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이렇게만 보면 ‘획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디테일은 따져봐야 합니다. 앞서 ‘웬만한 대중교통’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무제한 정기권에 포함되지 않는 교통수단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요금제가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됐고, 무엇보다 서울이 아닌 경기 인천 지역에서 승차하는 경우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광역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는 김에 수도권은 다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문 제기, 당연합니다. 서울시는 “내년 1월까지 경기-인천과도 논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765만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여기엔 직장은 서울이지만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도 서울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시범사업 시행 전 이용 지역이 늘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교통 관리 주체가 다르고 각 지자체 별로 재정 부담 능력도 차이가 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진리는 어디에나 통합니다. ‘월 정기권’은 지자체에게 재정 부담이 생깁니다.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사업에만 750억 원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차제와 운송기관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정기권 가격이 ‘6만 5천 원’으로 결정된 데는 이런 이유도 작동했습니다.

한 걸음 더

6만 5천 원 월정기권을 구매할 시민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는 예측을 했습니다. 매월 6만 5천 원 이상 대중교통요금을 지불하는 시민들은 9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50만 명 정도를 정기권 잠재 구매 대상자로 예상했습니다. 내년 출시 예정인 K패스와 알뜰카드 등 사용 시민을 제외하면 대략 50만 명이 정기권을 구매할 것으로 본 겁니다.

서울시는 무제한 정기권을 일종의 교통복지 중 하나로 설명했지만, 살펴봤듯 한계도 분명하기에 ‘보편적 혜택’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습니다. 게다가 연이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동반됐습니다. 당장 정의당에서 “시내버스 요금 300원이 인상돼 왕복 600원씩 매일 더 지출된다고 치면 한 달에 1만 8천 원이 추가 됐다”며 이번 정책을 조삼모사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그럼에도 무제한 정기권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습니다. 가계 부담 절감이나 교통복지 측면에만 머물지도 않습니다. 정기권 명칭인 ‘기후동행카드’에 그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은 2018년 65.1%에서 2021년 52.9%로 떨어졌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그만큼 하락했다는 뜻입니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에서 수송 부문 비율이 17%가 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줄여보자는 겁니다. ‘무제한 정기권’은 기후위기 타개를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라는 겁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로 연 3만 2천 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달성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지구가 뜨거운 상황에서 뭐든 시도하는 건 바람직합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온실가스의 농도가 현재와 유사했던 건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중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실존적 위협이라는 겁니다.

지구를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었거나 곧 넘긴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도입된 무제한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이름 그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수송’이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것 맞지만, ‘에너지와 산업 분야’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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