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여기서 88과 18의 차이가 납니다. 통계청은 조사할 때 '할인'을 거의 반영하지 않습니다. 특히, '특정한 조건'이 붙은 할인은 아예 반영 안 합니다.

통계청 설명은 이렇습니다. 조건이 붙은 할인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똑같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 전 원래 가격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사과 할인 가격은 마트 회원이 아니거나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사람에겐 똑같이 적용되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신용카드만 적용되는 할인 가격은 통계로 반영하지 않고 할인 전 원래 가격이 반영되는 겁니다.

반면, aT는 다릅니다. aT는 그야말로 소매가격 기준입니다. 소비자가 사과를 사 가는 최종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봅니다. 때문에 할인된 가격 그대로 반영되는 겁니다. 특히 1,500억 원을 정부가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한 3월 하순부터는 사과값이 꺾이고 있습니다. 10개 단위로 보는 사과 소매가격은 3월 하순에는 2만 4,726원으로 중순보다 8.8% 내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년 동월 대비가 아니라 전월 대비, 즉 지난 2월과 비교했을 때 사과값은 오히려 3.6% 하락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통계청이 수집하는 대상이 훨씬 더 많은 것도 가격 데이터 차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 걸음 더
통계청은 국제 기준에 맞춰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통계청만 특정 할인 가격을 반영 안 하는 게 아니라 그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게 통계청 설명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누적된 데이터로 긴 기간 추이를 분석하는 자료로 쓰이는 통계가 특정 시점에 특정 조건으로 그래프가 오르내리는 일이 빈번하면 통계 신뢰도가 확 떨어질 것이란 건 금방 이해가 갑니다.

88이 맞느냐 18이 맞느냐가 아니라 사실은 둘 다 맞는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1,500억 원이란 돈을 풀어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aT의 숫자도 통계청의 88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문제는 앞으로일 겁니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서 앞으로 시간 제한은 물론이고 예산 제한도 두지 않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돈을 풀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1,500억 원 쓸 건데 사과값 안 내리면 또 더 쓴다는 말입니다. 선거가 목전이기도 하니 신경을 안 쓸 수도 없었을 것이고, 3월이 지나면 물가가 조금씩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있어서 크게 '질러' 보는 게 아주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이렇게 물가가 부담이 될 때마다 예산을 끌어다가 '할인'을 해주는 게 맞느냐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나라 곳간이란 게 결국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딘가엔 필요한 돈이 쓰이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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