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커틀은 오피니언 담당 기자이자, 오피니언 팟캐스트 “Matter of Opinion” 진행자다.

대통령 후보 경선은 보통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격언을 잊어선 안 되는 레이스다. 그러나 올해 공화당 경선만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부르짖는 왕을 다시 백악관에 앉히겠다는 공화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지금껏 단 한 번도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 자리를 내준 적 없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어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는 전망이 점점 현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그럼 올해 대선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가 과연 고통을 분담할 불쌍한 사람, 즉 자신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택할지 지켜보는 것이다. 그가 누구를 고르는지에 따라 트럼프가 현재 정세를 어떻게 읽고 있으며, 선거 전략을 어떻게 세웠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가(MAGA) 구호를 가장 목청 터져라 외쳐 온 충실한 백인 남자 부하를 고를까? 이는 가장 쉬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자기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미니미 같은 부하는 다루기 쉽다. 다만 그가 이번엔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최소한 백인이 아니라 라티노 혹은 흑인 남자(예를 들면 팀 스캇 상원의원)를 러닝메이트로 택하면 이미 4년 전보다 많은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는 유색인종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한 발 더 나아가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옵션도 있다. 트럼프의 여성 러닝메이트라니, 단연 내 관심을 끄는 선택지다.

공화당은 오랫동안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기 4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로 중산층에 속하는 교외에 사는 사커맘을 비롯해 소위 온건 보수 성향의 여성 공화당 지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끔찍한 여성 비하 발언이나 젠더 감수성이 전무한 정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가 임기 중에 보수 우위를 확고히 굳혀 놓은 대법원은 2022년 반세기 가까이 여성의 임신 중절권을 헌법으로 보호해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다. 이 사실도 여성의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러닝메이트로 여성을 지명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망한 여성들의 표를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될까? 여성 부통령 후보에 반응해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을 찍으려는 여성 유권자들의 생각은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또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되기 위해선 트럼프의 정치적인 구호에 얼마나 충성을 보여야 하며 그러면서 동시에 마가(MAGA)를 좋아하지 않는 여성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할까? 마가(MAGA)와 거리를 뒀던 여성 정치인이 트럼프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이 문제를 나만 고민하는 건 아닌 듯하다. 당장 트럼프의 원조 책사 중 한 명인 스태브 배넌은 지난달 션 스파이서 쇼에 출연해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선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지명할 것 같다며, 자기가 생각하는 유력 후보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크리스티 노엠(Kristi Noem), 엘리제 스테파닉(Elise Stefanik), 캐리 레이크(Kari Lake), 사라 허커비 샌더스(Sarah Huckabee Sanders), 낸시 메이스(Nancy Mace), 마샤 블랙번(Marsha Blackburn)을 언급한 배넌은 니키 헤일리(Nikki Haley) 전 UN 대사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헤일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참여하면 정부를 잡아먹는 “독사”가 될 거라며, 나중에라도 헤일리를 부통령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공화당 내에서 큰 싸움이 벌어질 거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정원에 뱀을 들이다니!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자, 성경을 패러디한 말인가!

여기에 트럼프가 고려할 수 있는 여성 후보들이 몇 명 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하원의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후보마다 좀더 전통적인 측면에서 보나, 트럼프만의 ‘충성도 테스트’ 측면에서 보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나뉜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며, 생각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서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후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해서 했던 발언도 함께 담았다.

캐리 레이크는 TV 뉴스 앵커 출신으로, 지난 2022년 중간선거 때 공화당의 애리조나주 주지사 후보였다. 주지사 선거에서 진 레이크는 올해 선거에선 애리조나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우선 레이크 후보는 마가(MAGA)에 대한 열정만큼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의 승리를 찬탈해 갔다는 부정선거 주장을 레이크만큼 거듭, 열정적으로 해온 사람은 찾기 어렵다. 방송 경력이 말해주듯 언론과의 관계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는 점도 트럼프가 높게 살 것이다. 또 앵커 출신으로 외모도 준수하다. 트럼프가 이 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믿는 척해줄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실제로 트럼프는 걸핏하면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긴 하다. 레이크가 정치적으로 ‘한 방’ 날릴 줄 아는 사람이란 점은 부통령 후보에게 요구되는 자질이자, 트럼프는 더 높이 살 만한 매력이다. 그가 대선에서 특히 중요한 경합주 정치인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예전에는 경합주 출신이 매우 중요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레이크의 단점으로 공직 경험이 없다는 점,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나 기성 정치인들의 지지가 너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마가(MAGA)에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올 적임자는 아니다. 게다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는 트럼프 곁에 있기엔 너무 화려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흔히 2인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것 가운데 트럼프는 특히 절대로 참아주지 않을 덕목이 1인자보다 더 주목받는 2인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엘리제 스테파닉은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으로, 트럼프보다 주목받는 러닝메이트가 돼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은 거의 없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정치 이력을 보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친기업 성향, 마가와는 거리를 둔 공화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만한 후보다. 그는 당 지도부에 이름을 올린 뒤 전국적인 명성을 꾸준히 쌓아 왔으며, 특히 공화당이 여성 유권자들에게 더 다가가고,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을 등용하는 데도 힘써 왔다. 덕분에 당 지도부와 당에 많은 돈을 내는 주요 후원자들과의 관계도 좋다.

