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라일리는 UC버클리 로스쿨의 임상 프로그램 디렉터다. 저서로 "노숙자를 위한 변호(Homeless Advocacy)"가 있다.

지난 2013년 오레곤주에 있는 인구 4만 명의 그랜츠 패스(Grants Pass) 시는 점점 늘어나는 노숙자 인구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길거리에 나뒹구는 깡통을 발로 뻥 차버리듯 노숙자들을 쫓아내려는 전략이었다.

그랜츠 패스 시는 다양한 조례와 법령을 도입해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는 노숙 자체를 불법으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침구나 담요, 침낭을 깔거나 덮고 자면 곧바로 범법자가 됐다. 당시 시의회 의장은 법령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도시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여기 머물기 불편하게 만들어 다른 데를 찾아 떠나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입니다."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다. 그랜츠 패스에는 노숙자 쉼터나 보호시설이 없다. 노숙자 인권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에 그랜츠 패스의 노숙자 숫자는 최소 600명이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시 정부가 노숙자들을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그랜츠 패스 시가 법을 만들어 집행한 것이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범법자를 처벌하는 것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 위반인지가 쟁점이다. 이번 판결은 도시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도시 어디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영향이 매우 다를 것이다. 구두변론은 22일로 예정돼 있다. (옮긴이: 예정대로 구두변론이 진행됐다. 녹음본과 대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노숙이 합법인지 아닌지에 너무 주목하는 건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는 약 65만 명의 노숙자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연방 정부, 주 정부, 지방 정부가 힘을 합쳐 사람들이 잠을 자고 몸을 뉠 수 있는 침상을 충분히 제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노숙자를 옆 동네로 쫓아낸다고 그 동네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숙자 쉼터가 갑자기 생겨날 리가 없다.

대법원에 오기에 앞서 미국 제9 순회 항소법원(2심을 맡는 고등법원에 해당)은 그랜츠 패스 시가 노숙을 금지한 법령을 인용해 노숙자들을 공공장소에서 내쫓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제9 순회 법원은 앞서 도시가 (노숙자들에게) 충분한 임시 쉼터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공공장소에서의 노숙을 범죄로 규정,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랜츠 패스 시의 항소에 이 사건을 다시 맡은 제9 순회 법원은 이번에도 앞서 판결과 일관되는 판결을 내렸다.

"수정헌법 8조에 따라 도시는 그 도시 안에서 잘 데를 구하지 못해 간신히 몸만 덮고 야외에서 잠을 자거나 차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노숙 금지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거나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

그런데 그랜츠 패스는 물론이고 대부분 도시에서 사람들은 집이 없으면 머물 만한 곳이 없다. 자연히 대개는 밖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노숙인을 위한 법률센터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그랜츠 패스 시가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을 돌봐야 할 의무를 저버렸으며, 법원이 노숙 금지 법령의 잔혹함에 눈을 감는다면 이미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노숙자들이 더욱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 거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교육 권리 및 보호 기금은 마찬가지로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노숙자를 금지하는 법이 장애가 있는 노숙자에게 특히 악영향을 미치며, 시 정부가 재활을 지원하거나 노숙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샌프란시스코부터 애리조나에 이르는 수많은 지역의 도시들이 단합했다. 정치적인 좌우를 가리지 않고, 성향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단합이었다. 도시들은 마찬가지로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제9 순회 법원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 정부의 노력을 방해해 지역 사회에 결과적으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숙자가 늘어난 건 여러 가지 정책적 결정이 쌓인 결과일 뿐 순회 법원의 판결로 인해 노숙자가 늘어났다고 하는 건 억지다. 연방 대법원은 제9 순회 법원의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 정부들은 앞다퉈 집이 없는 노숙자들을 배제하고 처벌하는 법을 제정해 자기들이 머무는 경계 밖으로 쫓아내려 할 것이다. 명백히 잔혹한 행위를 용인하거나 심지어 부추기는 꼴이다.

현재 연방 대법원의 다수를 이루는 보수 성향 판사들은 현재 논의 중인 노숙 금지 조항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자연히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사람들의 시야는 물론 마음속에서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고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건 아니다. 노숙자들은 시골 어딘가에 차를 대놓고, 혹은 도심의 길거리에서 근근이 살아가며 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붕 없는 데서 잠을 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을 물고, 내지 못한 벌금이 쌓이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연방 정부부터 지방 정부까지 가릴 것 없이 모든 정부가 집이 없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 말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장소에서의 노숙을 금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논하기 전에 우리가 물어야 할 말은 따로 있다. 우리 지역에서 저들을 내몰아봤자, 노숙자 쉼터를 비롯해 제대로 몸을 뉠 곳을 갖춘 지역 사회는 어차피 어디에도 없는데, 이건 왜 그런 것인가?

물론 저 많은 노숙자가 다 살 수 있는 집을 지어주는 일은 고사하고, 노숙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쉼터를 더 만드는 일만 해도 정치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부를 것이며, 비용도 적잖이 드는 일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일거에 다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법률가와 법원이, 심지어 연방 대법원이 나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적어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여론을 모아 요구해야 하는 것도 그런 점진적인 해결책과 보완책이다.

우선 모든 수준의 정부는 노숙자가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전략을 세우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주거지를 잃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이나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퇴원한 사람들이나 교도소, 감옥에서 풀려난 사람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들은 퇴거 절차 내내 충분한 상담 지원을 받아야 하며, 주택 법원에서 중재를 거쳐 집이나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고 머물 방법을 찾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회사들이 사람을 채용할 때 이력서에 주소지를 반드시 써넣게 하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집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의회는 합법적으로 범죄 이력을 지울 방법을 더 많이 고안해야 한다. 특히 폭력적인 행위를 수반하지 않은 낮은 수준의 경범죄임에도 표적 단속에 걸려 범죄자가 된 경우 그 이력 한 줄 때문에 평생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청소년이나 퇴역 군인처럼 특정 부문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사회복지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걸림돌을 치워줌으로써, 이들이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되지 않게 지원해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가 집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 좋은 집도 필요 없고, 아주 간단하고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집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장을 볼 수 있고 병원이 멀지 않은 데 있는 곳에 집을 지을 땐 그중에 최대한 많이 저소득층을 위해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을 확보해 나눠줘야 한다.

대법원은 노숙자를 더는 범죄자로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관계없이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정부가 좀 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세우기만 해도 노숙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노숙자 위기가 더는 지금처럼 이어져서는 안 된다.

원문 : Do Not Make Survival Even More Difficult for People on the Streets

(c) 2024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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