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무분별하게 올라와 빠르게 확산되는 ‘가짜뉴스’로 인해 연예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피해자는 계속 속출하는데,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속앓이를 하는 스타들이 많다.

황당한 가짜뉴스, 이미지 타격 입는 연예인들
유튜브에서 검색 몇 번이면 쉽게 가짜뉴스를 짜깁기한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채널들은 아이돌, 배우, 유명인 등을 표적으로 삼아 만든 영상에 자극적인 제목의 썸네일을 달아 루머를 유포한다.

루머의 소재는 다양하다. 아이돌 멤버 간의 불화설, 연예인들의 열애설, 외모를 조롱하며 확인되지 않은 성형설을 퍼뜨리기도 하고, 스타 부부간의 이혼설, 불륜설, 심지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망설까지 나온다.

톱스타는 자주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인지도가 큰 만큼 더 높은 영상 조회수 유도를 위해 톱스타의 루머는 보다 자극적이고 수위가 센 편이다.

지난 2월,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 부부는 이혼설, 출산설이 담긴 유튜브 가짜뉴스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올댓스포츠는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가짜뉴스로 인한 김연아 부부의 명예훼손과 유튜버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김연아 소속사로서 가짜뉴스 유튜버와 유포자에 대해 엄중한 법적대응을 하겠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고우림 측 역시 “‘가짜뉴스’에 대한 무관용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결혼하고 아들을 출산한 후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는 배우 현빈과 손예진 부부도 황당한 이혼설에 휩싸였다.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는 ‘현빈 손예진 결혼 6개월 만에 이혼…충격이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 영상에는 현빈이 도박으로 150억 원을 날리고 손예진과 합의 이혼했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현빈 소속사 측은 “이혼설은 사실무근이다. 유튜브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내부 검토 후 법적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예진 소속사 측도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유튜브에 해당 영상 삭제를 요청한 상태다.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잉꼬부부로 유명한 스타부부들도 루머에 피해를 당하고 있다. 연예계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꼽히는 최수종-하희라 부부, 장윤정-도경완 부부, 백종원-소유진 부부 역시 유튜브발 이혼설에 휩싸여 곤욕을 겪었다.

특히 장윤정-도경완 부부의 이혼설 가짜뉴스에는 장윤정의 후배 가수인 홍진영이 도경완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어이없는 이유까지 더해졌다. 이런 황당한 루머가 퍼지자 홍진영은 자신의 SNS에 "저는 완벽한 솔로입니다!"라고 강조하는 글을 올리며, 간접적으로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가수 송가인과 김호중이 오는 12월 결혼하고, 송가인이 임신 중이라는 내용의 가짜뉴스도 지난 3월 유튜브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김호중 소속사 측은 “유튜브를 통해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송가인은 “유튜브에 올라온 아님 말고 식 가짜뉴스로 많은 사람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 같다. 법적인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가짜뉴스 영상들은 내용 자체가 황당한 데다, 연예인들의 사진을 짜깁기한 영상 위에 컴퓨터 내레이션 목소리를 덧씌운 구조로, 쉽게 제작하는 만큼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영상이 다루는 내용이 사실이라 믿기 어려운데,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 영상들 중에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영상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소비한 가짜뉴스라면, 그중 누군가는 루머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성이 크고, 이는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타격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황당한 가짜뉴스지만, 얼마든지 실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기자도,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장윤정 이혼했니?”라는 질문과, 어린 조카에게 “아이돌 A 양의 인성이 그렇게 나쁜지?”라는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모두 유튜브발 가짜뉴스 영상을 본 후 생긴 궁금증들이었다.)

가짜뉴스 판치는데, 잡을 수 없어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이들은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유튜브의 특성을 이용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발생하는 수익이 커지니,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극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영상 클릭을 유도한다. 이들이 손쉽게 이익을 챙기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가짜뉴스의 표적이 된 스타들이 받는다.

하지만 무분별한 가짜뉴스의 제작을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유튜버를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 콘텐츠로 취급하는 현행법상, 이들을 허위 사실 보도를 규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가짜뉴스 생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과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게 처벌을 받는다 해도, 벌금형 정도의 낮은 형량에 그치곤 한다.

유튜브가 국내 포털이 아닌 해외에 본사를 둔 회사라는 점에서, 가짜뉴스 생산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가짜뉴스로 피해를 본 소속사들이 협조를 요청해도, 유튜브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신원을 쉽게 공개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등 해외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세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명예훼손과 같은 국내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단속할 의무도 의지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가짜뉴스 생산자를 잡아내는 게 쉽지 않다.

설령 신고를 한 영상이 삭제되더라도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채널명으로 삭제된 가짜뉴스와 비슷한 영상이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흔하다. 가짜뉴스 영상으로 수익을 본 후 사라졌다가,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 다시 가짜뉴스를 올리는 식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플랫폼의 장점이, 가짜뉴스의 재생산을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가짜뉴스로 피해를 본 스타들의 소속사들은 오랜 기간이 걸려 대응해도 완벽하게 가짜뉴스를 근절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속앓이 하며 아예 대응을 포기하기도 한다.

유의미한 움직임
그런데 최근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유의미한 움직임이 나왔다. 그룹 아이브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가 악명 높은 연예 ‘사이버 레커’ 채널인 ‘탈덕수용소’의 운영자를 특정했다는 소식이었다.

