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얼마 만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인데 북한 얘기만 할 수는 없겠죠. 윤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에서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그제(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로 도출된 3국의 공조 강화에 대한 추가 설명에도 주력할 걸로 보입니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고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 역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할 걸로 예상됩니다. 왜 그럴까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발표된 한·미·일 3국의 정상 성명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3국의 협력 범위와 역할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상당히 반영돼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국으로선 유쾌하지 않을 결과물일 겁니다. 한미일 정상이 타이완 해협의 평화 및 안정 유지를 강조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국가 간의 교류는 제3자를 겨냥하거나 제3자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며 반발한 것만 봐도 중국의 불쾌함을 엿볼 수 있죠.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통한 한반도 정세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하는 우리로선 여러 추가 설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한 걸로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북핵 공조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피력해야만 하는 입장인 겁니다.

한 걸음 더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이런 요청에 중국이 과연 얼마나 응답할지 알 수 없다는 거겠죠. 어제(14일) 진행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자제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죠. 바이든 대통령 역시 회담이 끝난 뒤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확답이 없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도돌이표 같은 문답만 오간 것처럼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북한이 제7차 핵실험으로 상징되는 핵무기 고도화 전략을 거듭한다면 미국도 동북아 지역 내 군사력 증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 역시 북한의 막무가내식 무력 도발을 그저 방관하고만 있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후 어떤 공식적인 합의문이나 성명이 나온 건 없지만 '지금보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 협상 재개와 각료 수준의 대화 노력 재개에 합의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갈등을 키우기보단 외교를 통해 분쟁이 악화되는 걸 막으려 했다"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분석했습니다. 우리로서도 여러모로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다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국으로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경계선, 즉 '레드라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타이완이죠.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이완을 일컬어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칭하며 "누구든 타이완을 중국에서 분리하려 한다면 그것은 중국의 민족 대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존에 썼던 표현보다는 조금 온도가 낮아졌지만 미국을 향해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중국의 강경한 기조에 '어떤 무력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타이완을 향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위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런 행동은 타이완 해협과 더 광범위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타이완을 둘러싼 중국의 압박, 그로인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앞으로도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죠. 북한의 무력 도발을 다자간 협의를 통해 잠재워야 할 우리로선 앞으로도 미중 관계를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타이완 문제 역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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