 여기서 대학이 나서지 않고 사태를 방관한다면, 이는 대학을 향한 소중한 신뢰와 유산을 허비하는 셈이다.

원문 : The Discourse Is Toxic. Universities Can Help.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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