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스태비너는 “셰프 세대: 새로운 아메리칸드림에 모든 걸 건 사람들”을 썼다.

“큰일 났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친구 중에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런 괴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 레스토랑들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엮이는 걸 무척 두려워한다. 21세기의 신종 ‘갑질러’라 부를 만하다.

인플루언서들은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자기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레스토랑을 홍보해 주겠다며 접근한다. 그러면서 이 식당의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뭐가 좋은지 직접 경험해 봐야 홍보를 잘해줄 수 있으니, 식사를 대접해 달라고 한다.

때로는 명시적으로 공짜 식사를 요구할 때도 있지만, 이는 굳이 말 안 해도 다들 하는 관행으로 굳어졌다. 그러고 나서는 이것저것 다 맛을 보겠다며, 혼자서는 다 먹지도 못할 어마어마한 음식을 시켜놓고, 밥값을 전혀 내지 않거나 고생한 서버들에게 팁 한 푼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심지어 그 뒤에 약속한 홍보마저 해주지 않을 때도 있다. 말 그대로 ‘먹튀’다. 기껏 고생해서 대접해 준 식당 주인이나 셰프는 속았다는 생각에 분하고 허탈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그 식당은 망할 수 있다. 더 많이 주목받기 위해 식당이 음식을 나눠주는 건 오래전부터 자주 있던 일이다. 다만 소위 인플루언서들이 점점 더 무리한 요구를 해놓고 식당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아무런 사과나 보상 없이 자기 갈 길을 가는 건 요즘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요식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갈수록 귀해졌다. 수많은 팔로워에게 직접 음식과 식당을 노출하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 효과가 없다 보니, 인플루언서들은 틱톡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곧 자신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모든 인플루언서가 같지는 않다.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에서 식당 크루도 에 누도, 이슬라를 운영하는 오너 셰프 브라이언 보네만은 믿을 만한 인플루언서도 물론 많지만, 인플루언서 행세를 하면서 공짜 식사를 대접받고 다니는 소위 “질 나쁜”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기업형 인플루언서도 많아졌다. 이들은 홍보비를 얼마 내느냐에 따라 단계별로 차별화한 홍보를 해준다. 그 단계란 실제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우도 있고, 인플루언서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홍보해 주느냐의 차이일 때도 있다.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 스토리, 포스트에 별도의 동영상까지 제작해 올려주는 가장 비싼 상품의 경우 가격이 1천 달러를 넘기도 하는데, 여기에 게시물 조회수에 연동해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라이프스타일 광고에 가깝다. 무언가를 사서 소유하거나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는 면에서 현실보다는 패션 광고와 공통점이 많다. 인플루언서가 올린 콘텐츠는 ‘이 레스토랑에 와 보세요! 그럼 당신도 지금 나처럼 재미있고, 멋진 삶을 살 수 있어요.’라고 속삭인다.

원래 인기 있는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가 아무래도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음식에 대한) 전문성이나 식당의 특징은 그다음 문제다. 그러다 보면 진짜 맛을 잘 짚어내는 믿을 만한 평가들은 정작 주목받지 못하고 묻혀버리곤 한다.

시류를 틈타 생겨난 기회주의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겨웠던 시절을 버티고 다시 일어서려는 식당들에 암초나 다름없다. 이들은 원래는 포장 음식을 편리하게 집어 간다는 의미로 쓰이던 “grab and go”를 “이 식당 저 식당에 공짜 음식을 탐닉하고 다니는 먹튀”로 변질시켰다.

우리 같은 일반인도 피해를 본다. 쏟아지는 댓글 가운데 뭐가 믿을 만하고, 뭐는 걸러야 하는 댓글인지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가 올리는 포스트에 더 의존할수록 우리 스스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개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깊이도, 맥락도 없이 단지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재미에만 치중한, 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만 가득한 세상에는 믿고 볼 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다.

모든 콘텐츠를 빨리빨리 넘겨보는 습관은 장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어떤 사안을 사려 깊이 생각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점점 더 퇴보하고, 뭐든 대충 훑어보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습관이 든다. 그러다 보면 균형 감각도 잃게 된다.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해 홍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겐 요즘 같은 시절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여러모로 우려스러운 시기다.

전통적으로 언론이 식당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맛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식당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비교적 최근 들어 많아진 다른 현상은 주로 소비자 보호나 공중 보건 등 공익을 위해 접근하는 탐사 보도다. 두 가지 모두 취재 대상인 식당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 또는 식당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콘텐츠다.

