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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언제 되돌리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지 논의가 되기 시작할 것이고,
오늘 회의에서 저희도 논의를 했습니다.”

- 제롬 파월 연준의장ㅣ지난 14일 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를 했다고 먼저 밝혔습니다. 물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인하라는 언급 자체를 꺼려왔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인데,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가던 미국의 경기가 이제는 식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그렇다면 과열이 식으며 정상으로 오는 정도에 그칠지, 아니면 거기서부터 더 차갑게 냉각이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금리 인하 문제가 달려 있고,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카드 금리, 또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될 건지 등의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한번 짚어볼까 합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중에 폴 크루그먼이라고 있습니다. 이분이 12월 5일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어제 문제가 된 것 같다, ‘Yesterday's Problem’이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올라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은 지나갔다고 평가를 하는 것이죠.

물가 지표가 미국에서 크게 두 가지를 봅니다. 하나는 CPI*라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있고, PCE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지표가 또 있어요.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 구입하는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변동 지수

이 지수(CPI) 상승률을 따져봤을 때 2022년 여름에 9.1%까지 올라갔어요.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막 돈을 쓰는 그런 국면쯤 됐었겠죠. 이 CPI가 지난 10월에 3.2%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다음에 PCE*, 개인 소비자 지출이라는 지표가 또 있거든요. CPI하고 비슷한 건데 간접적으로 나가는 지출들, 고용주가 직원들 대신 내는 지출 이런 것들이 포함이 되고 항목의 조정이 좀 더 빨라요. 그래서 연준이 물가를 체크할 때는 PCE라는 지표를 좀더 눈여겨봅니다. 그런데 이 지표도 조금씩 조금씩 떨어져서 10월에 3.5%까지 상승률이 내려왔어요. 물가 상승률이 거의 9%까지 갔다가 3.5%, 3.2%까지 내려왔으면 많이 내려왔죠.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소비자가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지출한 모든 비용

그렇지만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준이 볼 때는 자기네 기준은 2%란 말이에요. 2%보다는 3.2%, 3.5%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거죠. 그래서 아직은 연준은 안심할 때는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Q. 미국 사람들은 코로나 때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쓸 돈이 많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최근의 소비 추세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2022년에 특히 물가가 많이 뛰었던 것인데, 지금은 서서히 그 돈이 바닥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어쩔 수 없이 저소득층부터 소비 여력이 조금씩 바닥나는 게 보이는데요. 그걸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입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원래 코로나 전에는 한 2.6%쯤 됐어요. 그게 중간에 거의 1.5%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이렇게 올라오는 U자형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3% 직전까지 2.9%대까지 올라갔어요.

이런 걸 보면 아무래도 저소득층부터 소비 여력이 예전 같지는 않구나 이런 사실을 볼 수가 있고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물가의 추세에 관한 상당히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실었습니다. 2021년, 2022년 지나면서 물가가 왜 그렇게 뛰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공급 능력이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 때문에 확 제한이 돼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한꺼번에 비슷한 종류의 소비를 했다는 거예요.

2021년 이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공장도 제대로 안 돌아가고 사람들이 출근도 안 하고 이랬잖아요. 특히 미국 사람들은 지원금 받은 게 있으니까 인터넷으로 물건을 열심히 샀습니다. 평소에 안 살 물건을 막 사요. 그러고 쌓아놨어요. 한 1년 하니까 돈도 쓸 만큼 썼고 이제 집에 물건을 둘 자리가 없더라 이런 얘기들이 당시 보도에 많이 나왔습니다.

그게 좀 지나가고 나서 2022년에 리오프닝이 되니까 어떻게 돼요? 그때부터는 식당 가고 여행 가고 파티하고 행사 가고 콘서트 가고 이런 데 돈을 많이 씁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 과열이 와요. 그래서 서비스 물가가 또 확 뛰었다가 그게 시차를 두고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는 그래프가 실렸습니다.

서비스 물가가 아직은 상품 물가보다 상승률이 좀더 높은데 이 상품 물가 상승률 중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빼면 마이너스예요. 사람들의 구매력이 조금씩 줄면서 지금 상당히 내려오고 있다, 그런 추세를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정말로 미국 고용시장 과열은 끝났나?
Q. 한때 미국 고용시장이 굉장히 과열됐다고 하던데 지금은 좀 진정이 되었나요?

그렇게 되어가는 추세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작년하고 올해 상반기 정도까지 상당히 화두가 되었던 단어가 ‘대퇴사’ 또는 ‘대사직’인데 영어로는 ‘Great Resignation’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미국 사람들이 일자리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뀝니다. 정부 지원금 받은 게 있어서 돈은 있으니까 사람들이 하던 일을 그만둬요. 그러면서 원격 근무 시켜주는 곳, 나한테 돈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서 막 이동을 하기 시작해요.

