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김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지난달 30일, 청년과 좌담회에서 자신의 아들 얘길 전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김은경/민주당 혁신위원장(7월 30일) :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막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 표결'을 하냐는 거죠.]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아들의 생각이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는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그게 맞는 말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느냐고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현대판 고려장’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이 발언을 문제 삼았고, ‘어르신 폄하 DNA’가 있다며 2004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까지 소환했습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인 이상민 의원은 이를 두고 “굉장히 몰상식하다”, 조응천 의원은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느냐”고 비판했고, 친명계에서도 이 발언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당 내에서도 적어도 이 발언을 대놓고 두둔한 사람은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은 사람들”이라는 SNS 메시지를 남긴 양이원영 의원뿐이었습니다. (양 의원은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사과했습니다. )

그런데도 혁신위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어제(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고, 김남희 대변인도 마찬가지로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며 “세대 간 갈라 치기를 하지 말라”고 국민의힘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민주당 혁신위는 여기서 최소한의 유감 표명 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발언의 진의가 어찌 됐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해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아니었을 텐데, 진의가 그게 아니니 사과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이 발언에 공격을 하는 행위를 싸잡아서 역공을 펼친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선 적반하장이다, 2차 가해란 얘기까지 나왔고 민주당에서도 이런 혁신위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같은 날(1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며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진위를 묻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쿨한 사과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한 걸음 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나선 “코로나 세대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한데, 초선이 딱 코로나 때 초선들”이라며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발언뿐 아니라, 내놓은 혁신안을 두고도 당내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첫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내놨을 때만 해도 이재명 대표의 국회 연설과 맞물려 지도부와 호흡을 맞춘 듯한 모양새였지만, 이후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친명계 내에서조차 뜬금없다는 반응을 샀습니다.

SBS 정치컨설팅 프로그램 <스토브리그> 패널인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불체포 특권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주류하고 얘기가 잘 되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기명투표 이야기를 꺼내서 이야기가 이상해져 버렸다”며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과 관련해 모든 권한을 위임하며 힘을 실어준 혁신위였지만, 이 대표와 지도부도, 그 반대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혁신위가 되어 버린 겁니다.

김은경 위원장이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노인회와 국가원로회의 등은 김은경 위원장의 사과와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공식 기자회견으로 상처받은 국민께 정중히 사과드려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혁신위를 향한 비판과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뭐라도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실상 ‘김은경 혁신위’ 해체를 요구한 걸로 해석됩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SBS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 패널인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현재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앞날을 두고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1) 당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한다
2) 내놓은 혁신안마다 거부당하고 혁신위 스스로 문을 닫는다
3) 반명, 비명계의 요구처럼 이재명 대표 거취문제까지 안으로 올렸다가 역공을 당해 해체당한다
4) 끝까지 활동을 한 뒤 혁신안을 내놓지만 즉각 이런 안을 왜 내놓느냐는 평을 받고 실패로 결론 난다

박 대표는 민주당 혁신위가 4번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계속 위기를 맞고 있는 김은경 혁신위. 박 대표의 예상대로 김은경 혁신위는, 혁신위로 혁신은 할 수 없단 사실만 민주당에 교훈으로 남기고 사라지게 될까요. 출범한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흘렀습니다. 그 평가의 시간은 그리 오래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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