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코헨은 듀크대학교 라크로스팀 내 성폭행 스캔들을 취재한 책 “침묵의 대가(The Price of Silence)”를 쓴 저자이며, 온라인 매체 퍽(Puck)의 창립자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억만장자 빌 애크먼(Bill Ackman)은 동네방네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성가신 사람이다. 하버드대학교 클라우딘 게이 총장의 공개적인 발언에 심기가 거슬렸던 애크먼은 표절 혐의를 들어 게이 총장을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는지 이번에는 소셜미디어상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MIT 샐리 콘블러스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애크먼의 X 팔로워는 120만 명이나 된다.

애크먼을 그저 돈 많은 허풍쟁이로 여기든 악습을 타파하는 일에 용기 있게 나선 영웅으로 보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애크먼의 행보가 최근 들어 변하는 패러다임을 고스란히 반영해 왔다는 점이다. 그 패러다임의 변화란 곧 부자들이 점점 더 자신의 금융 자본(부, 재산)을 사회적 자본(영향력, 권력)으로 바꾸는 데 능해지는 상황을 뜻한다. 빌 애크먼은 이런 불행한 현실의 첫 번째 수혜자도 아니고, 여기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도 아니다. 그런 인물이라면 도널드 트럼프나 일론 머스크를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아무 말이나 막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자기들처럼 통념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 내 생각이 옳고 완벽하다고 믿기에 ‘신처럼 행세하고 대접’ 받길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천국 같은 곳인지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런데 왜 애크먼처럼 돈도 많고 어딜 봐도 부족한 것 없는 사람이 X 같은 공간에 장문의 글을 쉼 없이 올리며 소란을 피우는 걸까? 특히 일론 머스크가 X를 사들인 뒤 애크먼이 X에 올린 열정 가득한 글을 보면, 애크먼은 하버드나 MIT에 많은 돈을 후원한 여느 부유한 기부자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이 싸움에 임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만큼 커다란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 한다.

프랑스의 위대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개인이 돈과 재산을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지위로 변환할 수 있고, 반대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런 변환은 늘 완벽하지 않다고 가정했다. 만약 이런 종류의 변환에 일종의 환율을 매길 수 있다면, 요즘 부자들은 유례없이 싼 환율을 적용받고 있다. 즉 오늘날 우리는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이용해 관심을 받고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며, 이를 다시 사회적 권력과 영향력으로 아주 쉽게 바꿔내는 현상을 직접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나는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는 선호적 연결(preferential attachment)이라는 알고리듬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선호적 연결이란 말 그대로 더 좋아 보이는 쪽에 관심이 쏠리고 자원이 더 많이 모인다는 뜻이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경향은 돈처럼 물질적인 데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원래 더 많이, 더 촘촘히 연결된 사람이 자연히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이목을 끌어 결국, 더 잘 연결되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둘째, 돈이 아주 많으면 소셜미디어에서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난처해질 상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니, 자연히 거리낌 없이 폭주하게 되는 거다.

2010년 대법원의 유명한 시티즌 유나이티드 판결은 “정치 후원금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대법원 판결을 어디까지,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법리적인 논의가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판결은 문화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X나 싱클레어 방송사(Sinclair Broadcast Group) 등 많은 언론 매체가 갑부의 소유가 됐고, 언론사 사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자기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고 퍼뜨리는 데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부자들은 자기가 내뱉은 말이 초래한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애크먼이나 머스크, 트럼프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어마어마한 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를 지켜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미칠 여파를 걱정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어떤 말이든 쓴다. 고용주 눈치를 볼 일도 없다. 결국, 이들은 누군가에게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남을 고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설사 몇몇 자리에선 해고될 수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이들의 삶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있는 미국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무리 모든 미국 시민이 동등하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미국 헌법이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된 적이 과연 있기는 할지 의문이다. 평범한 사람은 인터넷에 말 몇 마디 잘못 썼다가 온라인상에서 삭제되거나 뚜렷한 사유도 없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온갖 고초를 겪는다. 하버드대학교 게이 전 총장이나 마찬가지로 사실상 해고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엘리자베스 맥길 전 총장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총장직에서 물러나기 전 대학교 캠퍼스 내에 ‘만연한’ 반유대주의의 실상을 파헤치는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 가 질타를 받았다. 뉘앙스를 분명히 하지 못한 발언과 다른 몇 가지 실수가 겹치자, 이들은 순식간에 반유대주의자로 몰렸다. 아니면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고용주 일론 머스크의 명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곧바로 해고된 트위터의 전 직원 야오 유에한테 물어봐도 비슷한 답을 듣게 될 것이다.

