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람 크리슈난은 벤처캐피털 회사 앤드리센 호로비츠의 책임투자자(GP)다.

소셜미디어 업계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번 전쟁은 인터넷이 작동하는 원리와 우리가 인터넷을 경험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수 있다.

지난주 메타(Meta)가 스레즈(Threads)를 출시했다. 트위터와 대단히 비슷한 소셜미디어 스레즈는 역사상 가장 이른 시간에 서비스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진짜 ‘현피’를 뜨느냐 마느냐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소셜미디어 업계에서도 최근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근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의 하위 게시판 서브레딧들이 잇달아 폐쇄됐다. 레딧이 이용자의 대화 내용을 포함한 이용자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수집하는 업체에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고,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 하자 이용자들이 항의 표시로 보이콧을 주도했다. 앞서 주로 게임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플랫폼 트위치(Twitch)는 이용자 제한 기준을 강화하려다 이용자들의 보이콧 위협에 기준 변경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세계 곳곳에 변화의 기운이 무르익었으며, 이 기운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

나는 지난 10년 대부분을 대형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일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에는 잠깐 머스크를 돕기도 했다. 지금 내가 일하는 앤드리센 호로비츠는 트위터뿐 아니라 서브스택(Substack), 레딧을 비롯해 여러 소셜미디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또 우리 회사의 총괄인 마크 앤드리센은 메타의 이사다.

지난 몇 주간 일어난 갈등과 분쟁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인터넷과 테크업계 대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간 작동해 온 방식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맥이 통한다. 우리는 어쩌면 몇몇 대기업이 만든 대형 서비스 플랫폼의 과점 체제가 아니라, 수많은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지금껏 누려본 적 없는 수준의 권력과 권리를 행사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문턱에 서 있는지 모른다.

지금의 대형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들을 20세기 초 유럽의 열강이라고 생각해 보자. 당시 대부분 국가는 군주 아니면 독재자가 다스리고 있었다. 지금 테크 기업 CEO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용자와 기업의 관계도,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끼리의 관계도 모두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이용자 사이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한다. 소셜 네트워크상의 재밌고 유용한 콘텐츠를 즐기는 대신 이용자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 서비스를 관리할 권한을 넘긴다. 만약 네트워크가 당신을 쫓아내기로 하면, 당신은 그 네트워크에 발붙일 수 없다. 또 당신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떠난다면, 플랫폼에서 당신을 따르던 팔로워들을 고스란히 잃게 된다. 팔로워, 독자와 함께 다른 플랫폼으로 이주하는 방법은 없다.

대형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들은 마치 20세기 초 베스트팔렌 조약 아래의 불안한 균형 위에서 외교를 하던 열강 국가들처럼 행동한다. 종종 플랫폼들은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발맞춰 재빨리 소개한다. 스냅챗에 스토리 기능이 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비슷한 기능을 잽싸게 베껴서 낸다. 틱톡이 짧은 동영상 올리기를 강화했다? 인스타그램은 아예 릴스(Reels)를, 유튜브도 쇼츠(Shorts)를 선보이는 식이다.

