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집주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집주인의 재산을 정리하고 세입자 보증금도 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김 씨는 지난해에 내지 못한 세금만 60억 원이 넘어 이미 갖고 있던 집들이 압류된 상태입니다. 상속인인 부모는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와 접촉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압류된 주택이 경매로 헐값에 팔려도 무조건 1순위로 청산돼야 하는 세금을 나라가 추징하고 나면 수백 명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전세보증금은 얼마나 적을지 현재로선 가늠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한 걸음 더
김 씨의 피해 세입자 중에는 HUG의 전세금 보증보험을 든 사람만도 400명이 넘긴 합니다. 안전장치를 찾아 보험료를 감당하면서 보증보험에 들고 세입자가 된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집니다.

전세금을 일단 달라고 HUG 측에 요청하려면 먼저 집주인과 계약 해지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계약해지가 안 된 채로 집을 비우면 내 전세금이 후순위로 밀려나서 언제 받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이사도 못 갑니다.

집주인이 사망하고 상속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 사건 같은 경우, 세입자들이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할 상대가 없는 겁니다. 지금 규정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 상태에서 전세금을 먼저 돌려줄 의무가 없습니다. 김 씨의 상속인이 끝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겁니다. 그 뒤에야 비로소 김 씨의 1000채 넘는 빌라들이 정리되기 시작하겠지만,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재산이 얼마가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이 사건이 드러낸 문제는 현행 보증보험이 노출한 구멍뿐만은 아닙니다. ‘빌라왕’ 김 씨가 세금을 체납하고 전세 사기 의혹을 받기 시작하면서도 김 씨의 부동산 거래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씨 명의의 빌라를 전세계약하면서 보증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세입자들은 이런 상황을 꿈에도 몰랐던 분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김 씨 집에 세 들려고 보증보험을 가입하려 한 사람은 가입을 거부당함으로써 아 뭔가 이 집에 이상한 게 있구나 느낄 수는 있었겠지만요. 정확히 어떤 이유로 가입이 거부되는지 HUG는 원칙적으로 알려주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어제(11일) SNS를 통해 "서민들이 전세피해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빌라왕'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피해자들이 상속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현재 사는 곳에서 지낼 수 있다"며 "전세대출 보증 연장이 가능해 당분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빠른 시일 내에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3년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1천여 채 가량의 집을 집중적으로 사고 팔고 빌려주는 행위가 이뤄졌습니다. 혼자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다 보니 ‘김 씨 혼자 한 일이 아니다’, ‘배후에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기범의 존재도 존재지만, 더 큰 문제는 사기범이 파고들어 이렇게 비정상적인 부동산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우리 시장의 허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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