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이번 업무개시명령 대상은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과 관련 운수사는 209곳인데요, 일단 시멘트업을 먼저 정한 이유부터 살펴봐야겠죠? 실제 심각한 상황인지 따져봐야 하니까요, 일단 파업으로 인해 당장 공사가 멈춰버린 곳들도 있으니 파업 영향이 있다는 것 자체는 양측 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부는 향후 파급 효과까지 더해 따져보는 게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과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이대로면 더욱 많은, 즉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기 지연, 지체상금 부담 등 건설업 피해가 누적되면 건설 원가와 금융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우려되고, 국가 경제 전반에 건설산업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입니다.

한 걸음 더

일단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법령에 따라 발동을 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소지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단 송달이 제대로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송달받은 다음 날 24시까지 복귀'이기 때문에 송달 자체가 안됐다고 한다면 복귀 일자도 정해지지 않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을 꾸려 오늘 오후부터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차주 명단과 주소지를 확보한다고 해도 정말 명령서가 송달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텐데요, 정부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법 자체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1994년 의료법과 약사법의 개정으로 처음 만들어졌다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화물자동차법에 들어간 법입니다. 하지만 개정 당시부터도 화물운송업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와 약사처럼 높은 공적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또 비슷한 차원에서 이 업무개시명령을 일종의 '강제노동'으로 볼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ILO 협약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국제노동 기준인데요, ■ 결사의 자유 ■ 강제노동금지 ■ 차별금지 ■ 아동노동금지 등 4개 분야에 걸쳐 모두 8개의 협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 주요국으로 당연히 협약들 상당수를 비준한 상태죠. 특히 이 가운데 105호는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으로, 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과 함께 강제노동 금지 분야 핵심 협약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측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런 협약들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05호 협약은 ILO가 금지하는 강제노동의 형태를 열거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다음 같은 행위를 금하고 있습니다.

29호는 강제노동을 정의한 조항인데, 아래처럼 5가지 예외에 해당하는 비상 상황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7가지 협약은 비준했지만, 이 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국 중에서 이 협약에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29호에서도 우리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비상 상황'에 해당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과 법조계 일각에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탭니다. 이 때문에 현재 ITF와 공공운수노조는 우리 정부가 ILO 핵심 협약 29호, 105호와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를 위반했다며 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에게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상탭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업무개시명령이 어떻게 진행이 되든,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6월 이미 이 문제로 한 차례 파업이 이어지면서 물류대란을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 업무개시명령으로 업무가 일부 개시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강 대 강 대치 상황만 이어갈 것이 아니라 대화의 창구는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출구는 어디인지도 서둘러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길 경제적 타격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며 향후 ILO의 개입 등으로 벌어질 국제적인 노동 후진국 낙인 등의 후폭풍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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