그런데 인플루언서가 식당에 대한 소개를 독점하면 애정이라는 요소가 빠진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식당은 그저 돈 벌어다 주는 대상이자, 잘하면 콘텐츠 조회수 올려주는 수단일 뿐이다.

기자와 인플루언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기자와 인플루언서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얼핏 보기엔 인플루언서가 더 반가운 대상이다. 식당의 좋은 면을 부각해서 좋은 쪽으로 홍보해 주는 단순 명료한 목표가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만 제공하면 이들은 식당을 돋보이게 하는 멋진 사진과 문구를 게시해 많은 사람에게 노출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식당 주인들은 인플루언서가 식당에 다녀간 뒤로 약속한 글과 영상, 포스팅이 올라올 때까지 남모를 속앓이를 한다. 음식이 인플루언서 입맛에 맞지 않았으면 어쩌지? (음식값을 받았을 경우) 돈을 안 받았다면 더 맛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실제로는 별문제 없었더라도) 서비스가 부족해 언짢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아직 마시기 이른 빈티지의 와인을 마셔놓고는 괜히 와인 메뉴 추천이 부실하다는 후기를 남기는 건 아닐지 정말 별의별 걱정을 다 하게 된다.

팁을 전혀 내지 않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음식값을 받을지 말지는 식당에서 결정할 수 있지만, 팁은 또 다른 문제다. 1급 인플루언서들은 평판을 신경 쓰기 때문에 대체로 정당한 팁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급이 좀 떨어지는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식당에 와서 이것저것 시켜서 먹고는 팁도 전혀 내지 않아서 식당 주인과 서버들이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생긴다.

인플루언서는 새로운 현상이고, 아직 관련한 규범과 관행이 확립되지 않았다. 인플루언서와 아예 담을 쌓고 식당을 운영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마진이 크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요식업계에 또 다른 비용이 추가됐다.

그렇다고 인플루언서가 당장 사라질 리도 없고, 공정한 후기를 남기는 인플루언서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실제로 매출이 많이 오를 수 있으므로, 인플루언서를 꼭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규제 당국은 아직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본 식당들은 어떻게 해서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을 찾아 익혀야 한다.

보네만 씨가 찾은 방법은 인플루언서들에게 ‘내돈내산’ 리뷰를 부탁하는 것이다. 즉, 자기 식당에 오고 싶다는 인플루언서에게 처음 한 번만큼은 자비로 음식을 주문, 이용해 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이때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경우 이들은 가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위적으로 팔로워 숫자를 부풀리는 방법은 무척 많다. 그래서 식당 주인들은 인플루언서가 말하는 팔로워 숫자가 얼마나 진짜인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언서가 식당에 전화를 걸어 얼마 전에 그 식당에서 식사했는데, 음식이 맛있었다며 다음번에 식사를 대접해 주면 그걸 촬영한 다음 홍보해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고 하자.

그럼 식당 주인은 지난번에 방문한 날짜가 언제였는지 물어보고 매출 전표를 확인해 그 사람이 진짜로 식당에 왔던 건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아니면 어떤 메뉴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진짜로 식당에 와서 음식을 먹어 보고 하는 제안인지 가려낼 수 있다.

어떤 식당은 팔로워 숫자가 최소 얼마 이상이 되는 인플루언서의 제안만 받는다. 아니면 아예 인플루언서의 연락은 모두 다 사절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가끔 인플루언서의 홍보 덕분에 크게 유명해지는 식당도 분명히 있으므로, 인플루언서를 아예 거절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게 바로 인플루언서가 누구든 간에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즉 식당을 찾는 고객들은 변덕스럽고, 인플루언서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추천해 줘야 한다. 식당 주인들은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인플루언서들의 사기, 갑질 소식을 다 전해 들으면서도 누군가 인플루언서라며 자기를 소개하고 무료 예약을 요구하면 이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준다. 거절했다가 근처에 다른 가게, 식당만 맛집으로 소개돼 경쟁에서 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인플루언서들의 미래는 밝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공짜로 먹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미래도 마찬가지로 밝다. 만약 이들이 로스쿨에 진학해서 대법관이 되면 그 정도 식사 대접을 받는 일은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생각하는 이들이 이미 미국 대법관 중에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원문 : The 21st-Century Shakedown of Restaurants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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