트럼프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에겐 당 지도부와 너무 끈끈한 인물이라는 점이 마뜩잖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환심을 살 만한 행보도 과감하게 보여줬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대적하거나 자신에게 확실한 충성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 자기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굽신거리는 것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여기에 스테파닉 의원은 지난달 대학교 캠퍼스 내의 반유대주의 청문회를 주도해 명문대학교 총장 세 명을 의회에 불러 혼쭐 냈으며, 이 가운데 두 명이 총장직을 내려놓는 데 공을 세운 인물로 보수 진영의 갈채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나서야 할 때 나설 줄 아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사라 허커피 샌더스도 트럼프의 두 번째 부통령 후보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으며, 지금은 아칸소 주지사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고분고분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할 괜찮은 들러리가 될 사람을 좋아한다. 반대로 자기를 내세워 트럼프가 독점해야 하는 스포트라이트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에겐 가차 없다. 론 드산티스 플로라디 주지사를 향한 트럼프의 온갖 조롱 섞인 공격이 대표적인 증거다. 샌더스는 언제든 자신과 당을 물어뜯을 준비가 돼 있는 상어 떼와 같은 언론들 틈에서 헤엄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는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와도 두터운 친분이 있는 편이다. 백악관 대변인 시절 샌더스는 트럼프가 듣고 싶은 말이라면 아무리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입증했다. 게다가 그가 트럼프를 제치고 트럼프보다 더 돋보일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샌더스 주지사에게 불거졌던 스캔들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샌더스 주지사는 주정부 공금으로 무려 19,029.25달러, 2,500만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낭독대를 샀다가 구설에 올랐다. 언론이 이 사실을 지적하자 아칸소주 공화당에서 재빨리 해당 비용을 대납했지만, 세금을 함부로 유용했다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샌더스 주지사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된다면, 트럼프 스타일대로 이 사안을 둘러싼 모든 문제 제기를 정치 공작이나 마녀사냥으로 치부하고 말 것이다.

마샤 블랙번은 테네시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이다. 일찌감치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이름을 날렸던 블랙번은 2016년 대선 때 지금보다 체급이 낮은 하원의원이었음에도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블랙번 의원은 수십 년을 의회에서 보낸 노련한 정치인으로 당 지도부를 비롯해 워싱턴 정가의 권력 지형을 상세히 알고 있다. 그는 매우 정열적인 보수주의자로 언론을 다루는 데도 능숙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를 향한 조명을 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는 대단히 보수적인 남부 테네시주 출신인 데다 하마평에 오르는 다른 부통령 후보들보다 한 세대를 앞설 만큼 나이가 많다. 트럼프의 프로필을 고려했을 때 정치 성향이나 나이에서 티켓의 균형을 맞춰 줄 후보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나저나 트럼프가 자신에게 부족한 걸 메워줄 균형 잡힌 후보를 고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면 블랙번은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크리스티 노엠은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로, 주지사가 되기 전 4선 연방 하원의원으로 일했다. 워싱턴 안팎의 정치를 두루 경험한 노엠 주지사는 특히 언론에 우호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둘 법한 외모 기준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찌감치 트럼프의 재선을 지지하고 나선 사람 중 한 명인 만큼 트럼프의 ‘충성도 테스트’를 어렵잖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충성심을 인정받는 정도를 넘어 충직한 지지자라서 트럼프가 뽑을 가능성이 특히 높은, 가산점 요인이라 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주지사로 있는 한 우리 주는 절대 문 닫는 일 없다. 모든 경제활동은 계속 하던 대로 유지한다”는 보수 주지사들의 기조를 강행한 대표적인 주지사다. 그는 또 사우스다코타주 마운트 러시모어 국립공원에 있는 역대 위대한 대통령들의 석상 ‘큰 바위 얼굴’ 모조품에 트럼프의 얼굴을 추가한 1,100달러짜리 모조 기념품을 트럼프에게 선물해 트럼프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 선물을 받고 누가 좋아할까 생각할지 모르지만, 장담컨대 트럼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해서 그 선물을 너무 좋아할 만한 사람이다.)