그 추세가 지금 끝나가고 있다고 그래요.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로 옮겨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거죠. 이직을 할 때 월급을 올려 받으니까 이직을 하겠죠, 그런데 이 올려 받는 폭도 점점 줄고 있다는 통계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비어 있는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 매월 미국 전국의 채용 공고 건수 조사를 합니다. 그게 한때 1,200만 개까지 갔었어요. 영어로 이제 ‘Job Opening’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Job Opening이 1,200만 개까지 갔다가 10월에는 한 873만 정도까지 내려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 고용시장의 상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일자리가 계속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비어있는 일자리가 생기는 폭이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주목할 만한 게 임금 상승률이에요. 미국은 특히 올해 노동조합들의 파업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국 노동자들이 새로운 각성을 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미국 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봐도 굉장히 돈을 많이 버는 경제잖아요. 그중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폭이 너무 작은 것 같다는 자각이 생기고 그러면서 노조 활동이 늘고 노조 조직률이 올라간 겁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올해 자동차 노조들의 연대 파업이 있었죠. 또 미드 보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미국 방송작가와 배우 노조의 파업이 굉장히 오래갔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임금의 상승률이 많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지금 임금 상승률이 조금 내려왔다고는 하는데 그 민간 기관이 측정한 것을 보면 한 5.6% 정도가 됩니다.

물가상승률 3%, 임금상승률이 5.6%다 하면 임금상승률이 더 높은 거죠. 이 상태를 두고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에 한 대학에 가서 간담회를 할 때 얘기를 했습니다. ‘경제가 혹시 이러다가 침체되는 거 아닙니까? 소비가 너무 식는 거 아닐까요?’라는 질문이 나오니까 파월이 이렇게 얘기해요. ‘아직은 물가 상승률이 우리 기준치보다는 높고, 그런데 임금 상승률은 그것보다 더 높다. 그렇다면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거라고 예상할 근거가 없지 않느냐.’ 파월 의장은 그런 식으로 경제를 보고 있다는 자기 인식을 드러낸 바가 있습니다.

내년에 미국 경기 ‘침체(Recession)’ 올까?
Q. 그렇게 물가 인상률이 줄고 고용시장 과열도 해소가 되면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렇죠.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아까 5.2%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높게 나왔을까 따져보면 7, 8, 9월에는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가면서 돈을 많이 쓰죠. 그렇기도 하고 연말 경기, 연말 대목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많이 돈을 썼을 겁니다. 거기다가 정부도 투자 집행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래요. 그래서 그전에는 조금씩 내려오던 게 갑자기 확 튀어 오른 느낌이 있는데 4분기에는 아마도 1.5% 내지 혹은 그 이하로 GDP 성장률이 다시 내려올 거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월에 미국 소매 판매 통계가 그 전달에 비해서 0.1% 정도 줄어든 걸로 나오거든요. 이게 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거라고 해요. 고용시장의 과열이 좀 식고 사람들의 가처분소득이 조금 줄어들고 하는 것과 소비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Q. 한때 과열이라고 했었던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이런 표현을 썼어요. 적어도 지금까지의 미국 경제는 무결점의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 상승률 둔화

무결점의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얘기를 본인이 설명하기를 보통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일단은 실업이 많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경기 침체를 한 번씩 겪습니다. 그게 보통 벌어지는 일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예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조금 설명을 드릴 필요가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계속 오르는 거죠. 디스(Dis-)는 학교에서 배우셨겠지만 부정적인 접두어입니다. 그래서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계속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려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물가가 오르기는 하는데 그 상승 폭이 점점 줄어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 경제 상황을 전하는 기사나 콘텐츠를 보다 보면 가끔 ‘미국이 이제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디플레이션은 기준선에서 볼 때 경제가 쪼그라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물가가 점점 떨어지는 상태죠. 예를 들어 내가 돈을 갖고 차나 집 같은 비싼 물건을 살 때 6개월, 1년을 기다리면 더 싸지는 상태인 거예요. 그럼 돈을 안 쓰겠죠? 기다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기업들이 장사가 안 돼요. 그래서 사람을 더 뽑지 못합니다. 그런 식으로 연쇄적인 작용이 일어나면서 경제가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아요. 그게 디플레이션이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지금 그런 거를 논할 상황은 전혀 아니고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그 과열됐던 게 진정되는 상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어요.

