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 외국인 등록도 하고 어린이집도 다녔는데
4년 전만 해도 A군은 부모와 살았고 어린이집도 다녔습니다. 원장은 A군을 한글을 금방 배운 '명석하고 밝은 아이'로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부부가 별거를 시작하며 A군 양육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군은 아버지를 따라 고시원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턴 어린이집도 가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A군의 아버지에게 "돈을 안 내도 좋으니 보내만 달라" 요청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A군은 과거 이주 외국인 아동이 부여받는 ID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체류 연장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지난해부터 '미등록 아동' 신분이 됐습니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있지만 없는 아동'이 된 겁니다. A군의 고시원 생활이 세상에 알려질 기회는 더 줄었습니다.

한 걸음 더 - 복지부도, 지자체도 알 수 없었다
A군의 상황이 알려지지 않고 이런 생활이 1년 넘게 지속된 이유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위기아동 발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국적 아동은 한국 아동과 달리 이 지표로 발굴되기 쉽지 않습니다. '영유아 미건강검진', '정기예방 미접종'를 포함한 발굴지표 44개는 건강보험 납부 자료 등 자국민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군은 부모의 실책으로 지난여름부터 '미등록 아동'이 됐습니다. 미등록 아동은 통계 밖에 있어 '유령 아동'으로 불립니다. 누군가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학대 등을 당하고 있더라도 지자체에서 알 방법이 없습니다.

두 걸음 더 - '미등록 아동'은 실태 파악도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3년 3월 기준 A군과 같은 미등록 아동은 4,130명입니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서 이주해 온 뒤 체류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아동이나 합법 체류 중인 외국인 가정의 아동 중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한 아동들을 집계한 수치라 제외된 아동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국내 외국인 인권단체들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40만 명 정도인만큼 미등록 아동은 최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이주 아동의 인권을 말하는 이유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국인 이민자 수는 135만 명입니다. 법무부 집계에서 2022년 불법 체류 외국인은 41만 명으로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A군처럼 학대받는 아동이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라도 놀랍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이주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더뎠습니다. 최소한 국내에서 출생한 이주 아동들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도 2021년부터 논의됐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아동들이 해외에 가서 그 나라 아동에 준하는 지원과 권리를 누릴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외국에서 온 아동들도 우리 아동에 준해서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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