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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우리 모두가 언제나 불안한 이유는

테일러의 주장 중에는 흥미로운 점이나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습니다. 그가 말하듯, 오늘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마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가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사람들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하는 일들이 현재의 불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오히려 강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곧, 그는 연금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산업에 투자되거나 월급을 주는 테크기업이 민주주의를 저해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가진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도 다른 이들의 주거 안정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연 연금이 청정에너지에 투자되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테크기업이 아닌 다른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불안이 과연 사라질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테일러도 불안감이 진화적, 곧 생물학적 본능일 수 있으며 이를 완전히 없앨 수 없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의 사회가 이러한 실존적 불안감을 넘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불안감을 만들어내며 이를 통해 개인의 착취를 용이하게 만들고 자존감과 웰빙을 공격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이를 ‘만들어진 불안감’이라 부르며 이 부분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가 예로 든 ‘볼살’의 경우, 그는 자신의 볼살을 원래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지만, 곧 볼살로 불안해하지 않았지만, 이 볼살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광고를 보고 새로운 불안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아마 그 광고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낸 어느 성형외과 전문의의 작품일 겁니다. 오늘날 인스타에 올라오는 광고의 상당수는 그런 내용이며, 여기에는 분명 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이를 마법처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결제창을 누르게 됩니다. 테일러가 예로 든 청바지 핏이나 자동차 브랜드, 집의 크기나 인테리어 등 삶의 모든 요소에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불안을 성공적으로 자극한 이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습니다.

궁극적 불안감은 오히려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모습이 문명을 발전시키고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우리가 수백 종의 선크림과 수백 종의 보습제를 시장에서 고를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태양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수많은 이들이 시장에 참여한 덕분일 겁니다.

어쨌거나, 아무리 불안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테일러의 말처럼 불안을 덜 느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자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류의 역사 자체가 더 나은 사회구조를 추구해 온 역사라는 사실이 생각나네요. 단지 지금까지는 불안감이 명시적으로 사회구조 변화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었을 뿐이죠.

인간은 인권, 자유, 평등, 정의 등의 개념을 만들어내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얻는다면 불안 역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앞서의 저 개념들만큼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는 ‘프랙털 불평등’이라는 흥미로운 개념도 소개합니다. 프랙털은 확대를 거듭해도 자신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는 도형이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적절한 작명입니다. 곧, 아무리 돈이 많은 이도 자신보다 더 돈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아무리 돈이 적은 이라 하더라도 자신보다 더 적은 이를 보며 스스로 위로하고 만족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물론 인간의 본능이 이를 허용하지는 않겠지요.

인간은 죽음이라는 궁극적 불안감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 과학자들은 과학의 힘으로 노화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설사 그들의 말대로 노화를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한 만큼 앞으로도 증가할 겁니다. 평균수명 80세의 시대를 넘어 100세의 시대가 된 오늘날, 적어도 인간이 가진 불안감이 이런 성과를 이룩한 일등공신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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