빌 애크먼은 자신이 처한 독특한 지위를 인정한다. 그는 원래 월스트리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끈질기게, 될 때까지 갖은 선동을 멈추지 않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악명이 높다. 지난 1월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크먼은 이 사실을 인정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이를 화나게 하는 말을 했다가 그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죠. 당신이 속한 집단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고, 삭제당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런 게 두렵지 않아요. 삭제되고 지워질 걱정도,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도 안 하죠. 재정적으로 독립한 덕분에 말하는 데 필요한 돈을 댈 수 있어서 그래요.”

그는 자신을 해결사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문제투성이인 회사를 “고치는” 캠페인과 문제투성이인 대학교를 “고치는” 캠페인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다 마찬가지예요.”

그는 게이, 맥길, 그리고 콘블러스에 이르기까지 유수의 대학교 총장들임에도 (자기는 당연하게 누리던) 특권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 얼마나 모순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자기 부인이 MIT 교수로 재직할 때 저지른 표절 혐의를 제기하자 X에 부인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만약 극소수의 갑부만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면, 이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애크먼이나 머스크, 트럼프 같은 갑부들 사이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다분히 오해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즉 이들은 공적 영역에서 발언을 어떻게 규정하고 규제해야 하는지에 관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무조건, 무한정 지지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믿는다.

물론 수정헌법 1조가 말하는 자유는 소극적인 자유로서 개인과 기업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표현을 제약할 수 있지만, 정부는 대부분 정부 자신을 위해 표현을 제약할 수 없다. 그런데 부자들은 수정헌법 1조를 매우 적극적으로 해석해 마치 개인이 하고 싶은 말과 표현은 그 내용과 관계없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때맞춰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어떤 글이나 표현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과 제약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게 부자들이란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이는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격 기준을 접근권이 아니라 권력 자체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멋대로의 엉성한 정의가 난무하는 X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누군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억지로 침묵을 강요받게 된다면 이는 공론장이 무너지고 훼손되는 문제가 아니라 자격 없이 떠들던 사람의 입을 적절히 다물게 한 조치로 여겨진다. 이런 식의 사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애크먼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행동주의 투자 원칙과 자기 개인의 사적인 의견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하버드대학교나 MIT의 총장이 누구여야 하는지, (자신과 생각이 다른) 대학교 총장들이 저질렀을 때는 문제였는데, 왜 자기 부인이 한 일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당한 연구였는지 등에 관한 자기 의견을 거침없이 마구 쏟아낸다. 그러나 요즘은 애크먼 같은 사람이 막대한 부를 누리는 동시에 공론장에서 자기 의견만 일방적으로 한참 떠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세상이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허용돼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애크먼 정도의 발언권이나 영향력, 부를 갖지 못한 사람이 애크먼 같은 사람의 주장에 감히 대거리할 수 없다면 거기서부터 문제다. 특히 사람들이 애크먼의 눈 밖에 나고 보복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생각이 다른데도 숨을 죽인다면, 그 세상은 곧 돈 있는 사람만 사치재인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세상일 것이다.

원문 : How Loud Billionaires Convert Their Wealth Into Power

(c) 2024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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