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메이어는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히트맵 뉴스(Heatmap News)의 창간인, 편집장이다.

너무 빠르게 전개된 일이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난 몇 달 사이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 제너럴모터스, 그리고 스텔란티스(닷지와 크라이슬러, 지프를 소유한, 미묘한 이름의 회사다)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와 스텔란티스는 작년에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냈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길게 이어진 와중에 나온 성과다. 2024년 매출 예상치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최근 미국 밖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차를 세계 시장에 쏟아낼 준비를 마친 가운데, 미국의 ‘빅3(Big Three)’는 전기차 매출에서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 미국 정부는 빅3 자동차 기업들을 구제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곧 3대 자동차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자동차 업계 전체를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그리고 당장 구제를 실행에 옮겨 미래에 추가적인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빅3 기업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 업체,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BYD(비야디, 比亞迪)다. BYD의 성장세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작년 한 해에만 전기차를 300만 대 팔았다. 판매 대수로는 세계 1위다. 중국 내에서만 연간 400만 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그걸로도 모자라 브라질, 태국, 헝가리,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을 짓고 있고,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도 곧 이 명단에 추가될 예정이다. 엄청난 물량의 전기차가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는 뜻이다.

BYD가 만들어내는 전기차는 서구에서 만들어지는 그 어떤 전기차보다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이번 달에 BYD는 순수 전기 주행 거리가 꽤 괜찮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새로 선보였는데, 소매가는 1만 1천 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가격이 어떻게 가능할까? 다른 중국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BYD는 낮은 국내 임금 수준의 덕을 보고 있지만, 그게 성공 비결의 전부는 아니다. 볼보와 폴스타를 소유하고 있는 지리(吉利, Geely) 등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를 정말 잘 만든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과 자동 생산 라인을 잘 활용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특히 BYD가 세상에 선보이고 있는 것은 새로움이다. 이들 기업은 경제 복잡성(economic complexity)을 높이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거두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한때 장난감과 의류를 만들다가 전자 제품과 배터리 제조로 넘어온 나라가 이제는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게 됐다. 나아가 BYD를 비롯한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가솔린차와 가격 면에서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목표 근처에라도 가려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야 하고 대수는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급하고 까다로운 숙제를 안겨준다. BYD는 1만 1천 달러짜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직후 웨이보를 통해 “이 가격은 석유 엔진차 제조업체들을 벌벌 떨게 만들 것”이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문제는 여기에 해당하는 석유 엔진차 제조업체의 다수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는 3년 전 야심찬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얼마 못 가 계획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작년에 포드는 전기차 한 대를 팔 때마다 6만 4천 달러를 손해 봤다. 지난해 10월 이후, 포드는 새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개소를 연기했고, 제너럴모터스 역시 미래 전기차 생산 기반이 될 ‘얼티엄(Ultium)’ 배터리 플랫폼 출시에 차질을 빚었다. 두 기업은 머스탱 마하-E와 쉐보레 볼트가 어느 정도 히트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노조가 상대적으로 약한 남부 ‘선벨트(Sun Belt)’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테슬라나 현대의 경쟁 상대는 되지 못한다.

포드의 CEO 짐 팔리는 최근 테슬라, BYD와 경쟁할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비밀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전기차를 만들어 팔면서 이익을 내는 것은 조직적인 기술이며,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 자원 투자가 필요하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가 이제 와서 혁신적인 새 디자인을 내놓는다고 해도, 이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경쟁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에 닥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이들의 대차대조표는 겉보기에 건실해 보이지만, 구조적인 취약성을 숨기고 있다. 두 회사의 최근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이익은 모두 상대적으로 수가 많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적은 수의 자동차를 팔아 챙긴 것이다. 즉, 부유한 북미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픽업트럭과 SUV, 크로스오버 차량이 잘 팔려서 이익을 견인했다.

다시 말해 트럭과 SUV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떨어지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 전략적 진퇴양난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들은 하나의 사업 모델에서 다른 사업 모델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 트럭과 SUV 판매 수익으로 전기차 사업을 키우면서, 수익이 나는 전기차 제조 방식을 터득해야 한다. 빠르게 전환을 이루어 낸다면 살아남겠지만, 전기차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에 SUV 판매가 줄어든다면 수렁에 빠져 살아 나오지 못할 것이다.

값싼 중국 전기차의 대량 유입이 큰 위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제대로 짓기도 전에 다리를 휩쓸어 버릴 강력한 홍수와도 같다. 기아의 3열 시트 SUV 전기차 모델인 EV9과 같이 선벨트 지역에서 생산된 경쟁력 있는 전기차는 미국의 빅3가 전기차 사업을 제대로 구축하기 전부터 SUV 시장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빅3에는 파산이 마땅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미국인에게 SUV를 선호하게 만들어놓고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파산은 바이든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지 가운데 없다. 바이든 정부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탈탄소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석 연료 중심의 북부 공업 지역 ‘러스트 벨트’를 되살릴 방안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고의 노력 끝에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를 얻어냈는데, 자동차 노조와 빅3 간에 최근 노사 협약이 체결된 점을 고려하면 빅3는 반드시 살아남아 번창해야 한다.

험난한 선거 전망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빅3를 도와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은 미시간 주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시간주에서 승리가 필수다.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단 11,000여 표 차이로 미시간을 가져갔음을 기억하자) 바이든에게는 ‘러스트 벨트’의 자동차 제조업계를 강타할 또 한 차례의 ‘차이나 쇼크’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다행인 점은 의회가 대통령이 할 일을 미리 조금 해두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넉넉한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법이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되기야 하겠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만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위협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지리 자동차는 소형 전기차 SUV 볼보 EX30에 35,000달러 가격표를 붙여 미국 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부과하기 시작한 25%의 관세까지 포함한 가격인데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혜택을 받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다.

보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복잡해진다.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미국 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분명하고 정치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크다. 단기적으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심지어는 전기차만 제조하는 테슬라나 리비안(Rivian) 같은 업체 역시도 저렴한 수입차 공세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 담을 두르고 보호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미국이 크고 비싸며 가솔린을 마구 잡아먹는 자동차 세계의 오지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 업체들은 수십 년 만에 등장한 미국의 진정한 경쟁 상대로, 미국 업체들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경쟁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목에 칼이 들어온 기분을 느끼며 도전에 맞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수입 제한 조치가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미국 기업들이 알게 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 기업들도 오만함을 버리고, 중국 기업이 전기차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며, 중국 경쟁업체들에서 배워야 할 것을 모두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환경 친화적 기술이야말로 산업의 미래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다시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가장 빨리 망가뜨릴 수 있는 길이다.

미국 앞에 놓인 과제는 까다롭기 그지없다. 경제적 지형과 화석 연료 경제의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그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탄소중립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여기에 관여해야 할 모든 관계자, 즉 민주당, 공화당, 그리고 자동차 대기업들이 한때는 히피와 환경주의자들의 목표였던 것, 즉 값싼 전기차의 대중화를 중국이 먼저 달성했다는 이유로 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아이러니다. 하지만 중국이 해냈다면 미국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끈기는 물론 선의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가 BYD, 지리와 경쟁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싸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원문 : China’s Electric Vehicles Are Going to Hit Detroit Like a Wrecking Ball

(c) 2024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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