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원장님네 고양이는 사료 어떤 것 먹이세요?”
“선생님, 사료랑 화식 중에 뭘 먹이는 것이 더 좋아요?”
“화식은 영양소가 파괴되니까 생식이 더 좋은 게 아닌가요?”

현재 저는 7년차 집사로 유기묘 출신의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처음 집에 왔을때 사료를 먹던 모습입니다

제가 맞춤형 영양 컨설팅이나 보호자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 반려인들에게 자주 받았던 질문들 중 일부입니다. 우리 강아지 고양이들한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은 7년차 집사인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어떤 식이 형태가 가장 좋다고 정해져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반려동물 영양학 분야만 10년째 해오면서 아주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해오고 있는데, 모든 환자가 다른 병력, 식이력, 건강 상태를 갖고 있는 만큼 각자한테 맞는 식이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알고 먹여야 한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국계 사료 회사를 다닐 때에는 사료가 제일 좋고, 사료만 먹여야 하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호스피스 센터에서 아픈 강아지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저런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료를 먹지 않고, 먹을 수 없는 환자들한테 사료는 더 이상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맞춤형 영양 컨설팅과 강의,세미나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정말 각기 다른 사연과 상황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어떤 식이 형태가 제일 좋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분명히 우리 강아지 고양이들한테 맞는 것은 따로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것이 제일 적합한지는 반드시 제대로 알고 먹여야 한다"입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는 사료와 화식, 생식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우리 아이들과 우리들에게 어떤 식이 형태가 더 적합할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편리한 사료, 단점도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사료는 크게 건사료, 습식사료, 반건조 사료, 동결건조 사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료의 장점 중 하나를 먼저 꼽아보라고 하면 바로 편리성입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료는 하루에 평균 2번 정도 아침, 저녁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그릇에 부어주거나 덜어주면 되는 ‘간편식’입니다. 그리고 ‘간편식’은 맛도 다양합니다.

집에서는 생각보다 여러가지 종류의 고기들을 자주 바꿔서 먹기가 어렵지만 사료는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연어, 청어, 송어, 고등어, 흰살 생선 등 다양한 단백질원을 사용해서 사료의 맛도 그때그때 바꿔서 먹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만든 사료의 경우 영양 균형이 잘 맞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연구소를 두고 있는 대형 사료 회사들의 경우, 전문 지식과 노하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질병 카테고리별 사료의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에 상당히 많은 것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회사들이 만들어낸 사료는 영양 균형이 잘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료의 단점 또한 있습니다. 건사료의 경우 수분 함량이 평균 10% 내외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음수량이 쉽게 부족할 수 있고, 습식사료의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오랫동안 습식사료만으로 유지를 해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화식과 생식에 비해서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호성 좋은 화식·생식, 그러나 번거롭다

그렇다면 화식과 생식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이 두가지 식이 형태는 기호성이 아주 좋습니다. 제가 맞춤형 영양 컨설팅을 해오면서 사료를 먹던 아이들이 화식을 접하게 된 후로는 다시 사료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럼 왜 이처럼 기호성이 좋을까요?

바로 높은 신선도 때문입니다. 사료에 비해 화식과 생식은 보관 기간이 냉동에서 최장 한 달, 평균적으로 2주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진공, 냉동 보관일 때는 좀더 길어집니다) 시판되고 있는 사료에 비해서는 월등히 신선도가 높습니다. 또한 화식과 생식을 먹였을 때에는 보호자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있다는 마음에, 우리 아이들은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아주 높습니다.

화식과 생식은 위와 같이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지만, 역시 단점들도 있습니다. 공통적인 단점인 손과 시간이 많이 간다는 것입니다. 일반 보호자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화식, 생식을 준비할 때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거나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아봅니다. 여러 군데에서 검색을 한 후에 필요한 영양제와 보조제를 구입하고, 또 식재료를 구매하고 조리하고 소분해서 보관합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챙겨주기 전에는 해동이나 가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사실 화식과 생식으로 우리 아이들의 식사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아주 큽니다. 그리고 그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변화를 알아채기도 어렵습니다. 집에서 식단을 만들어주다 보면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잘 먹는 것에 치중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영양소 불균형과 함께 그 식단에 맞는 적절한 급여량을 찾아주는 것이 힘듭니다. 게다가 먹는 것은 독성이 있지 않는 이상 당장 단기간에 눈 앞에서 건강 변화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달 이상의 꾸준한 모니터링 없이는 우리 아이한테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또 신선도가 높은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줘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생식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생식이 갖고 있는 단점을 하나 더 알려드리자면 바로 안전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생식은 고기를 익혀 먹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이 같이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위험이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어린 아이들한테는 소화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살모넬라균, 캠필로박터균, 병원성 대장균 등의 감염체들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우리 강아지 고양이들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들 외에도 생식을 하는 개체들한테서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되고 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과 밀접하게 지내는 우리들의 건강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영양학 전문 수의사의 입장에서 생식이 갖고 있는 장점도 알지만, 위험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저의 컨설팅에서 생식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맞는 식이 선택이 중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떤 식이 형태를 먹이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 상태에 맞게, 수용도에 맞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조건에 맞게 식이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음수량을 늘려야 한다면 습식사료 또는 화식으로, 반려동물들과 휴가를 떠나야 하거나 호텔에 맡겨둬야 한다면 영양균형이 잘 잡힌 사료로, 그때그때마다 바꿔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평소에 우리 아이한테 어떤 식이 형태가 맞는지, 지금까지 내가 해주고 있는게 잘 하고 있는 것이었는지, 우리 아이가 먹는 사료/화식/생식 등이 제대로 영양 균형을 갖춘 것이었는지부터 전문가들에게 확인 해보셔야 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챙겨주는 것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이제부터 조금 더 아이들의 식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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