주지사로서 노엠의 정치 여정은 결코 순탄지 않았다. 특히 딸의 부동산 감정평가사 자격 취득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포함한 측근 비리로 잡음이 많았다. 또한, 노엠 주지사는 부통령직에 대단히 관심이 큰 거로 알려졌는데, 부통령은 자리를 향한 열망이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자리다. 이달 초 그는 트럼프의 부통령이라면 트럼프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자신이야말로 그럴 자질과 의지를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말이다! 다만 트럼프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즉 오랫동안 부통령 자리를 향한 관심을 공공연히 밝혀 온 노엠 주지사가 이제는 부통령의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까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니는 걸 트럼프가 좋게 볼지, 혹은 너무 나댄다고 생각하고 불쾌해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노엠 주지사는 스티브 배넌이 그랬던 것처럼 최근 니키 헤일리를 러닝메이트로 삼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낸시 메이스는 사실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비칠 수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인 메이스의 정치는 정통파 마가 정치와 상당히 거리가 멀다. 트럼프를 향한 충성심을 요구할 때 여러 차례 말을 돌린 적이 있는 메이스는 이미 상당히 큰 주목을 받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도 트럼프가 탐탁지 않아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티브 배넌은 그런 이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차례 메이스를 추켜세운 바 있다. “트럼프 스타일의” “뻔뻔함”, “강단 있는 자세”가 그의 강점이라고 배넌은 말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은 조지아주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보수 진영의 투견을 자처하는 인물이며, 여러모로 트럼프의 여자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엘리트와 전문가를 포함해 세상의 모든 질서를 다 불살라버리겠다는 호전적인 태도를 트럼프 지지자들도 대부분 좋아한다. 그의 공격적인 성향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비준하는 데 반대표를 던진 의원 중 한 명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그린 의원이야말로 진정한 마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극단적인 성향이 아무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린 의원은 공화당 주류와 당연히 사이가 좋지 않으며, 최근에는 심지어 당내 극우 성향 의원들과도 의견 차이를 빚으며 충돌했고, 지난해 극우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게다가 지금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의 전제가 트럼프의 혐오 발언이나 여성 비하 발언에 등 돌린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는 건데, 거기에 트럼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그린 의원을 고려하는 게 사실 좀 모순이긴 하다.

그럼 이제 마지막 남은 이름, 니키 헤일리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다른 후보들은 장점을 먼저 살펴보고, 그다음 단점을 짚었는데, 헤일리는 반대로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서 지닌 단점과 약점부터 살펴보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두 차례 지낸 헤일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UN 미국대사를 지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잘 없어서 ‘충성도 테스트’에선 낙제점이다. 감히 트럼프가 재선에 나서겠다는데 거기에 맞서 캠페인을 꾸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트럼프의 치적을 비판한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가운데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시험을 보자고 했다? 이 가운데 한두 가지만 해도 트럼프가 좌표를 찍고 공격할 대상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을 텐데, 헤일리는 이 모든 걸 다 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결격 사유는 헤일리가 트럼프보다 훨씬 더 빛날 만한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기본적인 지능, 소양, 말을 앞뒤가 맞게 하는 능력만 놓고 보면 단연 그렇다.

한편 트럼프가 자신의 적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집요하게 공격한 끝에 굴복시키는 우두머리 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즉 트럼프에게 자신을 위협하려던 헤일리를 꺾고 서열 정리를 확실히 한 뒤 부통령 자리를 주는 건 흥미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헤일리는 공화당 주류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도부 경험도 있다. 의회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경쟁자나 정적들이 물고 늘어질 만한 논란이 될 투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선 낫기도 하다. 이민자 부모에게서 나고 자란 인도계 미국인 헤일리는 잔뜩 화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로 가득한 정당이라는 공화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에도 알맞은 후보다. 언론에 비추는 모습도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외교 경험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나아가 헤일리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된다면, 이는 트럼프가 부동층이 돼 버린 마가에는 관심 없는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막연하게나마 관심이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헤일리는 썩은 정치판을 다 뒤엎자고 말하는 후보가 아니다. 그는 훨씬 더 실용적이고, 필요하면 민주당과도 협상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정치해 온 사람이다. 트럼프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오늘날 공화당원들이 보기엔 너무 전통적인 옛날 공화당 정치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트럼프가 헤일리를 택한다면, 이는 트럼프가 자기 지지자들을 더 기쁘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데 신경을 쓴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사실 그래도 될 만큼, 아니 그래야 할 만큼 트럼프는 이미 지지자들로부터는 신격화에 가까운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트럼프에게 자신에게 도전했던 배신자를 포용할 수 있는 너른 품이 있을까? 실은 그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특히 지난 2021년 1월, ‘적들이 훔쳐 간 부정선거의 비준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에 첫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트럼프로서는 자신을 비판하던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오는 11월 있을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넘치는 자신감을 가장 트럼프답게 드러내는 방법은 기성 언론이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계산하고 분석해서 내놓은 니키 헤일리 같은 관습적인 선택을 하느니 차라리 크리스티 노엠처럼 색깔이 분명한 “마가의 딸”을 고르는 것일지 모른다. 대통령보다는 왕에 어울리는 트럼프에게 대통령다운 선택을 하라는 조언은 다 쓸데없는 말로 들릴지 모른다. 전략적 사고에 얽매이느니 자신이 내키는 대로 하는 쪽을 과감히 선택할 가능성이 큰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이기도 하다.

원문 : Which Trump Toady Would the MAGA King Pick as His No. 2?

(c) 2024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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