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먼시 사우스 박사는 포드햄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다.

지난 4월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캐슬린 코라디를 설치류 완화국장으로 임명했다. 평소 여러 차례 자신이 쥐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밝힌 애덤스 시장이 아예 일명 쥐 박멸 총사령관(rat czar) 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코라디를 특채로 앉혔다. 그동안 수많은 뉴욕 시장이 “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수십 년째 계속된 전쟁에서 뉴욕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애덤스 시장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늘은 뉴욕시의 쥐를 12년 동안 연구한 도시 생태학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뉴욕시청과 시민들이 쥐덫과 쥐약을 이용해 쥐를 박멸하겠다고 시도한 것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방법인 데다 효과도 미약했다. 뉴욕 어디서든 미끼와 함께 쥐약을 넣어 둔 검정 상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쥐덫을 이렇게 많이 쳐놓았는데도 쥐와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건 쥐를 죽이거나 잡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전략이 소용없었다는 뜻이다. 대신 쥐의 개체수를 분석하고 줄여나가는 방법이 더 효과가 클 수 있다.

쥐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진짜 적은 쥐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행동과 생활 습관이다.

처음 뉴욕항에 도착한 유럽인들과 함께 뉴욕에 내린 쥐들은 번성했다. 새로운 식민지의 지저분한 거리 곳곳에는 쥐들이 먹을거리가 풍족했다. 오늘날 뉴욕에도 여전히 지저분한 거리마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게다가 높은 인구 밀도, 낡은 건물들은 쥐에게 완벽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쥐의 개체수를 관리하는 전략의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쥐들이 좋아하는 서식지를 파괴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먹는 음식과 음식물 쓰레기, 또 인간이 살거나 일하러 다니는 건물에 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애덤스 시장과 코라디 국장은 바로 이 전략을 채택했다. 올바른 방향을 택한 건 잘한 일이지만, 전략이 효과를 거두려면 뉴욕 시민의 협조가 아주 중요하다.

그동안 뉴욕시 당국은 엄청난 양의 쥐약을 썼다. 2021년 한 해에만 독극물 성분의 쥐약을 30톤 이상 썼다. 같은 해 쥐를 죽이는 항응고제 성분이 든 약을 2015년보다 두 배나 많이 쓰기도 했다. 이 약을 먹은 쥐들은 내부 장기 출혈로 서서히 죽어간다. 거리마다 쥐약을 뿌려 놓은 결과 먹이사슬에서 쥐보다 위에 있는 포식자나 다른 동물들도 애꿎은 피해를 본다. 쥐약이 든 미끼 상자에 안전장치가 고장 나면, 호기심 많은 애완견이 잘못 미끼를 물었다가 죽을 수도 있다.

뉴욕시 당국이 쥐를 박멸하겠다며 사용한 잔인한 방법은 독극물 대량 살포 말고도 또 있다. 강력 접착제 덫에 걸리면 쥐는 서서히 질식해 죽고, 전통적인 쥐덫에 걸리면 목이 부서져 즉사하는데, 어떨 때는 덫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쥐가 고통 속에 죽어가기도 한다. 애덤스 시장이 브루클린 구청장으로 있을 때는 포획하거나 죽은 쥐의 사체를 한데 모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용기를 시험 삼아 도입했다. 썩은 사체의 악취나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화학 용액에 사체를 담가 밀폐하는 방식이었다.

덫을 놓고 쥐약을 치는 건 쥐의 번식 패턴을 고려했을 때 생물학적, 수학적 근거가 없다. 덫에 걸리지 않거나 옆 동네에서 넘어온 쥐가 몇 마리만 있어도 개체수는 금방 회복된다. 암컷 쥐는 생후 6주가량부터 짝짓기를 하며, 제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으면,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24~36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도시에 사는 쥐의 평균 수명은 1년 정도다. 과학자들이 미끼에 번식을 억제하는 성분의 약을 개발해 시험해 봤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선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약과 덫이 쥐의 개체수를 진짜로 감소시키는지 입증할 자료도 없다. 예를 들어 시 당국은 모기의 개체수와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의 위험 수준을 항상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지만, 쥐에 관해서는 그런 감시ㆍ경보 체계 자체가 없다. 개체수를 관리하며 줄여가는 전략을 쓰려면 우선 연중, 또 계절별로 쥐의 개체수가 어떻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지 데이터를 통해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나 데이터 수집 체계를 갖춘 도시는 거의 없다.

