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 앤더슨은 브루클린에 사는 프리랜서 작가다.

사람, 문화, 다양한 활동이 넘쳐나는 도시 뉴욕을 거닐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쇼핑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퉁이만 돌면, 지하철에서 내리기만 하면 이국적인 음식, 소품, 레코드, 책, 약, 텐트, 컴퓨터, 선글라스 등 무엇이든 살 수 있다. 뉴욕시 전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맨해튼 안으로 범위를 좁혀도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다.

그런데도 왜 평일마다 뉴욕으로 배달되는 택배가 240만여 개나 되는 것일까?

택배 하나가 사람 한 명이라면 텍사스주 오스틴 인구와 맞먹는다. 석재 벽돌이라면 기자의 피라미드를 쌓을 수 있는 양이다. 240만 개의 택배가 모두 우체국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특송 배달 상자(두께 약 4.5cm)처럼 얇다고 해도 책처럼 쌓아 올리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41채와 맞먹는 높이가 된다.

2009년 이래 뉴욕의 일일 배달 건수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해, 2017년이 되자 세 배 늘어 110만 건이 됐다. 2019년에는 150만 건이 되었다가, 그 이후 4년 동안 (미국 전체의 택배 배달 건수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60% 증가했다.

뉴욕은 그 많은 배달 트럭과 차, 오토바이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교통 체증, 보행자, 원래 의심스럽던 대기질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생색내기에 불과한 수준의 아마존에 대한 독점 소송이나 배달 자전거 정부 인증 제도로는 역부족이다. 택배의 홍수는 그것을 일으킨 자들, 즉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으른 뉴욕 주민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

한동안은 팬데믹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집안에 갇힌 미국인들은 가뜩이나 증가하던 전자 상거래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였고,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온라인 매출은 43% 증가했다. 이제 뉴욕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다. 지하철 이용객이 늘었고,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관광객도 돌아왔다. 그러나 소매업 부문의 회복세만은 다른 지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뉴욕 주민들은 대부분 좁고 답답한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쇼핑하기’라는 편의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 ‘쇼핑’은 곧 ‘온라인 쇼핑’이 되었다.

마크 레빈 맨해튼 구청장은 지난가을 택배 증가에 대해 “맨해튼은 물론 뉴욕 전역에 걸쳐 교통 체증과 도로 안전, 대기 오염,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악화시키며 포장재 쓰레기 문제, 기타 삶의 질과 연관된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주요 사안은 택배 배달의 마지막 단계, 즉 택배가 창고에서 고객의 문 앞까지 도달하는 단계에 대한 것이다.

그 ‘마지막 1마일’에서 택배 트럭과 밴, 오토바이가 거리를 점령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대형 차량의 경우, 가장 위험한 물질을 공기 중에 배출한다. 이 차량들은 이미 빈민가에 집중된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고, 그 피해는 빈곤층에 가장 크게 돌아간다. 택배 기사들은 트럭을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 주차하거나 아예 이중주차를 해 교통 체증을 악화시킨다.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의 불편을 겪거나 위험에 처할 뿐 아니라, 모든 차량이 도로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오염 물질 배출량도 늘어난다. 세계경제포럼은 이 상황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배달 차량에 의한 배출량이 세계 100대 대도시에서 2020년 대비 32%, 교통 체증은 21% 이상 증가할 거로 내다봤다.

뉴욕 택배 업계의 다가올 유행은 초대형 상업용 화물 자전거다. 금속 화물칸이 달린 전기 자전거로, 골프 카트보다 조금 더 크다. 지나치게 고무된 도시 당국이 자동차보다는 전기 자전거가 낫다는 명분 아래 인도 주차를 허용해 줄 기세다.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기 자전거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매주 120만 건에 달하는 택배 물량을 줄이는 것이다.

택배가 ‘마지막 1마일’을 전기 자전거에 실려 이동한다고 해도, 그것이 다른 나라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석유나 석탄을 사용하는 비행기와 배에 실려 미국으로 건너와서 비닐봉지나 종이 상자로 포장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라고 해도 실제로 다시 활용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환경을 살리고 싶다면 전자 상거래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말은 간단해도 복잡한 문제다. 미국인들이 쇼핑 중독에 시달린 지는 꽤 되었지만, 전자 상거래는 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심리학자 조슈아 클라포우는 타임지에 온라인 쇼핑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강력하다”고 썼다. 전혀 노력을 들이지 않고 소비 치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는 뜻이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우리는 가게까지 몸을 끌고 가 물건을 둘러보고 돈을 지불하거나 애플 페이가 안 돼서 애먹을 필요 없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다른 인간과의 교류할 일도 없다.

도시 디자이너 데이비드 베가 바라쇼위츠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썼듯이, 뉴요커들의 택배 문제는 자신들이 사는 동네가 제공하는 것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말 그대로 문을 나서기만 하면 우유도 살 수 있고, 서점에도 갈 수 있고, 영화관에도 갈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하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편의 문화가 그 모든 것을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대부분 오프라인 쇼핑에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차량을 동원해야 하는 다른 지역의 미국인들과 달리, 뉴요커들은 훨씬 더 친환경 교통수단인 대중교통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이동하는 길은 뉴욕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물론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데는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외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거나 오프라인 매장에 내가 찾는 사이즈가 없다는 이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소수의 경우를 제외한 우리 대부분은 이제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출퇴근길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법, 외출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불필요한 온라인 쇼핑을 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 달간 온라인 쇼핑을 줄이는 연습을 해보자.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해 보자. 중고 제품을 사용하자. 돈을 아끼자. 탄소 배출을 줄이자. 도시가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 번 정말 해보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원문 : The City That Never Sleeps … or Shops in Person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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