주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들은 어떤 콘텐츠를 검열하면 좋을지에 관해서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한 이론, 헌터 바이든의 랩톱 컴퓨터에 뭐가 들어있을지에 관한 추측을 담은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기업이 놀랍도록 비슷하다. 스탠퍼드대학교 법과대학의 이블린 두에크 교수는 이를 “콘텐츠 카르텔”이라고 불렀다. 많은 경우 일을 처리하는 방식, 문화는 대단히 획일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14년의 유럽은 상대적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내 균열이 드러나고 긴장이 고조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암살 사건이 결국엔 전 세계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2023년 소셜미디어 업계의 상반기도 어딘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현상을 유지하려는 힘은 줄줄이 일어난 도미노에 무너지고 꺾였으며, 끝내 여러 군데서 봉기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경제적인 도미노가 있었다. 금리가 자꾸 오르면서 소셜미디어 회사들도 거시경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자명해졌다. CEO들은 소비자로부터 곧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점점 더 앞세우기 시작했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커다란 해고의 칼바람이 불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등장이 두 번째 도미노였다. 많은 사람이 AI의 새로운 가능성에 감탄하는 사이 소셜미디어들은 웹사이트에 모이는 데이터가 외부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레딧이나 스택 오버플로우 같은 대부분 웹사이트는 이용자들이 다양한 주제에 관해 나눈 토론, 댓글 등 콘텐츠 데이터들을 외부에서 무료로 긁어갈 수 있게 허용해 왔다. 검색 엔진이 유용한 정보를 찾아 검색 결과에 이를 노출하면, 그 결과를 확인하러 이용자들이 다시 해당 웹사이트로 유입됐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무료로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서로 좋은 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식당 두 곳을 비교하고 싶은가? 구글에 두 식당 이름을 넣고 “레딧”이라는 검색어를 추가하면, 레딧에서 두 식당에 관해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검색 결과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검색 결과에 나온 링크를 누르면 레딧 홈페이지로 이동하게 되니, 홈페이지 방문자가 늘어나고, 정보를 제공한 웹사이트도 흥한다. 제3자 개발자들은 이 콘텐츠 데이터를 활용해 쓸모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은 다르다. 인공지능 비서는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두 식당에 관해 인터넷에 나와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쭉 훑는다. 만약 AI 비서한테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인공지능이 답을 내기 위해 참고하는 데이터 중에는 레딧에 올라온 토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답변의 바탕이 된 자료 가운데 레딧의 데이터가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다. 당신을 레딧 웹사이트로 보내지도 않으므로, 레딧의 도움만 받고 비용은 치르지 않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게 세 번째 도미노였다. 트위터를 사들인 뒤 머스크의 행보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의 행동은 잇단 연쇄반응을 낳았다. 레딧의 CEO는 트위터를 비용 절감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메타가 소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트위터의 뒤를 이어 돈을 내고 개별 이용자 인증을 할 수 있게 정책을 바꿨다. 메타는 아예 스레즈를 출시했다. 스레즈가 어디까지 성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소셜미디어의 근간이 아주 빠르게 바뀌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는 결국 인터넷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중요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바로 탈중앙화가 그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주요 인터넷 플랫폼은 전부 다 중앙 집중화된 방식을 따랐다. 서비스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결정은 모두 기업의 중앙에서 내렸다. 그 기업들은 대부분 실리콘 밸리에 있었다.

탈중앙화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현대 민주주의의 원칙을 인터넷 플랫폼에 접목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셜미디어 공룡들을 향해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인 의제를 띄우려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가공하고 알고리듬에 손을 댄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탈중앙화 서비스의 목표는 특정한 정치적인 의제를 촉진하는 게 아니라 중립을 유지하면서 잘 작동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어떤 세력이든 권력을 장악해 중앙화된 네트워크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의 게이트키퍼가 이용자 계정이나 데이터를 임의로 지우거나 조작할 수 없어야 한다. 또 당신이 플랫폼을 떠나면 당신의 팔로워, 독자도 함께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그룹이 현재 사용하는 플랫폼의 관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하면서 탈중앙화 서비스를 향한 관심은 꾸준히 늘어났다. 내가 직접 투자를 이끈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파캐스터(Farcaster)가 대표적이다. 또 블루스카이(Bluesky), 마스토돈(Mastodon)도 이런 서비스에 속한다. 인스타그램은 스레즈도 앞으로 탈중앙화 관리 방식을 일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프로그램의 등장에 맞서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이 재빨리 대응책을 내놓고 반격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은 현재 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다리를 서둘러 접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스택 오버플로우나 레딧 등 여러 코딩 사이트는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긁어가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을 일제히 올렸다. 레딧의 경우 정책을 바꾼 뒤 제3자 개발자가 만든 앱 일부가 차단되면서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과 보이콧을 촉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비서와 가치를 교환하는 웹사이트의 작동방식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인터넷 웹사이트의 작동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바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다리를 끊으려는 웹사이트와 여기에 반발해 분노하는 이용자들의 대립만 계속될 거다. 일부 업계 전문가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웹사이트들이 일종의 콘텐츠 동맹을 맺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을 통한 진보를 믿는 사람으로서 나는 법적 조치보다는 코드를 잘 짜서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인터넷을 투명하고 열린 공간으로 남겨두면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온라인 세계는 몇몇 대기업이 독점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 혁신과 함께 일종의 균열이 생겨야 상황을 바꿀 동력이 생기는 법이다. 바로 그 일이 최근 들어 일어났다. 비관주의자들은 지금의 균열이 그저 더 큰 혼란을 낳고 더 많은 문제로 이어질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평생 많은 테크 기업에 투자해 온 낙관주의자인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우리가 아주 중요한 혁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믿는다. 그 혁신은 인터넷이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우리가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참여하게 되는 세상이다.

어떤 미래가 오든 엄청난 여정이 될 것이다.

원문 : You’re Not Imagining It: Social Media Is in Chaos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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