‘탈덕수용소’는 지난 2년여간 익명하에 수많은 아이돌 멤버들을 상대로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영상을 제작해 온 아이돌 가짜뉴스의 온상이었다. 이에 피해를 입은 방탄소년단 멤버와 소속사 하이브도 해당 유튜브 채널을 고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탈덕수용소’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방탄소년단이 보는 사이버 레커”라고 스스로를 추켜 세우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탈덕수용소’가 가장 많이 헐뜯은 아이돌이었다. 여기서 제작한 장원영의 가짜뉴스 영상만 3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탈덕수용소’가 최근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해당 계정에 올라왔던 가짜뉴스 영상들이 싹 사라졌고, ‘탈덕수용소’ 운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알고 보니 ‘탈덕수용소’의 갑작스런 증발 배경에는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이 있었다. 스타쉽은 지난달 25일 아이브 공식 팬카페를 통해 “작년 11월부터 법무법인을 통해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과 해외에서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5월 미국 법원에서 정보제공명령을 받았으며, 7월 미국 구글 본사로부터 탈덕수용소 운영자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입수하기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구글에서 ‘탈덕수용소’ 운영자에게 정보제공명령 사실에 대한 통지가 이루어진 무렵, ‘탈덕수용소’의 채널 내 기존 동영상들이 갑자기 삭제됐고, 계정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이에 대해 ‘탈덕수용소’ 측은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운영자라는 사람의 사과문과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공지가 인터넷에 올라오며, ‘탈덕수용소’ 측의 해킹 피해 주장은 자작극인 것으로 풀이됐다.

스타쉽 측은 “탈덕수용소가 아이브 멤버들에 대해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하고 이로 인해 당사 업무에 대한 방해가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스타쉽은 탈덕수용소 사과문의 진위 및 진의 여부와 무관하게, 과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통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또 “당사는 현재 법적 절차를 통해 탈덕수용소를 비롯한 ‘사이버 레커’ 운영자들에 대한 신상 정보를 추가로 확인 중에 있다. 기존 사이버 레커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결국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중단된 케이스가 많았다. 그러나 당사는 법무법인과 함께 기존 소송과 달리 신원 파악이 상당히 이루어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하였고, 이를 통해 탈덕수용소를 비롯한 ‘사이버 레커’ 운영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하려 한다”라고 했다.

그동안 유튜브가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이라 고소가 힘들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스타쉽은 해외에 본사를 둔 유튜브를 상대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하며, 지난 2년간 여러 아이돌과 팬들을 울렸던 ‘탈덕수용소’의 덜미를 마침내 잡아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가짜뉴스 생산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실질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스타쉽의 사례가 가짜뉴스의 뿌리를 뽑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탈덕수용소’는 사라졌지만, 유튜브에는 ‘탈덕수용소’의 아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자극적인 제목, 실제보다 확대 혹은 축소시켜 재창조한 이야기, 합성까지 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사진 등으로 가짜뉴스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

가짜뉴스를 처벌하고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건 꼭 필요하지만,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이에 더해, 가짜뉴스를 쉽게 소비하지 않는 성숙함, 거짓에 현혹되지 않고 믿을만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수용 능력을 기르는 대중의 현명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주말에 뭐 볼래?

드라마 ‘D.P.’시즌2 / 넷플릭스 / 6부작

‘D.P.’(디피)가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 2021년 8월 공개됐던 ‘D.P.’는 ‘탈영병 잡는 군인’ 군무 이탈 체포조(D.P.)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들이 마주한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 섬세한 연출력과 몰입감을 더하는 음악 등이 큰 호평을 이끌어내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던 작품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군대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직시하며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2년 만에 돌아온 ‘D.P.’ 시즌2는 D.P.조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즌2는 조석봉(조현철) 일병의 충격적인 자살시도 사건 몇 달 후로부터 시작한다. 한호열은 군 병원에, 박범구(김성균) 중사는 징계를, 임지섭(손석구) 대위는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안준호는 여전히 D.P. 임무를 하고 있지만 탈영병 체포에 무관심한 신병이 동료가 되고, 조석봉 사건을 겪고도 여전히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를 목격하며 무력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조석봉 일병의 친구이자 동반입대를 했던 김루리(문상훈) 일병이 석봉의 소식을 접한 후,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 탈영을 한다. 시즌1 엔딩에서 쿠키영상으로 공개돼 충격을 주고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던, 바로 그 사건이다. 김루리를 잡기 위해 흩어졌던 D.P.조는 다시 한 자리에 모이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D.P.’ 시즌2에는 시즌1의 주요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정해인-구교환의 코믹한 티키타카와 애틋한 전우애, 김성균이 잡아주는 묵직한 중심, 손석구의 밉지 않은 캐릭터 플레이가 반갑다. 이 인물들이 시즌2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더욱 성장하는데, ‘착해진’ 손석구의 비중이 시즌1에 비해 확 늘어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지진희, 김지현, 정석용 등이 투입돼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배나라, 임성재, 최현욱 등의 새 얼굴들이 군인 역할로 다채롭게 에피소드를 채운다.

시즌1이 탈영병을 잡는 D.P.조의 활약과 개별 에피소드에 중점을 뒀다면, 시즌2는 규모를 키워 되풀이되는 군대 내 부조리와 답답한 현실, 그 속에서도 ‘뭐라도 하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가 거대 군권력과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래서 ‘D.P.’만의 매력이었던 소소하고 현실적인 재미가 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D.P.’ 시즌2가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묵직하고,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임은 변함없다. 그것만으로 ‘D.P.’ 시즌2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디자인 :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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