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늘 실수를 하는 게 사람입니다. 스타벅스 앱에서 사이렌오더 주문할 때도 그렇습니다. 따뜻한 음료를 원했는데 차가운 것으로 잘못 주문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매장이 아닌데 이름이 비슷한 다른 매장에 주문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또 사이렌오더는 결제 전에는, 대기가 몇 번인지 알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직후 손님이 몰릴 때는, 사이렌오더로 주문하면 대기가 ‘93번이다’, ‘45번이다’, 이렇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거 기다렸다가 음료를 받아서 가면 회사에 지각할 것 같아서 취소하고 싶은데, 취소도 안 됩니다.

어떤 소비자는 배달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사이렌오더로 결제한 경우도 있습니다. 매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 배달 주문을 한 것인데, 사이렌오더는 매장에서 1시간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음료가 자동으로 폐기되니까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앱에서는 매장의 직통 전화번호를 바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 번호를 통해 어렵사리 매장과 통화가 되더라도 ‘취소해 줄 수 없다’는 설명만 계속 들었다는 게 소비자 불만의 요지입니다.

한 걸음 더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지금처럼 해도 괜찮은 걸까요? 이렇게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는 과정에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해 줍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앱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일반적으로 7일 안에 결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법에는 ‘청약철회’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식음료를 판매하기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사이렌오더로 커피 주문하고, 찾아가지도 않으면서, 몇 시간 뒤에 주문 취소를 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판매업자가 예외적으로 소비자의 주문취소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가 현재 취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사전에 해당 거래에 대해서 주문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주문취소가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고지’와 ‘동의’,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뒤에야 스타벅스는 소비자의 사이렌오더 주문취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현행 전자상거래법의 취지입니다.

비교해보면 - 커피 브랜드 6종 조사했더니
스타벅스를 포함한 커피 브랜드 6곳이 ‘고지’와 ‘동의’ 두 가지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스타벅스는 ‘사이렌오더’라는 이름이지만, 다른 커피 브랜드도 앱을 통해 매장에 가기 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할리스입니다. 할리스는 앱에서 “주문 승인 후, 취소 및 추가 주문이 불가”라고 고지한 뒤, 소비자가 “위 주문 내용 확인에 동의합니다”라는 네모 박스에 체크하도록 해놨습니다. 소비자 동의를 명확하고 받고 있습니다.

투썸플레이스 앱도 비슷합니다. 주문 변경 및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사전 안내하고, “주문/결제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커피빈은 결제 직전, 아예 팝업창을 띄워 줍니다. “매장에서 주문을 확인한 후에는 변경 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라고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고 ‘확인’ 버튼을 누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디야, 컴포즈커피는 더 모범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으로 보입니다. 앱에서 결제한 뒤, 매장에서 주문을 확인하기 전이라면 결제를 취소할 수 있는 버튼까지 만들어 놨습니다.

반면 스타벅스 사이렌오더는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주문취소 안 된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려주기는 합니다. “주문을 완료한 후에는 일체의 주문 변경 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라는 문구를 노출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바로 ‘결제 및 주문하기’ 버튼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소비자 동의를 받는 것인지가 불분명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이 부분에 대해 소비자 동의를 받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사이렌오더에서 주문취소가 안 된다는 소비자 불만의 근원은 바로 이 지점으로 보입니다. 스타벅스는 주문취소가 불가하다는 사실을 고지한 상태에서 소비자가 결제하기 때문에 사실상 동의까지 받은 셈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주문취소 불가 고지를 미처 못 보고 넘어가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고, 동의를 받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의 소지가 되고 있습니다. “주문취소 문구를 확인한 것은 맞지만, 난 동의하지 않았다”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스타벅스가 유독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타벅스는 이와 관련해 매장 여건상 사이렌오더의 주문을 취소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이렌오더에서 주문을 완료하는 즉시 매장에서 컵에 주문번호가 인쇄된 스티커를 붙이는 등 사실상 음료 제조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스타벅스는 다만 앱에서 주문취소가 안 된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방법, 그리고 앱의 화면 구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향후에는 주문취소 불가에 대해 소비자 동의를 좀 더 명확히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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