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이렇게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북한군 지휘부는 왜 훈련을 취소하지 않았을까?

훈련이 있었던 지난달 15일의 상황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이날 김정은은 두 가지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설명한 공수부대 훈련 참관이었고 또 하나는 평양 외곽에 건설된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참석한 것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의 딸 김주애도 동행했습니다.

김주애는 알다시피 김정은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날 행사 보도에는 김주애의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먼저, 북한 공수부대 훈련에서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가 망원경으로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북한군 장성들 한가운데에서 망원경으로 훈련을 참관하는 것은 김정은과 같은 최고지도자가 행해왔던 일입니다. 김주애가 김정은 바로 옆에서 망원경으로 훈련을 참관하고 이 모습을 북한 매체들이 공개했다는 것은 김주애의 후계자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또, 북한 매체들은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김주애에게 중요한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김정은 부녀를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지칭하면서 김주애에게까지 '향도'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향도'란 '길을 인도한다'는 뜻으로, 다시 말해 북한을 이끌어간다는 의미입니다. 통일부는 "향도라는 표현은 최고지도자나 조선노동당에만 썼던 표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향도'를 김주애에게까지 썼다는 것은 이날의 행사 보도를 통해 김주애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선전선동을 북한이 기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걸음 더

결국, 지난달 15일에 있었던 북한 공수부대 훈련과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은 김주애 후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정치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주애가 군을 지휘하고 민생현장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망원경이라는 이미지와 '향도'라는 단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한 단계 격상된 후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북한군 지휘부가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감히 훈련을 취소하자는 얘기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그런 차원을 떠나, 북한군 수뇌부가 되기 위해서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이 거의 전부인 만큼, 북한군 장성들 머릿속에 병사의 안전을 위해 훈련을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선 병사들과 지휘관들의 경우 '이런 날씨에 훈련하다가 사고 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을 수 있지만, 그건 그저 그들의 생각일 뿐 이를 상부에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북한군 공수부대원들은 이날 훈련을 하면서 동료들이 낙하산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져 죽거나 뼈가 부러지는 모습을 그대로 보았을 것입니다. 소문을 막기 위해 북한군 지휘부가 '쉬쉬'하라는 명령을 내렸겠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사고 소식은 서서히 퍼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또, 남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고 나면 이런 소식들이 북중 국경을 통해 북한 내부로 전파되기도 합니다.

소문이 퍼져간다고 해서 당장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사실들을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 공식 매체들을 통해 반복되는 김정은 일가에 대한 찬양이 북한의 본질이 아니라, 인민들의 생명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이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참혹한 상황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받는 삶을 살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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