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여기까지는 내용이 크게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쿠팡의 발주서 가격이 좀 이상합니다. 실제 거래액과 다른 건 맞는데 다르게 적힌 가격이 제멋대로입니다. 가격이 비싸면 비싼 대로 아니면 싸면 싼 대로 뭔가 패턴이 있어야 하는데 들쑥날쑥이라는 겁니다. 일관성 있게 계속 싸게 적었다면 뭔가 세금을 덜 내려고 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거고, 반대로 일관성 있게 높게 적었다면 매출 관련 수치를 끌어올리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쿠팡이 발주서에 적은 가격은 실제 가격보다 높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낮기도 하고..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도무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 관계자 반응이었습니다. 어쨌든 정확한 가격을 적지 않으면 쿠팡과 납품업체 간 다툼이 생겨 법정으로 갔을 때 실제와 다른 발주서가 납품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도급법을 적용해서 서면 작성 안 한 발주로 보고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한 걸음 더
공정위하고 얽힌 게 많다 보니 드러내 놓고 이의를 잘 제기하지 않는 쿠팡인데 이번엔 좀 다릅니다. 쿠팡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제대로 된 가격을 적지 않은 건 상품단가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상품단가는 납품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인데 그게 노출이 되면 오히려 더 납품업체들에게 손해라는 겁니다. 게다가 ‘허위로 기재’했다는 그 가격은 쿠팡하고 업체들이 사전에 합의한 것이고, 실제 거래할 때는 제대로 된 가격으로 거래를 했다고 합니다.

납품업체 역시 세금을 낼 때 실제 거래 가격으로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쿠팡뿐만 아니라 납품업체까지 “다른 의도는 없었고, 합의 하에 진행됐고, 세금 등 불법이나 탈법은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건은 법정에서 한번 다퉈보겠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었습니다.

공정위는 이런 주장을 조사 단계에서 다 검토를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금액이 높든 낮든 발주서와 견적서가 서로 내용이 다르면 문제가 생겼을 때 결국 피해는 하도급 업체들이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그 원칙을 어긴 건 틀림이 없으니 원칙대로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최근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잦아지고 있다는 기사들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과징금은 부과되면 먼저 내야 합니다. 이의가 있으면 내고 난 다음에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고 만약 기업이 이기면 낸 과징금 원금에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습니다. 이자는 당연히 국민 세금으로 감당하는 것이라 공정위도 부담이 적진 않습니다.

이번엔 총액이 1억 원 조금 넘는 과징금이라 어느 쪽이든 아주 큰 부담은 아니겠지만, 원칙을 중하게 볼지 아니면 당사자 합의를 중하게 볼지, 법원 판단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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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또 문제 삼은 쿠팡, 이번엔 법정까지 간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