사람 몸으로 치면 물가 상승률이라는 게 약간 체온하고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이 적정한 체온이 있죠. 그런데 어떤 이유로 체온이 너무 올라가면 병입니다. 약을 먹어서 떨어뜨려야 되죠. 그런데 그 정상 체온보다 더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라고 그러잖아요. 이것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든요. 미국은 지금 너무 올라갔던 체온이 정상 체온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단계다 정도가 맞는 평가인 것 같고 그게 저체온증으로 빠질 것 같으냐,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골드만삭스라고 유명한 투자은행이 있잖아요. 골드만삭스가 최근에 냈던 자료에서 미국 경제는 지금 소프트랜딩, 연착륙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 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은 한 15% 정도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럼 높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거기에 부연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역사적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지금 여건으로서는 미국 경제가 침체로 굴러 떨어질 거라고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 골드만삭스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Q.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이제 미국이 전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는 만큼 혹시라도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런 비유가 있는데요,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제 규모 자체도 다르고 규모보다 더 중요하게 미국이 워낙 전 세계적인 경제의 흐름과 패러다임을 세팅하는 국가다 보니까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면 한국은 굉장히 피곤해지죠.

한국의 국력 또는 국제적 인정 이런 게 많이 올라와서 우리가 자부심도 많이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경제만 갖고 보면 제가 종종 쓰는 비유인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신흥국에 가깝고 ‘달러의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 같은 신세’라는 표현을 합니다. 달러의 바다가 출렁거리면 그 위에 고깃배는 상당히 괴롭습니다. 미국 경제가 큰일이 안 생기는 게 우리한테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 경제가 그럼 내년에 지금 짚어본 대로 갈 거냐,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 경제라는 게 또 어떤 돌발적인 변수가 일어날지는 모르죠. 작년 재작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줬던 변수들. 이를테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런 요소들은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습니까, 몰랐죠. 얼마나 갈지도 몰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 또 무슨 일이 있을지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연준은 과연 ‘언제’ 금리를 내릴까?

Q. 그러면 혹시 금리는 언제쯤 떨어질지 전망이 궁금합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일 것 같아요.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에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습니다. 매파는 왠지 단어 느낌이 좀 무섭죠. 매파는 금리를 올려서 돈줄을 세게 쥐어야 된다 이런 쪽의 입장을 말하는 거고요. 비둘기파는 그렇게 하면 사람들 힘든데 돈줄을 좀 여유 있게 해 줘야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는 거 아니냐, 이런 입장을 대변합니다.

연준의 매파로 분류되는 이사 중에 크리스토퍼 월러라는 사람이 있어요. 이 분이 11월 말에 이런 말을 해요. ‘인플레이션 감소가 지금처럼 한 3개월, 4개월, 5개월 이렇게 이어진다면 우리는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냥 물가가 내려왔으니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될 거다’라고 합니다.

이 얘기는 뭐냐 하면 금리 수준이 이렇게 있고 물가도 높았는데 물가가 점점 떨어져요. 그러면 실질 금리가 점점 올라가게 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금리의 부담이 점점 커져요. 필요 이상으로 경제를 짓누를 가능성이 생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만 가면 금리를 내리는 문제를 곧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 그런 얘기를 한 겁니다.

그다음에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연준의 주요 인사 중에 오스탄 굴스비라는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가 있습니다. 이 분이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때 공영방송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비유를 해요.

미국 사람들이 추수감사절 때 먹는 칠면조가 우리가 먹는 치킨하고 달라서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이걸 오븐에서 몇 시간 동안 익히는데 이걸 속까지 잘 익히겠다고 너무 오래 뒀다가 늦게 꺼내면 나중에는 이 겉 부분이 지나치게 익어버린다는 거예요. 고기가 지나치게 익으면 맛이 없죠, 질기기만 하고. 그렇게 된다는 거죠.

이 분의 비유는 무슨 뜻이냐, 물가를 완벽하게 잡겠다고 고금리 상태를 너무 오래 유지하다가 금리 인하를 너무 늦게 들어가면 늦는다는 거예요. 그때는 이미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적당히 그 금리 정책을 전환하자는 얘기를 한 거죠. 이렇게 매파, 비둘기파에서 이런 식의 얘기들이 나오니까 미국에서는 대략 한 내년 5월 정도면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준에서 제일 센 사람, 파월 의장은 이런 식의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거죠. 아직 ‘여전히 우리의 목표는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낮추는 것이다’, ‘혹시라도 물가가 다시 오를 것 같으면 금리 더 올릴 수 있다.’ 라는 얘기를 하고 있고, 올해 연준의 마지막 기준금리 회의 후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먼저 화두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제롬 파월ㅣ미국 연준 의장 (14일)

금리를 언제 되돌리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지 논의가 되기 시작할 것이고, 오늘 회의에서 저희도 논의를 했습니다.

