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권지윤 기자입니다.
“법대로 해달라.” 간단명료하면서도 건조한 이 말이 택시기사 고 방영환 씨에겐 처절함이었습니다. “불법적인 사납금을 없애고 법대로 월급을 달라”는 방 씨의 당연한 요청, 그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 200일 넘게 외쳐도 독백에 머물렀습니다. 방 씨의 외침에 무관심했던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 정부기관도 그가 몸에 불을 붙이고서야 비로소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왜 중요한데 일을 하고도 최저임금은커녕, 한 달에 10만 원조차 되지 않는 급여를 받는 일,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습니다. 언제라도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고 방영환 씨, 그리고 택시기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방 씨는 법인택시 기사였습니다. 시민들은 개인택시, 법인택시 가리지 않고 이용하겠지만 종사자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개인택시 기사는 말 그대로 개인 사업자로 보면 되지만, 법인택시 기사(택시 노동자)는 직장인과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직장인과는 다릅니다. 사납금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납금은 택시 노동자가 매일 고정적으로 회사에 납부해야 되는 운행 수익을 말합니다. 택시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매일 15만 원을 내고, 남는 돈은 기사가 가져갑니다. 얼핏 보면 좋아 보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납금의 폐단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손님을 많이 태우고 더 빨리 더 멀리 달려도 택시 노동자의 삶은 윤택해지진 않았습니다. 소설 <운수 좋은날>의 인력거꾼 김첨지가 2원 90전 벌었던 그날이 운수가 가장 안 좋은 날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끼니를 거르거나 택시 안에서 요기를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고, 장시간 노동에 몸은 상했습니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 난폭운전, 승차 거부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질도 낮아졌습니다. 택시 노동자나 승객, 심지어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까지 택시에 불만족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자칫 승객이 없어 사납금도 채우지 못하면 택시 노동자가 자비로 메워 회사에 납부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승객이 줄든 말든 사납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니 손해 볼 일도 없었습니다. “택시 사업주만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노조 측 주장이 나온 배경입니다.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인감 증명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발급’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지난 17일 발생한 일입니다. ‘행정 전선망’이 먹통이 됐고, 무인발급기도, 정부24까지 모두 셧다운됐습니다. 시민이 정부에 요구하는 ‘민원(民願)’ 경로가 막혀버렸으니 말 그대로 정부가 마비가 된 셈이었습니다. 왜 중요한데 행정 전산망 마비로 시민들은 21세기에 살면서 19세기를 경험했습니다. 디지털로 처리하던 업무가 수기로 대체됐고, 5분 남짓이면 발급받을 서류에 며칠이 걸렸습니다. 단순히 ‘불편’이라는 말로 표현하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주택 업무, 금융 업무, 사업 계약을 목전에 뒀던 시민들에겐 말 그대로 ‘불의타’, 예상 못한 엄청난 타격이었습니다. 당장 전세계약을 하려 했던 임차인 입장에선 당황스러움을 넘어 대혼돈의 ‘재난’이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정부가 자랑했던 ‘디지털 정부’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과거엔 ‘전자 정부’로 표현했던 ‘디지털 정부’, 단어는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단순히 시민 편익 증대 목적만 아니라 행정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여 보다 튼튼하고 정밀한 정부 체계를 목표로 구축한 것이 ‘디지털 정부’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전자 정부는 이후 정권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습니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개선과 정진의 결과물이 ‘디지털 정부’입니다. 여기에 당연히 수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건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서울시청이 ‘교통분야의 신 패러다임’이라고 자평까지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랜만에 직접 브리핑까지 할 만큼, ‘작은 정부 서울시청’이 주력으로 내놓은 정책이 있습니다.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입니다. 월 6만 5천 원만 내면 서울 지하철, 서울 시내-마을버스,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월부터 도입하는 겁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고, 반면 “차라리 요금 인상을 하지 말지”라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왜 중요한데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운영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도입될 예정인 ‘무제한 정기권’은 이름 그대로 ‘무제한’은 맞습니다. 서울시내에서 승차하는 지하철 1~9호선, 경의 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마을버스도 적용 대상입니다. 여기에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포함되면서 웬만한 대중교통은 다 들어갔다고 봐도 됩니다. 기존에 있던 월 5만 5천 원짜리 ‘지하철 월정기권’은 한 달간 이용 횟수가 60회로 제한돼 있는데, 만원 더 내고 횟수 제한 없이 지하철, 버스, 따릉이까지 다 이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용 가능하고, 3천 원만 내면 실물카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서울버스 기본요금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올랐고, 지하철 요금은 다음 달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오를 예정인 상황에서 ‘무제한 정기권’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직장인들에겐 특히 그럴 것입니다. 다만, 할인을 받는 청소년이나 어린이의 경우엔 대부분 기존 교통카드가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개별 할인이나 캐시백 혜택이 포함된 교통 카드를 가진 시민의 경우 무제한 정기권과 기존 카드 중 어떤 게 유리할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또, 서울 시내버스는 기본요금으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지하철의 경우 10km까지만 기본요금이고 이후부턴 5km 늘어날 때마다 100원씩 추가요금이 발생합니다. 포털사이트 맵에서 평소 이용 구간의 요금을 따져본 뒤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