뉴욕의 경우 종합 민원 전화인 3-1-1에 신고, 접수된 내용을 토대로 어느 동네에 쥐가 많은지를 간접적으로 유추한다. 그러나 동네마다 기준이 같을 수 없고, 자발적으로 신고한 경우에만 데이터가 남으므로, 이를 토대로 만든 지도와 실제 뉴욕의 쥐 서식지 분포도는 매우 다를 것이다. 당장 당신 집이나 집 근처에서 매일 쥐를 본다고, 과연 매일 3-1-1에 전화해 신고할 것인가?

이렇게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뉴욕의 쥐 개체수를 줄일 수 있을까? 각종 병원균을 옮기고 건물과 차량 곳곳을 갉아먹는 것 외에도 도시 전체에 쥐의 서식지가 분포된 모습을 보면, 쥐는 인종적,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선명하게 반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쥐들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건물이 낡고 오래됐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주거 지역에 많다. 쥐가 들끓는 동네는 삶의 질이 좋기 어려운데, 심지어 쥐가 번식하면 그 동네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나빠진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 실험실에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쥐들의 서식지를 유전자 별로 나눠 지도 위에 그려보면 고유한 유전적 이웃이 드러난다. 쥐들은 보통 태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 가장 멀리 가봐야 도시의 몇 블록을 옮기는 게 고작이다. 사무실들이 모여 있는 맨해튼 미드타운은 쓰레기 수거 시간 등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 쥐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 거의 사라졌고, 그 덕분에 쥐의 개체수가 (뉴욕 다른 곳보다) 적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쥐들이 살기 좋은 공간, 환경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쥐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여기저기 약을 치고 덫을 놓는 것보다 낫다.

“카리스마 쩌는(general aura of badassery)” 평판을 발판 삼아 쥐 박멸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코라디 국장은 이미 쥐 개체수를 줄이는 데 필요한 정책을 도입했다. 그는 이미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도록 유도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험이 있다.

“뉴욕의 주인은 쥐가 아니라 바로 우리”란 말을 해서 유명한 제시카 티시 뉴욕시 위생국장도 코라디 국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둘은 내용물이 새지 않는 더 단단하고 안전한 쓰레기통 설치를 의무화하고, 특정 구역의 쓰레기 수거 일정을 더 촘촘히 바꾸며,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사업을 확대해 일반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섞이는 걸 막고자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고 법과 규정을 바꿔봤자 한계가 있다. 당장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쓰레기 봉지 사이로 음식물이 줄줄 새는 걸 여전히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책적 노력을 도루묵으로 만드는 일이다.

정말로 쥐를 우리 삶에서 멀리 쫓아내고 싶다면, 각 가정은 물론이고 식당, 학교, 식료품 가게 등 도시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해 배출하는 데 동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뉴욕시에서 매일 배출되는 쓰레기는 자그마치 3,250톤이나 된다. 1인당 거의 500g의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다.

정말로 쥐를 도시에서 몰아내고 싶다면 뉴욕 시민들은 배달, 포장 음식은 물론 외식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관한 규범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다 자란 쥐 한 마리가 하루를 사는 데 필요한 음식은 30g이 채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통에 든 남은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포장지나 휴지에 묻은 음식 찌꺼기마저 쥐한테는 일용할 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쓰레기 수거만 좀 더 철저히 잘해도 암컷 쥐가 잘 먹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새끼도 덜 낳게 돼 곧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뉴욕시는 앞으로도 한동안 쥐와의 전쟁을 힘겹게 치러야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도시 전체가 습한 아열대 기후를 띠면서 쥐들의 번식기가 매년 길어지고 있다. 공중 보건과 삶의 질 전반에 끔찍한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의 기반 시설은 계속해서 낡아질 것이고, 쥐들이 보금자리로 삼을 만한 공간은 더 많아질 것이다. 긴 전쟁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힘들고 귀찮은 일을 다 같이 해내야 하지만, 그래도 쥐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습관을 먼저 고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원문 : I’ve Studied N.Y.C. Rodents for 12 Years. The Enemy Is Us.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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