결국 미국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은 미국 경제가 얼마나 식느냐, 얼마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볼 수가 있는데요. 그래서 빨리 금리 인하를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미국 경제가 침체가 빨리 온다는 그런 뜻이 될 수가 있어요. 이게 과연 우리한테 좋을 것인가는 조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무역을 보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 비중이 줄고 미국에 대한 수출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 3분기에 0.6%밖에 성장 못 한 경제인데 만약 미국의 침체에 의해서 수출이 줄어들면 그것은 우리한테 굉장히 좋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금리가 내려서 조금 이자를 내야 되는 분들은 부담이 좀 줄 수도 있고 또 주식 투자하는 분들한테는 조금 호재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여지가 있긴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일단은 미국의 경제가 어느 정도 원활하게 돌아가서 우리 물건을 많이 사줄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게 전체적으로는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대선까지 영향 미칠까
Q.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잘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고요. 또 그동안의 역사를 봤을 때 경제가 미국 대선에 있어 중요한 변수라고 알고 있는데 당장 내년 11월에 대선이 있잖아요. 지금의 경제 상황이 그 대선에 미칠 영향은 어떨지도 궁금합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잘하고 있느냐. 대체적으로 경제학자들, 또 비교적 중립적인 매체들은 이 정도면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평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여론인데, 미국 일반인들의 여론은 별로 좋지가 않아요. 그래서 경제 관련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살기 힘들어요’, ‘왜 이렇게 물가가 높아요’ 이런 게 되게 높고요. 경제 상황을 전하는 미국 기자들의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미국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생활비 특히 이제 식료품, 기름값 이런 게 한 20~30% 더 든다는 느낌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책 당국에서는 물가를 관찰할 때 식료품과 에너지를 보통 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서 출렁거림이 많아요. 그래서 돈의 흐름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그 기저의 흐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느끼는 거는 식료품과 기름값이 제일 피부에 와닿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일반인들은 실제 경제의 지표 성적보다 훨씬 상황을 나쁘게 느끼고 있다 이런 얘기가 있고요.

또 하나, 소비자들의 인식은 일반적인 경제지표보다 후행적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가 줄었다’ 또는 ‘고용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런 보도들이 나오면 그게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죠.

폴 크루그먼이 인플레이션은 어제의 문제가 되었다고 얘기할 때 단서가 있습니다. 자기가 물가가 잡히고 있다고 글을 쓰면 메일에 막 보지도 못할 협박, 욕설이 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반적인 매체들이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데 위축이 돼 있습니다. 사실 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좋아진다는 얘기를 잘 못 쓴다는 거예요.

그건 결국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인기가 없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경제가 괜찮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 바이든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거 바이든 편들려고 하는 얘기 아니야? 이렇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가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잡히고 있습니다’, ‘침체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면 막 공격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년 미국 대선이 11월 5일에 치러집니다. 그래서 올해 11월 5일을 전후해서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여론조사를 한번 했어요. 대선 1년을 앞두고 현재처럼 바이든과 트럼프가 붙는다고 가정할 때 선거가 어떻게 될 것인지 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였습니다.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경제를 잘할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바이든이 더 잘할 거라고 보는 사람들보다 한 20~30% 정도 더 포인트가 높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잡느냐, 이것은 내년 미국 대선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할 수 있는 건 사실 많지가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달러를 더 풀어라 조여라, 이자율을 내려라 이렇게 명령할 수 없거든요. 미국은 연준이 독립적으로 결정을 하는데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거예요. ‘그럼 파월이 혹시 바이든을 좀 도와줘서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고요, 파월 연준 의장은 이 사람은 오래된 공화당원입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대통령 시절에 지명을 해서 연준의장이 된 사람이에요. 반대로 이 사람이 바이든을 안 되게 하려고 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파월은 여러 관찰자들의 평을 종합하면 연준 의장으로서 자신의 업적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초기에 실수를 했어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막 올라갈 때 ‘이거 일시적일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래 안 갈 거예요. 금리 너무 빨리 안 올려도 돼요’라고 얘기를 했다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막 9%씩 뛰는 인플레이션이 왔고 그것 때문에 이자율을 엄청 올려야 됐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파월이 가장 걱정하는 건 내가 또 성급하게 이자를 내렸다가 인플레이션이 또 튀어 올라가면 자기는 역사에 연준의 신뢰성을 저하시킨 최악의 의장으로 남을 수도 있어요. 이 사람은 그게 겁나는 거지 다른 게 겁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서 객관적으로 판단을 할 것 같고 그래서 우리는 시시각각 나오는 미국의 경제 지표들을 어떤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보면서 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교양이를 부탁해는 여기까지입니다.

에디터: DAVID 콘텐츠디자인: 채지우 인턴: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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